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섬의 비밀 2를 길거리에서 즐기기 위한 최강의 하드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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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살짝 정신 나간 글을 올려 봅니다 ^^;)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했던 이들은 아마도 scumm을 알 것입니다. scumm(script creation utility for maniac mansion)은 에릭 윌문더와 론길버트가 그래픽 어드벤처 게임인 매니악 맨션을 좀더 쉽게 만들기 위해 1987년에 개발한 스크립트 언어로, 루카스필름 게임스와 루카스아츠의 어드벤처 게임의 전성기를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게임 엔진이기도 합니다. 모두 10개의 버전이 만들어진 scumm은 스크립트를 수행하는 실행 파일만 만들면 PC와 게임기,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나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었죠. DOS와 윈도는 물론 애플 2, 매킨토시, 코모도어 64, 3DO, 아미가, 아타리 ST, NES, PC 엔진, 세가 CD 등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루카스필름 게임즈 또는  루카스아츠 어드벤처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어드벤처 게임의 인기가 사라지면서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scumm으로 나온 게임 중에 고전 게이머들이 아는 거의 모든 게임이 다 있습니다. 매니악 맨션을 시작으로 잭 맥크라켄, 인디아나 존스 3과 4, 룸, 원숭이섬의 비밀 1, 2 3, 풀 스로틀, 샘앤 맥스 히트 더 로드, 더 디그, 텐타클 최후의 날 같은 루카스필름의 게임들이 있습니다. scumm을 써서 만든 게임(http://wiki.scummvm.org/index.php/Humongous_Entertainment/Games)은 더 있습니다만, 루카스필름 게임즈(루카스 아츠) 이외에 유명한 게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참고로 anakin님의 지적에 따라 엘비라, 키란디아의 전설이 scumm 엔진을 썼다는 내용은 삭제합니다).


이러한 고전 명작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했던 게이머들에게 scummvm은 반가운 소식이었지요. scummvm은 거의 모든 컴퓨팅 장치에서 과거 어떤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scumm 게임도 실행할 수 있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이자 프로그램입니다.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하는 프로젝트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 며칠 전 업그레이드 된 scummvm 0.11.0을 공개했고, 아이폰과 노키아 인터넷 태블릿 등의 하드웨어에서 실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실행 파일 다운로드는 http://www.scummvm.org/downloads.php에서 하면 됨). 또한 AGI 256과 AGI 256-2 게임도 실행할 수 있게 된터라 킹즈퀘스트 시리즈나 폴리스 퀘스트, 래리 등 시에라의 일부 고전 어드벤처 시리즈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이번 scummvm 0.11.0을 통해서 즐길 수 있는 운영체제나 하드웨어를 잠깐 소개하면, 윈도 기반 PC, 페도라 7과 8 기반 PC, 데비안 4.0 기반 PC, 슬랙 웨어, 맥, PSP, 닌텐도 DS, 심비안 S60 버전 3과 심비안 UIQ 3 장치, 팜 OS 5, 조디악, ARM으로 작동하는 윈도 CE 장치, 아이폰, 마에모, 드림퀘스트, GP2X, 솔라리스 10, 아미가 OS 4, 아타리 등입니다. 거의 모든 PC나 장치에서 scumm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장치들에서 돌아가는 게임 목록은 http://www.scummvm.org/compatibility.php 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이 장치들을 보면 PC만이 아니라, PDA나 게임기, 휴대폰 같은 들고 다니는 장치에서도 즐길 수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장치에 scummvm을 깔면 꼭 집에 있는 PC 만이 아니라 야외에서도 scumm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지요(어드벤처 게임이 생각보다 시간 때우기 좋습니다. ^^).


때문에 어떤 휴대 장치가 게임을 즐기기 좋은지 한 번 실험해 보았습니다. 장치마다 입력 도구나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각 장치에서 실행되는 scummvm의 메뉴 체계와 인터페이스 역시 다릅니다. 그러다보니 게임을 즐기는 편의성도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데 PSP와 아이폰, HP rx5950 PDA, 아수스 EeePC 701에서 원숭이 섬의 비밀 2를 scummvm으로 실행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를 살펴봤습니다(NDSL는 테스트 대상에서 그냥 제외했습니다 -.ㅡㅋ). 아.. 각 장치 모두 실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소리도 잘 들렸습니다. 실제 작동 장면은 동영상으로 찍었으니 그냥 보시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1. PSP



장점
아날로그 스틱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명령을 할 수 있다.
키보드는 없어도 각 버튼에 주요 기능을 잘 심어 놓았다.


단점
16:9 와이드 화면이다보니 원래 게임 비율과 화면이 가로로 늘어진다.
아날로그 스틱을 움직일 때 커서가 조금 늦게 움직인다.


2. HP rx5950 PDA



장점
펜으로 정확하게 명령을 입력하고 사물을 지정할 수 있다.
캐릭터의 움직이나 명령 수행 등 전반적으로 반응이 빠르다.
터치로 다루기 편하게 필요한 메뉴를 아래쪽에 빼 놓았다.
가로 또는 세로로 방향 전환이 쉽다.
PDA에 있는 특정 키의 역할을 하도록 지정해 줄 수 있다.


단점
처음 실행할 때 세로 모드로 실행하지 않으면 터치 포인트가 반대로 움직이는  버그가 있다.
가로 해상도에 맞는 게임이다보니 세로 모드에서는 뭉개지듯 보인다.


3. iPhone(or iPod Touch)



장점
게임 화면이 가장 깨끗하다.
가로 화면과 세로 화면의 전환이 쉽고 세로 화면에서 이미지가 선명하다.
세로 화면으로 바꾸면 저절로 키보드가 떠 명령어 입력이 쉽다.


단점
정전압 방식 터치 스크린이라 커서 위치를 정확하게 대기 어려워 명령을 내리기가 어렵다.
손가락으로 지정하다보니 손으로 화면을 가리는 일이 잦다.
ESC 키를 지정해 놓지 않아 불필요한 장면을 건너 뛸 수 없다.



4. EeePC 701



장점
전체 화면이나 윈도 모드 중 하나를 골라서 즐길 수 있다.
이전에 즐기던 것과 똑같은 키를 쓸 수 있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의 역할도 제대로 한다.
터치패드 덕분에 명령과 사물을 정확하게 지정할 수 있다.


단점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짧아 오래 즐기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판단입니다만, 게임하기 좋았던 순서로는 rx5950 PDA > EeePC 701 > PSP > 아이폰입니다. 하지만 장단점을 고려해 순서를 정한다면 rx5950 PDA > PSP > EeePC 701 > 아이폰 순으로 놓을 것 같습니다.
뭐 어떤 하드웨어가 됐든 적응만 잘 하면 즐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아이폰(아이팟 터치)이 다소 불편하긴 했는데, 즐기다보면 극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틈틈이 오래 전에 나온 고전 어드벤처 게임을 즐기고픈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덧붙임 #
뭘 알고 싶어서 4가지 장치에서 테스트를 했느냐고 물으면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혹시 재미 없으셨나요? ㅜ.ㅜ;

덧붙임 #2
anakin님의 지적에 따라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덧붙임 #3
파이어폭스에서 태그스토리의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어 다음쪽 플레이어로 교체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4 Comments

  1. 2008년 1월 19일
    Reply

    제가 주저함없이 PSP를 택했던 것도 놀라울만큼 확장성이 좋은 에뮬레이팅 때문이지요^^ 스컴시스템을 사용한 게임 대부분이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ㅠㅠ

    • 2008년 1월 19일
      Reply

      ㅋㅋㅋㅋ 표현이 재밌으시네요 눈물이 왈칵

    • 2008년 1월 19일
      Reply

      저도 요즘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ㅠ.ㅠ

  2. 2008년 1월 19일
    Reply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플래쉬 게임 하나 내볼까엽?

    • 2008년 1월 19일
      Reply

      플래시가 돌아가는 건 우리나라 휴대용 MP3나 MP4 플레이어 뿐일 듯 싶습니다만~

    • 2008년 1월 19일
      Reply

      어도비 사에 의하면 LG폰에도 그렇고 삼성폰에도 그렇고 플래쉬가 돌아가는 폰이 4대밖에 없답니다..
      세계적으로 말이죠;;

    • 2008년 1월 20일
      Reply

      그렇군요. 휴대폰 업체들이 플래시의 상업성에 대한 남다른 고민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

  3. 2008년 1월 19일
    Reply

    죄송하지만요, “엘비라나 사이먼 더 소서러, 고블린 시리즈, 키란디아의 전설” 등의 게임들은 SCUMM 엔진 기반의 게임들이 아닙니다. 단지, ScummVM 프로젝트가 확장되면서 비 SCUMM 게임들을 포함시켜 나간 거죠. SCUMM은 처음부터 루카스 사 내부에서 사용하기 위한 스크립트로, 창시자 론 길버트가 루카스를 떠나며 세운 자신의 회사에서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회사 게임에서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SCUMM 엔진을 사용한 게임 목록입니다.
    http://wiki.scummvm.org/index.php/SCUMM#Games_using_this_engine

    그리고, ScummVM에서 지원하지만 SCUMM 기반이 아닌 게임들 목록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cummVM#Games_by_other_developers

    • 2008년 1월 19일
      Reply

      네, Humongous Entertainment가 바로 제가 언급한 “창시자 론 길버트가 루카스를 떠나며 세운 자신의 회사”입니다. ^^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 중에서는 SCUMM 기반 게임들이 있습니다. 론 길버트씨가 자사의 게임에서 SCUMM을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루카스 사에 요청을 하였다고 하더군요.

    • 2008년 1월 19일
      Reply

      좋은 설명 고맙습니다. ^^
      그나저나 론길버트.. 그분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요? 옛 게임 디자이너 가운데 정말 근황이 궁금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만~

    • 2008년 1월 20일
      Reply

      아아, 길버트씨는 현재 캐나다 회사인 Hothead Games에 취직하여 새로운 게임인 DeathSpank를 만들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가 쓴 이 글에 있습니다. http://lunarsix.egloos.com/3570233

  4. 2008년 1월 19일
    Reply

    음….재미있는 실험을 하셨군요…ㅎㅎ

    • 2008년 1월 19일
      Reply

      네.. 간만에 심심해서… ^^;

  5. 2008년 1월 19일
    Reply

    원숭이 섬의 비밀 2 군요. 처음 할 때 2HD 디스켓 6장을 열심히 갈아끼우면서 인스톨 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 플레이할때 그야말로 기대하면서 플레이한 기억이 있습니다. PSP로 한번 시도해봐야겠네요~

    • 2008년 1월 20일
      Reply

      디스켓이라는 용어는 사라져도 원숭이 섬의 비밀 시리즈는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
      PSP에서 재미있게 즐기세용~

  6. 2008년 1월 19일
    Reply

    아이팟터치에서도 되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론 길버트 아저씨 최근 소식을 어디선가 들은 거 같은데,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아무튼 개인 블로그는 현재 운영중인 듯 합니다.
    http://grumpygamer.com/

    • 2008년 1월 20일
      Reply

      오~ 그렇군요. 링크 고맙습니다.
      론길버트에게 원숭이섬을 다시 만들어달라는 게이머의 요구가 많긴 많은가 보군요. 블로그를 통해서 이에 대한 입장까지 말하는 걸 보면.. 이제 좀 지긋지긋한 질문이기는 하겠네요. ^^;

  7. 2008년 1월 19일
    Reply

    psp는 역시 커펌 안되있으면 안 돌아가겠죠….ㅜ.ㅜ
    이런거 보면 커펌하고 싶어짐….

    • 2008년 1월 20일
      Reply

      커펌하면 안할 때가 그립고, 커펌을 안하면 커펌을 하고 싶고..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대를 사는 겁니다. ^^;

  8. 2008년 1월 19일
    Reply

    원숭이섬.. ABCD도 모를 어렸을때 하느라
    고생한걸 생각하면 ㅠ-ㅠ

    • 2008년 1월 20일
      Reply

      아무것도 모르고 즐겼을 그 때가 그냥 좋았을 것 같은데요. ^^

  9. 2008년 1월 20일
    Reply

    으하~ 정말 많은 거 배우고 갑니다. 그리고 지금 맥하고 PDA에 설치하러 달려갑니다. 🙂

    • 2008년 1월 20일
      Reply

      벌써 다 깨신 것 아니시죠? ^^;
      그나저나 이 게임을 한 지 오래되어서 어디에 어떤 아이템이 필요한지 다 까먹었네요. 설명서 없이 다시 하려니 머리가 아픕니다. -.ㅡㅋ

  10. 2008년 1월 20일
    Reply

    NDS 용으로도 있길래 사용해봤더니 아주 편리하더군요.
    PSP 나 아이폰에 비하면 아주 편리한듯 합니다 🙂

    • 2008년 1월 21일
      Reply

      NDS도 터치스크린이라 편하긴 하지요. 사실 요즘 단속 때문에 일부러 NDS 테스트는 올리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만, 아무튼 잘 됩니다. ^^

    • 2008년 1월 21일
      Reply

      맞습니다. 오리지널 하드웨어가 최고죠~ ^^

  11. 캐딜락
    2010년 1월 10일
    Reply

    역시…저도 psp에다가 고전 도스게임깔아봣는데… 약간 끊겻지만 감동이 ㅠㅠ

  12. 2010년 4월 22일
    Reply

    뭐…느낀 분들이 있으실진 모르겠지만…원래 오프닝의 원숭이 나오기 직전에 사운드가 잦아드는데 PPC버전에서만 중후한 사운드가 계속 깔리네요. 제 EM1도 같은 현상이 있고요.

  13. 그거
    2010년 9월 15일
    Reply

    원숭이섬의비밀 1,2 가 아이폰용으로 정식으로 앱스토어에 출시되었더군요..
    그래픽도 좋아지고(화면 두손가락으로 문지르면 클래식화면으로 전환가능) 터치로 모든게 가능해지게 바껴서 아주 대 만족입니다.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오호 그렇군요. 찾아봐야겠네요.

  14. Cream
    2012년 11월 3일
    Reply

    안녕하세요… 제가 안드로이드폰을 사용중인데 원숭이섬의저주를 하고싶습니다 3편이죠.. 돌아갈까요? 어떤프로그램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요… 어릴적에 재밌게했던 게임이라 스토리도 괜찮고.. 꼭 해보고싶네요… 네이버와 구글을 통해 비슷한 포스트를 많이 읽어보았지만 자료만 올려대지 실제 구동해보고 이렇게 포스트작성한곳이 몇군대 없더라구요… 대충 보니까 scummvm apk를 설치하고 또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게임데이터까지 넣어야한다는데 어떤식으로 구동해야할런지… 2008년 작성하신거라 오래되어 혹시 아실런지는 모르겠지만 알고계신다면 꼭좀 도와주세요..
    이메일 – insist20@naver.com

    • 칫솔
      2012년 11월 7일
      Reply

      일단 모듈 자체는 어느 운영체제든 똑같아서 scumm 으로 만든 원숭이섬3도 돌아갈 듯 싶습니다. 다만 지금은 게임을 갖고 있지 않아 테스트를 하지 못하고 답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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