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 워크스테이션 HP ‘Z1’을 해석하다

HP Z1, HP Z1의 특징
워크스테이션이 일상적으로 보는 PC와 구성은 같지만, 그렇다고 동일한 목적으로 쓰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나 게임, 멀티미디어 재생을 위한 범용 PC와 다르게 워크스테이션은 연산, 공학 설계, 통계 처리, 자료 분석, 3D 그래픽 같은 좀더 복잡한 계산을 위해서 만들어진 ‘전문적 용도’의 컴퓨터니까요. 과거 워크스테이션을 이용하는 층은 매우 협소했지만, 지금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3D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장 뿐만 아니라 소규모 비주얼 스튜디어에서도 적지 않게 이용하는 추세입니다. 1분 1초가 곧 비용으로 연결되는 시장에서 수백 시간을 작동하더라도 멈춤없이 안정적이면서 빠른 결과를 보여주는 워크스테이션의 경쟁력이 살아난 것이지요.

이러한 워크스테이션도 쓰임새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고, 그것을 더 가속화하는 것이 지난 주 라스베가스에서 화요일에 발표한 올인원 워크스테이션인 HP Z1입니다. HP Z1은 데스크탑 또는 클러스터링 중심의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혁신과 도박을 한 몸에 안고 있는 묘한 위치에 놓인 워크스테이션입니다. 이에 HP Z1의 가진 올인원 워크스테이션에 대한 의미를 키워드로 풀어봅니다.

세계 최초

이전까지 대부분의 워크스테이션은 본체와 화면이 분리된 제품이었습니다. 또는 따로 여러 서버를 묶어서 더 강력한 처리 성능을 낼 수 있게 구성하기도 했죠. 워크스테이션을 위한 고성능 모니터는 따로 썼습니다. 워크스테이션을 들여놓는 사업장들은 다른 형태의 시스템을 꾸밀 수가 없던 것이죠. 이러한 워크스테이션의 틀을 깬 것이 HP Z1으로 고성능 모니터와 본체를 하나로 합친 올인원 워크스테이션입니다. 그냥 따로 떨어져 있던 모니터와 본체를 하나의 형태로 합친 것이 아니라 워크스테이션 레벨에 맞게 고성능을 추구하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고 깔끔한 선 관리와 소음과 발열 등 올인원의 특징까지 살렸습니다. 여기에 업그레이드도 가능한 독특한 구조를 채택했고요.

타겟 시장

HP Z1, HP Z1의 특징
워크스테이션을 보급형, 중급형, 고급형으로 나눈다면 HP Z1은 보급형에 속하는 제품입니다. 동영상 작업을 하는 소규모 비주얼 스튜디오와 디지털 컨텐츠 제작사, CAD 작업장 등이 그 대상입니다. 하지만 실제 Z1은 익히 알려진 작업장외에도 일반 프로 사진가, 영상 편집 같은 전문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10억 개가 넘는 풍부한 색을 표시할 수 있는 고품질, 고성능 표시 장치와 특정 시장에서 주로 쓰는 특성 소프트웨어에서 더 빠른 성능을 발휘하는 데다 외형까지도 사실상 이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 제품이 겨냥하고 있는 시장이 확실히 다르다는 뜻이고, 또한 정체성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프로세서

HP Z1은 선택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의 듀얼 코어 i3와 두 가지 쿼드코어 제온 프로세서를 씁니다. 인텔 코어 i3-2120은 3.33GHz에 3MB 캐시와 내장형 그래픽을 갖췄고, 인텔 제온 E3-1245는 3.3GHz 클럭과 8MB 캐시에 내장형 그래픽을 갖춘 쿼드 코어 프로세서입니다. 인텔 제온 E3-1280는 3.5GHz에 8MB 캐시를 가졌지만 내장형 그래픽은 없습니다. 칩셋은 인텔 C206을 씁니다. 인텔 i3를 쓴 점은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코어 프로세서를 쓰는 워크스테이션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므로 전혀 낯선 구성은 아닙니다. 다만 데스크탑 올인원 PC와 비교할 때는 구성상 아쉽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업그레이드

HP Z1, HP Z1의 특징
HP Z1이 그냥 올인원이 아니라 부품을 바꿔꽂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관심의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부품 업그레이드가 잦은 워크스테이션의 애프터 마켓을 고려해서 설계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만약 고정형으로 만들었다면 HP Z1은 애프터 마켓 시장에서 상당한 약점을 지녔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부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프로세서를 제외한 정해진 부품만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시장에서 코어 i5나 i7을 넣은 워크스테이션이 있지만, 이번 HP Z1은 처음 출시하는 모델에는 코어 i5 또는 i7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단가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하더군요. 더불어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합니다. 모듈 형태로 만든 다른 부품의 업그레이드는 가능하지만, 프로세서 업그레이드는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픽

HP Z1, HP Z1의 특징
엔비디아 쿼드로 500M, 1000M, 3000M, 4000M 까지 쓸 수 있습니다. 이 칩셋들은 원래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을 위해 개발되었던 것으로 매우 매우 작은 형태의 보드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인데, Z1에서 특수한 모듈 형태로 공급됩니다. 옆으로 눕혀서 꽂으면 곧바로 전원까지 연결됩니다. 하지만 PCIe 슬롯이 하나여서 SLI 구성을 하지 못하고, 모바일 쿼드로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다른 쿼드로 칩셋으로 교체는 불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선 보급형 올인원보다 중고급형 타워형 워크스테이션 선택하는 게 더 바람직하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한가지 참고할 점은 쿠다 코어의 수나 메모리 대역폭을 같은 칩셋의 데스크탑/모바일 지포스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워크스테이션을 위한 쿼드로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워크스테이션용 그래픽은 소비자용 그래픽과 다르게 칩을 배치, 보드를 설계하고 압박이 많은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므로 연산이 많은 소프트웨어의 처리하더라도 장시간 멈춤 없이 신뢰성 있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PC 그래픽과 다른 점입니다.

이용 환경과 소프트웨어

HP Z1, HP Z1의 특징
HP Z1의 운영체제는 윈도 7과 리눅스입니다. 윈도 7이라면 지금 윈도를 올린 데스크탑 PC 이용자가 쓰는 데 사용성 자체의 문제는 없는 셈이지요. 물론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에 맞는 운영체제를 쓰겠지요. 하지만 워크스테이션을 다르게 보는 부분은 그 안에서 실행하는 소프트웨어가 이유입니다. PC와 같은 구조이면서도 워크스테이션으로 불리는 것은 수많은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ISV)들의 인증을 받는 절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토캐드, 어도비, 솔리드웍스 같은 각 소프트웨어 제조사와 긴밀하게 협력해 해당 소프트웨어를 수행할 때의 연산 성능과 안정성 등을 점검 받아야 하는 것이죠. 더 많은 개발 기간과 테스트, 비용 등이 투입되고 많은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업계에서 중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수행하는 워크스테이션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까다로운 환경 안에서 HP Z1이 나온 것입니다.

정체성

이제 HP Z1의 본심을 이야기할 때가 됐습니다. HP Z1은 세계 최초 워크스테이션이지만, 분명 데스크탑의 경계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제품입니다. 워크스테이션을 가장하고, 고성능 데스크탑 PC를 이용하는 전문가를 유혹하는 제품인 것이지요.

HP Z1이 워크스테이션의 조건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종전 워크스테이션을 쓰는 대상을 보면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연산이 많은 작업을 위해서 부품을 구성하고 내부 안정성을 높였음에도 외형과 사용성은 일반 소비재 스타일에 더 가까우니까요. 때문에 어쩌면 해석이 쉽지 않은 워크스테이션입니다. 종전에는 등장한 적 없는 올인원이라는 형태만 놓고 봐도 그러하니까요.

이는 기존 시장을 빼앗는 제품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여는 제품이라고 보는 게 더 옳을 것입니다. 특히 고성능 올인원 데스크탑 시장과 맞닿는 곳의 PC 영역에 발을 담그는 데 알맞은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고성능 올인원 PC 시장의 가장 강력한 시장 지배자는 아이맥입니다. Z1은 세련되고 돋보이는 외형으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아이맥과 싸워야 하지요.

그런데 아이맥과 HP Z1은 PC와 워크스테이션이라는 다른 출발점에서 고성능 올인원 시장을 두고 싸우게 됩니다. 범용성에서는 아이맥이 좋을 것이고, 전문 용도로는 HP Z1이 눈에 띌 것이니까요. HP 커머셜 사업부 짐 자파라나 수석 부사장도 바로 이 점을 아이맥과 차별성으로 언급했습니다.

HP Z1, HP Z1의 특징
HP 커머셜 사업부 짐 자파라나 수석 부사장
“명확하게 Z1 워크스테이션이 프로페셔널 레벨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죠. 엔비디아 쿼드로를 기반으로한 그래픽 성능, 인텔 제온의 프로세서 처리 성능, 10K와 레이드로 묶을 수 있는 하드디스크 성능이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더 높여줍니다. 어도비와 오토데스크, 솔리드웍스 등 소프트웨어들이 이 기술을 바탕으로 더 빠르게 읽고 처리하는데, 이것이 다른 하드웨어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제품력의 차이는 곧 아이맥을 쓰고 있는 이용자가 아니라 아이맥과 같은 형태를 원하면서도 이를 쓰기 힘든 이용자들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 단지 문제는 과연 이 시장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모른다는 것이죠. 짐 자파라나 부사장도 이제야 올인원 워크스테이션을 처음 출시했으니 성장을 지켜봐야 할 것이며 지금은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하더군요. 이는 섣부르게 시장을 전망했다가 낭패를 볼 경우를 대비한 엄살이지만, 한편으로는 의외성이 강한 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에 대한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HP가 노리고 있는 숨겨진 고성능 올인원의 수요가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도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말인 것이죠.

HP Z1, HP Z1의 특징
새로운 시장의 개척, 또는 넘을 수 없는 시장 장벽의 확인이라는 두 가지 상황 앞에서 HP Z1은 어쨌든 도전을 해야 하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어쩌면 그 도전은 이미 처음 기획을 하던 그 순간부터 정해진 것이었을 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더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제품인지도 모릅니다. 데스크탑 시장을 넘보는 워크스테이션, 아이맥과 다툴 워크스테이션 같은 이분법으로도 좋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워크스테이션 같은 선구자적 시각도 좋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안되면 ‘왜 HP Z1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 같은 쓴소리가 담긴 이야기도 각오해야겠죠. HP Z1은 그런 워크스테이션입니다. 충분히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는…

덧붙임 #

1. 워크스테이션이 궁금하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길.

워크스테이션 어디 쓰일까?…데스크톱 ‘피처폰’ 워크스테이션 ‘스마트폰’  

2. HP Z1의 국내 판매는 아이비 브릿지 발표 이후인 5월로 예상되고 있으며 제온을 넣은 쿼드 코어 모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은 미정이나 250만 원 전후로 예상. 10억 개의 색을 표시하는 24인치 드림 컬러 모니터가 230만 원인 상황을 감안하면 드림컬러 모니터 기술을 가진 27인치 올인원 워크스테이션으로는 그리 나쁜 가격은 아니라고 보여지는군요.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 Comments

  1. 2012년 3월 10일
    Reply

    어쩌면 데스크탑과 워크스테이션을 가르는 구분은 멀티 CPU냐 싱글 CPU냐가 되는 느낌이 강하긴 해요.
    물론 고급사양으로 그래픽카드 4개 박아서 사용이 가능한 메인보드도 있지만 말이죠.

    • 칫솔
      2012년 3월 11일
      Reply

      목적 자체가 다르니 그만큼 하드웨어의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봐야겠죠. 아무튼 일반 PC 이용자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워크스테이션이 나온 듯 싶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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