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소비자 경험 붙잡기에 나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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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HP 빅뱅 2008의 프린팅 부문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PC 부문 기조 연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지요. 크리스 모건 부사장에 이어 올라온 이는 이번 HP 아시아태평양 지역 퍼스널 시스템 그룹 부사장으로 승진한 시친텍 씨입니다. 앞서 크리스모건 부사장이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대부분 끝내고 내려간 터라 시친텍 부사장은 좀더 PC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끌어나갔습니다.


HP는 사실 델이나 다른 기업에 비하면 PC와 노트북에 뒤늦게 뛰어든 기업입니다. 2002년 컴팩을 끌어 안기 전까지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미련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기업이 HP였으니까요. 컴팩과 합병한 뒤에야 PC 분야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을 따지면 PC 사업에 제대로 손댄 것이 고작 6~7년 밖에 되지 않는 셈입니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HP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PC와 노트북 업체가 되었지요.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업계 최고 자리에 올라선 이유에 대해 시친텍 부사장은 이렇게 이유를 정리하더군요.



“2~3년 전 PC 업계는 상품화에 치중해 너무나 많은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업계에서도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그저 최저가 제품으로는 혁신 얻지 못했던 때입니다. HP는 생각을 바꿨어요. 새로운 방향을 전개한 것지요. 그것이 개인화 전략입니다. PC 디자인을 바꾸고, 체험 위주로 전략을 바꾼 것이에요.”


2년 전인 2006년, HP는 업계 최초로 코팅 안쪽에 문양을 새긴 상감(imprint) 기법을 넣어 그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지금 상감 기법은 거의 모든 노트북에서 쓰고 있는 마감 기법이 되었고요. 올 들어 HP는 이러한 상감 디자인을 더 발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리퀴드 메탈을 이용한 크롬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상감 디자인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만, 지난 번 드래곤 같은 과감했던 상감 디자인은 축소되는 한편으로 자연스러움을 표현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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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와 함께 일하게 된 비비안탐
작년 가을 뉴욕 컬렉션 기간 중에 가졌던 전세계 규모 행사 이후 HP가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패션(fashion)입니다. 유행하는 옷의 흐름처럼 PC 부문에서도 그런 유행을 주도할 독창적 스타일을 만들려는 시도를 했지요. 상감 기법도 그 중 하나지만, 올해는 색다른 시도가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비비안 탐과 공동 디자인을 통해 옷과 어울리는 액세서리로 미니 노트북을 등장시킨 것이지요. 그 화제의 물건이 이번 발표회에 나타났습니다. 앞서 ‘간지 풀풀~ New! HP 미니‘라는 글에서 소개했지만, 정말 화려함에 취해 버릴 정도였습니다. 돋보이는 만큼 이를 소화하기가 쉬워 보이진 않지만,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가는 움직임 자체는 여전히 기술과 모양 다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 비교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프린팅 부문과 마찬가지로 PC 부문도 소비자 경험을 잡기 위한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소비자의 제품 구매가 단순한 의무와 목적이 아니라 생활과 연결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시친텍 부사장은 PC 업체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 PC와 노트북을 젊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2.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는 젊은이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이들에 대한 많은 연구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3. 인터넷 구매자의 66%가 여성이고 이 가운데 58%의 여성이 돈을 냈다. 과거에는 여성과 인터넷 판매라는 것을 함께 연구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기술이 디자인보다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젊은 층, 여성 층에 대한 PC 이용과 구매 패턴을 연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지금까지 PC 업체들은 CPU나 그래픽 칩셋 같은 PC의 핵심 기술에 기반해 제품 컨셉을 잡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젊은이들이 갖고 놀만한 제품, 여성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살만한 제품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결국 시친텍 부사장은 “개인의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해소하기 위해 좀더 능동적인 소비자 접근 채널을 만들기로 합니다. 그것이 체험 센터입니다. 앞서 크리스 모건 부사장이 언급했던 체험 센터와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운영 형식만 같지 목적과 방향은 조금 다른 셈입니다.


또한 피크 트람을 타고 산기슭을 거슬러 올라가면 홍콩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빅토리아 피크에 EA와 함께 색다른 체험 전시관을 만들었는데 장난이 아닙니다. EA 센터에 있는 PC 게임용 시스템이 모두 HP PC와 노트북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HP 터치스마트 PC와 드래곤 데스크톱, 노트북 등 다양한 HP 제품이 전시돼 있는데, 이곳에 EA 게임을 즐기러 오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이들 제품을 통해 게임을 체험함으로써 HP 제품에 대한 경험을 얻고 앞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들립니다.(빅토리아 피크 EA 센터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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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의 새 프린터와 PC들
여기까지 발표를 끝내고 HP가 준비한 새 프린터와 노트북, PC를 공개했습니다. 무대가 열리면서 한꺼번에 많은 제품이 나오자 제품을 사진에 담으려는 이들이 앞으로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 것은 말할 나위도 없구요. 아마도 이들 중 몇몇 제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머지 않아 보게 될 것입니다.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들려드리도록 하지요.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6 Comments

  1. 캐딜락
    2008년 9월 20일
    Reply

    HP 하면 프린터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스타일리쉬 하고.. 또 잘만들어서 좋은이미지로 계속 가고있는거
    같습니다.. 컴팩 같은경우는 노트북이랑 씨름을 몇번 한적이 있기때문에…
    HP 화이팅! ^ㅡ^)

    • 칫솔
      2008년 9월 20일
      Reply

      네.. 지난 2년 동안 스타일을 강조한 덕분인지 이제 알아봐주는 이들이 많아진 듯 하더군요. 이대로 밀고 가다보면 고유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

  2. 가넷
    2008년 9월 21일
    Reply

    으흠. 너무 여성스러운 것 아닌가요? 부담되넹…

    • 칫솔
      2008년 9월 22일
      Reply

      그런가요? 흠…

  3. 2008년 9월 21일
    Reply

    2년 전 상감기법(?-상감기법이라고 해야 하는게 맞나 모르겠습니다. 몇가지 의미에서)으로 출시된 dv2000, v3000 series 등등등등등등 -_- 의 발표를 한국에서 했었지요.
    그 날이 생각나는 포스팅이네요.

    대박나겠네? 싶었는데 어째 비지니스 제품군에서는 획기적인게 좀 없다 싶었는데 요즘 모델들은 이제 디자인도 좀 신경 쓰나봅니다.
    뭐 라인업이야 이미 다 정해져있고 개발도 이미 다 하고 있고 하겠지요. 늘 발표는 저리 하는데 항상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아쉽고 소비자에게 어떤 부분을 어필해야 “컨슈머” 시장에서 잘 되는지
    국내 시장 상황은 반영이 잘 안되는 듯 합니다.

    통상 컨슈머제품군이 대부분 몇몇 공장에서 제조됨을 생각할 때 시도도 좋고 반응도 좋고 했지만,
    제발 커머셜 제품군에서도 가볍고 견고하고 생산성 되는 제품을 좀 만들었으면.. 합니다. 늘 2%+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죠.

    써놓고 보니 오픈으로 쓰면 최과장님께 끌려갈까봐 -ㅅ-)
    Tc4200을 2.5년 쓰면서 액정 몇번 바꾸고 이제 보드 바꿀 때가 됐는데 이게 3년 워런티 끼고 있긴 하지만 잘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막쓴건지 -_- 제품이 안튼튼한건지 -_-.

    딱히 가격대비 따지면,, 제 돈주고 살 때도 컴팩라인 살 것 같긴 한데 -,-
    요즘 노트북이 왜 이리 맘에 안들까요 T_T

    여의도 오세요~~~

    • 칫솔
      2008년 9월 22일
      Reply

      ㅋㅋ 이거 공개로 풀까요? 반응 재미있을 듯.
      그나저나 강남으로 오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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