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역사 신문 1-진공관 컴퓨터 에니악, 애물단지 되나?

요즘 컴퓨터 개론 같은 수업을 듣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이제 컴퓨터의 역사나 지난 과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 빠르고 정신 없이 돌아가는 현재에 있어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또한 돌아볼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테고요. 그래도 지금처럼 디지털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지금과 비교하면 과거는 모든 소식 하나하나가 혁신의 뉴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단지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으면 잊혀지는 안타까운 속성을 지닌 역사를 되돌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때문에 2002년도에 컴퓨터의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신문 형태의 뉴스로 가공해 내보낸 적이 있는데, 오늘부터 며칠 동안 연재를 해볼까 합니다. 가장 최근 것은 없습니다. 2000년 이전의 이야기만 모은 것이라서… 물론 다른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땜빵하려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맞습니다. 맞고요~ ^^ 그냥 재미로 읽으시다가 역사의 오류가 있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가 있으면 의견을 모아 고치자는 의도로 올리는 것이니 거침없이 이야기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1906년 3극 진공관에 대한 이야기부터 1949년 에드삭의 이야기까지만 정리해보겟습니다.


1906년 신호 증폭 가능한 3극 진공관, AT&T가 사들여
신호를 증폭 시키지 못하는 2극 진공관의 문제점을 해결한 3극 진공관의 특허권이 AT&T에게 넘어갔다. L. 드 포레스트(L. De Forest)는 2극 진공관에 제어 전극을 하나 더 넣어 미약한 신호를 크게 증폭하는 방법으로 3극 진공관을 개발했으며 이 특허권은 5만 달러에 AT&T에 넘어갔다.
AT&T는 이 특허의 입수로 현재 장거리 전화에서 신호가 약해 제대로 들을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레스트가 만든 3극 진공관은 진공이 약해 오랜 시간 증폭을 하지 못하는 단점을 안고 있어 실제로 쓰이게 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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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은 신호를 증폭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 개가 더 많은 극을 가지게 된다


에디슨의 발명품에서 시작한 컴퓨터
1883년 에디슨의 백열전등은 진공관 개발의 시초가 된다. 전류가 전등의 탄소 필라멘트와 양전하로 이뤄진 금속판 사이의 진공 속으로 흐르는 원리가 밝혀진 뒤 영국의 플레밍이 1904년 이를 응용해 라디오 수신용 2극 진공관을 만들었다. 그 후 증폭 기능을 더한 3극 진공관이 나왔고 실제로 쓸 수 있는 고진공 2극 진공관은 1912년에 나왔다. 진공관은 컴퓨터 산업 초기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논리 회로를 구성하거나 메모리의 역할을 했다.

1939년 진공관 이용해 계산하는 ABC 컴퓨터 탄생
진공관을 이용한 컴퓨터가 개발됐다. 아이오와 주립대의 존 빈센트 아타나소프 교수(John V. Atanasoff)와 클리포드 베리(Clifford Berry)는 2진 구조를 가진 진공관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개발자의 이름을 붙여 ABC(Atanasoff-Berry Computer)라고 명명된 이 컴퓨터는 진공관을 이용해 디지털 로직과 메모리를 만들었으며 입력은 펀치 카드를 이용했다. ABC는 선형 방정식을 푸는데 이용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 처리 속도나 계산 능력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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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컴퓨터?
‘최초’라는 단어는 그것을 만든 사람뿐 아니라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60년이 넘는 컴퓨터 역사에서 ‘최초의 컴퓨터’를 지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최초의 컴퓨터가 개발된 시기가 1930년대 후반인데 이때가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 발발하던 때라 일부의 역사가 한동안 잠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ABC를 최초의 컴퓨터라고 말을 한다. 전기로 작동하고 수많은 진공관으로 계산할 수 있는 논리 회로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ABC의 설계도에는 현대의 컴퓨터에 필요한 근본적인 개념들은 확실하게 갖추지 못했다. 그 개념은 1년 앞서 독일의 콘라드 추제가 만든 전기로 작동하는 기계식 컴퓨터인 Z1에 모두 담겨 있던 걸로 밝혀졌고, ABC는 최초의 컴퓨터 대신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로 수정해 기록되었다.

키보드의 자판 유래
현재 쓰고 있는 키보드 자판은 1868년 크리스토퍼 숄(Christopher Sholes)이 만들었다. 그는 자판의 배열을 QWERTY로 바꾼 타자기를 시판해 판매했다.


1941년 콘라드 추제, 공습 때 부서진 Z1, Z2의 후속 Z3 개발
콘라드 추제(Konrad Zuse)는 최초의 2진 컴퓨터 Z1과 Z2가 연합군의 독일 공습 중에 파괴되었으며 그 후속 장치인 Z3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Z1은 콘라드 추제가 1934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1938년에 완성한 컴퓨터로 철판과 톱날 등 2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계산용 장치이며 5초 안에 곱셈을 해낸다. 22비트 워드 길이로 된 부동 소수점 유닛을 갖고 있고, 저절로 펀칭 테이프에 2진 코딩이 되는 10진 키보드로 입력한다. Z1은 22비트 크기의 셀 64개로 된 메모리를 갖고 있다.
Z1이 파괴된 뒤 추제는 Z1보다 빠르고 훨씬 나은 결과를 출력하는 Z2를 1939년에 완성했다. Z2는 3Hz로 작동하며 가능 철판을 메모리로 이용했고 800개의 계전기(Relay)를 이용해 계산했다. 메모리는 16비트 크기의 셀 16개로 되어 있고 소비 전력은 1000kw다.
Z3는 계산 장치에 600개의 계전기를 썼고 1,600개의 계전기를 이용해 결과를 저장한다. 부동소수점 유닛과 16단계의 곱셈, 3단계의 덧셈, 18단계의 나눗셈을 하며 곱셈과 나눗셈은 3초, 덧셈은 0.7초 만에 해낸다. 입력은 20자리로 된 10진 키보드로 하며 출력은 수많은 전구를 이용해 4자리의 10진수를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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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컴퓨터의 이론을 세운 Z1
콘라드 추제의 Z1은 최초의 컴퓨터라는 영광과 더불어 현대 컴퓨터의 이론을 정립한 컴퓨터다. 콘라드 추제는 1936년부터 입력장치와 처리장치, 메모리, 출력장치, 레지스터 등 모든 부분을 세분화 해 Z1을 설계했다. 추제는 프로그램을 입력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인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Z 시리즈 중에 Z1(1938), Z2(1939), Z3(1945)는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폭격을 받아 부서졌다. 하지만 Z1은 역사적인 중요도를 감안해 1986년부터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1989년에 완성되어 독일의 베를린 크리츠버그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콘라드 추제가 1950년에 만든 확장형 Z4는 쥐리히 은행에서 쓰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참고로 Z1은 원래 V1이란 불렀지만 자신의 친구가 로켓을 완성한 뒤 로켓을 V1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훗날 Z1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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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3는 실제로 쓰였던 기록이 남아 있다


1944년 하버드 졸업생, 계전기 이용한 마크 I 개발
하버드 졸업생인 해롤드 H. 아이켄(Harold H. Aiken)이 IBM과 함께 계전기를 이용한 2진 컴퓨터 마크 I을 개발했다. 마크 I은 계전기와 회전 축, 클러치 등 76만5,299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컴퓨터인데 길이 15미터, 높이 2.4미터에 5톤의 무게를 갖고 있다. 300개의 10진수 저장용 휠과 1,400개의 회전 다이얼 스위치, 8,045km의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크 I은 종이테이프의 명령어를 읽고 펀칭 카드의 데이터를 잃어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갖고 있다. 4칙 연산과 삼각법 함수계산,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23자릿수를 가진 수를 더하는데 0.3초, 곱셈 5.7초, 나눗셈 15.3초가 소모된다.
한편 하바드 마크 I을 공동 개발한 IBM은 ASCC(Automatic Sequence Controlled Calculator)란 이름을 붙이고 IBM 내부에서 실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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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진공관 컴퓨터 에니악, 애물단지 되나?
펜실베니아 대학의 존 W.모클리(John W.Mauchly)과 J.프레스퍼 에커트(J.Presper Eckert)가 만든 초대형 진공관 컴퓨터 에니악이 그 기능을 제대로 쓰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에니악은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alculator의 줄임말로 미군 탄도 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1943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올해 완성했지만 전쟁이 끝난 관계로 에니악의 이용 목적이 사라져 고민하고 있다.
에니악은 1만7,468개의 진공관이 쓰였으며, 30톤의 무게와 130km나 되는 전선이 쓰였다. 에니악은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로 데이터를 천공 카드에 부호 형식으로 바꾸어 입력하며 처리 속도는 일반적으로 7시간 정도 걸리는 계산을 3초 만에 해낼 정도로 우수하다. 에니악은 덧셈은 200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곱셈은 300밀리 초(1000분의 1초), 나눗셈은 30밀리 초가 걸린다. 진공관을 이용해 20개의 레지스터를 만들었지만 메모리는 전혀 없다.
미군 탄도 연구소는 에니악을 펜실베니아 대학의 무어 학교(Moore School)에 설치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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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을 기억해야 할 두 가지
프레디 C.윌리엄스(Freddie C.Williams)가 음극선 관(Cathode-ray Tube)을 이용해 만든 램(Random Access memory)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1947년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 개발
진공관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다. 1947년 12월 벨연구소의 존 바딘과 윌리엄 쇼클리, 그리고 발터 브래타인은 반도체 격자구조의 시편(試片)에 가는 도체선을 접촉시켜 주면 전기신호의 증폭작용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트랜지스터로 명명했다. 트랜지스터는 증폭된 전기 신호에 따라  레지스터 또는 반도체가 되는 특성을 갖고 있어 Transfer와 Resister의 단어를 합성해 만들었다.
트랜지스터는 게르마늄(반도체 재료)으로 만들어졌으며 진공관보다 제조비용과 소비전력이 적고 크기가 작아 실용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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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로 노벨상까지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세 사람은 1956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3개의 다리 구조를 가진 트랜지스터는 지속적으로 개량된 뒤 1954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사가 게르마늄보다 더 값싼 실리콘으로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1948년 IBM, ASCC 후속 SSEC 제대로 작동해
IBM이 1944년에 도입한 ASCC의 후속 기종인 SSEC(Selective Sequence Electronic Calculator)를 지난 1월 24일 발표했다. 처리를 위한 논리 회로는 1만3,000개의 진공관을 이용해 만들었으며 덧셈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밀리 초이다. 2만3,000개의 계전기가 제어 기능을 담당하고 명령어 입력은 66개의 종이테이프를 이용했다.
SSEC는 지난 1월 28일 1952년부터 1971년까지 달의 위치를 12시간 간격으로 계산하는 것으로 성능을 평가했으며 오차 없이 정확하게 결과를 출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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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마그네틱 드럼 메모리 등장
앤드류 도널드 부스는 자성을 가진 드럼 메모리를 발표했다. 이 메모리는 2인치 길이과 폭을 가지고 있으며 1인치당 10비트를 저장할 수 있다. 판매는 1952년부터 했고 값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1949년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 에드삭 나와
모리스 윌키스(Maurice Wilkes)는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인 에드삭(EDSAC, Electronic Delay Storage Automatic Calculator)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내장방식은 폰 노이만이 창안한 것으로 에드삭은 서브루틴이라고 부르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저장한 종이테이프를 내장한 방식을 채택했다. 처리 장치는 진공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초당 714번의 명령을 수행한다.
모리스 윌키스는 1946년부터 펜실베니아 대학이 여름 동안만 운영하는 무어 스쿨에서 연구해 왔으며 에드삭은 캠브리지 대학에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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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가 최초의 컴퓨터 게임?
1949년 MIT의 클라우드 셰넌은 체스를 하는 기계를 발명했다. 처음 컴퓨터 게임이 개발된 때는 그로부터 10년, 컴퓨터가 인간과 체스 대결을 벌인 것은 30년이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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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8 Comments

  1. 2007년 11월 9일
    Reply

    허허.. 요즘 컴퓨터의 역사에 대한 책이 별루 없어서..
    근데 에니악에는 진공관이 몇개?

    • 2007년 11월 9일
      Reply

      아,.. 죄송합니다..
      저렇게 어마어마한 컴퓨터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했을지..

    • 2007년 11월 10일
      Reply

      자문자답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
      그 당시의 자료량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는 꽤 높은 성능이겠지요. 요즘하고 비교는 좀 어렵습니다~

  2. 2007년 11월 10일
    Reply

    와우~!
    제가 바라던 게 이런거에요..^^;;
    칫솔님이 직접 쓰신거라고 생각하니 더 군침(?)이 도네요. ㅎ
    컴퓨터 개론은 제가 도서관에서 읽으려고 벼루고 있습니다..(올해 말고 내년에요..;; )
    잘 읽겠습니다~ 🙂

    • 2007년 11월 10일
      Reply

      그래도 간만에 까만거북이님께 유익한 포스팅 하나는 해드린 듯 싶군요~ ^^

  3. 2009년 1월 25일
    Reply

    컴퓨터의 역사는 항상 흥미 진진합니다.. 잘읽었습니다..
    특히 에니악이라던지, 방을 꽉채운 컴퓨터들이라던지.. 뭔가 레트로의 느낌이나서..
    집에 하나 장만? 하고 싶을정도로… (장식용.. -_-;)

    • 칫솔
      2009년 1월 27일
      Reply

      장식은 하시되 절대 가동하시면 안됩니다. 전기료가 상상을 초월하거든요~ ^^

  4. 2011년 10월 10일
    Reply

    에니악은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가 아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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