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리얼 센스의 재발견과 큐리의 등장

인텔 CES 2015 기조 연설, CES 2015 intel keynote, 큐리, Curie

PC의 황금기가 저무는 지금 가장 안타까운 기업으로 인텔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지 모르지만, CES 기조 연설의 인텔을 보면 아직 재미 없는 기업이라 말할 때는 아닌 듯하다. 이미 PC 프로세서를 중심 키워드로 쓰지 않은 지 여러 해가 됐음에도 늘 화제를 모으는 이야기를 끊임 없이 쏟아내고 있어서다. 파격적인 진행도 없고, 배꼽을 잡고 웃을 만한 유머가 넘치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날 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 그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특히 CES 2015에서 인텔은 의외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먼저 소개하지 않았다. CES 2015의 인텔 기조 연설에서 흥미로운 점은 기존 기술의 적용 영역을 과감히 파괴했다는 점이다. 인텔이 선택한 주제는 깊이감 있는 카메라 센싱 기술인 리얼 센스. 원래 PC 부문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했던 것이었지만, 이번 CES에선 그 제한된 영역을 깨고 다른 분야와 적극적인 결합을 시도했다. 지난 해 음성 비서 헤드셋인 자비스를 비롯해 에디슨과 무선 충전 그릇, 심박 이어폰 같은 다양한 웨어러블 기술과 장치를 선보인 것에 비하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리얼 센스를 주제로 올린 것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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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센스 카메라를 로봇에 탑재, 이동 중 물체에 부딪치지 않도록 한다

실제 키노트 초반 요리를 하면서 손의 움직임 만으로 PC를 제어하는 흔한 시범을 선보였을때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의 시나리오가 종전 리얼 센스 카메라의 활용 시나리오와 많이 달랐기에 다행이다. 리얼 센스 카메라를 응용, 바닥을 향한 카메라로 책상 위에 놓아 둔 사물을 여러 번 촬영해 곧바로 3D 모델을 생성하는 HP 스프라우트(Sprout), 드론에 리얼 센스 카메라를 적용, 사람이나 물체를 인식하면 이를 피해 움직이도록 만들어 지능적이고 안전한 드론을 만든 어센딩 테크놀로지, 리얼 센스 카메라 기술을 탑재한 로봇으로 무선 화상 통화 시스템을 시연한 아이로봇(iRobot), 앞쪽에 놓인 장애물이나 사물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보조도구 등 다른 영역과 결합된 리얼 센스 카메라 기술은 전혀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던 것이다. 낡은 기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닌 기술에서 얼마나 이롭게 할 수 있는가의 가치를 재발견한 것만으로도 키노트에서 발표할 의미는 충분해 보였다.

리얼 센스 카메라의 재발견으로 시작한 이번 CES 2015 인텔 기조 연설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이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 해 우표 크기 정도의 초소형 컴퓨팅 모듈인 에디슨을 공개한 데 이어 크르니자크 인텔 CEO는 이번 CES에서 큐리(Curie)라 부르는 더 작은 센서 모듈을 발표했다. 단추 크기보다 작은 이 웨어러블 모듈은 인텔 쿼크(Intel Quark) SE SoC와 블루투스 저전력 라디오, 센서, 배터리 충전 등을 담고 있는데 가벼운 동작을 감지, 이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담고 있다. 큐리는 옷이나 각종 사물에 손쉽게 붙일 수 있는 크기여서 제법 자유로운 형태의 웨어러블 제품과 관련 앱을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실제 크르니자크 CEO가 입고 있던 재킷의 단추에 붙여 놓은 큐리를 빼 보여줬는데, 좀더 자연스러운 웨어러블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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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텔은 큐리 같은 센서 제품을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센서형 제품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가공하는 산업을 겨냥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인텔의 작은 센서형 모듈 하나는 그 파괴력이 그리 크지 않지만, 그 센서의 데이터를 모으면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시대에서 센서를 탑재한 수많은 제품으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터라 인텔은 그 데이터를 더 쉽게 모을 수 있는 센서의 보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큐리 같은 센서형 제품은 결코 인텔에게 막대한 수익원을 안겨줄 수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없다. 그저 다양한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가 늘어날 수록 강력한 컴퓨팅 환경을 요구하게 되어 결국 인텔 고성능 프로세서의 수요도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인텔의 진짜 속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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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모양으로 가공한 큐리 모듈

어쨌거나 인텔은 그들이 어떻게 먹을 거리를 만들어낼지 끊임 없이 고민하면서 업계의 연결 고리를 늘려가고 있다. 스포츠 안경을 전문으로 만드는 오클리와 웨어러블 제품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을 발표하고, 50만 달러를 받은 웨어러블 챌린지의 우승자와 함께 휴대용 드론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비밀 번호 없이 보안을 해제하는 트루키 같은 기술을 무대 위에 올려 놓고 그 기술을 함께 쓸 동반자들을 소개하는 등의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소개도 빼놓지 않는다. 더 이상 PC용 프로세서에 대한 이야기를 기조 연설장에서 다루지 않는 데도 인텔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 잘할 수 있는 것과 잘 해야만 하는 것을 인텔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이유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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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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