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브라 엘리트 85h, 겨울에 쓰고픈 소음 제거 귀마개

실오라기 하나도 몸에 걸치고 싶지 않은 여름은 분명 헤드폰 리뷰의 최적기는 아닌 듯하다. 강렬한 태양으로 후끈하게 달궈진 길 위를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열일하는 땀구멍으로 분수처럼 땀을 뿜어내는 몸의 본능을 이겨내기는 힘드니까.

자브라 엘리트 85 패키지

그렇다해도 에어컨과 선풍기로부터 날아 오는 선선한 바람으로 몸의 열을 잡을 수 있는 곳에서 세상의 소음과 잠시나마 멀어지고 싶은 순간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찾는 본능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마도 자브라가 엘리트 85h를 여름에 출시한 것도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인간의 욕구는 감출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충전용 USB-C 케이블과 오디오 케이블, 비행기용 플러그와 함께 하드케이스에 담겨 있던 자브라 엘리트 85h(Jabra Elite 85h, 이하 엘리트 85h)는 다른 헤드폰과 형태적으로 별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자못 다르다. 아마도 플라스틱 재질을 그대로 노출하거나 일부만 가죽을 덧댄 이어컵을 갖고 있는 다른 헤드폰과 달리 이어컵과 헤드 밴드 바깥쪽을 천 재질로 감싼 때문일게다.

자브라 엘리트 85h 패키지에 포함된 구성물은 오디오 케이블, USB-C 충전 케이블, 비행기용 젠더 등이다.

물론 모든 면을 천으로 덮은 것은 아니다. 이어컵 일부와 헤드 밴드의 연결 부위처럼 부분적으로 원래의 재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천으로 덮은 부분이 워낙 넓어 플라스틱 재질의 딱딱하고 밋밋한 느낌을 잘 가렸달까? 덕분에 헤드폰이라는 기계적 느낌보다 패션 아이템에 가깝게 보이기도 한다. 단지, 천이라는 소재의 장점만큼 다른 물질에 의한 오염과 먼지 같은 이물질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은 기억에서 지우기엔 의외로 커보인다.

일단 엘리트 85h의 착용감을 확인하려고 이어컵을 돌려 헤드폰 모양으로 만들자 마자 갑자기 헤드폰에서 소리가 났다. 스마트폰과 페어링을 하기 전이라 깜짝 놀랐다. 확인해 보니 별일은 아니다. 엘리트 85h는 따로 전원 버튼을 눌러 켤 필요 없이 이렇게 양쪽 이어컵을 돌리면 전원을 켜고 반대로 돌리면 저절로 꺼진다. 헤드셋이 켜고 머리에 쓸 때 헤드폰에서 현재 배터리 충전 정도(높음, 중간, 낮음)도 알려주는 점은 마음에 든다.

천 재질 덕분에 딱딱한 제품이라는 이미지 대신 패션 아이템에 가깝게 보이는 자브라 엘리트 85h는 따로 전원 버튼이 없다. 대신 이어컵을 헤드폰 모양으로 회전하면 자동으로 전원이 켜진다.

따로 전원 버튼이 없으니 헤드셋의 버튼도 적은 편이다. 노이즈 캔슬링 설정을 조정하거나 헤드폰의 음소거 기능, 볼륨 조절 및 페어링 버튼이 전부다. 버튼 위치는 이용자가 혼란스럽지 않은 위치로 분산했다. 하드 케이스에 엘리트 85h를 보관하려면 이어컵을 접어서 넣어야 하는 만큼 전원을 끄지 않아 배터리를 방전시키는 일은 없다. 물론 케이스에 넣치 않을 때 헤드폰 형태를 유지하면 배터리는 계속 소비될 수 있는데, 다행히 앱에서 절전 모드에 들어가는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엘리트 85h를 머리에 썼을 때 양쪽 이어컵의 압박감은 그리 심하진 않다. 외부 소음을 막는 차폐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일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중에는 되도록 귀에 더 밀착시키려고 강하게 압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엘리트 85h에서 그런 압박은 느끼기 힘들다. 단지 안경을 썼을 때 안경 다리가 이어 커버를 살짝 들어 올려 그 사이로 약간의 소음이 새여드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의 공통된 문제는 엘리트 85h도 갖고 있다. 또한 머리에 맞게 이어컵의 길이를 조절하는 부분이 길들여 질 때까지는 조금 뻑뻑하다.

이어컵 안쪽에 제품 인증 정보를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일단 스마트폰과 PC에서 엘리트 85h를 페어링했다. 블루투스 헤드셋에 따라 두 장치를 페어링해도 우선 연결된 한 장치만 우선권을 갖는 경우가 있으나 엘리트 85h는 일단 두 장치를 동시에 페어링한다. 단, 우선권은 재생을 먼저 하는 장치에 준다.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듣는 동안 PC의 재생은 멈추고, 스마트폰 음악을 중단하면 PC에서 재생한 소리를 들려준다. 참고로 엘리트 85h 오른쪽 이어 커버 버튼을 이용하는 음량 조절이 조금 특이한데, 스마트폰과 연결했을 땐 헤드폰에서 자체적으로 음량을 조절하는 반면, PC와 페어링 상태에서는 PC의 음량을 직접 제어한다.

블루투스로 연결한 상태에서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영상을 볼 때 헤드셋과 소리가 서로 맞지 않는 지연이 발생하는가 여부다. 일부 블루투스 헤드셋이 영상 환경에 따라 지연이 발생해서다. 엘리트 85h는 대체적으로 큰 이상은 없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미디어 플레이어인 코디(Kodi)에서 거의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미세한 지연이 있고, 유튜브나 옥수수, 티빙 등 모바일 앱과 PC의 브라우저에서 지연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푹(POOQ)에선 지연이 눈에 보일 정도이니 참고하시라.

매우 부드러운 자브라 엘리트 85h의 이어 패드.

소리는 특정 음역을 강조하는 편은 아니다. 약간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EQ를 통해 이용자가 어느 정도 손볼 수 있다. 일일이 손 대기 귀찮으면 이미 정해 놓은 뮤직 프리젯에서 손쉽게 고를 수도 있다. 다만 공간 효과를 살리는 설정은 없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아주 강력하게 다가오진 않아도 쉽게 까내릴 만큼 약한 수준도 아니다. 가상 시끄러운 노선 중 하나인 지하철 7호선에서 음악 없이 헤드폰만 썼을 때 터널을 지나는 소음이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귀에 들어온다. 외부 소음이 이어컵 안에서 증폭되는 일은 없고, 헤드폰 음량을 조금 더 늘리면 외부 소음은 충분히 차단된다. 그저 음량을 늘리지 않았을 때 음악이나 영상의 몰입감이 아주 조금 떨어지는 정도다. 무엇보다 지하철처럼 전파가 매우 혼잡한 환경에서 헤드폰의 신호가 끊어지거나 전기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가끔 외부 소음보다 이러한 오디오 간섭이 더 신경 쓰일 때가 있는데, 엘리트 85h를 쓰는 동안 그 불쾌한 경험은 없어 다행이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버튼으로 손쉽게 켜고 끌 수 있고, 외부 소음을 그대로 들을 수도 있다. 다만 다른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처럼 이어 커버에 손을 대면 외부 소음을 그대로 들을 수 있는 터치 기능은 엘리트 85h에서 찾을 수 없다. 하지만 헤드폰을 쓰는 상황을 알아서 판단하고 모드를 변경하는 스마트 사운드는 흥미롭다. 실제로 타고 있던 지하철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하자 알아서 ‘통근’ 모드에서 ‘공중’ 모드로 변경하고 다른 지하철을 타자 다시 ‘통근’모드로 전환했다. 나는 자브라 사운드 플러스(Sound+)에서 통근 모드만 노이즈 캔슬링을 켜도록 했고, 공중 모드에서는 안전을 위해 노이즈 캔슬링을 끄도록 설정해 뒀는데 각 모드를 언제 활성화해야 하는지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바꾼 것이다.

충전을 위해서 USB-C 단자를 채택했다.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없을 때 오디오 케이블로 연결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엘리트 85h를 쓰는 동안 배터리 만큼은 걱정을 덜었다. 한번 충전을 한 뒤 2시간 이상씩 쓰면서 며칠 동안 충전하지 않았는데도 배터리는 늘 넉넉했으니까. 보통 한 번 충전하면 최대 36시간 작동한다는 제조사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려웠는데, 어느 정도 수긍은 할 수 있는 정도다.

자브라 엘리트 85h도 인공 지능 비서를 호출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기본 설정을 지정한 뒤 헤드폰의 AI 어시스턴트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 설치된 구글 어시스턴트나 네이버 클로바를 골라 헤드폰을 쓴 채 검색이나 지시를 할 수 있다. 알렉사는 따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자브라 앱에서 선택할 수 있으나 알렉사는 아직 한국어를 깨치지 못한 상태다. 물론 영어로 된 질문에는 성실하게 답변한다. 선택 옵션이 없으니 인공 지능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땐 딱이긴 하다.

자브라 사운드 플러스 앱을 설치하면 좀더 세세한 설정을 할 수 있다. 또한 지능형 음성 비서를 호출할 수 있는데, 아마존 알렉사를 선택하면 영어로 말해야 인식한다. 스마트폰에 구글 어시스턴트나 네이버 클로바가 설치되어 있으면 이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사소한 이야기가 더 남아 있긴 하나 사실 자브라의 첫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여러 모로 의외의 느낌을 받는다. 자브라가 이어폰이나 헤드폰 부문에서 그래도 모르고 지나칠 수 없는 브랜드임에도 이제야 오버 이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선보였다는 것도 그렇고, 첫 도전작에서 딱히 모난 데 없는 제품을 내놓는 재주도 그렇다. 사실 큰 기대를 갖지 않았던 제품이라 그랬을 지도 모른다. 노이즈 캔슬링 품질을 돋보이게 만들 만한 요소가 딱히 없는 데도, 확실한 마니아를 겨냥한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닌 데도, 월등히 기능이 뛰어나다 단언할 수 없는 데도 엘리트 85h는 가격 대비 기능 측면에서 경쟁 대열에 낄만한 제품이다. 다만 지금은 때가 좋지 않을 뿐. 이 헤드폰을 쓰고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겨울이 기다려지는 모양이다.

덧붙임 #

  1. 이 글은 테크G에 기고한 글의 원문으로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다. 
  2. 2019년 9월 16일 업데이트 : 최근 인천-프랑크프루트-베를린을 왕복하는 동안 기내 테스트 결과를 간략히 정리한다. 먼저 비행 중 기내 잡음 감쇄 성능은 소니 WH-1000X와 비슷한 수준이다. 날개 옆 비상구 좌석처럼 엔진 소음이 강한 자리에서도 음악이나 음성은 제법 또렷하다. 그런데 비행기 동체에 따라 이착륙 때 문제가 발생했다. 소형 동체은 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으나 보잉 747처럼 대형 동체에서 이륙과 착륙 때 심한 진동파가 섞인 잡음이 발생하면 헤드폰에서 연속적으로 ‘파,파,파,파’ 같은 강한 단절음이 들린다. 소형 동체처럼 진동이 약한 비행기에서는 이착륙에서 별다른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외부 잡음의 주파수에 영향에 따라 반응하도록 설계했지만, 강한 동체 진동이 포함된 주파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브라가 관련된 테스트를 좀더 진행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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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2 Comments

  1. 파인딩
    2019년 7월 20일
    Reply

    모든 글이 오늘 날짜, 2019년 7월 20일 로 표시되는데 왜죠?

    • chitsol
      2019년 7월 23일
      Reply

      테마 오류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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