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 일병의 딜레마에 빠진 인텔

사용자 삽입 이미지인텔 아톰 프로세서는 스마트폰부터 가전,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게 쓰일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넷북이나 넷탑용 프로세서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한 때나마 PC 산업의 역성장을 막아 낸 넷북/넷탑의 시장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그렇게나마 인정받은 셈이지만, 사실 인텔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의미의 프로세서기도 하다. 고성능 프로세서와 철저하게 경계를 두려했던 탓에 아톰 프로세서의 발전은 더뎠고,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성능을 담지 못했다. 결국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PC 제품군들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인텔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 인텔은 아톰 프로세서의 넷북이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황을 탐탁치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아톰 프로세서의 대량 판매를 통해 이익은 남았지만, 다른 프로세서의 이익률에 비하면 현저히 낮았던 터라 이 시장을 키울 생각은 없었다. 알아서 커지는 시장에 지원은 할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울트라씬’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이전시키려 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어쨌거나 인텔은 박리다매의 경제 원리가 그들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기를 원하지 않았던 터라 아톰 스티커를 붙이는 비용을 제외하고 아톰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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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ARM 윈도RT와 x86 윈도8 두가지 모델로 나온다.
그런데 아톰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던 인텔을 혼란케 만드는 상황이 눈앞에 도래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자적인 제조 생태계의 구축을 위해 인위적으로 ARM을 끌어들이기로 한 2년 전의 결정에 따른 하드웨어가 이제 새 윈도우의 발표와 함께 데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MS의 윈도우 RT는 ARM에서 돌아가는 첫 윈도 운영체제지만, 인텔에게 있어 PC 생태계 안으로 경쟁해야 할 아키텍처의 진입은 적지 않은 위협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앞서 ‘윈도우 RT로 제조사 통제 나선 MS의 야욕‘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8으로 두 개의 제조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서피스를 발표하면서 저전력/저가 시장에서는 ARM을, 고성능/고가 제품에서는 인텔 코어 i5를 넣은 두 가지 서피스를 내세웠는데, 얼핏 양 진영을 아우르면서 균형을 맞춘 듯 보여도 사실 소비자의 인식에 경계선을 그으려는 의도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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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도 태블릿 시장을 손놓고 지켜보기만 한 게 아니다.
이러한 MS의 움직임을 팔짱 끼고 얌전히 지켜 볼 수 없는 인텔이지만,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두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사실 인텔은 태블릿 PC에 맞는 듀얼 코어 아톰 프로세서 ‘클로버 트래일'(Clover Trail) Z2760의 공식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HP와 삼성, 레노버 같은 PC 업체는 클로버 트레일을 채택한 태블릿을 공개했고 이들을 포함해 20개 안팎의 클로버 트래일 태블릿이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클로버 트레일은 윈도8을 구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성능을 가진 저전력 프로세서로 ARM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프로세서다. 특히 예전 윈도의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하위 호환성을 유지한 덕분에 윈도8 전용 프로그램만 수행하는 ARM과 차별화된 능력은 분명히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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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가 ARM을 포기하고 내놓은 인텔 클로버트래일 태블릿
그런데 인텔이 클로버 트레일을 앞세워 ARM 태블릿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몇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톰 프로세서에 대한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을 깨야 하고, PC 제조사들이 하드웨어 단가를 낮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데 이 두 가지 모두 인텔로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아톰 프로세서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선 상당한 프로세서 마케팅이 필요하다. 자금력을 가진 인텔 입장에서 어려운 문제는 아닌 듯 보이지만, 아톰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기를 꺼려한다. 아톰의 적은 이익률이 가장 큰 이유기도 하지만, 현 시점에서 아톰의 성장은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을 잡아먹는 카니발라이즈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한 클로버 트레일 프로세서의 가격을 낮춰 낮은 판매가 정책을 쓰고 싶어도 실제 PC 제조사가 하드웨어의 판매가를 낮춘다는 보장이 없고, PC 제조사를 압박하는 것은 칩 공급자에 불과한 인텔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인텔이 클로버트레일을 ARM과 코어 프로세서 사이의 중간 단계를 구성하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사실 하드웨어의 매력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없는 게 문제다. ARM의 저가/저전력도 아니고, 코어 프로세서의 고가/고성능도 아닌 저전력/저성능의 애매한 가격으로 공략하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합리적인 조건이 아니라 애매하게 보이는 부분이다. 그나마 기존에 쓰던 윈도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인텔도 그 점을 공략할 것이지만, 성능과 가격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ARM이 PC 시장의 한 축을 구축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기존 제조 생태계의 유지를 위한 노력도 포기할 수 없으니 정말 답답한 상황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윈도8 태블릿 생태계에서 아톰 프로세서는 꽤 쓸만한 카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어떻게 패를 꺼내 써야 할지 무척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윈도8의 제조 생태계의 새 판을 짜는 지금 아톰 프로세서 전략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텔이 모를리는 없을 터. 코어 프로세서와 ARM 사이에 샌드위치된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구하려고 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9월에 있을 인텔 개발자 포럼(IDF)이 그 전략의 밑그림을 보게 될 첫번째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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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5 Comments

  1. 2012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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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행보각 기대되네요~*
    벌써 목요일입니다~ 포스팅 몇번 하니, 한주가 다가네요~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셔요~*^^*

  2. Mr X
    2012년 9월 7일
    Reply

    마소는 인텔과 서서히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데 인텔은 마소가 가장 큰 수입원이니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인텔이 애플에다 열심히 마케팅을 하여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아톰이 쓰이게 된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생길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애플이 아톰을 쓴다라면 아톰을 그대로 안쓰고 인텔에다 커스터마이즈를 요구하고 그 커스터마이즈된 칩을 구입하여 쓸 것 같기는 합니다만…

    뭐 그래도 인텔로써는 그다지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인텔로써는 자사의 칩의 강력한 성능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더욱더 강력해졌다고 광고를 할 것이고(애플도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해서 광고를 할 겁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한 방에 뒤엎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인텔은 왜 이런 좋은 기회를 안 잡는지 오히려 궁금해지네요…

    • 칫솔
      2012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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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은 자체적으로 ARM 라이센스를 확보하고 삼성을 통해 칩을 생산하므로 당분간 인텔 칩을 사서 쓸 이유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인텔로서는 PC 시장을 어떻게든 유지시키는 것이 생존 전략의 일환이 될 듯 싶군요~

    • Mr K
      2012년 9월 12일
      Reply

      이미 맥킨토시가 인텔의 i시리즈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굳이 애플과의 추가적인 협업을 매게로 이미지 변신을 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PC라는 카테고리가 위협받고 비중이 줄어들고 있을 뿐이지 여전히 ‘강력한 고성능’의 이미지는 인텔이 독보적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ARM기반 칩을 사용하는 것은 모빌리티 구현에 가장 적합한 옵션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지 절대 인텔의 애플에 대한 배려나 구애가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개인적으로 아톰을 저렴한/저성능의 카테고리에서 합리적인 카테고리로 옮겨가려는 인텔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실제로 최신 아톰을 사용한 넷북은 2~3년전 아툼을 사용한 모델들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뽑아주고 있습니다. 이제 태블릿의 차례인 것이고요. 결국 이러한 인텔과 ARM 간의 경쟁구도에서 가장 득을 보는 건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우리 소비자들입니다.

    • 칫솔
      2012년 9월 20일
      Reply

      MR.K님의 의견대로 지금의 아톰은 성능 면에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단지 그 공백이 너무 길었고 넷북 시장을 스스로 죽여버림으로써 그 주목도를 유지하는 데 실패한 상황이지요. 이것은 인텔이 스마트폰 시장에 필요한 프로세서의 공급 시기보다 훨씬 앞당겨 시장이 만들어진 게 가장 큰 이유였지요. 어쨌거나 인텔 스마트폰도 슬슬 시장에 나오고 있으니 머지 않아 경쟁은 다시 벌어지게 될 테고 그 때에 소비자들도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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