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에 대한 연구 필요한 플레오맥스

지난 달 컴퓨텍스 참관하기 며칠 전, 플레오맥스로부터 두 가지 제품에 대한 테스트 의뢰를 받았습니다. 블루투스 마우스(MCB-800B)와 멀티미디어 키보드(KM-210GB)였지요. PC 주변기기 유통 브랜드인 플레오맥스가 주변 장치 사업을 좀더 공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준비해온 제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테스트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달 정도 두 제품을 써본 셈인데, 일단 제품 자체에 대한 어떤 평가가 중요한 것은 아닌 듯 싶더군요. 제품의 변화를 통해 플레오맥스라는 브랜드를 확고하게 자리매김 하고 싶은 욕구는 강하게 느껴졌는데 정작 제품을 만져보니 그런 욕구의 반영보다 욕심만 앞섰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무엇보다 최근 키보드나 마우스, PC 스피커 같은 주변기기 시장이 고급화되고 눈높이가 높아졌는 데도 불구하고 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느낌만 강하게 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 제품을 잠깐 소개하지요. 플레오맥스의 블루투스 마우스는 납작하게 생겼습니다. 보통 마우스들이 가운데를 볼록하게 만들어 손바닥을 편하게 올릴 수 있는 데 반해, 이 마우스는 그렇게 쓰기는 어렵습니다. 손받침 부분이 얕으니 손바닥 전체로 감쌀 수는 없고 엄지와 애지로 살짝 잡고 다뤄야 합니다. 좌우 버튼 양옆에 크롬 코팅으로 처리한 앞뒤 검색 버튼이 있는데, 검지와 중지로 누르기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블루투스 연결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키보드는 (멤브레인 방식의)일반 키보드와 크게 다른 건 없습니다. 일반 자판과 키패드, 위쪽에 재생과 탐색, 웹브라우저와 아웃룩 실행에 필요한 멀티미디어 버튼이 있습니다. 키를 누를 때의 압력이나 느낌이 특별히 다르게 느껴지진 않네요. 기본만 충실할 뿐 별다른 특별함을 찾아보긴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자주 스페이스바처럼 두드리는 키를 누를 때 약간 잡음이 들리는 등 내구성은 좀 약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두 제품을 보면서 가장 큰 문제는 감동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 제품을 만드는 당사자들이 노력을 안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변화를 하겠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겠다는 의지만 강하고 정작 제품에서 그런 변화가 없으니 감동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지요. 최소한 사용자 경험이 밑받침되었다면 모르겠는데, 이 제품들이 사용자 경험에 대한 개선이나 더 편한 경험을 주거나 좀더 품위있게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사실 게임이든 업무용이든 그 컨셉이 명확했다면 오히려 평가는 쉬웠을 겁니다. 한 예로 HP가 게이밍용으로 내놓은 부두 키보드나 게이밍 마우스, 또는 소니의 블루투스 마우스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점을 알 수 있는데요. HP는 노트북이나 PC 업체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자사의 고성능 PC 브랜드인 ‘부두’를 통해 게이밍 PC에 맞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직접 내놓았습니다. 게임에 맞춘 성능과 기능을 섞은 게이밍 키보드와 마우스였던 게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주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게이밍 키보드는 제법 흥미롭습니다. 일단 전원을 켜기 전까지 글자가 안보이다가, 전원을 켜는 순간 각 키 안에 숨어 있는 LED가 켜지면서 키보드 글자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3D 게임을 할 때는 모든 키의 LED 끄고 W, A, S, D 키 4개에만 불이 들어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게이머는 자기가 어떤 키를 눌러야 하는 지 좀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소니 블루투스 마우스는 플레오맥스에 비하면 단순합니다. 앞뒤 탐색 버튼이 없는 기본 기능만 있으니까요. 하지만 훨씬 스타일리시합니다. 소니 노트북을 쓰는 이들을 겨냥했기 때문이지요. 기능을 무시해서는 안되겠지만, 단순미를 최대한 강조함으로써 소니 노트북과 잘 어울리게 만든 것입니다. 둘을 놓고 보면 사고 싶고 갖게 만들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쪽은 묻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마우스를 잡았을 때의 편안함도 소니 블루투스 마우스 쪽이 더 좋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체급이 다른 제품을 비교했을 수도 있지만, 플레오맥스가 키보드나 마우스 사업을 강화하려면 제품을 쓰는 타겟에 맞춰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든, 독특한 기능이든, 제품의 품격을 높이는 디자인이든 뭔가 뚜렷한 색깔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키보드나 마우스처럼 한 번 익숙해진 사용자 경험을 바꾸는 게 힘든 것도 없습니다. 로지텍처럼 비싸더라도 기능과 스타일이 확실한 키보드나 마우스에 대한 구매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 것은 그만큼 좋은 사용자 경험을 주기 때문입니다. 어정쩡한 사용자 경험, 어중간한 스타일로 환영받기는 어려운 세상입니다. 그 틀을 깨고 나오시길.

Please follow and like us:
chitsol Written by:

8 Comments

  1. 2009년 7월 4일
    Reply

    흑.. 제눈에는 마냥 신기하고 좋아보이는데…
    하하 이런 싸구려 눈….
    항상 유용한 정보 잘 보고갑니다 ^^*

    • 칫솔
      2009년 7월 6일
      Reply

      에헤이.. 그래도 기억력 하난 끝내주시던데요. 전 옛날일 기억 잘 못하는 편이거든요~ ^^

    • 칫솔
      2009년 7월 6일
      Reply

      어쨌든 감동이 밀려드는 제품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

  2. 2009년 7월 6일
    Reply

    독특한 포지셔닝이 필요하겠군요.
    엉성한 상품은 소외되는 지름길이라는

    • 칫솔
      2009년 7월 6일
      Reply

      그렇죠. 평범한 회사원보다 개성 강한 아티스트가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처럼 제품도 확실한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

  3. 2009년 7월 7일
    Reply

    거실용 PC를 맞추다가 플레오맥스의 무선 키보드, 마우스 일체형을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가격과 사용평이 상대적으로 무난했습니다.
    플레오맥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고객들에게는 적당한 가격과 무난한 사용성으로 포지셔닝되고 있는 것 아닐까요?

    • 칫솔
      2009년 7월 9일
      Reply

      저도 동감입니다. 다양한 소비재 제품을 갖고 있는 것은 플레오맥스의 큰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상의 차별화를 위한 제품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