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방문한 동경 게임쇼. 쇠락의 기운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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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동경 게임쇼가 나흘 간의 일정으로 시작됐습니다. 2000년 초에 처음 동경 게임쇼를 참관한 이후니까 이번이 거의 10년 만의 방문인 듯 싶은데요. 그 때에도 김태균 선수가 뛰고 있는 지바 스타디움 옆 마쿠하리 멧세에서 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그곳에서 하네요. 사실 지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상하리만치 그곳의 모습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로 지어진 것도 없는 듯한 똑같은 건물, 똑같은 거리, 똑같은 전시장. 달라진 건 그 길을 걷는 사람들 뿐인지도 모르겠네요.


과거 멋모르고 무작정 찾아갔던 동경 게임쇼는 올해로 스무살 청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정식 개최는 1996년였는데, 그 이전 경력도 포함해 올해를 20주년 기념의 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게임 산업이 더 커지고 다양해진 지금 동경 게임쇼는 이상하게도 젊은 청년이 아니라 주름살이 자글자글한 중년 신사처럼 느껴지네요. 동경 게임쇼라면 한 때 E3, ECTS와 더불어 3대 게임쇼로 명망을 떨쳤는데요.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로 ECTS가 사라지고 E3도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 명맥을 굳건히 했던 전시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서 보니 어딘가 모를 위기감이 그대로 전달되더군요.



이번 동경 게임쇼를 주최한 CESA의 자료에 따르면 15개국에서 194개 업체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이들 업체가 1,458개의 부스에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지만, 사실 다른 전시회처럼 몇몇 대형 업체들이 대부분의 부스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 현상은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은 곧 다양성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3개 동을 다 썼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2개 동만 겨우 채우다시피 해 규모가 얼마나 줄었는지 짐작하고도 남겠더군요.


전에도 그랬지만,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곳은 몇 곳이 되지 않습니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이하 SCE)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캡콤, 스퀘어 에닉스, 코나미, 세가, 레벨-5, 남코 반다이, IREM, 그리고 대만 감마니아 부스만 돌면 되는데, 그나마도 감마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게임들은 SCE와 MS 부스에서 거의 90% 이상 체험할 수 있어 게임만 즐기고자 하면 이들 부스만 가봐도 됩니다. 그래도 다른 업체의 부스에서 개발자 간담회나 특별 사은품을 주는 각종 행사(+도우미)에 참여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쉽게 무시하긴 힘듭니다. (특히 캡콤의 몬스터 헌터 포터블 3와 PSP 특별판 같은 소식은 그 부스에서만 들을 수 있죠 ^^)



그나마 지난 E3 이후 SCE와 MS가 체감형 게임기인 무브와 키넥트로 이번 도쿄 게임쇼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하게 설명할 테지만) SCE는 E3에서 공개하지 않은 무브와 결합된 3D 입체 타이틀을, MS는 키넥트를 이용한 역동적인 게임 시연을 통해 각 체험 컨트롤러의 장점을 최대한 강조하고 있더군요. 물론 SCE와 MS 모두 참관인들이 쉽게 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장을 여러 곳 운영 중인데, 체험 컨트롤러를 즐기는 측면이 아니라 보는 측면의 재미는 MS가 조금 더 나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3D 입체 게임을 결합한 게임을 즐기는 측면에서는 SCE가 좀더 앞선 듯 보이는데, 두 체험 컨트롤러를 직접 보니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겠더군요.


SCE와 MS를 비롯해 여러 게임 업체들이 이번 전시회의 체면을 살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큰 폭의 변화가 절실해 보입니다. 일본이 콘솔 게임 지향적인 시장이라고는 하나 과거 콘솔 게임기와 게임을 개발하며 중심지의 역할을 했던 그 기반을 상당 부분 잃어 버린 상황인데다, 게임을 즐기는 다양한 환경을 전시회에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더군요.



이런 문제는 전시회를 주최하고 있는 CESA도 알고 있습니다. 와다 요이치 CESA 회장은 인삿말을 통해 게임기와 더불어 휴대전화와 스마트폰, 갖가지 네트워크 단말기, SNS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이 확대되고 있고, 게임이 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체험의 폭이 풍부해졌다는 말로 게임 시장의 확장을 언급했습니다. 더불어 아시아권이 대표적인 게임 시장으로 부상하는 만큼 아시아권의 게임들을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인 게임 전시회가 되고자 하는 기획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에 걸맞은 전시 행사와 부스가 터무니 없게 적어 보이더군요. 물론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같은 스마트 단말기용 게임 전시 부스가 있었지만, 규모도 작고 별다른 행사도 거의 없어 주목을 끌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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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을 보인 스마트 단말기용 게임 부스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지나치게 걱정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개방에 인색한 일본 시장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어 온 전시회의 특성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양성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부터 바꾸지 않는 이상 오늘의 전시회보다 더 나아질 거라고 낙관만 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CESA는 이번 전시회에 모두 18만 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참관 규모는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닐 겁니다. 아마도 그 18만 여명은 게임에 대한 열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겠지요. 하지만 변화하는 게임 세대일지 모를 이들에게 동경 게임쇼가 만족할 만한 가치를 주었는지 깊은 고민을 남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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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찾은 동경 게임쇼. 그 때에 비해 쇠락한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내년에 또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희망을 보고 싶습니다.


덧붙임 #


1. 비단 동경 게임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게임 전시회도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좀더 고민하길 바랍니다.


2. 며칠 동경에 머무를 것이어서 답글을 제때 못드리고 있습니다. 지인 여러분의 이해를 부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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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25 Comments

  1. 2010년 9월 16일
    Reply

    일본 게임 관계자들도 탄식을 하더군요. 이러다 정말 문 닫게 되는 것 아니냐구… ㅎㅎ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많이 쇠락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아무래도 기회가 되면 내년 E3도 한번 가봐야겠네요. 그래야 좀더 명확한 비교가 될 것 같아서요. 게임쇼가 문닫는 일 만큼은 없어야…

  2. 2010년 9월 16일
    Reply

    오옷 일본 갔따오신건가요… 일본 오락들이 정말 위기인건가요!!!

    아 아이폰용 게임 여러개해봤는데… 우와 싶긴한데….

    넘 빨리 끝나는 단점이!!!!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추석 전에야 돌아왔습니다. 요즘 아이폰에 푹 빠져계신 용짱님을 위한 아이폰용 게임,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겁니다. ^^

  3. 최정
    2010년 9월 16일
    Reply

    일본이 경제도 어렵고 엔화강세에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다보니
    일본게임마저도 이렇게 위기가 몰려오네요..
    잘보고 갑니다~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위기 아닌 곳이 없겠지만, 위기 속에서 변화를 하지 않는 게 더 문제였던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4. 2010년 9월 16일
    Reply

    찾았네요~^^ 일본 간 이유!
    대학생때 한창 겜에 빠져서 동경게임쇼 잡지에서 보고 ‘가고싶다’를 엄청 외쳤는데~
    일본은 갔어도 이런 행사는 한번을 못갔네요~

    잘보고 갑니다^^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생각만 하지 말고 내년에 같이 갈까요? ^^

    • 2010년 9월 24일
      Reply

      저 역시 결혼전이니 형이 ‘같이 갈래?’만 해주시면 99% OK!
      1%는 자금 여부에 따라서 ㅋㅋㅋ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내년 CES나 노리삼. ^^

  5. 눈씨
    2010년 9월 17일
    Reply

    저도 다녀온지 10년이 되었군요^^ 당시 아케이드용 태고의 달인과 북두의 권을 해보겠다고 줄서 있던 기억이 ㅎㅎ

    과거와 비하면 상당히 줄어든 부스 모습에 행사자체의 이미지도 쇄락한것 같습니다.

    게임 팬으로 너무 안타깝네요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그래도 게임 팬들의 열정은 한결 같더군요. 예전과 같은 인기를 되찾았으면 싶습니다. ^^

  6. 2010년 9월 17일
    Reply

    전화해도 안받으시더니 이곳에 계셨군요~
    글고보니, 비지니스데이 참석을!!!
    오~~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미디어라고 사기치고 다녔습니다. ㅋㅋ 그나저나 못뵙고 돌아와 너무 아쉽네요. ^^

  7. 2010년 9월 17일
    Reply

    오오~ 다녀오셨군요!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_< 쇠퇴하는 느낌의 TGS라고 하지만, 역시 게임인들에게는 동경할 수 밖에 없는 행사지요.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마이즈님도 내년에는 한번 들러보심이.. 확실히 게이머들에게는 마음을 채워주는 게임쇼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

  8. 웃는다
    2010년 9월 17일
    Reply

    억지 쩌네 ㅋㅋㅋㅋㅋㅋㅋ

  9. 2010년 9월 17일
    Reply

    저도 귀찮아서 안갔는데
    작년엔 더 안습이였습니다.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헉.. 그랬군요. 그나마 올해가 나았던 건가요? ㅜ.ㅜ

  10. 2010년 9월 17일
    Reply

    저도 게임쇼에 한번 가고 싶어집니다. 일본게임의 부활을 기다려봅니다.^^

  11. 타국사람
    2010년 9월 17일
    Reply

    망하면 좋은 일이죠. 왠 희망타령이세요..큰일 낼 분이시네

  12. 2010년 9월 17일
    Reply

    저도 게임쇼 다녀보고 싶은데 ㅎㅎ
    너무 머네요 동경은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비행기로 두시간… 참 가깝고도 먼 나라지요. ^^

  13. 2010년 9월 17일
    Reply

    그래도 한번 가봤으면~^^

    • 칫솔
      2010년 9월 24일
      Reply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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