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 일단 돈 되는 거 하고 잉크젯 시장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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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디지털 이미지 분야에 관한 글을 올리네요. 어제는 소니, 오늘은 코닥입니다. 오늘 오전 코닥이 LG상사와 전략적 관계를 맺었음을 알리는 기자 간담회를 밀레니엄 호텔에서 가졌습니다. 행사에 대한 취지나 내용은 늘 그랬듯이 아래 보도자료를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유통채널의 혁신적인 구조 변경을 통해 승부를 건다.


오늘의 전략적 제휴를 요약하면 코닥 제품을 LG 상사가 3년 동안 독자 유통한다는 얘깁니다. 코닥의 허약한 영업 능력을 LG 상사가 채워주는 식입니다. 제품 마케팅, 판매와 공급, A/S는 코닥이 맡고, LG 상사는 영업과 유통, 재고 관리로 이원화합니다. 물론 LG 상사는 캐논 프라자를 통해 캐논 제품의 소매 판매와 A/S를 하고 있습니다만, 캐논 코리아 설립 이전만큼은 재미를 보지 못하는 데다 자체적으로 런칭한 포토 전문샵인 픽스 딕스의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다채로운 디지털 사진 관련 제품과 인화 같은 솔루션을 충분히 갖춘 코닥의 제휴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날 발표회에서 코닥은 현재 6% 수준의 점유율을 연말까지 7%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말했는데, 참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것으로 보여지네요.

어차피 이번 제휴의 성패는 각자 맡은 능력을 얼마나 충실하게 해내느냐에 따라서 판가름이 나겠지만, 무엇보다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리라 봅니다. 코닥 디카. 아마도 많은 분들이 디카를 살 때 절대(?) 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 않을 브랜드가 아닐까 하는데요. 코닥이 디카 초기 시장에서 CCD 공급 업체로 이름을 알릴 때도 잘 몰랐고, 1년 전까지만 해도 북미 지역 1위 디카 업체라는 사실도 잘 몰랐습니다. 북미를 제외하고 코닥에 대한 인지도는 필름 카메라 시절보다 그리 나아진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디지털 사진과 관련해 끊임없이 제품을 만들고 사진 관련 솔루션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인지도가 오르지 않았던 배경에는 누구도 코닥 디카를 대놓고 좋다고 말한 적이 별로 없어서 일겁니다. 코닥 디카나 프린터 등이 레드닷에서 상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들만의 잔치에서 이룬 성과를 소비자가 그냥 받아들여줄 거라는 건 착각일테지요. 앞으로는 많은 이들이 코닥 디카를 써보고 자주 입에 오를만큼 좋은 제품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 일단 캐논이 국내에서 돈 되는 일을 하려고 LG 상사와 손잡은 건 그렇다 치고, 코닥이 잉크젯 복합기 시장에 도전한 것은 뜻밖이었습니다. 잉크젯 프린터 업체들은 1월에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데, 오늘 보도 자료 맨 끝에 코닥 복합기에 관한 자료가 실려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2월 초쯤에 코닥의 잉크젯 시장 진출에 관련한 소식이 나온 걸로 압니다. 중요한 것은 엡손이나 HP, 캐논과 전혀 제휴가 없는 독자 사업으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잉크젯 프린터는 엡손이나 HP, 렉스마크 등으로부터 OEM을 받아 유통되고 있는 게 대부분인데요. 우리나라만 봐도 삼성이 HP, 삼보를 비롯한 몇몇 업체는 엡손이나 렉스마크로부터 제품을 받아 유통하고 있습니다. 코닥이 잉크젯 복합기를 내놓는다고 했을 때 이들 업체로부터 OEM을 받는 것이 아닐까 추측을 했는데, 이건 헛다리 짚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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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젯 프린터 사업 진입이 쉽지 않은 건 단순히 하드웨어만 팔아서 그런게 아니라, 잉크 때문입니다. 코닥이 이미지 전문 기업이고 다양한 인화 솔루션을 갖추었다 한들 잉크를 설계하고 생산할 능력이 없거나 HP나 엡손 등으로부터 공급을 받게 되면 절대로 경쟁력 있는 잉크젯 프린터를 내놓을 수 없습니다. 비싸게 공급받고 싸게 팔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이번에 코닥이 내놓은 것은 정확하게는 복합기입니다. 이지쉐어 올인원 5100, 5300, 5500이라는 세 가지 복합기 모델을 내놨습니다. 흰색과 은회색을 조화시킨 디자인도 깔끔하네요. 모두 6색 안료 잉크를 쓰고 있고 1분에 흑백 32장, 컬러 22장을 뽑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지비인데, 4×6인치 사진 1장을 뽑는 데 드는 비용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장당 사진 인쇄비가 10센트 밖에 안한다더군요. 1달러 평균 900원으로 잡아서 계산해보면 겨우 90원 안팎입니다. HP와 엡손, 캐논은 지금부터 긴장 좀 해야겠습니다. 지금 4×6 사진 한 장을 뽑는 데 드는 비용은 아무리 싸게 잡아도 HP가 190원대, 엡손이 200원대 초반입니다. 코닥은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유지비를 당당히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온라인 인화가 50~100원 사이인 점을 감안할 때 코닥이 내세운 가격은 진정으로 홈 인화를 가능토록 그동안의 족쇄를 풀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70원 안팎의 사진 인쇄비는 지금 HP나 엡손, 캐논이 장악하고 있는 잉크젯 프린터 시장의 판 자체를 뒤집을 수 있는 가격입니다. 비싼 잉크 가격을 내리라는 소비자들의 압박이 수년간 계속되어 왔지만, 소모품으로 먹고 사는 이들 업체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업체의 채산성과 맞물린 문제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코닥이 값싼 유지비를 무기로 잉크젯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지금 앞으로 이들 업체는 피 터지는 출혈 경쟁의 서막을 올린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코닥이 독점주의적 시장이었던 잉크젯 사진 인화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나섬으로써 이용자는 더 이상 HP나 엡손, 캐논 등에 잉크젯 가격 내리라는 말 대신 더 값싼 유비지의 제품을 선택하는 행동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컬러, 속도를 강조해도 코닥만큼의 유지비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아마도 살아남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제품이 북미에서만 유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빠르면 올해 말에나 볼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그것도 추측일 뿐 좀 어렵지 않을까 하더군요. 안타깝습니다. 오늘 기자 간담회에서도 여러 신제품이 나왔지만, 이 제품에 눈길이 쏠릴 것이 두려웠는지 샘플 공개를 하지 않더군요. 물론 농담입니다. ^^ 코닥 디카는 아직까지 눈에 차는 겂이 없어서 쓸말이 없었는데, 맨 뒤에 붙여 놓은 보도 자료 한 장 때문에 긴글을 쓰네요. 잉크젯 프린터 시장이 재미있게 돌아갈 것 같습니다.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 Comments

  1. 2007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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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잉크젯 발표하면서 잉크가격으로 뒤집겠다고 CEO 가 발언했죠.. 그런 발언할만큼 놀라운 정품 잉크 가격을 선보였고;;
    솔직히 요즘에 잉크젯 가격은 싸졌는데 잉크 가격이 제자리라
    배보다 배꼽이 큰 제품이었던지라 코닥 프린터..
    저는 기대중입니다~_~

    • 2007년 3월 28일
      Reply

      ㅎㅎ 저도 갑자기 기대 지수가 마구마구 상승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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