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웨어로 해결될 일 두고 프린터 버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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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트리지를 넣으라는 에러가 뜬 프린터
디카로 찍은 사진, 태국 근로자들과 나누다‘라는 글에서 밝힌 대로 지난 주에 태국 근로자들과 수납장을 만드는 DIY 행사에서 쓰려고 했던 삼성 염료 승화형 포토 프린터(SPP-2040)가 갑자기 이상이 생겼더랬다. 프린터에 맞는 새 카트리지를 샀는데,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전에 쓰던 카트리지를 넣으면 정상적으로 인식되지만, 새로 주문한 카트리지를 넣으면 자꾸 새 카트리지를 꽂고 OK 버튼을 누르라는 메시지가 반복돼 결국 이 프린터를 이용한 인쇄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일 행사는 다른 엡손 프린터로 해결했지만, 행사를 끝내고 돌아와 원인을 파악해야만 했다. 분명 해당 프린터에 맞는 카트리지를 주문할 때 문제가 없는 것임을 확인했는데, 카트리지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문제로 여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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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구입한 정품 카트리지
문제의 원인은 두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기존 카트리지를 인식하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프린터에 이상이 없는데 새 카트리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카트리지가 정상이 아니거나, 프린터가 카트리지를 인식하는 데 문제가 생긴 듯 보였다.


확실히 구형과 신형 카트리지는 문제가 있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구형과 신형의 카트리지는 형태는 같지만 부분적으로 구성이 다르다. 구형은 대체로 홈이 없이 깔끔한 데 비해 신형 카트리지는 홈이 여기저기 생겼다. 이러한 차이를 프린터가 알아채지 못해서 생긴 문제로 여겨졌다. 혹시 신형 카트리지가 불량 재생품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카트리지 모델명으로는 분명 정품이었고 재생은 아니라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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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구형, 아래가 신형
결과적으로 프린터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남았는데, 프린터를 뜯어보기 전까지는 이를 제대로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삼성 서초 AS 지점을 찾았다.


황당하게도 그 원인은 펌웨어였다. 2005년에 생산된 이 프린터의 종전 펌웨어로는 신형 카트리지를 인식 못한다는 것이다. 카트리지를 왜 개량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달라진 카트리지를 알아채려면 새로운 펌웨어를 심으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새 펌웨어를 심고 이 프린터는 새로운 카트리지를 알아채는 것을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도 되지 않았다.


기사의 말 한마디에 프린터 포기할 뻔
지금은 프린터가 제대로 작동하지만 AS 당시 한가지 찜찜한 이야기가 있다. 처음 이 프린터를 기사에게 맡겼을 때 AS 기사 역시 신형 카트리지가 인식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자기가 갖고 있던 카트리지를 넣어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틀림 없이 이상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풀어 놓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카트리지가 들어가는 센서에 이상이 있는데, 이 경우 엔진 전체를 갈아야 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은 거의 날벼락과 같은 이야기였다. 염료 승화형 프린터는 잉크젯이나 레이저와 달리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프린팅 시스템이다. 용지를 넣고 빼는 롤러 같은 부속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도 엔진 자체가 고장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 게 장점이다. 그런데 고작 4년도 안된 프린터의 엔진을 엔진 내부의 센서 탓으로 돌리며 갈아야 할수도 있다니. 엔진 교체 비용이 15만 원이나 한다는데, 이는 차라리 새 프린터를 사는 게 낫다는 이야기와 뭐가 다를까?


AS 기사가 해당 제품의 모든 문제를 다 알지 못한 터라 내외부의 자문을 받아 문제를 해결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부정확하고 불필요한 말은 남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프린터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들을 AS하는 기사들에게도 부탁하고 싶다. 어딘가 고장이 났을 것이라 생각해 AS 전문가에게 그 진단과 처방을 기다리는 마음은 몸이 아파 의사에게 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고객의 마음은 불안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심리의 고객을 더 불안케 만드는 섣부른 추측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더 신중하게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대응 방법을 알려주는 게 AS를 맡긴 고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묘약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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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16 Comments

  1. 2008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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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펌웨어 크리..ㄷㄷㄷ
    그런건 왜 안 알려준대요..┐-

    • 칫솔
      2008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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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 등록을 안해서 그런가요? ㅜ.ㅜ

  2. 칫솔에놀러온방문자
    2008년 12월 28일
    Reply

    최악의 상황을 말하는것은 의사들이 하는짓하고 같네요 뭐. 근데 섣불리 작은 문제라고 말하다가 나중에 큰문제 생기면 엄청난 낭패를 보기 때문에 뭔가를 고치거나 치료하는 사람들은 정확하게 상태를 파악하기 전에는 최악의 상황을 말하기 때문에 신경쓰지마세요.그나저나 돈 굳어서 좋겠네요 ㅡㅡ;;

    • 칫솔
      2008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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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 돈이 한두푼 굳은 게 아니에요. 새로 산 카트리지까지 포함하면.. 아무튼 신경을 안쓰려고 해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정말 순간 프린터 버려야 하나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 칫솔
      2008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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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아이디어를 모으신다니..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이따가 들러보겠습니다~

  3. 2008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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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제품이든 컴퓨터와 결합하게 되면 컴퓨터가 된다는 말이 떠오르는 군요…프로그래밍된 대로만 부품을 인식하는…그나저나 어떤 제품이든 위협성 as 발언은 정말 기분 나빠요. 제대로 처리를 받더라도, 겁주는 듯한 얘기를 듣거나, as 진행과정에 대한 상세한 알림 서비스 같은 것들이 없으면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죠.

    • 칫솔
      2008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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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 기사야 스쳐 지나가듯이 말을 했겠지만, 옆에서 듣는 의뢰인 입장에서는 불편한 말일 수밖에 없더라구요. AS하는 분들이 조금만 더 신중하게 대응했으면 좋겠어요~

  4. 엘크
    2008년 12월 30일
    Reply

    삼성 as기사들이 대체로 as전에 좀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as 무상기간일때야 그러려니 하지만, 끝나고 나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금이 저리죠 ㅋ

    • 칫솔
      200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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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를 피하려는 걸까요? 흠.. AS의 삼성이 왜 그럴까요… ^^

  5. 200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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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제약이 있어서 빠르게 처리 하고 넘겨야 하는 AS기사의 입장으로서는 이해가 됩니다만, 그래도 양산형 AS 기사라서 그정도 밖에 모르는게 아니었을까 라고 조금은 아쉬움을 위안삼아 봅니다.

    그러고 보니.. 펌웨어 업데이트로 인한 문제해결이라.. 상당히 의외의 해결책이네요 ^^; 그정도로 큰 차이점이 생긴다면 삼성측에서 AS수리 센터 교육과정이 들어 있어야 했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해결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삼성 안티 측면에서는 아쉬운 혹은 아싸! 할 정도의 사건인데 말이죠 ㅋ)

    • 칫솔
      2008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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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형 AS 기사라는 대목에서 ‘피식’ 했습니다. 사실 AS 센터 사람들도 모드는 것을 알고 있는 곳은 이들이 ‘공장’이라고 부르는 곳이더군요. AS센터 측에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기는 했지만, 정작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해결된다고 한 것은 공장이었습니다. 해결은 됐지만, 공장의 매뉴얼이 일선 센터까지 넘어오지는 않나 봐요~

  6. 2009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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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워런티 시스템은 최고입니당
    허나 단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1년넘게 방치한다는게 문제이지요
    특히 신나게 20일간 쓰고 영수증만 있으면
    별다른 말 없이 바로 바꿔줍니다 ㅋㅋ (물론 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다른 문제로 교환 및 환불은
    많이 해봤고, 문제 하나 없었습니다)
    저는 뭐 주로 사무실에서 일하니 집에 프린터가 썩고있군여..
    오래전 모델이라 usb도 안쓰는고 (거대한 lpt1 ㅡㅡ;) 귀찮아서 달아주지도 않았답니다 ㅋㅋ
    위에 문제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고 네트워킹 하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ㅡㅡ;;
    그룹명만 같게 하면 되는것을 ㅋㅋ

    • 칫솔
      2009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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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소비자 제도만큼은 그곳이 나은가 봐요. 우리나라도 몇 곳은 되지만, 실제 매장들이 팔아놓고 나몰라라 하는 곳이 많아서 말이죠.
      그나저나 귀차니즘.. AS의 최대 적이네요. ^^

  7. 2040아직도사용중
    2012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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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p-2040에 대한 내용을 알아보다가 블로그보고 문의 드려봅니다.
    펌웨어 업 하셧다는데… 업딘 펌웨어 버젼이 얼마인지 알수 있을까요?
    예전에 구입하고 새로 카트리지를 구입하려는데 온라인에 있는 펌웨어는 동일하네요.
    2.6version… 혹 올리신 버젼이 어떤건지 알려주실수 있으신가요?

    • 칫솔
      2012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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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답이 늦었습니다. 지금은 이 제품을 갖고 있지 않아서 버전을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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