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2016 결산] 퍼스널 컴퓨터에서 퍼스널 리얼리티 컴퓨팅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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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컴퓨텍스를 취재하러 가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공항을 나서자 마자 온몸을 확 감싸는 덥고 습한 기후의 적응 문제는 아니다. 스마트폰을 앞세운 모바일 중심 사회로 전환되면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같은 전통적인 PC들은 혁신 없는 일을 위한 제품으로 전락했고, 덩달아 PC 기술의 미래를 말해왔던 컴퓨텍스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느린 성장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PC 산업의 현재 상황을 보더라도 많은 제조사들이 힘을 낼 수 없는 일이지만, 무엇보다 PC가 갖고 있는 전통적 가치를 강조하며 형태와 성능을 손 본 제품만으로 동력을 만들기에는 모두에게 역부족이기도 했다. 더구나 손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낸 창의적인 모바일 시장의 변화와 비교할수록 단순히 하드웨어나 운영체제 중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PC에 대한 관심은 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올해는 더욱 암울했을 지도 모를 컴퓨텍스는 그러나 의외의 반전이 있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PC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많은 이들은 컴퓨텍스에서 나오는 소식에 별다른 귀를 기울이지 않았겠지만, 적어도 아주 작은 기대를 갖고 컴퓨텍스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이번 컴퓨텍스는 매우 의미 있는 PC의 변화를 발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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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용자가 가상 현실 게임 <언스포큰>에서 대전 게임을 하고 있다.

어쨌거나 ‘가상 현실’때문 아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가상 현실도 컴퓨텍스를 바꾼 것 기술 흐름 중 하나인 것은 맞다. 세계적인 흐름이 된 가상 현실 중에서도 한 차원 높은 PC VR과 관련된 기술을 이번 컴퓨텍스에서 정말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던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번 컴퓨텍스는 가상 현실보다 더 포괄적인, 훨씬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리얼리티’(Reality), 한마디로 ‘현실감’이다. 컴퓨텍스는 수많은 현실감 기술이 공존하는 무대였다.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증강 현실(Argument Reality)에 이어 혼합 현실(Mixed Reality)까지 다채로운 현실 기술(Reality Tech)이 컴퓨텍스를 지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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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 현실은 가상의 현실 안에 진짜를, 진짜 현실에 가상을 혼합한 개념이다.

현실 기술은 분명 실재하지 않으나 진짜 있는 듯한 느낌을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진짜처럼 만질 수는 없어도 그 안에 있는 세계를 현실처럼, 또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이용자가 오감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다채로운 기술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컴퓨텍스에서 공개되었거나 공유되었다. 가상 현실, 증강 현실, 그리고 실제와 가상의 세계를 섞은 혼합 현실이 현실 기술을 세분화한 형태지만, 결과적으로 그 모든 진짜 같은 가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리얼리티인 것이다.

현실 기술의 핵심은 얼마나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있다. 이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가리키는 게 아니다. 진짜 같은 그래픽에 진짜 같은 물리적 움직임, 진짜 같은 소리, 진짜 같은 촉각 효과 등 한 공간에 온갖 진짜 같은 가짜를 담는 것으로 현실과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진짜 같은 가짜의 현실감을 위해선 무엇보다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상의 공간 또는 가상과 현실을 혼합한 공간 안에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생생한 그래픽과 물리적 움직임, 여기에 공간을 구축하거나 실시간으로 진짜 공간을 뒤섞고, 정확한 소리의 방향을 계산해 헤드폰으로 출력하고, 가짜 현실과 교감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등 수많은 요소를 처리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계산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가진 장치, 그러니까 PC 기반의 리얼리티 기술이 컴퓨텍스에서 부각된 것은 그리 복잡한 사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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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백팩 PC를 비롯해 고성능 백팩 PC는 이번 컴퓨텍스의 흥미로운 흐름이었다.

이번 컴퓨텍스가 강력한 처리 성능을 가진 PC 기반의 현실 기술의 장이 된 것은 요구에 대한 해법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성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상 현실이나 일부 증강 현실처럼 모바일 중심적 관점에서 처리할 수 있는 현실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다양한 요소를 처리해야 하는 현실 기술을 모두 처리할 만한 컴퓨팅 파워의 측면에서 보면 모자른 것은 사실이다. 물론 모바일 현실 기술들은 부분적인 경험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부족한 컴퓨팅 기술 탓에 생산적인 영역까지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히 카메라를 이용해 360도 이미지나 영상을 촬영하는 수준이 아니라 산업 디자인이나 설계, 과학 연구 또는 모델 시뮬레이션을 비롯해 전문가 수준의 파워 게이밍 등은 PC와 같은 강력한 성능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즉, 모바일도 리얼리티 효과는 낼 수 있지만, PC 기반의 파워 리얼리티를 구현하긴 힘들다.

컴퓨텍스에서 실리콘 기업이나 PC 제조사들이 현실 기술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이야기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인텔 프로세서, 엔비디아와 AMD GPU, MS의 플랫폼이 모두 이 현실 기술을 위해 성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가상 현실에 초점을 맞춘 GPU에 대해서 엔비디아나 AMD 모두“강력한 가상 현실(Power VR)을 위해선 강력한 GPU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단순히 그래픽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에서 이 현실과 똑같은 물리적 움직임까지 계산하는 것들이 모두 GPU의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 기업의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엔비디아는 철저한 사실성에 기반한 가상 현실을, AMD는 보편성을 앞세운 가상 현실을 주장하는 점이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전력은 낮추고 성능을 높이는 GPU를 내놓고 있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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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서와 GPU 업체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현실 기술이 등장했다.

GPU 역할만 강조된 것은 아니다. 360도 생중계 또는 녹화 같은 일은 GPU로만 처리하지 못한다. 이는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야에서 컴퓨팅 능력을 요구 받는다. 인텔은 새로운 제온 E3 v5프로세서로 360도 4K 영상을 실시간 압축, 또는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녹화 전송할 수 있는 비주얼 컴퓨팅 파워를 자랑했다. 인텔 P580 그래픽 프로세서를 내장한 제온 E3 v5 프로세서가 처리한 360도 영상을 뉴욕에서 인코딩해 지구 반대편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보내는 능력은 CPU의 힘이다. 또한 10코어를 담은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은 게이밍 뿐만 아니라 가상 현실 그래픽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연산 작업을 더 빠르게 처리한다. 

이처럼 강력한 CPU와 GPU는 가상 현실, 증강 현실은 물론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섞은 혼합 현실 플랫폼을 만들려는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움직였다. 이미 MS는 홀로 렌즈를 통해 현재의 세계 안에 고품질의 가상 세계를 결합하는 컴퓨팅을 보여준 바 있는데, 이 역시 인텔 코어 i7 같은 고성능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성능 PC의 성능이 이러한 리얼리티의 수준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분명한 증거로 보여주고 있다. MS는 홀로 렌즈에서 보여준 홀로 그래픽 컴퓨팅을 기반으로 현실을 완전히 차단한 가상 현실까지 윈도 10의 홀로 그래픽 컴퓨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음을 이번 컴퓨텍스에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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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지만, 강력한 컴퓨팅에 기반한 현실 기술의 도움을 받아 새처럼 날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 기술의 주 이용자가 전문가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소비의 방향이 개인 이용자들에게 향하면서 이제야말로 PC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현실 기술은 지금 우리가 컴퓨터 앞에 하고 있는 작업의 처리 방법 자체를 바꾸는 것이므로 모니터와 본체, 키보드, 마우스로 조작하는 유형의 기존 PC와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다. 과거 퍼스널 컴퓨터라고 불렀던 PC는 이제 현실과 접목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퍼스널 리얼리티 컴퓨터라 불러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성능을 기반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퍼스널 리얼리티 컴퓨터는 컴퓨텍스를 전후로 확실한 변화를 예고했다. 현실감을 위해서 디스플레이와 여러 현실 효과를 위한 주변 장치, 그리고 컴퓨터의 형태를 모두 입거나 쓰는 유형으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흥미롭게도 기존 PC를 웨어러블 PC로 만들려고 했던 바로 과거의 노력들이 마치 이제야 현실화된 듯한 것과 비슷하지만, 그 때와 다른 것은 단순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것이 아니라 현실 기술의 쓰임새가 확대됨으로써 필요한 이유가 명확해 졌고 그것을 바라는 많은 이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물론 당장 키보드가 달린 노트북, 마우스로 조작하는 PC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동안 우리는 문서 작성을 위해, 코딩을 위해, 인터넷 쇼핑을 위해 키보드가 있는 PC와 노트북을 쓰게 될 것이다. 단지 더 이상 PC 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완전히 흐름을 바꿀 새로운 현실, 그것이 퍼스널 리얼리티 컴퓨팅이라는 멋진 진화로 거듭날 것이라는 점을 이번 컴퓨텍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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