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 향기 나는 윈도 태블릿, 에이수스 트랜스포머북 T90 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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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에 꽂으면 노트북, 키보드와 분리하면 태블릿이 되는 투인원 장치를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단지 10인치가 채 되지 않는 화면을 가진 태블릿 중에서 투인원의 활용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소형 태블릿의 휴대성과 싼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다 작은 크기의 화면을 쓰는 태블릿에 맞는 키보드를 설계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다.

그럼에도 에이수스는 8.9인치 화면의 태블릿에 도킹 키보드까지 갖춘 트랜스포머북 T90 치(Transformerbook T90 Chi, 이하 T90 치)를 내놨다. 윈도를 운영체제로 쓰는 9인치 이하 화면을 가진 소형 태블릿 가운데 두께나 무게 등 휴대성 측면에서 개선된 태블릿이 제법 늘었지만, 터치보다 여전히 키보드를 써야 하는 이용 환경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까닭에 에이수스는 태블릿과 도킹 키보드를 세트로 묶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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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T90 치는 단순히 태블릿에 그냥 키보드를 붙인 게 아니다. 오히려 키보드에 태블릿을 맞춘 느낌이 매우 강하다. 10인치 화면을 가진 태블릿은 제품 크기에 맞춰 키보드를 설계해도 낯설지 않지만, 소형 태블릿은 이야기가 다르다. 크기를 줄인 태블릿의 덩치에 맞춰 도킹 키보드를 설계하면 작은 본체 크기 때문에 도킹 키보드를 너무 작게 만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에이수스 T90 치는 설계를 반대로 했다. 이용자가 불편 없이 키보드를 다룰 수 있는 키보드의 최소 크기를 먼저 설계하고 여기에 태블릿을 적당한 길이로 만든 듯한 인상이다.

실제로 T90 치의 본체를 손에 들었을 때 여느 태블릿과 조금 다른 비율이 느껴진다. 화면은 다른 태블릿과 다름 없는 16대 10 화면비로 똑같지만, 위와 아래로 테두리가 좀더 두꺼워 본체가 좀더 길죽하게 보인다. 도킹 키보드에 꽂았을 때 키보드 길이를 맞추기 위해 태블릿을 좀더 길게 만든 것. 만약 키보드 폭이 좀더 넓었다면 지나치게 길어져 보기 흉했을 텐데, 그나마 너무 길게 보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더불어 T90치의 본체가 윈도 태블릿치고는 얇고 가벼운 데다 좌우 테두리의 폭을 좁혀 손에 들고 쓸 때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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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모드에서 도킹 키보드에 꽂아 노트북으로 쓸 때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태블릿이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게 고정하는 걸쇠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강력한 자석으로 태블릿을 꽉 붙잡도록 만들어 탈착하기 쉽다. 태블릿을 고정하는 자석이 그리 강한 느낌은 아니지만 키보드가 가벼운 터라 화면부만 붙잡아 들어 올려도 키보드 부분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걸쇠를 걸지 않아도 되니 태블릿에 따로 도킹 슬롯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만큼 깔끔하다. 

도킹 키보드가 여느 소형 태블릿 키보드보다 좀더 넓게 설계되긴 했어도 항상 편하게 두드릴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일반 키보드보다 좁은 폭 안에 90여개 가까이 되는 키를 넣은 터라 키 하나의 크기는 평균보다 작다. 누르는 깊이는 나쁘지 않은 데 비해 키의 간격이 좁아서 빠른 입력에는 살짝 방해가 되긴 한다. 더구나 도킹 구조상 화면을 뒤로 더 젖히는 데 한계가 있다보니 아무 자리에서나 화면 각도를 조절하며 키보드를 편하게 두드리지도 못한다. 키보드는 블루투스로 작동하므로 태블릿을 도킹 키보드에 꽂았을 때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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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키보드와 함께 쓸 때의 이용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T90 치를 꼭 도킹 키보드를 연결해서 써야 할 이유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도킹 키보드에서 떼어 태블릿으로 들고 쓸 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소형 태블릿 치고는 조금 큰 8.9인치라는 화면 크기에 비하면 그런 대로 무겁게 느껴지는 편은 아니다. 두께도 윈도 태블릿 치고는 얇은 편이긴 하나 테두리 두께로 인해 가로로 길게 눕혀서 들 때보다 세워서 들 때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차이가 있다.

T90 치의 운영체제는 빙 검색을 내장한 윈도 8.1. 터치로 앱을 실행하거나 윈도 설정을 할 때 느리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T90 치가 인텔 아톰 Z3775 프로세서에 2GB의 램만 갖고 있지만, 그런 제원에 고민이 들지 않게끔 해 놓았다. 물론 데스크톱 환경의 무거운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은 무리긴 해도 하스스톤 정도는 그래도 할만하다. 대부분의 풀HD 동영상은 별 탈 없이 재생한다. 다만 화면 해상도가 1280×800인데 대부분의 브라우저가 모바일이 아닌 PC 브라우저로 작동하고 있어 포털 사이트처럼 구성 요소가 많으면 이를 한 화면에 구겨 넣느라 제대로 보이지 않는 불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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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풀HD 영화를 볼 때 2시간에 35% 정도 쓴다. 한번 충전으로 영화는 3편쯤 볼 수 있다. 충전 속도를 재보니 1시간에 27%를 채운다. 마이크로USB로 충전할 수 있어 일반 스마트폰용 충전 케이블을 써도 되지만, 전용 어댑터를 쓰지 않으면 제대로 충전이 되지 않거나 충전 속도가 상당히 느려진다. 단자는 그 이외에 마이크로SD 확장 슬롯 뿐이다. 별도의 USB 케이블이나 모니터 출력 단자는 모두 생략한 터라 T90 치의 모양새는 생각보다 깔끔하다.

T90 치는 욕심만 없다면 인터넷과 문서 작업, 동영상을 보기 위한 윈도 8.1 태블릿으로 가볍게 쓸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도킹 키보드에 꽂아 화면을 덮고 지켜보니 왠지 넷북의 느낌이 솔솔 피어난다. 인터넷과 문서 작업에 특화되었으나 낮은 성능을 지녔던 넷북의 부활처럼 보이는 것. 그래도 화면을 떼어 태블릿으로 쓸 땐 그런 느낌이 사라진다. T90 치는 언제든 넷북처럼 변신할 수 있을 뿐, 그래도 투인원이라는 진화의 용어도 어색하지 않다. 넷북처럼 쓰든, 태블릿으로 쓰든 이전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게 모습을 잘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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