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의 밀림 속에 던져진 we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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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지만, webOS의 운명이 지난 주 토요일에 결정되었다.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각도에서 저울질하던 HP가 webOS를 오픈 소스로 풀기로 한 것이다. HP CEO 맥 휘트먼은 webOS를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로써 webOS는 오픈 소스 라이센스 아래 모든 하드웨어 제조사가 쓸 수 있도록 소스 코드를 공개했다. HP는 물론 남아 있는 webOS 이용자, 그리고 webOS 소프트웨어 커뮤니티 등 webOS의 여러 구성원들까지 고려해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기에 존중할 만한 결론일 것이다.


사실 PC 사업 매각, webOS 하드웨어 사업 포기 같은 아포테커의 8월 발언 이후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4개월도 되지 않는다. 그동안 HP는 아포테커를 경질하고, 맥 휘트먼을 새 CEO로 앉혔으며, PC사업부 잔류를 선언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webOS가 나갈 길이 정해짐에 따라 아포테커 경질 이후 HP PC 사업부에 남은 혼란을 정리하기 위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webOS 개방이 단순히 HP만을 위한 결정이 아닌 것처럼 그에 따른 계산도 약간 복잡해졌다. 특히 오픈 소스 라이센스 아래 누구나 쓸 수 있는 개방형 OS라는 점에서 여러 면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늘어난 것이다. 좁게는 HP 내부와 더불어 안드로이드와 iOS가 주도하는 모바일 운영체제의 변화까지도 예상해 봐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webOS의 생존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webOS는 이번 결정으로 HP의 품을 떠나 webOS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로 옮겨간다. 이는 더이상 webOS가 HP의 소유가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webOS의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그밖의 필요한 도움을 지원하는 HP의 역할은 정해졌지만, 아직 어떤 형태로 이 커뮤니티가 구성되어 활약할 지 알 수 없고, 다른 써드 파티 개발사, 제조사의 참여도 미지수다. 운영체제 개방에 대한 HP의 입장을 환영할 뿐, 이에 대한 실익은 이제부터 따져보게 될 것이다.


비록 HP가 webOS를 오픈 소스로 풀었지만, webOS는 지금부터 진짜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더 이상 특정 기업의 막내 도령 노릇도 할 수 없고 생태계의 정치성에 따라 그 중요성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운영체제의 새로운 출구 전략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흥미로운 운영체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앞서 구축된 생태계로부터 공격당하기도 쉬운 처지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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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OS는 이처럼 작은 스마트폰에서도 훌륭하게 작동한다.

일단 webOS가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에 당장 위협적으로 볼 여지는 적다. 안드로이드 입장에서는 webOS가 똑같이 개방성을 앞세웠다 하더라도 잠재적 위협군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 제조사의 연합체인 OHA(Open Handset Alliance)를 통해 공통의 목적과 합의를 통해 모바일 운영체제로 성장한 안드로이드와 달리 아직 webOS는 이를 지원해줄 지지층이 거의 없는 탓이다. 운영체제 자체의 완성도는 webOS도 만만치 않지만, 이 운영체제를 풍부하게 만들어줄 개발 도구와 개발자 지원 등 안드로이드 생태계 만큼 갖추려면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잠재적 위협으로 볼만한 여지도 많다. 비록 일부 혼란이 있긴 했어도 지금은 안정적인 균현을 맞췄지만, 시한 폭탄 같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출구전략이 필요한 제조사들은 여럿 있다. 이들은 지금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했거나 가지려 애를 쓰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해도, 다양한 안전 장치를 확보해 놓고 싶은 제조사들에게 개방형 webOS는 군침을 흘릴 만하다. 어차피 iOS의 견제와 자기들의 먹을 거리를 수확하는 데 필요한 시장을 넓히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채택했지만, 특정 운영체제로 쏠리는 상황은 이들 제조사에게는 또 다른 위협이 되는 터라 다시 균형을 잡기 위한 대체제가 필요한 까닭이다. 때문에 몇몇 제조사가 webOS 기반의 하드웨어 제조를 위한 OHA와 같은 성격의 지원군을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허를 비롯한 다양한 변수도 남아 있어 섣불리 webOS를 채택하긴 힘들겠지만, 이를 우회할 수 있는 기술들이 공유된다면 webOS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어지고 이는 결국 새로운 위협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webOS를 오픈 소스로 푼 HP는 이를 기반으로 한 하드웨어 제조에 나설까? 가능성은 있다. HP CEO 맥 휘트먼은 더 버지(The Verge)와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은 안하겠지만, 태블릿은 만들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아포테커 전 CEO가 webOS의 하드웨어를 포기하고 webOS의 매각을 포함해 하드웨어를 만들 제조사를 찾았던 것과 반대의 길을 걷는 셈이다. 아포테커가 지휘봉을 잡기 전에는 노트북이나 프린터에도 적용할 계획도 있었지만,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능성 정도만 확인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보면 HP 안에서도 webOS의 위상이 많이 약해졌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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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터치패드를 통해 경험했던 webOS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렇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 webOS는 흥미로울 것이다. 떨이로 나왔던 99달러 짜리 HP 터치패드를 써본 이들은 종전 안드로이드나 iOS와 다른 느낌의 webOS를 보면서 색다른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이용자가 신선하게 느낄 만한 webOS가 오픈 소스로 공개됐으므로 별도의 통제 없이 각각의 단말기에서 서로 다른 UX로 만나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결국 제조사에게 좀더 많은 자유도를 부여하고, 가격과 기능에서 이용자가 좀더 접근이 쉬운 하드웨어를 내놓는데 도움이 된다면 webOS는 그동안 구축하지 못했던 생태계로서 독립할 수 있는 운영체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생존에 대한 걱정부터 해야 겠지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3 Comments

  1. 2011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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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bOS를 직접 본적이 없어서
    어떤지 이야기를 하기 어렵지만…
    이번 글을 보면서 급 관심이 가네요~

    • 칫솔
      2011년 12월 15일
      Reply

      webOS 단말기가 국내에는 거의 없었으니까. 아마 내년에도 제품 보기는 힘들지 않을지…

  2. 2011년 12월 12일
    Reply

    춘추전국시대인가요^^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 칫솔
      2011년 12월 15일
      Reply

      춘추전국시대에 끼이긴 어려운 같은 작은 지방 국가 정도쯤 되겠지요. 고맙습니다. ^^

  3. 2011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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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가 12억 달러를 들여 매입한 Palm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OS인 webOS에 대한 운명이 결정되었다. HP는 webOS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ple 출신의 Jon Rubinstein이 주도하여 개발한 코드명 Nova의 webOS는 2009년 1월 CES를 통해 치열한 모바일 OS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5개월 뒤 2010년 4월 Palm이 HP에 매각되면서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되었다. A..

  4. 2011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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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HP 외의 대표적 기기 몇개 골라서 최소한의 포팅 정도는 해주는게(혹은 포팅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파티에게 지원이라도) 좋을 것 같네요. 임베디드의 세계는 워낙에나 오묘해서리… 범인은 근접할 수도 없더라구요 ㅋ..

    • 칫솔
      2011년 12월 15일
      Reply

      그렇죠. 하지만 임베디드 쪽도 시장이 만만치 않아서 이 녀석이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ㅠ.ㅠ

  5. 2011년 12월 12일
    Reply

    글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사진 아래 두번째문단 첫째줄에 균현 이라고 오타가 나있네요ㅎ

    • 칫솔
      2011년 12월 15일
      Reply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

  6. 김기범
    2011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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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식이형~~!!
    저 기범요! 잘 지내죠???
    사랑합니다~~
    고모께도 안부전해주세요 ^^

    • 칫솔
      2011년 12월 15일
      Reply

      아차.. 전화한다는 걸 깜빡했네. 그랴. 잘 지내고 있겠지? ^^

  7. 2011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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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도 천대 정도만 100$로 팔았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아쉽긴해요 ㅠ.ㅠ

    • 칫솔
      2011년 12월 29일
      Reply

      그랬다면 손해도 그만큼 컸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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