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2015에서 흔적 없는 2016년형 PC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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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시회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규칙이 존재한다. 기업들이 제품을 발표하는 시간과 순서, 그리고 제품의 형태에 따라 관련 업계의 흐름을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규칙은 누가 시나리오를 쓰고 지정해 둔 것이 아님에도 보이지 않는 틀 안에서 규칙적으로 해마다 지켜지고 있다. 컴퓨텍스라고 예외는 아니지만, 가끔 그런 규칙이 깨질 때는 더욱 유심히 들여다 봐야 한다. 이번 컴퓨텍스도 그 규칙을 조금 벗어난 듯한 인상이 강하다.

컴퓨텍스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6월 1일에 타이페이에 도착했지만, 인천에서 비행기가 제 시간에 뜨지 못한 탓에 에이수스의 제품 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결국 기자 간담회 참석 시간에 맞추질 못한 탓에 황당하게도 시내로 가는 버스 안에서 에이수스의 제품 발표회를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통해  볼 수밖에 없었다. 굳이 이 발표회를 보지 않아도 되지만, 이 발표회를 보려는 이유는 있다. 인텔이 내놓는 다음 세대 코어 프로세서나 폼팩터에 맞는 제품이 이 발표회를 통해서 먼저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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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수스마저 신형 PC를 선보이지 않은 것은 의외의 일이다

그런데 올해 이 행사는 조금 이상하게 흘렀다. ‘젠세이션'(Zensation)이라 이름을 붙인 이 행사에서 에이수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형 PC 없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워치만 공개한 것이다. ‘Zen’이 에이수스의 모바일 제품을 뜻하는 브랜드라고 해도 새로운 코어 프로세서를 넣은 신제품도, 새로운 폼팩터의 신선한 PC 제품이 없던 것은 의외의 일인 것이다. 혹시 부스에는 있을까 싶어 컴퓨텍스의 셔터를 올린 6월 2일 아침 난강 전시장의 에이수스 부스를 찾았지만 마찬가지 신형 PC는 찾을 수 없었다. 현장에 있던 에이수스 관계자도 올해는 새로운 PC 제품군이 아니라 올초 선보인 T100 Chi와 T300 Chi가 여전히 주력 제품이라는 이야기만 꺼낼 뿐 새 제품이 없는 상황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에이수스 뿐만 아니라 에이서 부스에서도 다음 세대의 코어 프로세서를 넣은 제품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인텔의 신형 코어 프로세서를 넣은 PC가 컴퓨텍스에 없다는 것은 보기 드문 상황이다. 지난 해만 해도 코어M의 최초 레퍼런스를 인텔과 에이수스가 함께 선보였고 2013년에는 투인원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공조의 움직임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심지어 인텔 조차 6월 2일 TICC 플래너리 홀에서 열린 e21포럼 기조 연설에서 아이리스(Iris) 그래픽 코어를 강화한 5세대 제품군만 커크 스카우젠 컴퓨팅 부문 부사장이 언급했을 뿐 6세대 스카이레이크(Skylake)의 양산 일정이나 상용 예정 제품에 대해선 지난 선전 IDF에서 공개한 사항 이외에 추가 정보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단지 윈도10에 최적화될 것이라는 게 전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제외한 부분에서 인텔은 많은 것을 내놨다. 한 사무 공간에 있는 PC가 모두 같은 화면을 공유하는 인텔 유나이(Intel Unite)와 리젠스(Regence) 무선 충전 표준을 실행하기 위해 타거스와 하이얼 등 여러 기업과 협력을 맺은 사실도 공개했으며, USB 타입 C로 통합하는 썬더볼트, 다양한 IoT 연결에 필요한 기술 제공과 사물 인터넷을 위한 댁내 허브 장치 등을 소개했음에도 차세대 프로세서의 이야기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탓에 그저 앙금 없는 찐빵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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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퍼런스 샘플은 이미 선전 IDF에서 공개된 것으로 양산형이 아니다

보통 컴퓨텍스에서 신형 인텔 프로세서를 넣은 상용 PC 제품군의 출현은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초 양산 샘플에 기반한 첫 시제품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시장에 출시 연말 PC 수요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당 프로세서가 거의 준비되었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지난 해에 브로드웰 기반 코어 M의 양산 샘플을 넣은 투인원 제품이 소개되었음에도 인텔의 14nm 미세 공정에서 브로드웰의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한 안정화에 더 많은 시간을 쓴 탓에 올초에야 제품을 나놨던 아픈 기억이 있긴 하다. 아마도 브로드웰의 늦은 출시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해도 차기 시장을 대비해야 하는 업계에서 스카이레이크와 관련한 양산형 시제품조차 없는 이번 컴퓨텍스는 매우 이례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컴퓨텍스가 언제나 PC트렌드의 시작점이라 할 수는 없다. 단지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어려웠던 PC 시장에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인텔과 대만 PC 제조사들이 그 흐름을 돌리려는 노력 덕분에 컴퓨텍스는 무너지지 않고 지탱되어 온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맥빠진 전시회라는 비판은 항상 따라다니고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다음 컴퓨텍스가 열리기 전까지 PC 트렌드를 미리보기 위한 목적으로 컴퓨텍스를 찾는다. 그런데 그 트렌드를 읽을 수 없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이제 상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풀어야 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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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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