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컨텐츠 연합 서비스, 단팥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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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 있었던 단팥(danpod.com) 시연회는 PMP나 MP3 플레이어, DivX 플레이어, PC 같은 장치에 필요한 동영상 컨텐츠를 공급하는 주문형 컨텐츠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단팥은 컨텐츠 또는 그 권리를 소유한 방송사와 음원 기획사, 전문 컨텐츠 제작사 등이 모여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하는 주문형 컨텐츠 서비스다. 컨텐츠가 필요하지만 공급이 여의치 않았던 PC와 휴대 장치(가정용 재생 장치) 업체와 컨텐츠 소비 시장을 확대하고자 하는 컨텐츠 업체, 여기에 소비하고자 하는 컨텐츠를 쉽고 빠르게 구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단팥의 성공 여부에 따라 컨텐츠를 자산으로 갖고 있는 다른 사업자들이 행보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컨텐츠 사업자들, 마음을 돌리다
이제까지 방송 3사는 물론 음원과 각종 영상의 판권을 갖고 있는 컨텐츠 사업자들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전용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용자들을 맞이해 왔다. ‘컨텐츠=돈’이라는 인식아래 투자 대비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꾸준히 돈을 부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기업들의 자기중심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어도 이용자는 몰려들지 않았다. 컨텐츠를 직접 팔겠다고 만든 컨텐츠 직영 매장 대신 불법 장터인 P2P로 손님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는 컨텐츠 사업자가 제때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서는 더더욱 아니다. 더 많은 상품을 쉽게 구하려는 소비자 측면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이용자는 이들 업체의 모든 컨텐츠를 다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몇몇 컨텐츠를 즐길 뿐인데도 불구하고 각 업체의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제각각 다른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야만 했다. 더구나 컨텐츠가 있는 시스템을 두루 거치면서 매번 가입해 프로그램을 깔고 결제를 하는 등 불편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컨텐츠를 검색해 싼 값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P2P와 웹 스토리지를 이용해왔고, 이는 컨텐츠를 팔기 위해 돈을 쏟아 시스템을 개발했던 사업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P2P와 웹 스토리지 서비스가 컨텐츠 사업자들 심정에 변화를 일으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P2P와 웹 스토리지에서 다운로드할 때 이용자들이 돈을 낸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해결해야 할 것은 컨텐츠를 쉽고 빠르고 편하게 구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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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 플랫폼의 개념

업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다
컨텐츠 유통의 문제를 알면서도 해법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컨텐츠 사업자들이 P2P와 같은 형태로 컨텐츠를 공급하려고 해도 사업자끼리 이해가 달라 선뜻 컨텐츠를 모으겠다고 나설 수 없었다. 이처럼 서로 융합하기 힘든 컨텐츠 사업자들에게 명분을 주면서 소비자들을 하나로 모으려면 누군가는 중개인을 자처해야만 했다. 중개인의 자격을 강제로 정할 수 없지만, 컨텐츠 사업자나 이용자의 믿음을 줄만한 시스템과 흔들림 없는 방향을 정하고 오랜 기간 사업자와 이용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단팥이 4월 5일 시연회를 통해서 공식 발표되었지만, 사업 주체인 뉴미디어라이프가 단팥 서비스를 준비해온 기간은 2년 이상이다. 그동안 서비스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컨텐츠 사업자를 만나 컨텐츠 사업을 이해시키는 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모두는 아니어도 그 전략을 이해하고 동의를 얻어낸 컨텐츠 사업자가 하나둘씩 생겨난 덕분에 지금 단팥을 공개할 수 있었다.
이전에 컨텐츠를 공급하던 다른 사이트와 단팥의 다른 점이라면 컨텐츠 연합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단팥에 컨텐츠를 공급하기로 약속한 사업자들은 KBS와 CBS, EBS 등 방송 분야와 채널 [V], SM 엔터테인먼트 등 음악/공연 분야, 생활건강 TV과 WIN ENGLISH 생활/교육 분야, 연합뉴스와 그 밖의 여러 컨텐츠 사업자들이다. 컨텐츠의 대부분은 TV 드라마나 오락, 시사, 교양과 관련된 방송 또는 사업자들이 제작한 동영상과 음악, 그리고 라디오 방송을 녹음한 팟캐스트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단팥은 이제까지 컨텐츠를 합법적으로 공급할 수 없어 위기를 맞고 있는 PMP와 동영상 플레이어 같은 장치 업체들도 단팥은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PMP와 동영상 플레이어는 불법으로 유통되는 동영상이나 하드웨어 업체에서 계약을 맺고 서비스하는 몇몇 컨텐츠를 재생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하드웨어 업체 대부분이 영세하기 때문에 다량의 컨텐츠 공급이 불가능하고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컨텐츠를 공급했을 때의 손해에 대한 부담감도 컨텐츠 공급 계약을 맺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 성공했다싶은 장치 업체도 컨텐츠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인 지금, 단팥은 이들 업체의 입맛을 돋우는 데 충분한 재료가 될 만하다. 현재 단팥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제품들은 뉴미디어라이프의 타비 030과 빌립 P1, 에이엘게이트와 디비코의 동영상 플레이어 등이다.


핵심은 컨텐츠 사업자의 권력 보전
뉴미디어라이프는 이날 시연회에서 2만9천 개가 넘는 컨텐츠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숫자로만 따지면 웬만한 컨텐츠 사이트와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컨텐츠를 확보한 것이다. 컨텐츠만 놓고 보면 벌써 절반의 성공을 거둔 듯 보인다.
중요한 사실은 이 컨텐츠를 공급하는 데 있어 돈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컨텐츠 사업자가 이 많은 컨텐츠를 단팥에 무상-서비스 사업자간 금전 거래가 없음을 의미-으로 공급하는 것인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개인에게 집중될 수 있는 권력을 사전에 막고 컨텐츠 사업자의 권리를 지켜주겠다고 보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팥을 서비스하는 뉴미디어라이프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TV포털 사업에 쓸 컨텐츠를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는 KT와 같은 초대형 기업이 아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벤처 기업에 불과한 기업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컨텐츠를 모은 뒤에 관리자에게 집중되는 권력에 강한 경계심을 가진 컨텐츠 사업자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이날 발표회에서 그 예로 든 것이 애플 아이튠이다. 단팥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주문형 컨텐츠 연합 서비스지만, 이 같은 형태는 이미 아이튠이 먼저 선보인 것이다. 애플은 여러 음반 레이블의 컨텐츠를 아이튠 스토어에서 구입해 아이팟이나 아이튠을 지원하는 단말기에서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비디오 재생이 가능한 아이팟 5세대 이후에는 몇몇 디즈니와 CBS 등의 영화와 드라마 컨텐츠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음반사들이 아이튠 이외의 다른 온라인 서비스에 자사의 컨텐츠를 서비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애플과 아이튠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컨텐츠 업체가 쉽사리 애플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데에 따른 결과라는 게 뉴미디어라이프 측의 주장이다. 때문에 애플의 컨텐츠 시장 지배력을 걱정하던 방송과 영화 컨텐츠 사업자들이 아이튠에 대한 컨텐츠 공급을 꺼려하면서 비디오 컨텐츠를 원활이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애플 아이튠의 브랜드가 워낙 막강해 컨텐츠 판매에는 다소 유리할 수 있지만, 자사의 컨텐츠가 아이튠에 귀속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단팥이 그 많은 컨텐츠를 수집할 수 있던 배경에는 아이튠을 벤치마킹해 컨텐츠에 대한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컨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 관리만 할 뿐 어떤 컨텐츠의 공급이나 철수 등을 요구하지 않으며, 단팥에 전속시키지도 않는 것을 말이다. 단팥에 컨텐츠를 자발적으로 공급하고 관리하면서도 자사의 사이트나 그 밖의 제휴 사이트에도 컨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자유로운 이 같은 제안은 결국 컨텐츠 사업자에게 득이 되는 제안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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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 참여를 확정한 컨텐츠 사업자들


드라마 한 편에 300~500원
단팥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PC에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 아이튠을 깔아야 컨텐츠를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것처럼 단팥 역시 클라이언트를 깔아야 구매할 수 있는 컨텐츠를 찾을 수 있다. 다운로드 한 컨텐츠는 아이튠처럼 단팥 클라이언트 안에서 재생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단팥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재생할 수 있다. 단팥도 DRM을 적용한 컨텐츠를 팔기 때문인데, 여기에 문제가 좀 있다. 컨텐츠 사업자마다 다른 DRM을 쓴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팥 클라이언트는 이 사업자들이 쓰는 모든 DRM을 알아챌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물론 자체 DRM도 있다. 종전 DRM 시스템을 쓰지 않는 사업자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이를 쓴 컨텐츠는 단팥 클라이언트가 아니면 재생하지 못한다.
단팥의 이용 요금은 드라마 한 편에 300~500원이다. 1회는 300원, 재생 횟수가 좀더 많거나 기간이 긴 것은 500원이다. 음악이나 다른 컨텐츠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500원 이상 책정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300~500원의 가격은 만화책 대여 요금과 같다. 만화책 1편을 빌려보는 것처럼 부담 없는 요금으로 컨텐츠를 사 보라는 뜻이다. 지금 드라마나 오락 프로의 다시 보기 요금은 화질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데 비싼 것은 1천원에 이른다. 이 값으로 700MB 짜리 드라마 1편을 받는데 싼 것은 100원, 비싼 건 300원 수준인 P2P나 웹 스토리지를 견제할 수가 없다. 이용자들은 합법 컨텐츠를 사서 본다는 의미보다 얼마나 싸게 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300~500원이라는 컨텐츠 요금이 적정한지 여부는 훗날 단팥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미룬다.


첫 걸음 뗀 단팥, 아직 갈길 멀다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업계가 충분한 밑밥을 던지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단팥이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당장은 이해가 맞아 떨어져 업계가 긍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더라도 여전히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만큼, 상황 변화에 따라 이러한 관계 역시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날 문제이므로 현재 단계에서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이슈를 정리해 본다.


첫째, 단팥의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P2P와 웹 스토리지에 대한 전략과 조치다. 단팥에서 서비스할 컨텐츠의 상당수는 P2P와 웹 스토리지에서 더 싸게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단팥 서비스가 합법적이고 편하다 하더라도 불법으로 유통되는 컨텐츠가 많으면 굳이 단팥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부터 방송사들은 P2P와 웹 스토리지에 대해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는 컨텐츠를 삭제할 것을 권고해 왔다는 점이다. 말만 권고일 뿐 사실상 P2P와 웹 스토리지를 두고 경고를 보냈던 것으로써, 컨텐츠 사업자들은 오는 5월 이후 본격적으로 법적인 조치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둘째, 마케팅을 주도하는 사업자가 없다. 홍보를 포함한 단팥의 마케팅은 운영 사업자인 뉴미디어라이프가 아니라 컨텐츠 사업자가 직접 해야만 한다. ‘단팥이라는 마트에 진열해 둔 너희 상품을 많이 팔려면 직접 고객들을 상대하라’는 뜻이다. 컨텐츠 사업자가 단팥을 통해서만 자기 상품을 팔아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단팥을 알리는 수밖에 없지만, 이는 단팥이라는 서비스를 알리는 것이지 자기 상품을 알리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열심히 마케팅을 통해 단팥으로 이용자를 이끌었다고 해도 자기 상품을 바로 찾을 수 없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사업자에게 권한을 넘겨 준만큼 강제로 비율을 나눠 마케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므로 단팥은 마케팅에서 약점을 지닐 수도 있다.


셋째,컨텐츠의 형태와 분류가 적다. 현재 오픈 베타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모은 컨텐츠를 모두 공개해 놓지 않아 실제 어떤 유형의 컨텐츠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단팟에 참여한 CP만을 놓고 보면 KBS 이외에 킬러 컨텐츠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송 3사의 의존도가 높은 주문형 컨텐츠 시장에서 KBS만 참여한 모양새도 보기에 좋지는 않다. 일찌감치 생각을 접은 MBC와 달리 단팥 참여를 저울질 하고 있는 SBS가 긍정적인 결정을 내려 컨텐츠를 공급한다면 분위기는 나아질 지도 모르지만 좀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다양한 연령대를 만족시키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컨텐츠와 만화나 소설, 플래시 애니메이션 같은 다른 유형의 컨텐츠까지 단팥 안에서 소화시켜 컨텐츠의 다양성을 극복해야 한다.


넷째, 컨텐츠를 소유할 수 없다. 단팥에서 내세우는 개념은 대여다. 이용자가 돈을 주고 컨텐츠를 볼 수 있는 권리만 획득할 뿐 컨텐츠 자체를 가질 수는 없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있어 ‘구매’란 사서 자기 것으로 지니는 것인데 일회성 또는 한정된 기간 동안만 소유를 하도록 만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대여의 목적으로 파는 것이라 값이 싼 장점이 있지만, 소유를 생각하고 구매하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법적인 문제다. 사실 단팥 자체는 법적인 문제에 얽매일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 방송법의 테두리 안에 TV포털을 가둬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TV포털을 보면 방송이 된 지 1시간이 지나자마자 해당 방송이 주문형 컨텐츠로 걸린다. 1시간 이내라면 거의 실시간과 맞먹기 때문에 방송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단팥에는 방송 3사가 다 참여하지는 않아 TV포털과 같지는 않다 해도 두 개 정도의 방송사가 수익을 늘리기 위해 1~2시간 이내에 컨텐츠를 등록하는 상황이 생기고 잘 팔리게 되면 단팥 역시 비슷한 논쟁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One Comment

  1. 국내 최초 방송사 연합 팟캐스팅 서비스를 하겠단는 단팥이 4월 5일 오후 2시 시연회를 가졌다. 국내 방송사들이 합법적으로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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