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넷북에 입체감 있는 옷을 입혀 놓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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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감 기법을 적용했던 파빌리온 DV2000
사실 HP는 상판 하나로 꽤 재미를 본 업체입니다. 2006년 밋밋했던 노트북 상판에 문양을 그려 넣고 그 위에 광택 코팅을 입힌 첫 상감(imprint) 기법을 도입한 뒤로 노트북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지금은 노트북의 형태 뿐만 아니라 상판에 대해 상당히 신경쓰고 있지만, 당시 노트북 상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때였던 터라 상감기법을 쓴 HP 노트북은 무척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첫 시도가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이후 HP는 꾸준하게 이 기법을 적용한 노트북을 출시합니다. 파도, 회오리, 용 등 제품군에 맞춰 문양도 바꾸기도 했는데, 어쨌든 지금도 HP는 계속 이 기법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HP 외에 상감 기법을 쓰는 노트북 업체들이 늘어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HP만큼 꾸준하게 적용한 업체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 뒤 HP는 단순했던 상감 기법에 패션화를 시도합니다. 검정 또는 흰 바탕에 선을 살린 상감 기법은 그대로 둔 채 화려한 문양과 화려한 색을 넣은 파격적인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HP 뿐만 아니라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탐과 함께 작업한 것이지요. 휴대성이 좋은 넷북을 들고 다니는 여성을 겨냥해 새빨간 상판과 본체에 모란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그 시도는 이제까지 볼 수 없는 없던 것이었는데, 여기에 쓰인 기법은 이전의 제조 방법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중순 HP는 상감 기법을 좀더 발전시킨 넷북을 선보였습니다. 산업 디자인 전문 업체인 토르트 분체 스튜디오와 함께 입체감을 살린 3D 상감 기법(imprint 3D)을 쓴 넷북을 공개한 것이지요. 종전 상감 기법은 문양을 상판에 그린 뒤 그 위에 코팅을 입히지만 3D 상감 기법은 문양이 상판에 약간 뜬 채로 나타납니다. 코팅 면에 그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코팅 안쪽에 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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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따라 더 빛나는 동물 문양
상판 문양은 새, 말, 코끼리, 학 등 자연을 상징하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입니다. 이 문양들이 약간 떠 있으니 빛의 방향에 따라 그림자가 나타나 진하게 보이기도 하지요. 더구나 문양의 색과 소재가 조금씩 다릅니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일부 식물의 문양이 진하게 보이지만, 다른 문양은 모두 같은 색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약간 비틀어 빛에 비추면 동물 문양만 밝게 빛나고 나머지 문양은 평범해 보이지요. 그냥 상판일 뿐인데 빛에 따라 변화가 많습니다. 다양함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상판 기법이 특징입니다.


사실 이 넷북은 미니 110입니다. 성능으로 보면 일반적인 넷북, 그 이상도 아니지요. 하지만 미니 110과 다르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사람도 한 벌의 옷을 어떻게 걸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이 이 넷북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제품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겠지요. 앞서 나왔던 비비안 탐 에디션 역시 외형의 변화만으로 다른 제품처럼 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기법은 제품의 가치를 바꾸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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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판매 중인 미니 110
성능도 좋고 잘 빠진 모양새도 좋지만, 결국 소비자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느냐도 더 중요합니다. 노트북을 쓰는 사람은 자기 만족 뿐 아니라 은근히 그 노트북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한 만족감이 어느 정도일지 고려를 하니까요. 특히 뛰어난 휴대성으로 어디에서나 노출하기 쉬운 넷북일 수록 더더욱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상판 기법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데 여러모로 돈이 들어가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메시지를 만든 기업은 어쨌든 지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잖아요? ^^


덧붙임 #


기억을 돌려 보니 HP가 처음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자들에게 상감기법 노트북을 공개한 곳은 다름 아닌 한남동 하이얏트 호텔이었습니다. 그 때가 2006년 5월이었지요. HP는 매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이같은 제품 발표회를 진행하는데, 지금처럼 환율이 높지 않은 때라 우리나라에서 행사 진행이 가능했었지요. 첫 상감 기법 노트북을 봤던 의미 있던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은 앞으로는 어려울 겁니다. 환율도 그렇지만, 물가도 너무 높아져 쉽게 행사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더군요.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7 Comments

  1. 2009년 11월 6일
    Reply

    넷북 사신후에 밋밋함을 달래고자 스티커 붙이는 분들도
    많던데.. 저건 예술인데요^^
    주말 즐겁게보내세요^^

    • 칫솔
      2009년 11월 6일
      Reply

      상판 스킨이면 몰라도 스티커는 나중에 뗄떼 걱정되더라고요~ ^^ 라이너스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 2009년 11월 6일
    Reply

    흠…갖고 싶은 제품입니다. 마치 예쁜 다이어리 같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구요. ^^*

    • 칫솔
      2009년 11월 6일
      Reply

      정말 예쁜 제품이에요. 다른 제품들에도 많이 적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용~ ^^

  3. 2009년 11월 6일
    Reply

    오호..저기 위에 붉은색에 꽃무늬 문양은…정말 화려하군요. 매우 색다른 디자인입니다. 중화권을 제대로 공략하는 것 같은 느낌…

    • 칫솔
      2009년 11월 6일
      Reply

      중국계 디자이너이다 보니 중국 문화를 잘 융합한 느낌이 강하지요. 아무튼 저 넷북도 성공했다고 합니다. ^^

  4. 2009년 11월 6일
    Reply

    역시나 디자인이 이뻐야 가치가 더 있어 보여요 ㅎ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되세요 ^^

    • 칫솔
      2009년 11월 6일
      Reply

      아무래도 눈길을 한 번 더 주게 되는 것만으로도 제역할은 하는 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5. 2009년 11월 6일
    Reply

    와 예쁘네요. 정말 겉 모양 하나로도 시선이 확 끌립니다.
    빨간 넷북을 강렬하면서 눈에 띄네요.
    갖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좋은 정보 읽고 갑니다^^*

    • 칫솔
      2009년 11월 10일
      Reply

      빨간 넷북은 꽤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 비싸게 판매됐었죠. 내년 봄쯤 2탄이 나옵니다. ^^

  6. 2009년 11월 7일
    Reply

    완전 예술이군요
    너무 멋집니다…
    잘보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칫솔
      2009년 11월 10일
      Reply

      앞으로도 이처럼 멋진 제품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 칫솔
      2009년 11월 10일
      Reply

      이거.. 변기수 목소리로 들어야 제맛일 텐데요. ^^

  7. 2009년 11월 7일
    Reply

    제 넷북은 eee901인데, eee부분이 마음에 안들어서 깔리지도 않는 윈7 스티커를 붙였답니다 ㅠㅠ…

    • 칫솔
      2009년 11월 10일
      Reply

      ㅎㅎㅎ 그렇군요. 그런데 901에도 윈7은 깔리긴 깔릴 겁니다. SSD 용량 업하시고 스타터 버전을 설치하신다면요~ ^^

  8. 2009년 11월 7일
    Reply

    하하 저도 물품을 구입할 때, 디자인을 가장 많이 보기 때문에 ㅎㅎㅎ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다고 하여도, 디자인이 예쁘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는답니다 ㅎㅎ

    • 칫솔
      2009년 11월 10일
      Reply

      어맛.. 의외에요. 외모부터 따지신다니욧. ㅋㅋㅋ

  9. 2009년 11월 7일
    Reply

    이번 미니 토르트분체는 임프린트 3D 기법을 이용해 이쁜 패턴들이 꽤 디테일하고 화려하게 잘 입혀졌더라구요. 공중에 살짝 뜬 느낌이라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게보이는 것도 특이하고요. 물론 이런 독특함에 호불호가 가려질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새롭게 시도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나 아주 유심히 이곳저곳 살펴보게 되더라니까요?ㅎㅎ

    • 칫솔
      2009년 11월 10일
      Reply

      넷북에 실험적으로 쓰기는 했는데, 좋은 반응이라면 아마 다른 HP 노트북에도 확대 적용하지 않을까 싶군요. ^^

  10. 2009년 11월 8일
    Reply

    비슷한 제품이라면 디자인이 심플한게 좋더라구요 ^0^
    이치료로 인해 오랜만에 놀러온 1인!!
    즐거운 일요일 저녁 되시길 ^0^

    • 칫솔
      2009년 11월 10일
      Reply

      이는 잘 치료하신 건가요? ^^

  11. 2009년 11월 8일
    Reply

    상판 디자인으로 엄청 달라보이는군요.
    역시 디자인이 요즘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칫솔
      2009년 11월 10일
      Reply

      네, 똑같은 마네킹도 입히는 옷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데 이것도 마찬가지인 듯 싶어요~ ^^

  12. 2009년 11월 9일
    Reply

    남자지만.. 저 빨간색 상감무늬가 끌려요 ㅠ.ㅠ

    • 칫솔
      2009년 11월 10일
      Reply

      뭐 요즘 남녀 따지면서 쓸 필요는 없겠죠~ ^^

  13. 2009년 11월 22일
    Reply

    토르트 본체 에디션이라는 제품에 대해 할 얘기들이 너무 많아 연달아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우선 제품의 외형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따라가시면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HP Mini 110 토르트 본체 에디션 외형리뷰] Red Dot Award 수상 디자이너가 만든 넷북? 상당히 이쁜 이 녀석의 디자인에는 많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인 그룹 ‘스튜디오 토르트 본체’에서 디자인한 제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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