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 맞춤 제작 시대와 프로젝트 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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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조립식 스마트폰’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는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에 그닥 관심이 없다. 솔직히 말해 여러 부품을 조립해 인터넷이 되는 싸고 쓸만한 스마트폰을 만드는 따위를 화제에 올리는 것이 정말 바람직한 일인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어서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립식 스마트폰이라는 단편적 정의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제한된 틀을 걷어낸 프로젝트 아라에 대해선 관심이 많다. 스마트폰 관점이 아니라 개인들이 필요로 하는 모바일 제품을 소량으로 맞춤 제작하는 시대를 예상하는 차원에서다.

소량 맞춤 제작은 말그대로 보편성이나 대중성과 약간 거리를 둔다. 생산량은 매우 적어도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물건을 한정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지금까지 소량 생산 시대를 말할 때마다 함께 떠올리는 제품이 3D 프린터였다. 아직 대중적인 시장이라 보긴 어렵지만, 3D 프린터가 더 정교해지고 빨라지면서 다양성까지 갖춘다면 이용자마다 필요한 제품을 직접 뽑아내는 시대를 여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끌어내고 있다. 물론 집집마다 3D 프린터를 하나씩 갖추고 그것을 다루는 충분한 지식 없이 가능할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그 어떤 것을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직접 출력해서 쓰는 개인 맞춤형 소량 생산 측면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은 무리가 아닌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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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는 각 모듈을 꽂거나 뺄 수 있는 틀을 말한다

하지만 소량 생산 시대를 바라보며 펴고 있는 낙관론과 달리 현실적으로 이용자가 아무런 지식 없이 3D 프린터를 다루기 힘들고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필요한 것을 만들어낼지 예측은 힘들다. 물론 뚜렷한 목적을 갖고 제품의 모델링부터 시제품을 생산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부품의 3D 도안을 공유하는 사업도 날로 번창하지만, 개인에게 꼭 맞는 것을 찾을 수 없으면 맞춤 생산을 위해서 개인이 모든 것을 해낼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하면 아라는 만만해 보인다. 메인보드에 각종 PC 부품을 꽂고 케이스에 넣어 개인이 원하는 성능과 모양새를 지닌 PC를 만들어 쓰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엔도(Endo)라고 부르는 메인보드 같은 뼈대에 모듈화된 부품을 꽂아 스마트폰을 뚝딱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방식을 모바일 제품으로 더 확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바일 제품이나 스마트폰이나 다를 게 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은 모바일 제품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일상적으로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작은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나 고성능 MP3 플레이어, 휴대 게임기, 녹음기, 모바일 앰프 같은 휴대용 디지털 제품이나 산을 탈 때의 전문 트래킹 장치, 수많은 산업 현장에서 측정 장비로 쓰는 온갖 휴대용 제품들까지 모두 모바일 제품으로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이미 성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굳이 조립식 형태로 내놓을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은 그런 이유를 찾지 못할 지도 모른다. 단지 특수한 상황에서 써야 할 목적을 가진 제품이나 동일한 플랫폼에서 다른 기능을 써야할 때, 그러한 욕구를 이용자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조립 제품 플랫폼의 관점에서 보면 프로젝트 아라는 매우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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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아라는 모바일 제품의 융합(Convergence)과 분산(Divergence)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프로젝트 아라의 개발 목적처럼 다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폰의 관점에서 모듈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성격을 조금씩 다르게 하면서도 복합적 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는 반면, 처음부터 스마트폰 기능을 모두 없앤 아주 특수한 목적의 제품으로 성격을 좁힌 제품으로 구성할 수도 있어서다. 통신 기능을 배제할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모든 것이 이용자의 선택에 달린 것 뿐이라는 말이다. 아라를 구성하는 모듈 하나가 부품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 모듈 자체 만으로도 하나의 제품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운영체제의 역할을 최소화한 채 특정 기능을 실행하기 위해 붙여야 할 모듈의 조건만 충족시키면 그 안의 소프트웨어가 갖고 있는 기능을 수행하는 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이용자는 단지 모듈만 붙이거나 떼는 것으로 충분히 원하는 작업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휴대 게임기의 카트리지를 갈아끼워 다른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상황에 맞는 한두 개의 모듈을 갈아끼우는 것만으로 이용자는 필요한 기능을 얻을 수 있고 이처럼 이용자에게 맞는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는 플랫폼으로써 주의 깊게 볼 필요는 있는 듯하다.

이처럼 프로젝트 아라는 조립식 스마트폰보다 맞춤형 모바일 제품을 소량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 미래를 점칠 수 있다. 다만 맞춤형 소량 생산 시장을 벗어난 대중화 가능성은 사실 의문이다. 일부는 머지 않은 미래에 맞을 맞춤형 소량 생산 시대에서 하드웨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프로젝트 아라 같은 플랫폼에 대비하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 특히 지금 여러 양산 제품을 쏟아내는 대기업들에 대한 충고가 많다. 하지만 양산 제품과 맞춤형 제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제품의 성격과 가치를 갖고 있다. 아라가 기능을 보완하거나 다른 목적을 가진 특수한 제품일 수는 있어도 양산 제품들이 지향하는 가치까지 대신할 것인지는 아직 논하기는 이른 듯하다. 단지 그 가치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이용자가 의식하는 순간에 대안으로 준비된 아라가 진짜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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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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