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탑재 논란 ‘정부 3.0’… 고마해라, 마이 알렸다 아이가~

노이즈 마케팅이란 게 있다. 물건이 좋든 나쁘든 상관 없이 잡음(Noise)을 일으켜 관심을 끄는 마케팅 수법이다. 잡음이란게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닌 시끌시끌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말하니 결코 좋은 마케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잡음이 한번 일면 싫든 좋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기에 그만한 효과도 없진 않은 터라 이를 이용한 마케팅도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 최근 갤럭시 노트7 출시와 함께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볼만한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대상은 갤럭시 노트7이나 이 스마트폰을 만든 삼성전자 때문이 아니다. 갤럭시 노트7에서 일어난 잡음은 정부가 만들어 배포하는 ‘정부 3.0’이라 부르는 앱 때문이다. 정부 3.0 앱의 정확한 이름은 ‘정부 3.0 서비스 알리미’. 일자리 찾기, 직업 훈련, EBS 수능 강의 같은 정부의 서비스를 한 눈에 확인하고 각 서비스를 모바일에서 좀더 쉽게 접근하도록 만든 웹앱의 일종이다. 또한 정부가 만든 91개의 앱을 설치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 링크를 담고 있는 정부의 서비스 포털이다. 정부 3.0 앱과 함께 안전신문고라는 앱까지 두 개의 앱이 갤럭시 노트7의 선탑재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자 잡음을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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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7이나 갤럭시 S7을 초기화하면 맨 마지막에 이러한 다운로드 항목에서 관련 앱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이 논란에서 두 가지 바로 잡을 부분이 있다. 정부 3.0과 안전신문고 앱은 선탑재라고 부르기에 조금 애매하긴 하다. 고동진 삼성 무선 사업부 사장이 갤럭시 노트7의 주요 특징과 이슈에 대해 설명하는 미디어 데이에서 “정부 3.0 앱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이용자가 내려받을 수 있는 형태로 넣었으며 앞으로도 큰 무리가 없으면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 앱은 갤럭시 노트7을 첫 설정할 때 맨 마지막 단계에서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태에서만 다운로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선택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앱이지만, 사전에 설치된 선탑재 앱은 아니다. 선탑재에 대한 오해와 함께 이 제품은 갤럭시 노트7 뿐 아니라 펌웨어 업데이트가 끝난 갤럭시 S7 시리즈에도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부 3.0과 안전신문고가 스마트폰의 선탑재 앱이 아니라 강변해도 이 문제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이야기는 아니다. 이 앱을 내려 받기 형태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제조사의 인식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왜 정부가 만든 앱에 의미 있다는 판단을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사업자가 내리고 다른 스마트폰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오만한 결정을 하느냐는 점이다. 더구나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업체인 삼성의 시장 영향력을 감안할 때 다른 스마트폰 사업자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점에서 이는 업계에 잘못된 결정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가장 큰 변명거리를 만들어준 셈이다. 오래 전부터 삼성에서 움직이면 꽉 막혔던 법들도 술술 풀린다는 말이 나돌 만큼 삼성의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제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들이 과연 삼성도 받아들인 정부 앱의 배포 방안을 거부할 명분이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이 앱을 단순히 선탑재와 동일한 관점으로 보느냐가 아니라 정부가 만든 앱을 스마트폰에 탑재해 알리는 것이 얼마나 불공정 경쟁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점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들여 만든 앱을 최소의 비용으로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러한 앱을 이용자가 구매한 스마트폰에 올려지는 개발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개입을 달가워할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

일단 정부 3.0과 안전신문고 앱이 다운로드라는 옵션을 통해서 선택적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옵션을 넣을 때의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취지가 좋으니 넣는 방향으로 해보자’고 한들 뚝딱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이 들어가면 개발부터 설치까지 전 과정을 검수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누가 책임지는가? 정부가 보조를 하지 않는다면 이를 제조사가 모두 대야 하고, 정부가 비용을 댄다면 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세금으로 보조하는 만큼 문제가 된다. 비용이 들어도 문제, 안들어도 문제다. 제조사가 개발비를 써야 하는 이용자는 그 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어쩌면 전체 제품가액에 비해 그리 큰 금액이 아닐지 모른다. 허나 쓸데 없는 개발 요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갤럭시 노트7처럼 비싼 스마트폰이면 몰라도 중저가 시장용 스마트폰에서 이러한 요구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 입장에서 볼 때 분명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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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정부 3.0 서비스 알리미. 정부의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모아 놓은 모바일 포털이다.

또한 두 정부 앱의 설치가 국산 스마트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 역시 시장의 불공정 경쟁의 한 이유로 작용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정부 앱을 국내 제조사들 스마트폰에만 적용하고 아이폰을 비롯한 외산 스마트폰은 모두 앱스토어에만 등록하겠다고 밝힌 것은 결과적으로 국내 스마트폰만 보이지 않는 규제로 차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국내 제조사와 협상의 결과라 말하겠지만, 반대로 보면 대정부 협상력이 약한 국내 제조사에만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꼴이어서 국내 제조사들만 더 많은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거나 통상 마찰의 우려가 있는 외산 제조사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제조사만 상대로 하는 이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하는 시장에서 정부 스스로 국내 제품을 역차별하는 불공정 관행을 만든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의 이러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비판을 2014년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규정할 때 주장했다는 점이다. 미래부의 선탑재 가이드라인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미래부 이진규 인터넷정책관은 “이번 개선안은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한바 있다. 스스로 공정 경쟁을 위해 선탑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던 정부가 선탑재가 아닌 듯한 편법을 동원해 스스로 불공정 경쟁에 뛰어든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곰곰히 따져야 할 때다.

최신 스마트폰에 정부 3.0이나 안전신문고 앱의 홍보를 맡긴 정부는 이 모든 일이 공익이라 여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의 이익을 모두의 이익으로 포장하는 것은 그저 보이지 않는 갑질로 비치는 상황에서, 이를 공익으로 받아들일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더구나 다운로드가 됐든 선탑이 됐든 스마트폰에 싣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에 정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일반 앱 개발사들에 비하면 정부는 거의 무임승차처럼 보이는 행위가 어찌 불공정 행위가 아니라 말할 수 있나. 

어찌됐든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에 두 가지 정부 앱에 대한 홍보는 적잖이 됐을 터…
그러니 이제 고마해라, 마이 알렸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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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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