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엑스페리아Z, 국내 출시의 현실적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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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이하 SMCK)로 사업부가 바뀔 무렵 국내 담당자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시 풀HD 해상도의 고급 단말기를 비롯해 몇 개의 샘플이 들어와 있었던 때였는데,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던 이 제품의 제원을 대해 잠깐 언급하면서 자급제를 통해 출시하면 어떨지 내게 넌지시 물어 봤다. 그 때까지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는 국내 출시 제품이 단 하나도 없었거니와 사업 방향을 정리하던 단계여서 자급제를 여러 가능성 있는 카드가 될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풀HD 동영상에 아주 매력적인 외관을 가진 단말기라는 이야기로 짐작할 수 있던 것은 자급제 후보 중 하나가 엑스페리아Z였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스마트폰은 올해 CES에서 공식 발표되었고 일본과 유럽에 발매되었는데, 일단 소니의 이미지가 강한 일본의 반응은 좋은 편이고 유럽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나 역시 지난 MWC에서 접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이 제품을 테스트하며 몇 가지 좋은 이미지를 얻었음은 물론이다. 소니다운 절제미와 풀HD 화면의 깨끗함을 강조한 테마, 놀랍도록 빠른 카메라와 생각지 못한 흥미로운 UI, 방수 기능, 극강의 능력을 가진 번들 이어폰 등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물론 짧은 배터리와 방수 덮개의 불편함, 너무 쉽게 드러워지는 유리 기판의 마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장점이 더 돋보이는 장치인 것은 분명하다.(이 제품의 특징은 다른 글을 통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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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제품이 국내에 자급제로 풀리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이 제품은 결코 싼 값에 팔기 힘든 제품이다. 국내 단말기 구매 정서상 비싼 기기를 선뜻 제값을 치루고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풀려면 가장 큰 걸림돌은 단말기 가격일 테고, 결코 낮지 않은 예상 판매가를 알았을 땐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기 위한 무이자 할부나 리스 같은 금융 지원책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전했다. 물론 이것은 소비자의 인식 속에 있는 가격의 저항선을 약화시키자는 의도지만, 각종 금융 지원 문제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 시키는 만큼 그에 따른 고민을 해결할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인식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고급 단말기를 자급제 시장에서 뿌리기 위한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기에 해결해야 할 것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 이전까지 SMCK는 내놓은 단말은 모두 SKT를 통해 출시됐다. 이통사가 제조사와 물량 계약을 맺고 마케팅을 제외한 유통과 판매를 책임진 것으로 서로의 강점을 지키며 만들어낸 사업 모델이었다. 그런데 지난 해 SMCK는 SKT를 통해 단 하나의 단말도 출시하지 못했다. LTE에 집중하고 있는 시장에 대응할 모델을 소니가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니가 지난 해  일부 시장에 내놓았던 엑스페리아 아이온(ION)은 국내 밴드를 지원하지 않는 데다, 국내 전용 모델을 공급할 것을 고민할 만큼의 물량 요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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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본사가 국내 시장의 변화에 제 때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SMCK도 구조조정을 했다. 소니 코리아 본사와 떨어져서 독립 부서로 운영되던 SMCK가 소니 코리아내 부서로 흡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SMCK의 마케팅과 영업 부분 인력 일부를 줄였고, 빈 자리는 소니 코리아 내부 조직을 활용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더불어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는 자연스럽게 소니 코리아의 모바일 부서로만 남게 됐다.

독립적인 사업부에서 큰 조직 안으로 흡수된 까닭에 사업의 추진 방향과 동력을 새로 정비해야 하는 문제는 남아 있지만, 한 가지 까다로운 문제 하나를 해결한 부분도 있다. 기존의 조직이 줄어들었어도 소니 코리아가 구축해 놓은 유통망과 영업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에서는 오히려 나아진 부분이다. 독립적 부서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별도의 유통 채널을 만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져 소니 모바일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판매 전략을 스스로 결정했던 과거의 자유는 줄었지만, 기존 조직을 활용하면서 영업 자원과 환경은 개선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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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소니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데 필요한 기초 환경을 재정비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기미가 보이는 듯 있다. 최근 소니 모바일은 자급제도 고민하면서 이통사를 통한 유통까지 동시에 고려해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 하지만 엑스페리아Z의 국내 출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소니 모바일에서 고민하는 자급제 모델은 일단 엑스페리아Z처럼 비싼 고급 단말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 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엑스페리아Z가 현시점의 경쟁 모델과 승부가 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만큼 이통사를 통한 출시도 불투명하다. 더구나 소니 모바일이 지난 1년 동안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은 까닭에 가만히 앉아서 브랜드 인지도를 까먹은 상황이다보니, 이미지를 쌓는 데 충분한 힘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없어 소니 코리아도 매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분명 엑스페리아Z는 잘 만든 스마트폰에 낄 자격은 있지만, 이러한 제품이 국내 무대에 오를 때는 더 많은 준비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무덤인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너무 오랫동안 준비만 하면 때를 놓치기도 하지만, 지금이 무대에 오를 만큼 준비된 때로 보이지도 않는다. 여전히 무대를 꾸며야 하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욕심 같아선 무리해서라도 엑스페리아Z를 출시하라고 요구할텐데, 지금은 그 틈이 보이지 않는다. 엑스페리아Z의 가능성을 보기는 했어도, 스마트폰 시장은 가능성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잖나.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1 Comments

  1. widow7
    2013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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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페z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을………. 엑페z가 안된다면 카시오 지즈원으로라도 갈아타야겠구나…..

    • 칫솔
      2013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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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구 같은 다른 방법으로 구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만…

  2. DENON
    2013년 3월 30일
    Reply

    저는 개인적으로 xperia z를 포함한 자급제 스마트폰들을 더 활성화 시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통신사의 횡포와 잘못된 가격책정(출고가책정)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여태껏 반강제적으로 최상급 스마트폰들을 구입했어야했습니다.

    xperia z가 고가여서 소비자들이 선뜻 1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사기엔 쉽지 않겠지만, 본문처럼 무이자 할부등 금융지원이 적극적으로 지원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겁니다.

    소비자 선택폭도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해외시장을 보면 컨트리락/언락 이 있듯이 이제 우리나라도 통신사와 계약을 통해 스마트폰을 개통하거나 자급제를 통하여 공기기를 구입하는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P.S. xperia z는 정말 다 좋은데 내장배터리를 할꺼면 무선충전기능을 집어넣었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가뜩이나 커버를 벗기기 번거로운데 말이죠

    • 칫솔
      2013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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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단말기는 컨트리락/이통사락이 제거된 상황입니다만, 문제는 말씀하신대로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지요. 그나마 중저가 모델은 돈주고 살만한 모델도 적은 것도 원인입니다. 시장이 한쪽으로 쏠려 있고 소비자들 눈높이가 거기에 맞춰져 버린 탓이기도 하지만, 그 눈높이를 내릴 수 있는 제품이 조금씩 늘어날 필요도 있겠죠. 아마 소니 코리아도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합니다.

  3. 2013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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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국내,경쟁력이 있는 제품은 아니죠..
    제품 자체의 성능은 나무랄데가 없는데.. 외부의 요인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고 보여져요..

    • 칫솔
      2013년 4월 6일
      Reply

      좀더 시기를 앞당겼다면 모를까, 지금은 좀 늦은 감이 있기는 해요.

  4. 2013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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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스페리아z.. 요염한 자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다음에 또 놀러오겠습니다.!!

    • 칫솔
      2013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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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염한 자태라… 소니에겐 최고의 칭찬이겠네요. ^^

  5. 소니의 3대 핵심 사업은 디지털 이미징, 게임 그리고 모바일이다. 이중 가장 취약한 분야로 모바일을 꼽을 수 있다. 소니가 에릭슨과 결별하고 소니에릭슨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것도 모바일에 좀 더 힘을 쏟기 위함이다. 그 때문인지 소니의 스마트폰은 소니에릭슨 시절과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도 반응은 긍정적이다. 2011년에만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순위 Top5에 소니 이름이 없었지만, 작년에는 순위권 내로 진입했다. 2013년 소니는..

  6. 리그렛
    2013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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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펜에서 60만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져 풀리고 있긴 한데.. 역시나 국내정식판매는 힘들것으로 보이네요.. 익스페리아 태블릿z 은 과연 어찌 될런지..

    • 칫솔
      2013년 5월 2일
      Reply

      아마도 태블릿Z은 저도 기다려보는 중입니다. 가능성은 이쪽이 더 높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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