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검 같던 HP 태블릿, 진검 들고 돌아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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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블로그를 계속 읽어 왔던 독자거나 PC 업계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HP가 얼마나 오랫 동안 태블릿 시장에 공을 들여왔는지 잘 알 것이다. TC1100 같은 하이브리드 태블릿이나 TX1000 같은 컨버터블 태블릿, 슬레이트 같은 제품들은 분명 태블릿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지 HP가 그 시장에서 충격파를 던져 주머니를 제대로 채운 적이 없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아픔일 것이다.


그 원인이 HP에만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딱 잘라 없다고 변명할 수는 없다. 분명 HP는 TC1100과 같은 제품을 내놓고도 그 뒤를 잇는 혁신적 제품은 거의 없었던 터였다. 그 문제는 단순한 게 아니다. 제품을 보는 관점이나 해석에 있어서 문제가 있던 것이다. 노트기어 김정민 대표가 어제 엘리트패드 900, 엔비 2X의 제품 발표회에서 “빌게이츠 회장이 향후 5년 내 태블릿 PC가 가장 잘 팔릴 거라 장담했지만, 태블릿 장치가 필요로 하는 편의성, 특히 터치가 아닌 단순 PC의 다른 형태로 접근한 채 나와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진단한 것도 그런 맥락 중 하나다. 운영체제와 프로세서는 어디까지나 외부의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제품을 해석하는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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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HP만큼 태블릿 시장에 문을 계속 두드린 기업도 없던 터라 놀라운 히트 상품 하나 없다는 게 무척 실망스러웠는지도 모른다. 거의 매년 새로운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사실 초고수가 아니면 그 무엇도 베기 힘든 목검과 같던 제품들이었다. 물론 시장 자체가 연습용 목검만 갖고 싸우던 시기였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HP는 그 목검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결국 진검을 들고 나온 다른 업체들에게 HP의 목검들은 쉽게 베어졌고, PC와 모바일 사업을 두고 자중지란에 빠져 있던 HP가 진검을 벼를 수 있을 지 회의적이기까지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제 발표한 엘리트패드 900, 엔비 2X는 일단 진검의 가능성을 가진 제품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진검 판정은 아직이다. 정식으로 승부를 겨루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두 제품은 분명 태블릿의 장점을 상당히 수용했다. 가볍고 얇으면서 움직임도 빠르다. 외형적인 멋도 잘 살렸다. 태블릿 자체의 군더더기를 없애 정말 깔끔하다. 키보드가 필요한 제품, 또한 필요 없는 제품의 구분이 뚜렷하고,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게 엘리트 900은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 확장성을 고려한 도킹 시스템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배터리팩이나 프러덕티비 재킷 뿐만 아니라 시리얼 단자를 연결하는 동글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더구나 두 제품은 윈도8을 운영체제로 쓰고 있어 PC의 기능을 그대로 수행한다. 배터리는 복잡한 작업만 아니면 기본 10시간 이상 쓸 수 있고 배터리 팩을 이용하면 19시간도 가능하다. 이런 설명만 보면 지금까지 나온 다른 윈도8 태블릿보다 완성도 면에서, 활용성 면에서 상당히 돋보이는 제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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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패드900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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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2X 전면
하지만 이 제품들은 아직 진검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요인은 제품과 시장 양쪽에 모두 남아 있다. 두 제품은 모두 1.8GHz 듀얼코어 아톰 Z2760을 쓴다. 비록 저전력(TDP 1.7W)이 강점이라고는 하나 아직 성능 이슈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일상적인 일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데스크탑 모드의 응용 프로그램을 수행할 때는 모자람이 있다. 또한 기존 넷북에서 쓰던 아톰이 남긴 정신적 상처도 무시하긴 힘들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소비자 제품의 시장적 요인이다. 윈도8 출시 초기 6천만 개의 라이센스가 팔려나간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것을 소비자가 선택할 태블릿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용 제품 시장은 훨씬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미치고 경쟁률도 치열하다. 이미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윈도8을 탑재한 태블릿은 후발 주자다. 일단 하드웨어 자체에 대한 인식 싸움에서 상당히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재 시장이 아닌 기업 시장에서 엘리트패드 900과 엔비 2X는 훨씬 가능성이 많기도 하다. 이 제품은 기존 PC의 호환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이전에 구축한 보안 시스템을 모두 바꾸지 않아도 된다. TPM 하드웨어 보안 모듈도 담았고 지금 이통사와 협의 중인 3G 모듈까지 선택하면 어느 장소에서나 업무를 보는 데 훨씬 쉬워진다. 의료나 증권, 교육 시장의 접근은 유리한 편이긴 하다. 허나 대규모 기업 시장일 수록 새로운 환경으로 전환이 상대적으로 느린 특성이 있어 이 제품의 도입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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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수가 많다는 것은 기회와 동시에 불안 요소다. 한국HP PPS 사업부의 송재원 상무는 “제품 발표회에서 올해 국내 태블릿 규모가 200만 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치를 공개하고, “내년에는 노트북 규모와 맞먹을 것이며 국내 윈도8 태블릿 시장도 상당히 커질 것”이라며 시장 성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데스크탑이 많이 차지하는 기업용 시장, 노트북이 상대적으로 많은 가정용 시장에서 엘리트패드 900과 엔비2X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즉, 대체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세컨드 스크린으로서 선택되어야 하는 그런 제품이다. 결국 가격이나 디자인, 운용 환경 등 여러 변수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변수가 이 제품의 성공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엘리트패드 900과 엔비 2X의 높은 완성도는 다행이다. 나는 엘리트패드 900과 엔비 2X의 완성도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 특히 지금까지 나온 다른 윈도8 태블릿과 비교하면 가장 훌륭하다. 다른 운영체제의 태블릿과 충분히 겨뤄볼 만한 제품이다. 머지 않아 리뷰를 하겠지만 아마 별점 다섯 개 중에 네 개 이상은 기본으로 줄 것이다. 하지만 만점을 줄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것이 진검이라면 별 다섯 개지만, 아직 목검의 불안함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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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4 Comments

  1. 2013년 1월 25일
    Reply

    앞으로 정말로 기대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칫솔
      2013년 1월 30일
      Reply

      저도 잘 되기를 기대한답니다. 잘 되겠죠. 제품 자체는 좋거든요. ^^

  2. 2013년 1월 27일
    Reply

    지난 1월 24일 한국 HP가 윈도우8 탑재 스마트패드 엘리트패드 900과 하이브리드 PC ENVY(엔비) X2를 소개하는 자리를 열어 다녀왔습니다. HP가 그동안 신제품 발표를 주로 낮에 해서 참석할 기회가 많지 않았었는데 2013년 들어서 처음 열리는 신제품 발표회는 저녁 시간에 열려 참석이 가능했습니다. 수십명의 블로거들과 기자들이 참석해 HP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알수 있었죠. 그동안 출시되었던 윈도우8 탑재 스마트패드가 여럿 있었지만 개인..

  3. 디자인이 좋다는 건 단순히 이쁘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모든 상품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IT 기기에서의 좋은 디자인이란 사용성에 대한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통해, 사용자가 겪어왔던 혹은 겪을 문제점을 상쇄하는 아름다움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A와 B가 만나 C라는 새로운 형태가 되는 하이브리드 기기들… 근 몇년간 참 답이 안나오는 디자인들이 난무하던 영역이다 디자인을 가치있게 만드는 요소를 크게 나눠서, 얼마나 보기 좋은가 하는 ‘심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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