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랜 활용한 실내 측위, 첫 발 뗀 퀄컴 이잿과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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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용의자가 3층, 아니 4층으로 도주 중입니다”

첩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대사 하나 정도는 나오기 마련이다. 영화 속 첩보 기관의 감시 시스템은 그들의 표적을 건물 밖이든 안이든 간에 정확히 몇 층에 있는지 파악하고 추적자들에게 알려준다. 첩보물에서 그럴 듯하게 포장한 덕에 실제처럼 보였던 이 ‘구라’가 이제는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건물 안에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의 상용 적용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GPS를 이용한 실외 위치 측정은 이미 보편화된지 오래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흔히 이용하는 지도의 내 위치나 다양한 길찾기, 그리고 길안내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GPS 신호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선 실내 위치 정보를 갖고 있는 다른 기술을 접목해 보완해야 한다. 블루투스나 아이비콘 외에도 주목해왔던 것 중 하나가 무선 랜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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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랜을 이용한 실내측위의 현재

이미 무선 랜 신호를 활용한 위치 보정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이용되고 있다. 다만 가까운 곳에 있는 무선 랜 AP 신호로 GPS의 정보를 보정해 좀더 정확한 위치를 잡는 것일 뿐 실내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를 측정하는 데 쓰는 것은 아니었다. 무선 랜은 주파수를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서 고안된 기술이므로 실내 측위와 무관할 수도 있지만, 실내에 있는 수많은 무선 랜 AP로부터 신호 강도 등을 계산해 이용자의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무선 랜 방식을 이용하면 좋은 이유는 추가 설비 투자가 덜 든다는 점 때문이다. 고속 인터넷이 설치되고 무선 노트북과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거치면서 개인이나 소규모 상점, 이통사, 그 밖의 소셜 공유 업체를 통해 수많은 무선 랜 공유기가 촘촘하게 보급되어 전파를 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미 여러 국가와 기업들은 보급된 무선 랜 AP를 활용한 측위 기술을 연구해 왔고 실제 상용화에 가까운 실험도 진행했다. 단지 무선 랜 인프라의 사적 이용과 개인정보보호 같은 여러 정책적인 문제 등으로 실제 상용화를 진행한 곳이 거의 없었을 뿐이다. 적어도 퀄컴 이잿(IZAT)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서비스하기 시작한 며칠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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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오를 때마다 기압 센서를 이용해 자동으로 해당 층의 지도로 바뀐다.

퀄컴 이잿을 쓰면 건물 안에서 위치를 알 수 있다곤 해도 얼마나 정확하게 내 위치를 잡는지 궁금해 직접 실내 측위를 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들고 영등포의 대형 쇼핑몰에서 시험해봤다. 건물 안에 들어서서 실내 측위 기능을 가진 모바일 앱을 실행하니 붉은 점 하나가 나타나 점점 커지더니 잠시 후 내 위치가 표시된다. 내 위치를 조정하는 작업을 끝내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리지만, 내가 있는 층과 주변 매장과 비교해 본 지도 상의 위치는 크게 어긋나 보이진 않는다. 대형 몰 안을 이곳저곳 돌아보니 내 위치를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시하고 그 주변의 상점 정보도 함께 표시한다. 한층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압력 센서를 이용, 층간 이동도 감지해 해당 층에 맞는 실내 지도로 자동 전환했다. 대형 몰과 이어진 백화점으로 들어가니 이번엔 대형 쇼핑몰의 실내 지도 대신 곧바로 해당 백화점의 실내 지도를 띄운다. 낯선 지도 앱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들긴 하나 막상 큰 쇼핑몰에서 내 위치를 알게 되니 흥미가 느껴진다.

이렇게 실내에서 내 위치를 확인하게 되니 일단 크고 복잡한 쇼핑몰에서 약속을 잡아도 길을 헤멜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실내 측위로 길안내만 받고 보니 앞으로 무엇에 쓰일 것인가하는 의문이 남는다. 사실 이런 실내 측위 서비스가 도움이 될만한 서비스들은 많다. 단순히 매장 안내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단골 고객의 접근을 미리 파악해 그에 따른 서비스를 준비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고객이 가입된 멤버십 매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곧바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주차장 같은 곳에선 내 차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에도 쓸 수 있고, 또한 큰 쇼핑몰을 뛰어다니는 아이를 놓치더라도 실내측위를 할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는 아이라면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됐든 실내 측위는 이용 경험을 좀더 진화시키거나 편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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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잿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은 이처럼 이잿을 켜고 끌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러한 실내 측위를 자유롭게 쓰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용자가 갖고 있는 단말기의 무선 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야 하는 탓에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문제 제기를 완전히 피하긴 어렵다. 무선 랜을 이용한 실내측위를 개발해 놓은 상태에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나마 퀄컴은 이잿을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 기능을 넣어 이와 관련한 피할 수 있도록 장치를 두긴 했으나 이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려면 이와 관련된 엄격한 처리 기준을 둘 필요는 있다.

기술적인 부분도 좀더 개선할 점은 있다. 일단 실내에서 측위의 오차는 5~7m 정도. 아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매장 공간이 넓은 대형 쇼핑몰이 아니라 비교적 좁은 규모의 매장이 밀집된 상가 같은 곳에서 쓰려면 기술을 더 다듬어야 한다. 다만 실내 측위에 영향을 미치는 무선 랜의 신호 세기와 전송 속도의 향상을 위해선 802.11ac 같은 좀더 진화된 규격의 무선 랜 공유기(AP)가 더 촘촘히 깔려야 하는 데다, 지하 주차장처럼 무선 랜 설비가 없는 곳에 대한 투자가 진행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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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실내 측위를 활용할 하드웨어와 서비스 환경이 이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넘어야 할 고개가 많은 것은 틀림없다. 지금 실내 측위를 경험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한 가지 뿐. 퀄컴은 이잿을 더 많은 퀄컴 AP를 채택한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아직까진 이잿을 대하는 단말기 제조사들의 호응도가 그리 높은 상황은 아닌 듯하다. 하드웨어의 보급 문제와 맞물려 퀄컴 AP를 가진 스마트폰에서만 작동하는 이잿의 호환성도 걸림돌이어서 서비스와 모바일 앱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족한 하드웨어나 서비스, 모바일 앱은 이잿을 상용화한 현 시점의 문제일 뿐,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해결책을 하나씩 찾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실내 측위에 대한 필요성은 산업적인 공감대가 있는 데다 수많은 활용 사례를 연구하고 문제의 해법을 찾으며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어서다. 이는 단순히 업계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실제 이잿을 통해 실내측위를 경험해본 뒤 이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는 것은 아마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래도 이잿은 유일한 실내 측위 기술은 아니라도 이용자가 현실에서 접근 가능한 사례로 꼽을 만한 수준은 된다. 실내 측위를 둘러싼 또 다른 기술을 가진 능력있는 사업자들이 발걸음도 좀더 빨라져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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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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