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에도 엔비디아는 그래픽 프로세서 기업일까?

지금 엔비디아가 갖고 있는 기업 이미지에 대한 설문을 돌려보면 어떤 답을 가장 많이 얻을까요? 아마 십중팔구 PC 그래픽 프로세서 업체라는 데 가장 많은 표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5년 뒤에 똑같은 설문을 던졌을 때도 그럴까요?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지 않으려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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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PC 그래픽은 엔비디아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의 의미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그래픽 프로세서 사업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전히 노트북을 포함한 PC 그래픽 부문의 매출은 테그라보다 훨씬 많습니다. 테그라2가 올초 첫 양산 스마트폰인 옵티머스2X에 반영된 이후 지금까지 팔린 것은 무려 1천만 개나 되지만, 전체 PC 시장의 그래픽 수요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니, 이미 그 미래를 대비해 여러 일들을 진행해왔고 서서히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징조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것이 계속 현실로 나타나 쌓이고 쌓이는 5년 뒤 엔비디아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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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를 탈착하는 아수스의 e패드


지금 개인 컴퓨팅은 변화의 시점에 들어선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빚어진 일이라기보다 많은 이들이 PC를 통해서 했던 일들이 세분화되면서 그에 따르는 새로운 장치들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의 PC나 노트북은 생산성을 위주로 개발되어 왔던 반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태블릿 같은 장치들이 더 많은 것을 소비하도록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용자가 더 많은 컨텐츠의 생산보다 소비에 초점을 맞추면서 과거 성능만 뛰어난 PC보다 좀더 다양한 컨텐츠를 오래 소비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원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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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CEO 젠슨 황
중요한 점은 이렇게 소비에 주력하는 스마트폰이나 패드 장치를 PC나 노트북보다 더 많이 팔게 될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서 지난 6월 초에 막을 내린 컴퓨텍스 2011이 열리고 있는 대만 타이페이를 찾았던 엔비디아 젠슨황 회장을 비롯해 수많은 엔비디아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각종 전망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웠던 것은 지난 컴퓨텍스 기간 중 우연히 호텔에서 켰던 TV에서 본 엔비디아 젠슨 황 회장이 대만의 한 방송과 했던 인터뷰였습니다. 그는 앞으로 5년 뒤에 개인 컴퓨팅 부문의 모습이 지금과 확연히 달라질 거라고 했거든요. 스마트 패드, 태블릿이 노트북을 넘어설 것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꺼냈던 것입니다. 방송을 본 그날 오후 젠슨황 회장과 그룹 인터뷰에서 그에게 5년 뒤의 전망에 대해서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했는데, 이렇게 답변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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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지역 미디어와 그룹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지금 PC를 갖고 있는 누군가는 언젠가 태블릿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PC를 쓰지 않는 사람들은 앞으로 태블릿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부모님은 무엇인가를 입력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분입니다. 단지 신문과 책을 읽기를 원하고 대만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매우 슬픈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시기를 원할 뿐이지요. 어머니가 책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일상의 컨텐츠를 생산하려면 대용량의 저장장치와 빠른 처리 장치, 고해상도 비디오 장치와 표시 장치 등을 갖춘 PC가 필요하지만, 이런 것들이 단순히 신문을 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데 우리 부모님께는 필요치 않거든요.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장치는 모두에게 필요해도 PC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만이 각각의 행태에 맞춰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젠슨 황 회장이 말한 것처럼 결국 PC는 필요한 사람들만 소유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의 부모님 같은 세대, 또는 아직 PC가 필요 없는 아이들, PC를 갖고 있어도 소비 욕구가 넘치는 이들 모두에게 태블릿 또는 스마트패드가 보급되는 5년 뒤라면 충분히 PC를 능가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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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에서 시연했던 쿼드코어 칼엘의 동영상. 이제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3D 그래픽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엔비디아처럼 SoC(system on chip) 기업들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SoC는 하나의 칩 안에 하드웨어를 돌리는 데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입출력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을 넣어 효율적인 구조와 성능을 내도록 하는 것으로 엄밀히 말해 프로세서를 넘어서 그 이상인 것이지요. SoC에 따라 더 얇으면서도 오래가고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패드를 만드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핵심 처리 장치라는 것은 변함 없는데, 그 대표적인 SoC 중 하나가 바로 엔비디아의 테그라 시리즈입니다. 지금은 듀얼 코어 테그라2가 이미 스마트폰과 스마트 패드에 널리 쓰이고 있는 상황이고 이르면 오는 가을 쯤 쿼드 코어를 넣은 ‘칼엘’이란 코드명을 가진 차세대 테그라를 적용한 패드가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처럼 지금의 그래픽 프로세서 전문 업체인 엔비디아가 매년 수십억 대가 팔려나갈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와 같은 핵심 처리 장치를 5년 동안 만들어 공급한다면 그 때도 그래픽 프로세서 업체라고만 할까요?


물론 엔비디아 말고도 지금 SoC를 만드는 기업들은 매우 많습니다. 엔비디아의 경쟁자들이 산더미처럼 있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엔비디아가 채택한 ARM 아키텍처는 누구나 라이센스를 취득하면 프로세서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그 아키텍처를 그냥 사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장(extend)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말그대로 ARM의 아키텍처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필요한 그래픽 코어와 내부 컨트롤러 등을 통합해 테그라라는 전력과 성능에서 더 효율성이 뛰어난 SoC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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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그라의 로드맵. 과연 몇 개의 업체가 이러한 로드맵을 그려 놓고 SoC를 개발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누구나 ARM 아키텍처를 사서 SoC를 만들 수 있는 지금 엔비디아 테그라의 미래는 있는 걸까요? 이에 대해 젠슨 황 회장에게 테그라 프로세서의 현재와 미래의 경쟁자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테그라 프로세서의 경쟁자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ARM SoC를 만들 수 있는데도 말이죠. 과거 엔비디아가 그래픽 칩셋을 처음 만들 때 수많은 경쟁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남은 경쟁자가 거의 없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투자의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거든요. 지금 누구나 ARM SoC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이를 개발하는 데 막대하고 광범위한 연구개발비가 소요됩니다. 예를 들어 지금 테그라2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이 100이고 100만 달러로 만들 수 있다면 쿼드코어 칼엘을 만들 때 필요한 인력은 500으로 늘어나고 비용은 1천만 달러로 증가합니다. 그 이후의 테그라 시리즈를 만들려면 3천 명의 인력이 필요하고 10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갈지 모르는 데, 기간이 길어질 수록 이렇게 많은 인력과 빠르게 증가하는 비용을 끊임없이 투입할 수 있는 기업은 매우 적습니다. 이것이 엔비디아 테그라의 경쟁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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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 코어 칼엘의 테스트 보드. 칼엘을 통해 3D AR도 곧 현실이 될 것이다


결국 끝까지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업체만이 마지막까지 살아 남을 수 있음을 과거 그래픽 프로세서 시장에서 억척스럽게 배웠고, 엔비디아는 이를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복습하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복습한 결과는 이제 해를 거듭해 나타나겠지요. 그리하여 5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나면 엔비디아는 그래픽 프로세서 업체라는 타이틀과 또 다른 ‘모바일 프로세서 전문 기업’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때까지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살아 남아 있다면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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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8 Comments

  1. 2011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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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당을 좋아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머니게임으로 갈수 밖에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니 씁쓸하긴 하군요 ㅠ.ㅠ

    • 칫솔
      2011년 7월 4일
      Reply

      돈으로만 바른다고 될 문제는 아니고 그만큼 올바른 투자가 단행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

  2. DENON
    2011년 7월 2일
    Reply

    크리에이티브의 stemcellcomputing CPU가 생각나네요 ㅠ

    • 칫솔
      2011년 7월 4일
      Reply

      아.. 저도 스템셀 제품 하나 있지만, 이거 보면 정말 눈물납니다. ㅜ.ㅜ

  3. DENON
    2011년 7월 4일
    Reply

    저도 방구석에 zii egg가 굴러다니고 있지요 ㅠ

    • 칫솔
      2011년 7월 6일
      Reply

      저는 서랍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겁니다. ^^

  4. DNM Academy
    2011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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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 감사합니다..^6

  5. Canon | Canon PowerShot S90 | Pattern | 1/60sec | F/2.5 | +0.33 EV | 6.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1:07:20 19:25:43 프리스케일은 그리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회사는 아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그리 알려진 회사는 아니다. 그런 회사가 블로거들을 모아놓고 홍보하는 포스트를 쓰면 원고료를 준다고 한다. 무슨 내용일까라는 궁금즘이 들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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