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스케치 : 모든 것에 테크를 붙인 CES의 뒷담화

가전 전시회로 시작했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수많은 부침과 변화를 거쳐 소비자 기술 전시회로 거듭난지 오래다. 한 때 가전 제품이 가져올 소비재 시장의 미래를 염탐했던 이 전시회는 소비자의 손길이 닿는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전시회로 변화했고, 새해 벽두에 열리는 이 전시회는 소비자의 미래를 조망하는 기술 및 제품 전시회로써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도 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어떤 분야라고 할 것 없이 사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술을 융합한 소비재 제품이 전시됐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겉으로 볼 때 당장 내일 쓸 수 있는 새로운 제품과 조금 먼 미래를 바라보는 신기한 기술로 버무려 왔던 그대로인 듯 했어도 전시회 자체 콘텐츠는 지난 해보다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강제적 다운사이징

발에 치이는 모든 것,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람일 정도로 CES는 항상 수많은 사람들로 빼곡한 그런 전시회 중 하나다. 인기 많은 부스, 볼거리 넘치는 부스일 수록 움직일 공간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이전 CES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CES 2020는 어쩌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전시회라도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3일차 오전의 사우스홀 2층 안쪽 전경. 오후에 사람이 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산한 편이다.

물론 CES 2020도 참관객과 전시를 맡은 이들의 물결로 넘쳐났다. 하지만 웬일인지 예전 전시장을 돌아볼 때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느껴졌다. 사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센트럴 홀을 여유롭게 돌아본 것은 CES를 참관하면서 거의 보지 못한 분위기여서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사실 그렇게 느낄 만한 이유가 있었다. 2년 전인 CES 2018을 찾은 참관객은 18만2천 명을 넘겼다. 그런데 지난 해 CES 참관객 수가 17만 5천 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CES 2020이 끝난 직후 소비자 기술 협회(CTA)가 밝힌 공식 참관인 수는 17만 명이었다. 2년 사이에 1만2천 명의 참관객이 줄었고, 가장 많은 참관인 기록을 남겼던 CES 2017의 18만4천 명과 비교하면 무려 1만4천 명이 빠져나간 것이다.

센트럴홀 LG 부스 옆은 많은 이들이 왕래하는 곳이지만, 이곳에 거대한 휴게 공간이 만들어진 것은 의외다.

CES가 소비자를 위한 기술만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원래 각 기업에서 내놓은 신제품의 유통을 위한 무역 전시회 기능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참관인이 줄어드는 것은 CES 자체로도 매우 위험한 신호다. CES는 2017년까지 해마다 참관인을 늘려온 터라 올해와 같은 급격한 감소는 전시회를 통한 효과를 올리려는 참가 기업들에게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지난 해 참관객 감소에 대해 CTA는 지난 해 세계의 지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정부 관료들의 저조한 참여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연방 정부 폐쇄 같은 악재가 없는 올해 CES 2020의 저조한 참가는 원인이 다른 데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CNC는 부스 디자인까지 갖췄지만, 핵심 제품을 거의 전시하지 못했다. 제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아직 CTA 측에서 CES 2020의 참관인이 줄어든 원인에 대한 분석을 내놓진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추정할 수 있는 원인으로 미국을 둘러싼 국제적 상황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강화된 미국 입국 심사 및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이 없다고 말하긴 힘들다. CES는 중국의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지만, 이번 CES에서 중국 기업의 활약은 예년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CNC처럼 부스를 만들고 제품을 전시하지 않은 곳이 있는 등 좀처럼 보기 드문 상황들이 이번 CES에서 펼쳐졌다.

테크 부스의 증발

대부분은 CES를 소비자 가전 전시회로 이해하지만, 실제 CES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성장한 테크 기업들의 기술 전시회기도 하다. 수많은 컴퓨팅 제품과 기업들이 CES를 통해 데뷔했고, 테크 기업들의 IT 기술과 결합한 온갖 종류의 제품들이 자리를 채워왔다.

퀄컴과 아마존은 노스홀에 자동차 관련 부스만 운영했다.

이처럼 소비자 제품에 중요한 기술 자산을 제공하는 그 원천인 테크 기업들은 CES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에 부스를 갖고 있었다. 센트럴홀의 남쪽 출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인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스가 마치 참관객을 맞이했고, 노스 홀에 엔비디아, 아마존, 퀄컴이 자동차 기업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구글이 야외 부스를 만든 건 고작 3년, 아마존이 관련 제품을 모아서 전시한 것도 이들에 비하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CES 2020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전시 공간에서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던 미국 테크 기업의 부스가 상당 부분 증발했다는 점이다. 특히 센트럴 홀 남쪽 입구의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퀄컴의 부스가 싸그리 사라졌고, 노스홀의 엔비디아도 올해는 부스를 만들지 않았다. 퀄컴은 자동차 관련 기술을 소개하는 노스홀 부스는 유지했다.
때에 따라 부스가 있다 없는 것은 대형 전시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이 많은 테크 기업들이 CES에서 한꺼번에 부스를 만들지 않은 것은 전례 없던 일이다. 물론 대부분의 테크 기업들이 라스베이거스 안에 있는 호텔에 마련한 별도의 미팅 공간에서 신제품과 기술을 전시했지만, 대중적 전시를 없앤 것은 CES 전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커 단순한 문제로 보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있던 공간을 채우지 못하고 비어버린 공간에 쓰레기통만 남아 있다.

이 여파는 곧바로 현장에 나타났다. 테크 기업들이 차지했던 부스를 다른 기업으로 채워야 했으나 그만한 비중을 가진 기업들이 없는 탓에 결국 일부 공간을 다 채우진 못한 것이다. 그 자리에 화웨이와 창홍 등 일부 큰 기업 부스를 옮기긴 했지만, 테크 기업이 차지한 넓은 공간을 모두 채우지는 못했다. 물론 구글과 아마존이 가전 및 생활 제품 기업들과 CES에서 중심을 잡기는 했으나 이 공간으로 오지 않고 LVCC 야외 부스와 샌즈 엑스포로 분산한 만큼 이 공간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단지 부스 공간을 채우는 문제를 넘어 그만큼의 콘텐츠가 빠진 것이 가장 뼈아픈 문제다. 단순하게 보면 부스 몇 개 빠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CES를 풍성하게 만들었던 전시 콘텐츠가 증발한 것이라 매우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테크 기업들은 컴퓨팅 및 제품 생태계 등 너무 밀접한 부품과 기술, 관련 제품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이들 중 하나만 없어도 그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이벤트와 소비자 접점의 기회까지 사라진 것이었으므로 CES의 재미 요소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올해도 야외에 마련한 구글 부스. 작년 같은 기차 놀이는 없었다.

그런데 테크 기업들의 CES 부스 철수가 이번으로 끝나면 다행이라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다. 12월 대규모 자체 행사를 전개하는 퀄컴은 이번에 CES 대신 MWC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부스를 두지 않았고, 엔비디아는 3월 그래픽 테크놀로지 컨퍼런스(GTC)라는 자체 행사에서 더 초점을 맞추고 이번 CES에서 소비재 발표마저 최소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부스 철수는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어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CES 2020을 삼킨 모빌리티

(…중략…)

<영화관이 된 자동차, 하늘을 나는 택시의 이유를 말한 CES 2020> 참고

교통 체증 심각한 CES, 그 앞에서 논하는 스마트 시티

사실 라스베이거스는 어지간해선 차를 타고 도로를 이동할 때 큰 불편을 느끼는 곳은 아니지만, 특정 시즌이나 시간대만 되면 사정이 다르다. 특히 CES만 되면 전시장이 열리는 LVCC와 샌즈, 아리아로 연결되는 라스베가스 스트립과 전시장을 연결하는 도로는 극심한 정체 구간으로 변한다. 시간대에 상관 없이 수많은 자동차가 전시장을 오가는 길을 가득 채운 탓이다.

그러다보니 CES는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엄청난 전시회다. 전시회장을 오가는 셔틀마저 10~15분이면 닿을 짧은 구간을 가는 데 30~40분을 소비한다. 수많은 경찰 인력이 정말 열심히 사흘 내내 도로를 통제하고 정리하는 데도 셔틀 버스를 비롯한 모든 자동차는 도로 위에서 거북이 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CES마다 반복되는 도로 정체는 올해도 무슨 전통이라도 된 마냥 반복된 것이다.

물론 CES를 여는 라스베이거스 시 당국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병행했다. LVCC로 들어가는 자동차를 제한하고 우버, 리프트 등 주문형 승차 서비스를 위한 별도의 승하차 구역을 따로 마련하는 등 되도록 차량을 다른 방향으로 분산하기 위한 노력들을 취했다.

CES의 라스베가스 컨벤션 센터와 샌즈 전시장을 오가는 셔틀. 짧은 거리를 다니는 데도 기본 30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좁은(?) 도로에 너무 많은 자동차가 몰려드는 것이다. 마치 엄청난 특가 판매를 시작한 대규모 인터넷 쇼핑몰에 한꺼번에 많은 이용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도로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제도나 정책의 변화만 갖고 해결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CES 내내 교통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관련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스마트시티를 논한다는 사실이다. 스마트 시티는 오늘날 세계의 도시에서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IT 기술과 결합해 해결하는 모델로 교통 체증과 같은 현실적 문제의 해결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라스베이거스 당국은 CES 기간 발생하는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IT 기술이나 모빌리티 수단을 적용한 바 없고 올해도 지난 몇 년 동안 발생한 문제를 반복했다. 결국 CES에서 볼 수 있는 미래가 환상이 아니라 현실로 보게 될 때는 CES 기간 동안 라스베이거스의 변화에서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에 테크가 붙다

해가 지날 수록 CES에서 어떤 분야의 기술이 뜨거웠는가를 논하는 것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CES가 딱히 큰 주제를 말하지도 않거니와 이곳을 취재하는 수많은 언론에서 말하는 인공 지능이나 5G, 스마트 시티 등 수많은 기술적 분류는 그 자체로 더 이상 의미를 강조하기 어렵고 어떤 제품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느냐를 봐야 해서다. 즉, 우리가 익숙하게 봤던 제품도 이제 인공지능과 5G, 사물 인터넷, 그 밖의 온갖 신기술이 융합해 더욱 진화를 서두르는 한편 그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해진 순간이다.

사람을 인식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러봇.

기술적 측면에서 CES 2020을 지난 해와 비교한다면 딱히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CES 2019를 다녀온 이들이나 이전의 CES를 다녀본 이들에게 CES 2020이 딱히 새로움을 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생리와 관련된 제품을 포함해 소비자와 가까운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에 테크가 섞여 있었다는 점이다. 그 이전에는 가전 제품이나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특정한 장치에서 테크를 이야기했다면 CES 2020은 이상의 모든 것에 테크라는 태그를 붙인 것이다.

이는 더 이상 기술 제품들이 새롭고 놀라움을 주는 게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먹을 것을 만들고 분석하는 기술, 입으면 건강을 확인하는 기술, 누우면 더 잘 자도록 도와주는 기술 등 모든 일상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기술로 융합해 내놓은 제품들로 채워졌다.

실제 고기는 아니지만 고기를 씹는 느낌을 내는 임파서블 버거는 이번 CES에서 많은 인기를 누린 푸트 데크 부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합 제품의 수준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CES 2020의 로봇은 인간과 어울리기 위해 표정을 읽어 들이고 그 감정에 반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웨어러블 장치들은 우리 몸의 이상을 감지하고 이에 대비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매일 스트레스를 받고 지쳐 가는 현대인의 숙면을 도울 수 있게 학습된 침대와 베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넘쳤다. 좀더 아름다운 피부를 가꾸기 위한 스마트 거울에 맞춤형 화장 제조가 가능한 장치, 절정의 순간을 오래 지속시키는 성기구까지 일상의 제품들이 수많은 기술을 결합해 한층 더 진화했다. 영화 <에일리언 2>처럼 온몸에 착용하고 무거운 부속을 가볍게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웨어러블 슈트가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꿀잠’을 위한 슬립 테크는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물론 아이디어를 너무 도약시켜 기술 과잉을 보여준 제품도 없지는 않았는데, 이를 테면 인공 지능 비서를 결합한 변기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제품은 이 보고서의 다른 장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미래에 지친 CES의 오아이스 같은 사우스홀

CES 2020의 노스홀, 센트럴홀, 그리고 샌즈 엑스포에 있는 새로운 기술과 미래의 상상력에 지친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탈출구를 찾으라면 바로 사우스홀이다. 이곳만큼은 적어도 새로운 제품은 있을 지언정, 고민해야 할 미래도, 머리에 담아둬야 할 상상력도 거의 필요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제품들로 채워진 곳이다.

잡념을 버리고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사우스홀 1층 입구 모습.

사우스홀은 대부분 이해하기 쉬운 제품과 기술들이 모여 있다. 가상 및 증강 현실 제품, 게이밍 제품, 드론, 로봇, 짐벌 등 당장 디지털 세대가 좋아하는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해마다 전시 분야와 위치가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그래도 CES에서 미래를 배제하고 오늘을 즐기는 데 이만한 장소는 없다. 그렇다보니 센트럴홀의 대형 부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CES 2020에서 가상 및 증강 현실 관련 제품과 기술은 의외로 많았다. 해상도를 끌어올리고 자유도를 높인 PC 및 독립형 가상 현실 헤드셋은 물론 가상 현실과 더 밀접한 상호 작용을 도와주는 VR 장갑이 다수 등장했다. VR 헤드셋을 위한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도 전시됐다.

파이맥스가 공개한 VR 글로브 시제품. 가상 현실 속 모델의 움직임에 맞춰 손가락을 제어한다.

증강 현실 안경과 컨트롤러 시제품도 여럿 등장했다. 이미 상업용 제품을 선보인 중국 AR 제조사는 대규모 부스를 만들고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중국 업체 가운데 증강 현실의 최대 걸림돌인 공간 내 제어를 위한 컨트롤러를 공개하기도 했다.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 모두 이번 CES 2020에서 전년보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상당히 늘어났다.

드론은 여전히 4개의 로터로 하늘을 날거나 물속에서 조종하는 형태의 제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조금 독특한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2개의 로터만으로 수직 이착륙과 비행을 하는 드론과 물 속에서 사람의 유영을 도와주는 수중 드론을 여러 제조사가 내놓았다. 또한 드론을 분리해 몸통 부분의 카메라로 촬영하도록 만든 드론까지 기능과 목적에 따라 드론은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다.

두 개의 로터로 비행하는 드론.

이 밖에도 로봇과 3D 프린터도 사우스홀 1층과 2층에서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동식 3D 프린터나 초콜릿 등 먹을 것을 만들어내는 3D 프린터 등 기존의 3D 프린터를 개선하고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이 부문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복고 게임 열풍이다. 실제 사진 같은 화려한 3D 그래픽 게임이 난무하는 CES에서 의외로 오락실의 묘미를 안겨주는 복고 게임기를 선보인 부스들은 사우스 홀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모았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게임 방식으로 즐거움을 줬던 과거 오락실 게임은 그저 추억이 아니라 그만큼 쉽게 즐기고 싶은 것을 찾는 이들의 새로운 욕망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디어 한자리에 모인 한국 스타트업, 수출상담실적이란 굴레 벗어야…

CES 시간 동안 샌즈 홀 1층에 마련되는 유레카 파크는 그야말로 스타트업을 위한 전당이다. 여러 사람이 서 있기도 어려운 작은 부스로 빼곡한 이곳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의 스타트업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제품과 기술을 세상에 알리는 기회의 장이다. 한국도 유레카 관의 단골에 가까운 국가로써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이 이곳을 거쳐갔고, 해마다 참가하는 스타트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CES 2020의 유레카 관 및 사우스 플라자에 들어간 한국 스타트업 수만 2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매우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참가한 스타트업 수만 보면 중국 84개, 대만 64개, 일본 34개에 비해 월등히 앞섰고, 343개 스타트업을 보낸 미국과 240개의 프랑스에 이어 3위 규모다. 이 가운데 유레카 관에 들어간 한국 스타트업은 67개사라고 코트라는 밝혔다.

CES의 통합 한국관의 입구 모습. 사실 입구의 특색은 발견하기 어렵다.

예년에 비해 부쩍 많은 스타트업이 CES로 향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CES 참관을 진행했던 28개의 정책 및 창업 관련 기관이 한국관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면서 좀더 많은 국내 스타트업의 진출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역 및 기관의 구분을 없애고 예산을 통합한 덕분에 특정 공간을 한국관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고 전년도 36개에서 올해 67개로 참가 스타트업 수를 늘리고 9개 품목별 테마관을 구성하는 등 이전보다 실효성을 높였다. 물론 서울시나 경기도, 대전시, 대구시, 강원도 등 몇몇 지방 정부 및 삼성 C랩이 독자적으로 스타트업 부스를 구성했지만, 예전 여러 기관이 따로 전시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밀집도 있게 한국관을 운영했고 시간별로 피칭 행사도 개최했다.

이처럼 이전에 지적된 수많은 문제 가운데 일부를 개선한 덕분에 한국 스타트업의 참여와 관심도 높아졌지만, 몇몇 아쉬운 점이 또 남았다. 이번 한국관은 샌즈 엑스포 유레카 관 가장 안쪽에 가로로 긴 형태로 공간을 잡았지만, 너무 안쪽이라 입구에서 한국관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프랑스나 이스라엘, 일본보다 훨씬 뒤에 있는 한국 부스는 사람들의 왕래가 쉽지 않은 불리한 지역이었다. 때문에 이곳으로 참관객을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활동이 매우 중요했으나 홍보물 설치에 까다로운 CTA 규제로 샌즈홀 택시 승강장 출입구에 한국관을 알리는 깃발을 천장에 연달아 설치한 것 외에 다른 홍보물은 거의 찾기 힘들었다.

전시 기간 동안 피칭 행사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무엇보다 주관 또는 운영 기관이 참가 스타트업에게 수출상담실적의 기록을 요구한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전시회마다 수출상담실적을 올렸다는 기사는 이러한 상담 기록들을 모아서 관련 기관이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한 것을 정리한 것이지만, CES 같은 외국 전시회에 나간 스타트업 가운데 수출상담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기술과 제품을 알리고 새로운 투자자, 유통자들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 가까운데도 과거의 방식으로 전시회 실적을 수집하고 있었다.

아마도 세금을 투입하고 있기에 이러한 자료를 통해 그 세금이 정당하게 쓰이고 있음을 증명하는 근거로 삼으려 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나 제품을 알리러 전시회에 나간 스타트업의 현실에 맞지 않는 무의미한 조사다. 오히려 외국 전시회에서 스타트업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타국의 미디어와 접촉하고 기사화 되었는지, 페이스북, 유투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등 새로운 지표를 만들었다면 CES에 나간 스타트업 스스로 노력했을 텐데, 수출상담실적이라는 굴레에 갇힌 것 같아 안타깝다.

덧붙임 #

이 글은 KISA 리포트 CES 2020 특집호에 기고한 글로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전체 리포트는 KISA 리포트 자료실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월 KISA 리포트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01. CES 2020 – 인공지능과 로봇의 만남: 더 많은 시간이 필요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02. CES 2020 행사에서 가장 핫(hot)했던 제품 – Tech Giant의 프라이버시 보호 활동의 강조 [이진규/ 네이버주식회사 개인정보보호책임자(이사)]
03. CES 2020 서비스화 되는 모빌리티 [최호섭/ 디지털 칼럼니스트]
04. CES 2020 뷰티테크(Beauty Tech) 화두는 인공지능과 개인화 [윤대균/ 아주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05. CES 2020에서 PC의 변화 [강형석/ IT동아 편집부 기자]
06. CES 2020에서 살펴보는 슬립테크 동향 [유성민/ IT 칼럼니스트]
07. 온라인 데이터에서 나타난 “CES 2020” 관심도와 그 내용들 [최홍규/ EBS 미래교육연구소 연구위원]
08. CES 2020 스케치: 모든 것에 테크를 붙인 CES의 뒷담화 [최필식/ 기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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