어이~코닥, made in the usa for는 뭐랍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며칠 전 코닥에서 CD 300년, DVD 100년 동안 보존할 수 있는 기록형 24K 골드 미디어 두 가지를 내놨다는 소식을 들어서 아실겁니다. 사실 표면에 금을 섞어서 입힌 금칠 CD는 90년대 말에 흔했지만, 단가 문제로 사라졌다가 최근에 코닥이 프리미엄 미디어로 홍보하기 시작한 뒤부터 다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엊그제 코닥 기자 간담회를 끝내고 나오는 데 문제의 금칠 CD와 DVD 샘플을 한장씩 주더군요.

그런데 회사로 돌아와 미디어를 살펴보는 와중에 좀 이상한게 눈에 띄었습니다. 원산지 표시 말입니다. 보통 어떤 나라에서 생산된 물건을 나타낼 때는  ‘made in (the) 나라’ 이런 식일테고 생산자 표시라면 ‘manufactured by 생산자’와 같을텐데 코닥 CD에는 좀 희한하게 붙어 있습니다. 사진을 보시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made in the usa for’ 라… made in the usa만이 아니라… made in the usa for라니.. 제가 영어를 잘 모르는 건지 어쩐 건지… 어느 분께서 해석 좀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ㅡa.. 일단 뒤에 for를 떼고 읽으면 made in the usa라는 원산지 표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의혹이 좀 있습니다.


낱개로 주얼 케이스 포장을 하든 케이크에 여러 장을 넣든 간에 CD나 DVD도 원산지 표시를 해야만 합니다. 문제는 미국을 원산지로 하는 CD와 DVD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인데요. CD나 DVD를 찍어내는 대부분의 공장이 인도, 싱가폴, 대만, 중국, 멕시코, 일본 등에 있고 북미에는 시설이 거의 없습니다. 화학 염료를 써서 만들어야 하는 CD나 DVD 시설을 두기에는 미국의 환경 법규가 너무 까다로운 탓에 대부분의 시설을 다른 나라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코닥은 옮긴 게 아니라 멕시코에 있던 공장 자체를 매각했으므로 자체 생산 시설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코닥 측에 원산지 표시가 이상하다고 문의를 했더니 미국에서 생산된 게 맞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코닥의 공식적인 답변이냐고 몇차례 물었는데도 맞다고 하는군요. 일단 ‘made in the usa for’는 뭐냐는 질의에 대한 한국 코닥측 답변을 옮겨 봅니다.


‘made in the usa for’ 아래에 써진 KMP MEDIA LLC를 위해서 만들었음을 알리는 표시입니다.

어라? 그 말을 듣고 디스크를 자세히 보니 made in the usa for 아래에 KMP LLC 상호와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 ‘KMP LLC를 위해 미국에서 만들었다’로 해석 가능한 건가요? KMP 미디어는 kodak media products라는 CD와 DVD만을 전담 취급하는 코닥 자회사입니다. 그 회사를 위해 만든 것인데, 그게 원산지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가요? 그리고 누가 KMP LLC를 위해 이 미디어를 만들었다는 얘긴가요? 코닥이 자회사인 KMP를 위해 미국에서 만들었다… 이거 말이 안되잖습니까?


우리나라 원산지 표기 법령을 보니 생산국 대신 수출국을 원산지로 표시하려면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나 원료를 수출국에서 따로 세 번이상 가공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더군요. 그런데 이미 다 만들어진 CD나 DVD를 세 번 넘게 가공해야 할 것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앞서 말한 대로 코닥이 미국에 공장을 갖고 있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혹시 아무도 모르는 공장이 있는 건 아닐까 해서 좀더 확실하게 확인하려고 DVDInfoPro에서 스탬퍼를 확인했습니다. 이를 보면 생산자를 알 수 있으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CD는 미쯔이, DVD는 MBI군요. MBI는 인도 델리에, 미쯔이는 대만에 시설을 둔 것으로 압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코닥 골드 CD와 DVD는 원산지 표시 자체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이고, 이는 무척 많은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크게 대외무역법과 관세법에 걸릴 것이고 자질구레한 법률까지 포함하면 족히 2~3개는 더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시장의 판단과 요구에 따라 나라에서 처분할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코닥이 예전에도 이랬냐… 아닙니다. 때마침 집에 코닥이 99년도에 생산한 CD-R 미디어가 한 장 있어 확인해 보니 ‘made in mexico’, 생산자는 코닥 저팬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때는 코닥이 자체 생산 시설을 갖고 있었을 때니까 이렇게 표시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이들 나라를 원산지로 표시하지 않고 기어코 미국을 원산지처럼 표시한 이유는 뭘까요? 그렇게 하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어서? 그것도 일리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공식적인 가격은 코닥 골드 CD가 3천 원, 골드 DVD가 5천 원입니다. 금칠했다는 표를 제대로 내는군요. 그런데 90년대 말 골드 CD 비싸야 몇 백 원 밖에 안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동안 금값이 올랐다고 하니 물가 감안해 생산 단가가 올랐다 쳐도 3천원은 좀 너무한다 싶더군요. 때문에 미쯔이 홈페이지에서 주얼 케이스에 든 골드 CD 25장 짜리 가격을 확인했습니다. 42.50 달러네요. 환율 900원으로 잡아 계산해보니 장당 소매가가 1천520원쯤 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말한 건 소매가라는 사실입니다. 소매가 vs 소매가로 비교를 하면 2배 차이지만, 코닥이 미쯔이로부터 받을 때는 같은 도매 단가를 따진다면 그 마진 폭은 더욱 클 것이라는 건 불보듯 뻔하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돌아온 골드 CD.. 백업의 추억을 되살려 준 건 고맙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의도적이든 아니든 명확하게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았고, 유통 과정을 감안하면 폭리는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질이 좀 좋다는 장당 500원 안팎의 CD를 단지 금을 입혔다는 이유로 3천원을 받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입니까? 아무리 리치 마켓을 겨냥한 프리미엄 상품으로 내놨다해도 정도껏 하셔야죠. 엊그제 우리나라에서 장사 잘해보겠다고 야심차게 기자 간담회까지 하신 마당에 딴지 걸고픈 마음은 없지만, 이런 이슈 만들 시간에 코닥의 점유율이 왜 안올라가는지 좀 곰곰히 분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소비자를 위해서 제대로 사업하고 있는지부터 말이죠.

Please follow and like us:
chitsol Written by:

10 Comments

  1. 2007년 3월 29일
    Reply

    다른건 모르겠구요, 원산지 표시 방식과 관련한 대외무역법, 관세법 관련 조항에 대해서는 언제 한번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매우 깊게 공부한 분야인지라. 지금 당장 길게 설명드리긴 어렵지만 법적으로 위반된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직관적으로는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저건 made in USA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아무튼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니 상당히 비싸긴 하군요. 코닥의 무개념이라고 할까요. 요즘 어떤 시절인데 휴~

    • 2007년 3월 29일
      Reply

      교묘한 회피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업계에서도 긴가민가하던데.. 문제는 이번 코닥 표기 문제 때문에 업계에서 자체적인 확인을 벌이는 중입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앞으로 싸구려 제품들의 국적 세탁이 가능해지니까요. 다음 주에 이야기 한번 들려주세요 ^^

  2. 2007년 3월 29일
    Reply

    한국의 소비자는 짱구가 아니니까요 ㅎ

    • 2007년 3월 29일
      Reply

      저도 우리나라 소비자를 믿습니다만.. 혹시 업체가 노리는 ‘봉’이 되지 않을 지 걱정입니다~

  3. 2007년 3월 30일
    Reply

    호오.. 별 희한한 원산지 표시군요. Made in U.S.A for A company.. 이런 형태의 원산지 표기도 있었던가. A회사를 위해 미국에서 만들었으면 A회사에만 팔란 말이야! 버럭!
    암튼. 잘 읽었어요~ 저야 뭐 ‘싼 CD가 좋은 CD다’는 모토로 싸구려 CD만 취급하고 있어서리. 흐.

    • 2007년 3월 30일
      Reply

      요즘은 이렇게 관심을 끌지 않으면 안되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낚인건가요? ^^ 싸구려 CD도 라이터에 맞는 것만 고르면 품질에 큰 영향은 없다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ㅋㅋ

  4. 2007년 4월 1일
    Reply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가끔 저런 표시를 하는 곳이 있지 않나요?
    왠지 그리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런데 ..자세히는 모르겠군요.
    확실히 생산지가 미국이라면 영어로 저런 표시법이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지만 만약 생산지가 미국이 아니라면 좀 문제가 될 것 같군요..

    • 2007년 4월 1일
      Reply

      그러게요.. 미국에서 생산했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글에도 썼듯이 원산지는 미국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서요. 이미 업계에 관련 내용이 보고된 상태이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으므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5. 솔직한녀석
    2009년 1월 28일
    Reply

    미국산 맞습니다…2006년도산 코닥골드CD를 가지고 있는데

    이건 made in india for KMP MEDIA로 되어 있습니다…..

    • 칫솔
      2009년 1월 28일
      Reply

      음.. 그것은 코닥을 위해 인도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표기 같은데요? ^^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