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매력, 갤럭시 워치 액티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기어 S2 이후 테두리를 돌릴 수 있는 ‘베젤 링’을 삼성 스마트워치의 독창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다. 베젤 링은 그냥 독특한 느낌의 수준을 넘는다. 베젤 링은 스마트워치에 부족한 기계적 인터페이스의 출발점이자 아니라 조립의 복잡성으로 복제품 제조 업체들조차 기피할 수밖에 없어 삼성 스마트워치의 정체성을 말하는 데 아주 좋은 재료였던 것이다. 때문에 베젤 링이 없는 삼성 스마트워치는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배젤 링을 채택한 삼성의 스마트워치 중에 기어 S2 만큼 깔끔하고 단조로운 만듦새의 스마트워치가 없다는 불안 요소였다. 기어 S3와 갤럭시 워치, 그리고 기어 스포츠까지 삼성 스마트워치의 대표성을 가진 베젤 링은 들어갔지만, 모두 스포츠 이미지에 남성적인 디자인을 채택해 이용자의 취향이 한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어 보였다. 삼성 스마트워치를 상징하는 베젤 링을 유지하는 조건을 지켜야 했던 삼성의 스마트워치 디자인은 기어 S2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한 답을 찾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 기본 시계 화면.

아무리 그래도 베젤 링 없는 삼성의 스마트워치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이 됐다. 기어 S2 이후 처음으로 베젤 링을 없앤 스마트워치를 내놓은 것. 정식 이름은 ‘갤럭시 워치 액티브'(Galaxy Watch Active)다. 그런데 이 스마트 워치는 내게 놀라운 반전이었다. 베젤 링이라는 삼성 스마트워치의 심볼을 뺐음에도 기어 S2 이후 그 어떤 삼성 스마트워치보다 훨씬 쉽고 편했기 때문이다.

 

끝까지 끌어올린 단순미

베젤 링을 없애는 것은 시계 화면 주변 만듦새가 무척 단조로울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다른 스마트워치 제조사는 테두리에 독특한 문양으로 넣어 심심한 느낌을 조금 줄이기도 한다. 하지만 갤럭시 워치 액티브는 화면 둘레의 장식을 모두 생략했다. 어차피 심심해질 수밖에 없는 생김새에 이런 저런 장식으로 꾸며 봤자 큰 의미는 찾지 못할 거라 여긴 모양이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의 버튼

그런데 이런 판단에 의한 갤럭시 워치 액티브의 만듦새는 기대 이상이다. 오히려 단순미를 극대화한 반전의 매력이 숨어 있다. 사실 갤럭시 워치 액티브를 정면에서 바라보면 딱 두 가지만 보인다. 시커먼 화면과 시계 줄을 거는 러그. 물론 자세히 보면 화면 둘레를 빙 두른 본체 테두리와 오른쪽의 두 버튼도 확인은 할 수 있으나, 마치 조금 모자란 맛을 살리는 양념 같은 존재일 뿐 크게 두드러져 보이진 않는다.

물론 시커먼 화면은 밋밋한 게 아니다. 화면 위를 덮고 있는 글래스 덕분에 아주 예쁘게 반짝인다. 마치 물에 검은 조약돌을 씻어 햇빛에 비추었을 때처럼 글래스로부터 들어온 빛을 머금고 반짝이는 검은 원은 화면을 켜지 않을 때에도 멋을 잃지 않는다. 가끔 둥근 화면과 본체 사이의 이너 베젤이 살짝 거슬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꺼진 시계 화면을 보는 것마저 즐거운 스마트워치는 정말 오랜 만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손목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갤럭시 워치 액티브를 쓸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고 있는 순간에도 시계를 풀지 않을 이용자가 많을 듯하다. 물론 수면 측정이라는 기능을 쓰기 위해 일부러 손목에 찬 채 침대에 누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냥 손목에 찬 갤럭시 워치 액티브를 풀기 귀찮아서 그럴 가능성도 높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착용감이 좋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삼성의 모든 스마트워치를 경험했지만, 갤럭시 워치 액티브처럼 오랫동안 차고 있어도 부담을 느끼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는 가볍고 부드럽다. 심박 센서가 있는 본체 바닥도 이전 워치와 다르게 약간 볼록한 형태로 만들어 손목을 누르는 압박감이 이전 세대보다는 덜하다.

여기에 기본 시계 줄도 꽤 신경 썼다. 겉으로 볼 때는 평범한 실리콘 재질의 줄처럼 보이지만, 불소 처리로 뻣뻣함을 줄이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더 살렸다. 본체가 힘없이 흘러내리거나 줄이 변형되지 않도록 단단하게 버티면서도 손목은 부드럽게 잡아 준다.

버클 부분은 애플 워치처럼 남은 시계 줄을 손목 안쪽으로 넣도록 바꿨다. 아마 애플 워치의 시계 줄에 대한 유사성으로 이 부분에 대한 싫은 소리는 조금 듣게 될 것 같다. 그래도 남은 줄을 거는 고리가 없는 만큼,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차고 노트북을 다룰 때 시계 줄의 버클과 고리의 방해가 전혀 없어 시계를 풀지 않고 작업하는 게 수월하다.

 

베젤 링 없는데, 기존과 거의 같은 원UI

베젤 링을 없애고 화면만 남겼지만, 그렇다고 화면을 시원스럽게 넣은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화면 둘레의 이너 베젤이 있기 때문에 실제 화면은 생각보다 더 작다. 화면 크기는 1.1인치, 화면 픽셀은 360×360이다. 작아진 화면을 그저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나빠진 것도 아니다. 화면이 작아진 만큼 픽셀 간격을 좁힌 덕분에 오히려 글자나 이미지는 더 또렷하고 깨끗하게 표시된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의 원UI는 기존 휠 구조의 원형 배열을 그대로 쓰고 있어 터치 환경에 적합하진 않다.

베젤 링이 없으므로 모든 조작은 터치로 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은 베젤 링을 기준으로 했던 기존 갤럭시 워치의 UI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 앱은 둥근 테두리를 따라서 배열되어 있고 좌우로 넘기던 페이지 화면 전환도 마찬 가지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버튼과 메뉴 버튼도 이전 세대의 것과 같다.

베젤 링 없이 터치로 기존 UI를 다루는 게 불편하지 않지만 직관성은 떨어진다. 어쩌면 삼성 스마트워치를 다뤘던 이들은 익숙할지 몰라도 처음 갤럭시 워치 액티브로 삼성 스마트워치를 쓰는 이들에게 둥근 앱 배열이나 상하좌우로 이동하는 메뉴 구조는 일관성이 부족하게 느낄 듯하다. 베젤 링을 없앴으면 이 부분도 손을 댔어야 했다. 이미 삼성 스마트워치를 썼던 이용자 입장에서 베젤 링을 돌리던 재미를 잃어 버려 실망하고 있는데, 굳이 기존 UI를 남긴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놀라운 배터리 최적화, 기존 기능도 거의 담아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서 가장 높은 만족감은 첫 째로 착용감, 둘 째로 배터리를 꼽고 싶다. 아니, 어쩌면 이 두 가지 중 무엇을 첫 째로 올려도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배터리 성능도 매우 좋아졌다는 의미다.

230mAh에 불과한 배터리는 기본 2일, 어쩌면 그 이상도 쓸 수 있다. 왜냐하면 하루 종일 돌아다닌 뒤 그대로 팔에 찬 채 수면 측정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도 채 50%를 쓰지 않는다. 다음 날까지 충전하지 않아도 넉넉하다. 웨어러블에 최적화한 엑시노스 9110 프로세서와 타이젠의 조합이 이제는 제법 좋아진 모양이다. 다만 운동을 위해 블루투스 이어버드나 헤드셋을 연결해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 있는 음악을 들으면 1시간 30분~2시간 사이에 재충전은 불가피하다. 10분에 8~9% 정도의 배터리를 소모해서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서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측정되면 정해진 규칙대로 호흡함으로써 스트레스 수준을 낮출 수 있다.

블루투스로 이어버드와 연결해 음악을 들을 때 연결이 끊어지는 일은 거의 없을 만큼 안정적이다. 특히 갤럭시 워치 액티브를 찬 손목을 심하게 움직이더라도 음악이나 소리가 단절되는 현상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예외적인 상황을 아직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문제 삼을 만한 건더기는 발견하지 못했다. 참고로 갤럭시 워치 액티브는 본체 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이어버드로 연결한 상태에서도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걸려온 전화에 대한 통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런데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서 정말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좀더 정밀해진 헬스 기능일 것이다. 이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알맞은 카운터를 설정하고, 50미터 수압을 견디도록 설계했으며, GPS도 내장해 운동을 위한 조건도 충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능을 써본 입장에서 그리 강조해서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숨 쉬기 기능처럼 애플 워치와 부분적으로 닮은 점이 있어서다. 심지어 워치 페이스의 느낌마저 비슷하다. 비록 수면 측정이나 심박 측정을 포함해 알아서 움직임을 인식하는 능력은 매우 좋아졌지만, 그런 느낌을 설명하려니 계속 애플 워치가 떠오른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의 심박 센서. 심전도 측정 기능은 다음 제품에서 기대해야 할 듯하다.

이처럼 일부에서 다른 스마트워치의 잔향이 피어 나긴 했어도 그것을 비난의 단두대에 올리기는 싫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는 훨씬 나은 평가를 받을 이유가 차고 넘치니까. 베젤 링을 제외한 것이 결코 틀린 선택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만듦새, 기능, 성능 등 충분히 애썼음을 확인했다. 물론 삼성은 갤럭시 워치 액티브에 넣은 NFC 기반의 삼성 페이나 빅스비 등 그들의 유산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경 쓰지 마시라. 갤럭시 워치 액티브는 그 모든 것을 뛰어 넘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줄 테니까.

덧붙임 #

이 글은 2019년 3월 미스터타임에 기고한 글입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 Comments

  1. 김철수
    2021년 7월 14일
    Reply

    베젤링 없어도 베젤 돌리면 메뉴 돌아갑니다

    • chitsol
      2021년 7월 14일
      Reply

      맞습니다. 나중에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해당 기능이 적용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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