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던진 PC 생산성이라는 미끼 문 갤럭시 노트 10

큰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의 등장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즐거움만 높인 것은 아니다. 새로 도착한 메일을 읽고 바쁜 일정을 관리하고 긴 문서를 확인하는 일까지 대형 화면을 통해서 좀더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던 것이다. 이는 이동하면서 업무를 보는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만큼 모바일 업무 환경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 기업들에게 스마트폰의 생산성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모든 작업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 짧은 시간 동안 커뮤니케이션과 간단한 일의 확인 및 처리는 모바일에서 할 수 있으나 장시간 작업에서 모바일은 충분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수많은 기업들이 PC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만, 이미 모바일도 업무의 생산성을 위해 기여하는 점이 큰 터라 두 환경을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것보다 이를 융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PC 제조사들이 PC 환경과 모바일 환경을 이분법으로 나누지도 않고, 무리하게 하나의 장치로 통합하지도 않더라도 각 환경을 유지한 채 유연한 연결로 시너지를 내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중이다.

이처럼 스마트 장치를 이용한 기업 업무 환경의 변화와 요구에 마이크로소프트도 뒷짐만 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 윈도폰을 시장에 뿌리 내리지 못한 데 따른 상처는 완전히 아물진 못했지만, 모바일 전략의 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서 이미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점은 윈도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모바일까지 확장하려는 욕심을 버리는 대신, 가장 거대한 모바일 생태계인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적응하면서 이를 윈도 생태계와 연결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윈도라는 운영체제보다 오피스와 원드라이브 등 업무용 솔루션을 모바일용으로 최적화하고 마이크로소프트 팀(Team)처럼 업무용 도구를 꾸준히 추가해 왔다.

윈도 10의 유어 폰 앱. 윈도 10과 연동된 스마트폰으로 수신된 문자나 저장된 사진을 보고 답장을 보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업무용 응용 프로그램 및 클라우드의 모바일 최적화를 통해 새로운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을 거뒀지만, 이 방향으로 자란 하나의 줄기만 잘 키우려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고민은 윈도 생태계와 안드로이드 같은 모바일 생태계의 장치들이 더 쉽게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비록 PC와 스마트폰을 따로 쓰면서도 마치 하나인 것처럼 쓰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던 것이다. PC에서 작업하는 동안 스마트폰의 기능이나 저장된 데이터나 앱의 더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을 이어갔다.

그런 시도 가운데 유어 폰(Your Phone)이 있다. 유어 폰은 윈도 10 PC나 노트북에서 안드로이 스마트폰의 문자와 저장된 사진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전화나 문자가 도착하면 윈도 알림으로 표시하고, 문자에 답장도 보낼 수 있다. 안드로이드 폰에 유어 폰 앱을 설치한 뒤 윈도 10 PC의 유어 폰 앱을 열고 두 장치를 연동시키면 그 이후에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문자나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을 PC에서 손쉽게 열어볼 수 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5월 말부터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윈도 10의 2019년 5월 업데이트(버전 1903)는 유어 폰에 새 기능을 추가했다. 안드로이드 폰으로 전송된 문자를 볼 수 있는 윈도 10의 유어 폰 앱을 보강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화면을 윈도 10 노트북이나 PC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는 화면 미러링 기능을 보완한 것이다. 즉,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열지 않아도 윈도 10 PC에서 모바일 앱을 실행하고 다양한 기능을 손가락이나 마우스로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윈도 10 5월 업데이트 이후 유어 폰은 스마트폰 화면 미러링으로 모든 모바일 앱을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유어 폰을 쓰는 데는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먼저 버전 1903에서 화면 미러링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제한했다는 점이다. 삼성의 최신 플래그십 및 원플러스 등 일부 선별된 브랜드 스마트폰만 해당 기능을 쓸 수 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용 유어 폰 앱이 사전 탑재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구글 플레이에서 설치하는 앱일 뿐이다. 따라서 윈도 10 이용자 중에 특정 브랜드 스마트폰 이용자만 화면 미러링이 되는 유어 폰 앱을 통해 화면 미러링을 쓸 수 있는 만큼 활용도는 낮아 보였다.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이용자가 앱을 찾아 실행하는 복잡한 과정을 걸림돌로 느꼈을 법하다. 아무리 윈도 10에 기본 설치해 놓았다 해도 스마트폰에 앱을 까는 과정에서 두 장치를 연동하는 과정 자체는 복잡해 보인 것이다. 특히 모바일 쪽의 연결성을 간소화할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조는 필연적으로 보였다.

때문에 갤럭시 노트 10에 처음 추가된 ‘윈도에 연결'(Link to Windows)이라는 퀵 패널 버튼은 협의의 결과라고는 해도 삼성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반길 만한 결정이다. 삼성은 이미 덱스(DEX)라는 생산성 애플리케이션을 갖고 있던 터라 이 결정을 달가워하진 않았을 게다. 어쨌거나 갤럭시 노트 10 이용자는 알림 막대의 퀵 패널에서 윈도에 연결 버튼만 눌러 곧바로 스마트폰의 유어 폰 앱을 실행할 수 있고, 유어 폰을 실행할 PC를 한번만 등록해 놓으면 이후 퀵 패널 버튼 한 번으로 윈도 10의 유어 폰 앱과 곧바로 연동되는 것이라서다. 갤럭시 노트 10 이용자는 더 이상 유어 폰 앱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윈도 10 PC와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시도할 가능성은 조금 더 늘어날 듯하다.

갤럭시 노트 10에 추가된 ‘윈도에 연결'(link to windows) 퀵 패널. 한번 연결 설정만 마치면 연결된 PC 이름이 곧바로 퀵 패널에 표시된다.

물론 ‘윈도에 연결’ 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갤럭시 노트 10에 여러 모로 공들인 부분이 더 있다. 기본 갤러리 앱은 마이크로소프트 원 드라이브와 직접 동기화되고, 아웃룩 모바일은 S펜에 최적화기도 했다.

특정 장치에 대한 응용 프로그램 최적화와 서비스 통합은 이전에 없던 시도지만, 그래도 갤럭시 노트 10과 윈도 10 PC의 유연한 연결성이 던지는 메시지 만큼 크진 않은 듯하다. 모바일과 PC를 분리하고 있는 개인 이용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기능일 수 있으나 모바일과 PC 환경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해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두 가지 환경을 좀더 쉽게 아우를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갤럭시 노트 10은 그 이전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갤럭시 노트 10 자체 만으로 모바일을 통한 업무 처리나 생산성을 높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윈도 10 PC와 함께 작업하는 이들에게 생산성을 높여 줄 수 있도록 갤럭시 노트 10이 준비된 것이다. 물론 윈도 10 PC가 없더라도 삼성 덱스(DEX)를 이용해 모바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덱스는 스마트폰을 PC처럼 쓰는 개념이기에 대부분이 갖고 있는 PC에 스마트폰의 생산성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그걸 뛰어넘기 위해 PC와 맥에 곧바로 연결하는 새로운 덱스 기능을 업그레이드했으나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에 묻히고 말았다.

그렇다. PC를 통한 스마트폰 생산성의 확장. 마이크로소프트는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PC에 기반한 생산성의 확장이라는 미끼를 문 갤럭시 노트 10을 낚아 올리고 모바일 전략을 실행했다. 아주 영악하게. 그리고 삼성은 업무용 제품 시장까지 영향력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내세워서.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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