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4 첫 인상, 픽셀 3의 그림자를 지우려 애쓰다

지난 1년 동안 픽셀 3를 써왔던 터라 픽셀 4에 대한 몇 가지 문제에 대한 개선을 기대했더랬다. 대화면을 위해 덩치를 불린 스마트폰의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픽셀 3였지만, 적은 배터리와 저장 공간 등 일부 제원의 부족함을 제외하면 의외로 높은 만족도에 지금도 놀라는 중이다. 더구나 3~4개의 카메라를 단 스마트폰이 쏟아지는 시대에 1개 짜리 후면 카메라로 버틸 만했던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픽셀 4의 발표가 가까워지면서 들리던 소문들은 기대를 갖게 하기보다 불안을 키우는 것이 많았다. 픽셀 3의 부족한 점을 메우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픽셀 4라는 스마트폰을 내놓는 구글만 쓸 수 있는 특이한 기술이 부각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셀 시리즈가 구글의 서비스를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기존의 장점을 갖고 있던 것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은 픽셀 4가 발표된 이후에 깨달았다.

픽셀 4(왼쪽)과 픽셀 3(오른쪽), 크기는 비슷하다

그래도 소문 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라 실물을 직접 보고 판단하고자 열흘 전부터 픽셀 4를 써보고 있다. 아직 결론을 내릴 만큼 충분히 경험한 상태는 아니지만, 역대 픽셀 시리즈와 비교해 마음을 끄는 점이 거의 없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이것이 단순히 기능의 완성도나 기술의 문제 때문은 아니다. 서비스와 제품을 밀접하게 연결해 왔던 구글의 철학을 느끼기 어려워서다.

일단 픽셀 4에서 결핍을 느낀 이유에 대해선 나중에 자세하게 정리하기로 하고 지금은 픽셀 3와 다른 점을 간단히 짚어 본다. 픽셀 4의 크기는 픽셀 3와 거의 같다. 픽셀 4가 아지 가로세로 2mm 정도 더 크지만 눈대중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두께 역시 0.3mm 더 두꺼워졌다. 손으로 쥘 때 재질과 무게 변화에 의해 느낌은 다를 수 있지만, 크기에 따른 변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무게를 늘린 픽셀 4를 잡을 때 좀더 묵직하다.

더 길어진 픽셀 4 디스플레이. 이로 인해 하단부 스피커 방향을 전면이 아니라 측면으로 옮겨 화면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전면의 구성은 많이 달라졌다. 5.5인치 화면을 중심으로 위 아래 스테레오 스피커를 노출시켜 대칭 구조로 균형감을 갖춘 픽셀 3와 달리 픽셀 4는 5.7인치 화면을 넣으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더 긴 화면비의 디스플레이를 넣은 터라 하단의 스피커를 측면으로 옮겼기 때문에 상단 카메라와 스피커 부분만 두껍게 남아 있고 하단 부분까지 베젤이 가늘어진 것이다. 픽셀 3에서 2대 1을 썼지만, 픽셀 4는 19대 9 비율이라 2,160×1,080 픽셀에서 늘어난 2280×1,080 픽셀을 담고 있다.

전면에서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카메라다. 픽셀 3는 전면 카메라를 초광각과 광각으로 구성했다. 픽셀 4는 광각 카메라만 넣었다. 이미지 센서의 화소수는 800만 화소로 동일하지만, 픽셀 3의 f/1.8 렌즈보다 약간 어두운 f/2.0으로 구성했다. 전면의 초광각 카메라는 없앴으니 넓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을 때 조금 아쉽게 됐다. 전면 카메라를 하나 줄였으나 전파를 이용해 사물의 표면 굴곡이나 얼굴을 인식하는 모션 센스를 위한 레이더 칩이 추가한 터라 전면 센서가 있는 부분의 형태가 이전보다 복잡해졌다.

픽셀 4(왼쪽)와 픽셀 3(오른쪽 상단)의 카메라 센서. 하지만 픽셀 4는 전면 센서부가 픽셀 3보다 더 커졌다.

뒤로 돌려 보면 색상이나 후면 렌즈 구성에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픽셀 3의 두 가지 느낌의 재질은 픽셀 4에선 단일 재질로 통일 됐다. 픽셀 3는 후면 상단을 반들반들한 유리 재질로 놔두고 그 아래쪽에 무광 코팅을 입혔으나 픽셀 4는 후면 전체를 무광 처리했다. 또한 측면 색상이 후면 색상과 같았던 픽셀 3와 달리 픽셀 4는 측면 색상을 후면과 달리 적용해 다른 느낌이 들도록 했다. 픽셀 4는 픽셀 3와 다르게 후면 지문 센서가 없으므로 뒤면은 매우 깔끔하다.

그 이전 픽셀 시리즈에서 하나 뿐이던 렌즈는 픽셀 4에서 2개로 늘었다. 렌즈 전체를 검은 사각 틀 안에 넣은 터라 잘 보이지 않지만, 가로로 두 개의 카메라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1,220만 화소 광각과 1,600만 화소 45mm 줌으로 구성됐고 둘다 손떨림 방지가 작동한다.

픽셀 4(하단)과 픽셀 3(상단) 카메라의 차이.

그 밖의 외형적 변화는 픽셀 3의 아래쪽에 있던 심카드 슬롯을 왼쪽 측면으로 옮겨 놓은 것 정도인데, 전반적인 만듦새는 픽셀 4도 나쁘진 않다. 다만 픽셀 4의 패키지 구성은 너무 실망스럽다. 픽셀 3에서 제공했던 USB-C 이어 버드와 USB-C 오디오 어댑터가 픽셀 4에 없다. 이 두 가지의 가격만 따져도 구글 플레이에서 따로 사면 42달러(약 4만9천 원, 세금 제외)에 이른다. 그럼에도 초기 출시가는 픽셀 3와 똑같다.

지금까지 픽셀 3와 픽셀 4의 외형적 차이와 패키지 구성을 짚었는데, 이를 요약하면 이렇다. 두 제품의 크기는 거의 같지만 픽셀 4가 좀더 무겁다. 픽셀 4의 화면이 더 길어졌고, 전면의 스테레오 스피커가 없어졌다. 전면 카메라는 1개로 줄었지만, 후면에 듀얼 카메라로 바뀌었다. 픽셀 4는 USB-C 이어폰과 USB-C 오디오 어댑터를 번들로 제공하지 않는다.

픽셀 4(상단)과 픽셀 3(하단)의 버튼. 픽셀 4 버튼의 길이는 똑같지만, 버튼의 폭이 더 넓어졌다.

이제 픽셀 4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지만, 앞서 말한 대로 충분한 경험이 쌓일 때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다. 전파를 이용하는 모션 센스의 얼굴 인식 속도는 매우 빠르고 어둠 속에서도 위력을 발휘하지만 보안성 문제와 그 이외의 쓰임새가 없다는 것, 광각과 망원으로 구성된 듀얼 카메라는 1개의 카메라를 쓰던 이전 세대보다 훨씬 좋은 품질을 내나 자주 찍지 않을 사진에 너무 공을 들였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환경이 오히려 나빠졌다는 것, 늘어난 램과 최신 프로세서로 게임이나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 속도는 빨라졌으나 놀랄 만한 개선은 아니라는 점, 90Hz 디스플레이는 아직 애매하고, 적어진 배터리는 확실히 불안 거리라는 점이라는 점이다. 물론 다음 글에서 지금까지 얻은 경험들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하지만 중요한 실험을 해야 하는 데 부쩍 추워졌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바뀌는 계절을 어찌 막겠는가. 그저 이 날씨에 별 사진을 찍는 기능을 넣은 구글을 원망할 뿐. 인생에 몇 번이나 별 사진을 찍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래도 찍어봐야 알 일이다. 이미 몇 번 시도했지만, 사진은 모두 실패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날이 좋지 않아서 찍었는데, 날이 적당해서 찍었는데, 밤 하늘이 맑아서 찍었는데 생각만큼 별 볼일 없는 사진들만 남았다. 성공할 때까지 시도는 해볼 생각이다.

픽셀 4(왼쪽)와 픽셀 3(오른쪽)의 기본 부속들. 유선 이어 버드와 USB-C 오디오 어댑터 등 픽셀 4에서 빠진 부속만 42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다음 글이 픽셀 4 리뷰에 카메라 이야기로 채워질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건 왜일까?

덧붙임 #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19년 11월 18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Be First to Comment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