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로 시작해 깊은 고민만 남긴 G★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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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의 자갈밭 속에서 실낱 같은 희망 찾기
우려로 시작해 깊은 고민만 남긴 G★2007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세 돌을 맞이한 게임계의 가을 잔치, 지스타 2007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소문난 게임 잔치에 올라올 진미를 기대하고 찾았던 수많은 게이머와 매체들은 지난해보다 덜 차려진 잔칫상에 대한 한숨과 불만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있다.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행사도 아니고, 이미 걸음마 단계를 넘겨 뜀박질을 해도 모자란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전시회가 날이 갈수록 게이머와 각종 매체로부터 비판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업체 대거 불참, 그야말로 ‘반토막’
지스타 2007은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썰렁한 기운이 감지됐다. 그 원인은 대폭 줄어든 게임 전시 부스 때문. 작년과 같은 크기의 전시공간을 임대했지만, 참여 업체가 준 탓에 전체 부스가 차지한 공간이 줄어든 게 그 이유였다.
지난 해 지스타 2006에 참여한 업체는 150개가 넘었고, 이 가운데 B2B관을 운영한 30여개 업체를 뺀 나머지가 전시관을 운영했다. 지스타 조직위가 밝힌 지스타 2007의 전체 참여 업체(참가업체 리스트 보기(PDF)는 고작 118개. 지난해와 비교하면 40여개 업체가 무더기로 빠져 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전시에 참여한 것은 57개 업체 뿐이라는 점이다. 무려 61개의 업체가 B2B관으로 빠져 나가 전시관에 들어선 업체 수는 그야말로 반토막난 상황이었다. ‘드는 건 몰라도 나는 건 티 난다’는 말처럼 참여 업체의 급격한 감소는 전시회의 규모를 작게 만드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전시 업체의 축소는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다양성을 내세워 관람객을 유치하는 전시회에서 그 운영에 차질을 빚는 문제를 낳는 탓이다. 온라인뿐 아니라 모바일과 콘솔, PC 같은 플랫폼이나 패키지 배급과 교육에 관련된 비즈니스의 다양성을 살필 수 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그러한 다양성을 볼 수 없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전시 부스를 연 57개 업체 가운데 그럴싸하게 부스를 운영한 것은 13개의 온라인 게임 업체와 1개의 콘솔 업체 밖에 없었다. 기타 항목으로 분류된 21개 업체 중에서도 알짜로 분류할 수 있는 몇몇 업체가 있긴 했지만, 대형 전시 업체의 불참으로 인해 플랫폼이나 비즈니스의 다양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17개에 이르는 교육기관들을 빼면 전시관에 참여한 실질적인 게임 업체의 수는 더욱 적어져 결과적으로 소규모 전시행사로 전락한 셈이 되어 버렸다.


소니로 시작해 넥슨으로 끝난 지스타의 풍경
전시회 시작 직전 ‘소니가 지스타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비난과 시작 직후 ‘넥슨이 전시회를 살렸다’는 호평은 지스타 2007의 특징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와 함께 우리나라 콘솔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초대형 업체가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하는 바람에 지스타의 바람몰이에 찬물을 끼얹은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고, 후자는 이렇다 할 대형 이벤트가 없던 다른 업체 때문에 넥슨 만이 홀로 빛난 별이 된 상황을 압축한 표현이었다.
분명 넥슨은 지스타 2007에 가장 충실했던 게임 업체였다. 국민게임 카트라이더로 잘 알려진 넥슨은 가장 화려한 부스를 꾸미고 자사의 게임들을 전시했을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이 좋아할만한 퍼포먼스도 끊임없이 펼치는 등 이번 전시회를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 뿐만 아니라 크레이지 슈팅 버블파이터와 우당탕탕 대청소(이상 로두마니 스튜디오), 마비노기 영웅전, 허스키 익스프레스(이상 데브캣 스튜디오),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을 소개하는 대규모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국내 게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지스타를 자사 게임의 홍보 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의 대표적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는 화려함은 없지만 조용하게 실리를 추구했다는 평이다. 사옥 신축과 게임 이외의 온라인 비즈니스 확장으로 인해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엔씨소프트는 포인트 블랭크 외의 신작 전시는 안하는 대신 MMORPG 대작 아이온과 드래고니카를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이 아이온과 드래고니카 등을 좀더 쉽게 익히도록 일일이 도우미를 붙인 것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국 엔씨 오스틴에서 타뷸라라사를 개발하고 있는 리처드 개리엇이 전시 기간 중 부스를 찾은 것도 엔씨소프트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데 보탬이 되었다.
다른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은 신작 발표보다는 게임을 직접 즐길 수 있도록 체험대를 마련하거나 레이싱걸을 활용한 코스튬 플레이로 포토 세션을 갖는 등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운영했다.


불참한 게임 업체들, ‘나도 할 말 있소!’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처럼 지스타를 홍보의 장으로 활용한 기업도 있는 반면, 전시회에 참여했으면서 소극적으로 부스를 운영했거나 불참한 기업들도 할 말이 없던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지스타의 부스들이 화려함을 잃었다는 평가에 대해서 전시회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빡빡한 예산 안에 그나마 최선을 다했다”면서 억울해 했다. 국내 게임 시장이 외적 성장을 했는지는 몰라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업체마다 수익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화려한 부스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여 업체마다 지난해보다 전시 예산을 줄인 데다 부스를 운영하는 에이전시에게 돌아갈 비용을 제하면, 실제로는 60~70%의 예산으로 부스를 운영할 수밖에 없던 것이 문제를 키운 것이다.
불참한 기업들은 더 비판적인 이유를 내세웠다. 한마디로 “거길 왜 가나?”는 투다. SCEK와 반다이코리아, THQ, 코나미, 한빛소프트, 닌텐도 등 콘솔과 온라인 분야의 대형 퍼블리셔가 죄다 빠진 것은 투자대비 효과가 미비하다는 평가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들 외국계 기업들은 온라인이 주종인 국내 업체와 달리 대부분 콘솔이나 PC 패키지 유통을 주로하고 있어 단발성 행사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하기가 버겁다고 항변한다. 다만 SCEK는 KES 2007 같은 소니 그룹 차원으로 참여하는 국내 행사에 플레이스테이션 3와 게임들을 전시하면서도 정작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에 참여를 거부해 빈축을 샀는데, 덕분에 막판에 홀로 참여해 XBOX 360 부스를 운영한 마이크로소프트만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이 같은 인식은 국내 중소 게임 업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억 원씩 들여 부스를 운영해봤자 얻는 게 적은 지스타의 후광 효과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는 전시회와 정보 유통이라는 역학적 관계가 작용 한다. 업체가 노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관람객과 매체 모두 필요하다. 수많은 관람객과 매체가 전시회를 참관하더라도 볼것없는 전시회라면 이들을 통해 생산되는 기사나 정보가 급감한다. 깜짝 놀랄만한 신작 정보도 없고, 집이나 게임방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보여주는 것뿐이니 매번 기사는 딱 달라붙는 타이즈에 가슴을 풀어헤친 어느 부스의 레이싱걸 이야기 빼고는 할 말이 없다. G스타의 ‘G’가 ‘게임'(game)이 아닌 ‘걸'(Girl)을 뜻한다는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또한 더 화려한 이벤트와 다채로운 게임을 소개한 업체의 부스로 쏠리는 현상도 적지 않아 조금 적은 규모, 또는 소규모 업체들의 노출 빈도는 더더욱 적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스타에서 시연되는 거의 모든 게임은 당장 이용자에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므로 “홍보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전시회에 대한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변명은 당연하게 들리기만 한다.


수많은 비난 속에서 울려 퍼진 희망가
그래도 대부분의 게임 업체들은 지스타의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대부분은 비용이 많이 드는 전시 행사를 줄이는 대신, 모든 게임 업체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내실 있는 게임 행사로 바뀌어야 한다는 충고한다. 개발 관련 컨퍼런스나 투자 설명회, 수출 상담 등 업계가 국내외 게임 정보를 공유하고, 전시회의 홍보 효과를 크게 만드는 신작 발표회 위주로 전시 형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외국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임 전시회였던 E3가 규모를 줄여 비즈니스 위주의 게임 행사로 재편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도가 더 높아진 것을 벤치마크하자는 것이다. 지리적, 문화적으로 다른 여건인 지스타가 E3와 똑같은 형태로 운영될 수는 없겠지만, 일반 전시회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개발, 제작, 유통, 투자, 홍보, 평론 등 게임과 관련한 모든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업계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 관계자끼리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롭고 혁신적인 멋진 게임을 게이머에게 보여줄 수 있는 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잔고가 넉넉한 기업은 이 기간 일반인이 참여하는 행사를 열지만, 그래도 전시회의 부스 운영비보다는 덜 들면서 온오프라인 매체나 블로그를 통한 노출도가 늘어나 더 큰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용대비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이제 지스타가 외면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지스타 2007에 이런 가능성이 없던 건 아니다. 경기디지털콘텐츠 진흥원 측은 전시회 기간 동안 한국게임산업진흥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과 공동 주최한 글로벌 퍼블리셔 초청 수출상담회에서 B2B관에 입주했던 61개 업체가 올린 수출 상담 실적이 무려 3억5천만 달러라고 밝혔다. 또한 메릴린치와 HSBC, 인텔, THQ 같은 투자 업체가 우리나라 게임 업체에 신규 게임을 개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스타 투자 상담회를 열어 2억불의 투자 상담을 이끌어 내는 등 비즈니스적인 면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양해각서가 아닌 실제로 수출 계약이 이뤄진 것은 예당 온라인의 에이스 온라인 유럽 퍼블리셔인 게임포지에 20만 달러에 팔기로 한 것 뿐이어서 수출 상담액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외국 시장에 대한 판로를 넓힌 것은 분면 박수 받을 만하다.
지스타는 참여 업체들의 골을 빼먹는 관습적 전시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이와 똑같은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문제는 지스타를 당장 관람객 없는 행사로 바꿔서 운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일산이라는 지역적 핸디캡을 조직위가 제법 잘 메운 덕분에 15만여 명이나 다녀간 지스타 2007의 관객 동원 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관람객도 지스타라는 가을 축제의 한 축이 된 것은 분명해진 사실이므로, 관람객의 관심을 부스의 레이싱걸이 아닌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한 일이다. 관람색을 위한 전시 행사와 게임 업계를 위한 비즈니스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 발전했는지 이에 대한 답을 내년 지스타 2008에서 보고 싶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4 Comments

  1. 2007년 12월 1일
    Reply

    국내 업체 조차 제대로 참가하지 않는데, 세계 게임 쇼라는 타이틀을 걸기 부끄러운 현실이죠.

    • 2007년 12월 2일
      Reply

      그렇죠. 무엇보다 참여할만한 국내 없체도 별로 없다는 게 더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개발이나 유통, 소비에 대한 저변과 시장에 대한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가다보니 비판이 더 많은 게 아닐까 합니다.

  2. 2007년 12월 5일
    Reply

    결국 활발한 놈은 N모 사 둘밖에 없는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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