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소비자 경험 붙잡기에 나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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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본사와 별도로 아시아 태평양 본부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빅뱅'(BigBang)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보통 가을 문턱에 들어설 쯤에 열리는 행사로, HP 내에서도 꽤 비중이 높은 행사입니다. HP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비전과 전략, 그에 맞는 프린터와 PC 제품, 서비스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디어들에게 처음 공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지요. 이 행사는 나라마다 돌아가면서 순회 개최되는데, 올해는 홍콩의 몽콕에 있는 랭햄 플레이스(langham place) 호텔에서 17~18일 이틀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HP 빅뱅 2008의 주제는 EEE입니다. A 업체의 PC 브랜드가 아니고요. Engage, Excite, Experience를 뜻합니다. 소바지가 즐기고 체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세 단어로 압축한 것이지요. 기조연설자로 나선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이미징&프린팅 그룹의 크리스 모건 부사장은 소비자의 생활 양식이 다양화되고, 활용 지식이 고도화되었으며, 개성이 세분화되어 이들의 입맛에 맞춰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만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데 한계가 왔고 더 넓은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이를 위해 HP가 내세운 것은 환경적 책임과 모빌리티, 스타일과 쉬운 사용, 아낌없는 소비자 서비스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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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기자와 블로거들
그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체험 센터였죠. 7천 개 이상의 판매점 개설과 별도로 애플샵 같은 체험 센터를 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올 연말까지 100곳, 2009년 말까지 200곳의 체험 매장을 열어 소비자들이 프린터와 PC 등을 직접 체험하고 비교를 통해 자기 경험에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에 설치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품 설명이나 쓰는 법을 알려줄 도우미도 배치되고요.


체험 매장만큼 제품의 경험을 주는 곳은 드뭅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구매가 많기는 해도 온라인에 뜬 제품 카탈로그만 보고 사는 불확실성보다는 가까운 체험 매장에서 제품을 한 번이라도 만져보는 것이 훨씬 이득인 것은 분명하니까요. 역으로 HP에게도 기회가 됩니다. 지역별, 성별, 소비패턴 별로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좀더 많이 찾고 체험하고 돌아가는지 그 정보를 모아 분석하면 그 지역의 소매 판매점들과 함께 판매 전략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HP의 제품은 재미있어 괜찮은데, 그 안에서 즐길 컨텐츠가 얼마나 될지 걱정입니다. 애플샵을 가서 경험을 하는 것은 제품 뿐만 아니라 음악이라는 컨텐츠가 있기 때문이니까요. 다양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HP 체험 센터를 운영하겠다는 HP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장치들을 통해 소비자의 컨텐츠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문화적 접근 전략이 조금 부족해 보이더군요.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체험 매장을 열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고, 현재 각 판매 매장의 진열대를 인관된 디자인으로 바꾸는 것은 지금 시범적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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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컨슈머 전략은 가정과 소매점의 경험 확대
친환경과 관련해 종전의 초점이 재활용이었다면 이제는 에너지 관리쪽으로 옮겨간 듯 합니다. 최근 유가와 연동되어 점점 오르는 물가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료에 대한 부담을 안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에는 적절한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발표된 기술은 없습니다. 종전의 기술을 시대 상황에 맞게 재포장한 뿐이지요. 예를 들어 HP 레이저 프린터의 인스턴트온 기술은 몇년 전에 나온 것으로 예열 시간 없이 바로 인쇄를 할 수 있는 덕분에 대기 전원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대기 전원, 예열 전원을 쓰지 않는 만큼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것이죠. 최신 기술은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 관심을 끌만한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HP측은 종전 방식에 비해 60% 정도 전력 소모를 줄인다고 하던데, 이러한 표현에서 느끼는 감정은 늘 같습니다. 언제나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것인데, 다음에는 실질적인 전기료로 계산해 줬으면 합니다. ^^


무선 프린팅 시대에 대비한 부분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좀더 자세하게 들려 드리겠습니다만, 프린팅 라인업의 절반이 무선 기능을 가져갈 것이고 이것이 HP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노트북을 쓰는 고객이 늘면서 프린팅 출력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적이 있습니다. 무선 프린팅 부분과 더불어 프린팅과 관련해 흥미롭게 눈여겨 볼 부분이 두어가지 더 있는데, 차차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프린팅 관련 이야기만 했네요. 이 글에 이어 퍼스널 시스템 그룹의 시친텍 부사장의 기조 연설 내용도 곧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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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

그러고보니 이글의 태그에 빅뱅을 붙여야 하는 데, 그룹 빅뱅을 찾는 분들께 혼란을 줄것 같아 고민되는군요. ^^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1 Comments

  1. 2008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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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HP 가 요즘 마구 마구 박차 올라오는군요?!
    한국에 에플샵 같은것이 HP 로 생긴다면 참 재밌겠군요.

    근데,…HP 는 멀티미디어 기기로 별거 없지 않나요?? 기기는 보여줄게 많지만.. 콘텐츠가 없어서
    에플샵 의 체험센터 처럼 그렇게 쉽게 성공할것 같지는 않네요.

    기왕 하는거 HP 가 MP3 도 만들고, PMP 도 만들고 PDA 만들죠? 뭐 다 만들어서 성공할수 있을텐데요…

    –(그런데 저런곳 가서 막 전부 들어서 포스팅 하시는거 보면… 영어 되게 잘하시겠어요ㅎ..^^??)

    • 칫솔
      2008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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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있는 애플샵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죠. HP가 우리나라에 어떤 형태로 체험샵을 만들지는 모르지만, 즐기는 문화를 살리는 색다른 형태였으면 좋겠어요. ^^

  2. 2008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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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생각이네요. 꼭 성공해야할텐데..^^

    • 칫솔
      2008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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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요? ^^

  3. 남형석
    2008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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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뱅이나 EEE가 요즘 유행어가 된 것 같네요. 체험센터는 단순히 제품 전시만 아니라 무언가 흥미거리까지 잘 포장되어야 성공할 것 같습니다. 관심있는 분야는 무선 프린팅인데 기존 무선랜이나 블루투스 무선 프린팅과 어떤 차이점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칫솔님 글 잘 보았습니다^^

    • 칫솔
      2008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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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차이는 없답니다. 무선 랜을 통한 네트워크 프린팅의 실현이라 보시면 될 듯. ^^

    • 칫솔
      2008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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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색은 별로 없고 색깔이 훨씬 다채로워졌더군요. ^^

  4. 2008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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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의 저 폰트는 정말 인상적인듯 어느 언어에서나 저 색체를 띄는 건 정말로 대단한 것 같아요.(국내에서도 저 모양의 폰트로 영엽을 하던데, 저건 어디서 구할 수 없나요; ㅋ)

    • 칫솔
      2008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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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독특한 글씨체지요. 문제는 저게 폰트로 나온 게 아니라 디자인된 것이라 쉽게 얻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ㅜ.ㅜ

  5. 프린터에서부터 노트북, PC 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기업시장에서 컨슈머 마켓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장을 향한 다양한 라인업으로 세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HP. 이 HP 가 전문 체험샵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치 apple 이 애플샵과 같은 브랜드샵을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가 될것으로 보이는데요, 애플과 비교한다면 HP가 훨씬 많은 제품군을 가지고 있으니 애플샵보다는 굉장히 많은 체험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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