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나에게 오는 새로운 모바일 시대

거의 10년 가까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를 다녔지만, MWC19만큼 기대가 컸던 적은 거의 없던 듯싶다. 5G의 조기 상용화를 앞둔 현실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기술이나 제품보다 MWC19에서 기대를 했던 건 따로 있다. 5G는 우리에게 어떤 방향으로 다가올 것이냐는 것이다. 빠른 속도, 낮은 지연성 같은 틀에 박힌 5G의 특징 대신 ‘우리는 일상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반응하게 될 어떤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힌트라도 찾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내가 찾은 답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얼굴이 증명서, 사람이 곧 모바일 디바이스

필요한 건 사진 한 장이었지만,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MWC19는 처음으로 얼굴을 인식해 입장하는 기술을 적용한 행사다. 브리즈(Breez)라 부르는 생체 인증 간편 출입 지역(Biomerric Recognition Easy Entry Zone)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배지 확인 없이 곧바로 입장할 수 있는 있던 것이다. 심지어 이용자 신원을 확인하는 여권이나 신분증도 필요 없이 말이다.

생체 인식 간단 입장 구역을 거치면 단 2초 만에 입장할 수 있다.

브리즈의 도입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는 입장에 매우 까다로운 전시회 중 하나다. 세계 이동통신 업계의 비즈니스를 위한 매우 실무적인 행사라는 점에서 참관자의 등록부터 입장에 이르기까지 매우 꼼꼼히 관리한다. 때문에 전시장 입장 이후에도 참관자의 티켓에 따라 피라 바르셀로나 전시장 내 입장 구역이 다시 나뉘기도 한다. 하지만 입구는 남쪽과 동쪽, 북쪽에 단 세 곳 뿐이라 이른 아침 입장객들이 입장권과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을 지체하는 곳이다.

하지만 브리즈의 도입으로 신분증을 확인하는 시간을 없애고 배지를 확인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빠른 입장을 할 수 있다. 카메라 앞에 서자 마자 곧바로 녹색불이 켜지고 입장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2초. 물론 여권을 보여주고 뱃지 태그 찍어도 10초면 입장할 수 있지만, MWC 출입구에서 8초란 시간은 때론 엄청난 병목 현상을 야기하는 긴 시간이다.

생체 인식 간단 입장 구역에 입장할 수 있는 사전 등록을 마치면 홀로그램 스티커를 배지에 붙여 준다.

브리즈를 이용하려면 이용자가 자기 얼굴을 브리즈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사진 한 장뿐. 노트북에서 찍든, 스마트폰에서 찍든 딱 한 장의 사진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업로드한 한 장의 사진이 나를 판별하는 데 쓰였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대충 찍은 평면 사진 속 데이터만으로 나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 사진은 물리적 디바이스 안에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지만, 비교 대상은 ‘나’의 얼굴을 직접 읽어 저장된 데이터와 비교한다. 모바일 디바이스나 작은 칩이 없어도 나는 이미 시스템에서 분석한 사진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 장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사람이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화 된 세상은 이렇게 눈앞에 증명되고 있었다.

어려운 설명을 생략할 수 있게 된 5G

브리즈가 작은 흥미였다면 5G는 메인 주제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5G가 시작되면 뭐가 좋아질까?’라는, 머릿속에 박제된 질문에 대한 답, 아니, 힌트라도 이번 MWC19에서 찾고 싶었다. 해를 거듭하며 진화된 기술로 상용 서비스 시기를 앞당겨 온 5G는 마치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진 모호한 그림처럼 보였던 탓이다. 그 흐릿한 그림 안에 조금이나마 선명한 부분을 찾기 위해서 해마다 MWC를 찾을 수밖에 없었고, 또 다시 MWC19 전시장을 배회해야만 했다.

NTT 도코모의 5G 기반 홀로그램 라이브 콘서트 시연.

올해는 달랐을까? 이 질문은 간단히 답할 수 있다. ‘달랐다’고 말이다. 비록 일부에 불과하지만, 지난 MWC보다 MWC19의 5G는 훨씬 즐거웠다. 언제나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기술, 어려운 용어를 써가면서 설명해야만 했던 5G 시대를 훨씬 쉽게 경험할 수 예제들이 눈앞에 있었다. 그것이 더 이상 상상으로 끝나지 않을 실체들이 눈앞에 나타났고, 드디어 안개처럼 흐릿했던 5G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 아주 작지만 초점이 맞춰진 영역을 발견할 수 있던 거이다.

그 흥미로운 사례 중 하나는 실시간 원격 콘서트다. 일본 이동통신사 가운데 한 곳은 MWC 현장에서 매시간마다 혼성 듀오의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다. 그런데 라이브 콘서트를 시작되자 남성 가수만 무대에 올라 기타를 연주했다. 노래를 부를 여성 보컬은 잠시 후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다. 비록 여성 보컬은 무대 앞에 격리되어 있는 컨테이너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두 공간은 5G로 실시간 연결되어 있었고 두 사람은 마치 한 무대 위에 있는 것처럼 공연을 즐겼다. 에릭슨과 독일 보다폰도 두 부스를 5G로 연결해 떨어져 있는 록밴드가 마치 한 곳에 모여서 연주하는 것 같은 재미있는 시연을 참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에릭슨에 있는 연주자들이 보다폰 부스의 연주자들과 5G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라이브 연주를 시연했다.

물론 두 연주가 5G의 전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5G로 우리 일상을 바꿀 좋은 예가 없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샘플인 것은 틀림없다. 지금까지 5G가 더 빠를 뿐만 아니라 짧은 대기 시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했고 기술적 시연은 많았지만, 기술이 산업이 아니라 문화 같은 다른 분야와 결합한 시도는 거의 처음이었으니까. 5G를 산업적 가치만이 아니라 문화의 진화를 위한 가능성을 봐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상상은 5G 시대의 현실이 된다

사실 5G 기반의 원격 콘서트는 단순한 재미 이상의 작은 충격이었다. 늘 상상하면서도 기술적 한계를 넘지 못했던 일이 눈앞에서 일어난 것이라서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5G 인프라를 활용해 수많은 장치를 연결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수많은 산업들의 변화를 말할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들은 일상에서 5G를 접하게 될 수많은 이용자들에게 원격 콘서트만큼 직접적인 충격과 감동을 주기는 어렵다. 이용자가 상상했던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을 직접 보게 된다면 그것만큼 확실한 의미의 전달은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에릭슨의 5G를 이용한 원격 주행. 스웨덴에서 바르셀로나까지 5G 망으로 자동차를 원격으로 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그러나 MWC19의 원격 콘서트는 5G로 경험할 수 있는 상상의 작은 예제에 불과하다. 두 곳의 물리적 공간을 연결한 원격 콘서트에 쓰인 기술은 앞으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과 서비스에서 보게 될 테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모바일 디바이스를 갖고 이동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직접 이동하는 것보다 공간을 이동시키는 것이 더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직접 야구장에 가질 않아도 어디에서나 응원하고, 쇼핑몰에 가지 않아도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경하게 되는, 모든 경계와 공간을 초월하는 서비스를 맛볼 날이 멀지 않았으니 말이다.

5G가 만들 차세대 모바일은 더 이상 우리가 움직이는 세상이 아니다. 물리적 공간을 움직이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모바일이다. MWC19에서 5G라는 신비의 묘약으로 만들어낸 마법들은 우리를 새로운 시대의 모바일로 인도하는 마중물이었다.

덧붙임 #

이 글은 한국모바일산업협회 기고문입니다. 편집된 글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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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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