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by Google, 새 숲을 위한 구글의 묘목 심기 (2)

(이전 글에 이어서)

앞서 쓴 글에서 ‘made by google’의 압축된 의미를 먼저 풀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 에이전트인 구글 어시스턴트에 대한 이야기다.

구글은 5일 새벽 발표에서 픽셀 스마트폰과 데이드림 뷰, 크롬캐스트 울트라, 구글 홈, 구글 와이파이 등 다섯 가지 제품을 공개했다. 보면 알겠지만 브랜드의 일관성도 없고 각각 목적이 다른 유형의 제품들이다. 흥미롭게도 각 제품들은 묘하게 서로 연계되어 있다.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 중 4가지는 하나의 키워드가 관통한다. 그것이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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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어시스턴트는 지난 5월 구글 I/O에서 정식 공개된 지능형 에이전트다. 사람이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행동이나 의사 전달을 하는 것처럼, 비록 사람은 아니나 지능형 에이전트도 그와 비슷하게 인공 지능이 환경을 인지하고 분석해 그에 대해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지능형 에이전트인 구글 어시스턴트는 이용자의 말을 알아 듣도록 학습했고, 그 맥락을 이해해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인공 지능을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인 셈이다.
 
아마 눈치 챈 이들도 있겠지만 이용자의 음성이나 행동, 위치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맥락에 맞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거나 개인별 맞춤 정보를 보여주는 점은 수많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구글 나우와 비슷하다. 하지만 구글 나우는 사람과 말을 주고 받는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아니라는 점, 플랫폼 기반 환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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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이용자에게 보편적인 답을 내놓지 않는다. 구글 캘린더와 메일, 포토, 검색 같은 구글 서비스에 남긴 흔적을 인공 지능이 학습한 뒤  이용자의 일정, 취향, 위치 등에 맞는 정보나 관련 작업들을 수행하고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음악의 장르, 좋아하는 운동, 레스토랑과 음식의 취향을 인공 지능이 학습을 하고, 이동 수단까지 고려한 결과를 말해준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들어가는 구글 검색은 보편적인 결과를 보여주지만, 구글 어시스턴트를 만나면 개인화된 구글 서비스가 되는 셈이다.

이를 테면 구글 어시스턴트에 오늘 일정을 물었을 때 단순히 구글 캘린더에 써 놓은 것을 읊어주는 것이 아니라 날씨 상황을 고려해야 할 점이나 이동 경로에 맞는 교통 상황 등을 미리 짚어서 말해 준다. 스포티파이나 판도라의 음악을 재생하고 우버나 마이택시를 요청하는 일도 한다. 네스트, 삼성 스마트씽스, 필립스 휴 등 사물 인터넷 장치도 시간과 기후 등 환경을 고려해 원격으로 켜고 끄거나 조절한다. 지금은 제한된 서비스와 장치만 구글 어시스턴트 API를 쓸 수 있지만, 내년 이 API를 공개하면 더 많은 서비스를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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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글 어시스턴트를 실은 제품은 픽셀 스마트폰과 구글 홈 스피커 뿐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공개 후 실제로 적용한 것은 두 제품이 처음인 것이다. 여기에 구글 와이파이와 크롬캐스트 울트라 역시 구글 어시스턴트에 직간접으로 연계되어 있다. 구글 와이파이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싣고 있는 픽셀 폰이나 구글 홈의 인터넷 품질을 항상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무선 공유기다. 크롬캐스트 울트라는 미디어 플레이어지만, 구글 어시스턴트가 찾아낸 인터넷 영상이나 이미지를 TV나 모니터에서 재생하는 데 쓰인다.

이처럼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것은 두 제품 뿐이지만, 구글이 내놓은 나머지 두 제품마저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관시킬 수 있기에 구글은 인공지능 우선(AI First), 또는 인공지능 중심(AI Centric) 시대의 하드웨어를 누구보다 종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지능형 에이전트는 아마존 에코에서 먼저 시도했지만, 구글 만큼 폭넓게 하드웨어를 준비했다는 인상은 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구글은 이번 발표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내놓을 거의 모든 하드웨어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넣어 출시하면 결과적으로 지능형 에이전트 장치 분야에서 가장 앞선 하드웨어 제조사가 될 수 있다. 지금이 아닌 다음 시대의 선두 주자가 되려는 방향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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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남는다. 과연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다른 하드웨어 제조사에 공급할 것이냐는 점이다. 혹자들은 안드로이드 때처럼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개방하지 않겠냐고 짐작 한다. 하지만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HA)를 결성하면서 개방형 운영체제로 발전시켜온 안드로이드와 달리 구글 어시스턴트는 온전히 구글의 상품으로 나온 것이다. 때문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다른 제조사에 개방해야 할 당위성은 당장 없고, 이 문제는 아직 불투명하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 API를 공개한다고 했을 뿐, 이 서비스 자체를 다른 제조사의 하드웨어에 얹는 계획은 아직 말하지 않았다. 자동차처럼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것을 빼면 나머지 영역은 구글도 얼마든지 진입할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확실한 점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강해질 수록 지능형 에이전트가 필요한 하드웨어 제조사들과 협상력에서 구글의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선택은 세 가지가 남는다. 자체적인 지능형 에이전트를 갖추던가, 구글과 더 밀접하게 협력하던가, 아니면 제3의 지능형 에이전트를 끌어 안는 것이다. 어차피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대로 가려면 지능형 에이전트 없이 해결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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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충분한 투자 여력과 하드웨어에 더 집중할 제조사라면 당연히 자체적인 지능형 에이전트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데이터를 흡수하려 들 것이다. 삼성전자가 VIv를 인수한 것이 하나의 예다. 구글과 밀접하게 협력하려는 제조사는 사실상 구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재미있는 관점은 제3의 지능형 에이전트 시장에서 헤쳐 모이는 것이다. 가장 과감한 정책을 펴는 지능형 에이전트 서비스와 준비를 하지 못한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연합도 그려볼 수 있다. 과거 모바일 중심 시대를 맞아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구글이 지능형 에이전트 생태계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 되었을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하드웨어 제조 생태계에 자유롭게 개방하지 않는 대신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에만 개방할 때다. 모바일 위기를 벗어날 때처럼 지능형 하드웨어 시장에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합종연횡은 그렇게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으로 인해 지금 개발 중인 지능형 에이전트의 몸값은 점점 더 비싸질 테지만,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끊어지지 않을 듯하다.

곧 다가올 인공지능 우선 또는 중심 시대에 지능형 에이전트를 갖추지 못한 하드웨어는 한발 뒤쳐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구글은 이번 발표를 통해 인공 지능 시대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그 선언은 동시에 새로운 경쟁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지능형 하드웨어 시대라는 숲을 보며 지금 나무를 심었음을 밝힌 구글을 이제 누가 따라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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