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조용하던 텔아비브 도서관, 다시 시끌시끌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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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창 밖을 보는 순간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너무나 황홀한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눈을 흠뻑 적신 까닭이다. 이른 아침 바다에 마음을 빠뜨리게 한, 감동적인 풍경을 선물해 준 곳은 휴양지의 해안가 호텔이 아니라 텔아비브 시 도서관이다. 말이 도서관일 뿐 이곳은 더 이상 책을 빌리거나 공부하는 이들이 찾는 공간이 아니다. 이 도서관은 아이디어를 지닌 텔아비브 스타트업의 싹을 틔우기 위한 발아 공간으로 이미 역할을 바꾼 이후다.

66명의 선구자들이 세운 창업의 성지인 텔아비브에서 대부호의 이름을 딴 로스차일드 대로는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거리다. 로스차일드 거리는 이스라엘 벤처 투자를 담당하는 야후, 이베이,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 IT 기업이 모여 있는 곳. 이 기업들은 700여개에 이르는 텔아비브 스타트업을 꼼꼼하게 살피며 투자 대상을 찾는다. 로스차일드 거리 끝에서 불과 70여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이들이 찾을 수 있는 스타트업 공간이 바로 텔아비브 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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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 샬롬 타워. 교육과 지식의 허브였던 가장 오래된 고층 건물이다.

텔아비브 도서관. 지식의 나눔 공간이 스타트업을 위한 발아 공간으로 변신한 것은 다소 의외다. 텔아이브 샬롬 타워는 한 때 지식과 교육의 허브라는 상징정이 깃든 가장 높고 오래된 건물이었다. 하지만 모든 지식을 공유하고 나눴던 텔아비브 도서관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큰 고민에 빠졌다. 굳이 이 도서관까지 발품을 팔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찾는 젊은 층이 늘자 제 기능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리오르 크렌겔(Lior Krengel)은 8년 전 이곳에서 도서관 일을 시작해 지금은 도서관의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관장하고 있다. 도서관의 모습이 바뀐 이유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한 사람이다. 그는 텔아비브 시가 도서관의 기능을 다시 생각하자는 결정을 내린 4년 전의 상황을 기억한다. 도서관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면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재해석의 시간을 갖자고 했던 것. 결국 2011년이 되자 텔아비브시는 도서관을 초기 스타트업의 공동 작업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꺼냈다. 텔아비브에서 사무실 임대와 각종 시설, 서비스 이용에 드는 비싼 비용에 겁을 먹고 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프로젝트다. 리오르는 도서관 프로젝트를 지난 4년 동안 잘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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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르 크렌겔. 그녀는 8년때 도서관에서 일하며 4년전부터 도서관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다.

도서관 스타트업의 핵심은 텔아비브 시가 도서관 입주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대신 아주 값싼 비용으로 이들이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곳은 반드시 2~4인의 팀이 1인당 50유로(원화 환산 6만5천 원 안팎)에 책상과 PC를 이용하고 투자 자문을 받을 수 있지만, 텔아비브 시는 이들이 홀로 물고기를 주지 않고 함께 잡는 법을 터득하도록 유도한다. 때문에 텔아비브 도서관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는 곳은 아니다. 입주를 결정할 때는 철저하게 이곳의 다른 스타트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역량을 따진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싹을 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곳에 맡겨진 소임이지만, 홀로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끼리 온기를 나누며 인맥 형성을 돕도록 이끈다.

그 효과는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스타트업의 생존률에서 나타난다. 도서관 프로젝트를 맡은 리오르는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스타트업의 70%가 지금도 생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성공한 것과 실패로 나누지 않고 생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들의 도서관 스타트업 프로젝트에 대한 중요한 부분이다. 이 도서관의 입주 기간은 6개월. 도서관에 들어온지 3개월을 보내면 남은 3개월 동안 이들이 바깥에서도 그 뿌리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내도록 채찍을 휘두르는 것보다 그들이 생존할 수 있는 적응력을 높이는 그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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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도서관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높아진 적응력으로 좋은 성과를 낸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앱스플라이어나 3D 프린팅 중개 서비스인 피자테크(Pzartech)도 이 도서관을 통해 다른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내 이곳을 잘 벗어난 예다. 특히 피자 테크는 지난 해 8월에 이곳을 벗어나 EU로부터 12만 유로의 지원을 받았고 이스라엘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3D 프린팅 중개 사업을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지금도 단 두 명만으로 이 사업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이들 가운데 누가 더 큰 성과를 거뒀는가에 대해선 그닥 관심이 없었다. 이 도서관 프로젝트는 생존의 비법을 누군가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도서관의 여러 스타트업과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굳이 이곳을 찾지 않아도 될 만한 스타트업이 굳이 이곳을 찾는 게 궁금해진다. 미국에서 돌아와 컴퓨터 음악가가 만든 음악을 완성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운드 베터의 샤샤 질라드도 흥미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지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준 이는 따로 있다. 도서관에서 디지털 광고 관리 서비스를 준비하는 윌루 애드텍의 창업자, 우리(URI)다. 그는 이미 다른 창업 시설을 이용하다 이곳에 들어온지 한달이 지났을 뿐이다. 그는 도서관 프로젝트의 다른 분위기를 이렇게 정리한다. “이 도서관은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서로의 아이디어를 컨설팅해 주는 것이 정말 좋다. 일하고 싶었던 사무실의 모습”이라고. 이 말을 허투루 던진 것이 아님은 금세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을 떠날 때 탁자나 파티션 없는 책상에 마주 앉아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믿지 않을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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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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