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칫솔질 l 2016/10/07 07:30



한국 시각으로 5일 새벽의 구글 발표는 사실 지루했다. 언제나 거의 옥타브를 느낄 수 없는 구글 CEO 순다 피차이의 짧은 기조 연설 이후 이어진 5가지 신제품 발표는 쏟아지는 잠을 쉽게 물리칠 만큼 드라마틱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돌이켜 보면 오늘 선보인 5가지 제품을 내놓은 것을 소개하는 행사 정도로 의미를 축소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압축한, 업계가 '구글에 의해 만든 것'이라는 Made by Google이란 문장을 푸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할 것이라는 점은 틀림 없다.

일단 압축을 풀어야 키워드는 'made by google'과 인공지능 에이전트인 구글 어시스턴트 두 가지. 먼저 made by google부터 압축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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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by google. 이번 행사에서 구글은 이 한 문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 이 문장은 선언에 가깝다. 그동안 부업 정도로 여기게 했던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버리고 명확하게 그 분야의 사업자를 공식 선언한 것이라서다.

물론 우리는 이미 넥서스를 제외하고 구글이 직접 설계했던 거의 모든 제품을 만나왔다. 이는 결코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넥서스 Q'가 나온다. 모토롤라를 인수했던 2012년, 구글은 그 해 구글 IO에서 넥서스 Q를 선보인다. 재주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정식으로 출시되지 못한, 구글 I/O 참석자들과 사전 예약자에게 가장 뜻깊은 선물로 전락했던 그 제품이다. 크롬캐스트의 모태가 된 제품이기도 하다. 당시 넥서스 Q는 구글이 개발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미국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제품이라는 문구가 넥서스 Q의 외부 포장에 매우 또렷하게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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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구글은 크롬캐스트를 출시했고, 크롬북 픽셀을 출시했으며 일부 국가에서 안드로이드원 같은 스마트폰도 내놨다. 구글 글래스도 예외가 아니다. 넥서스 프로그램 외에도 구글은 이미 수많은 하드웨어를 직접 내놓고 있던 하드웨어 제조사였지만, 대외적으로 하드웨어 제조사라는 인식이 낮았을 뿐이다. 이제 그 껍질을 깬다는 의미는 있다.

그렇다고 단순한 선언으로만 볼 수도 없다. '구글에 의해 만든 것'이라는 문장에는 구글 하드웨어라는 보증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구글의 책임을 더 명확하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구글이 전적으로 모든 제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해 하드웨어 개발과 부품의 공급 계약, 판매와 유통,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구글의 역할이 더 늘어남을 뜻한다. 비록 자체적인 생산과 물류 시설이 없고 원산지 표기법에 따라 대부분 조립(Assemble)한 나라를 표기할 뿐 넥서스를 제외하고 생산자는 거의 표시하지 않더라도 그 제품이 나온 시작점에 구글이 있음은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구글에 의해 세상에 나오게 된 제품. 그것이 made by googl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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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한 제품들은 스마트폰과 무선 공유기, 미디어 플레이어, VR HMD, 가정용 음성 비서 장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앞으로 더 다채로운 장치들이 나올 것이다. 어느 특정 영역의 경쟁이 아니라 해당 제품과 겹치는 모든 영역으로 동시에 경쟁하는 제품일 뿐만 아니라 판매와 유통도 같은 공간에서 이뤄진다. 진짜 하드웨어 경쟁 영역으로 들어온 셈이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하드웨어 경쟁에 뛰어드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 이유는 두 번째 글에 자세히 설명했지만, 구글은 현재 단계를 뛰어 넘는 다음 지능형 에이전트 장치 시장의 선두에 서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구글에게 하드웨어 제조사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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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같은 구글의 움직임은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구글의 하드웨어 브랜드는 아직 확고하게 정착한 게 아니다. 제품도 다양해 혼란스럽고, 브랜드의 일관성도 없다. IT 서비스 분야의 파워에 비하면 하드웨어는 여전히 곁다리 같은 느낌을 준다. 크롬 캐스트를 제외하면 소비재 시장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는 여전히 낮고, 그 시장에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다. 꼭 구글을 선택하지 않아도 대안은 있다. IT 서비스를 동반한 하드웨어를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구글에게 하드웨어 그 자체를 경쟁력으로 볼 수 있는 시장은 다른 개념이다.

때문에 구글 입장에서 이러한 비관적 전제를 오래 남겨 둘수록 좋을 게 없다. 구글의 수많은 서비스를 더 쉽고 편하게 쓰기 위해선 여러 형태의 하드웨어는 필수지만, 이러한 인식은 서비스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드웨어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구글에게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이제 불가피한 선택인 상황에서 하드웨어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쌓는 일을 뒤로 미루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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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by google은 구글의 이미지를 바꾸는 그 시작점이다. 구글이 오직 서비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시장의 하드웨어 제조사의 인상을 심기 위한 장기전의 첫 포석을 둔 셈이다. 물론 소비자는 하드웨어를 살 것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이들은 이번 제품들을 보며 서비스가 결합된 하드웨어를 구글의 강점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재의 경쟁력이 아니다. 소비자는 그냥 하드웨어를 사기 때문이다. 그 하드웨어를 사는 구매자들에게 구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것이 made by google이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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