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OS 아닌 웨어라는 플랫폼 선언한 구글 I/O 21

구글 개발자 행사인 구글 I/O는 해마다 IT 개발자 및 기술 제품 생태계에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졌지만, 지난 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행사를 갑작스럽게 취소하면서 앞으로 달라질 흐름을 읽기 어려웠다. 아마도 그 반작용이 지난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구글 I/O에 나타난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올해 역시 전세계 개발자들이 한데 모이는 대면 행사로 치르지 못했으나 지난 해에 내놓지 못한 수많은 메시지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수많은 이들을 정신 사납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구글 I/O 21은 인공지능이나 개인정보보호 같은 거대한 함의를 가진 토픽 외에도 개발자 생태계를 흔드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 대표적인 주제가 스마트워치다. 구글은 스마트워치에 오랫동안 공들여 왔지만, 그들의 플랫폼이 스마트워치 시장 상위에 올라간 적이 거의 없다. 그리하여, 구글은 특단의 대책을 이번 구글 I/O 21에 내놓았다. 이른바 삼성과 구글, 그리고 핏빗(Fitbit)이 결합한 ‘삼구핏’ 동맹을 발표한 것이다.

쓰디쓴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 플랫폼의 결말

2010년 들어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픈 소스였던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다양한 유형의 모바일 컴퓨팅 제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워치가 등장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소니와 삼성, 모토롤라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변형해 넣은 손목형 장치를 조금씩 선보인 것이다.

당시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의 컴패니언 장치였다. 제조사의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스마트폰의 일부 정보를 스마트워치에서 볼 수 있었다. 이를 테면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이나 전화번호, 문자 메시지, 일정 알림, 메일 정보 등을 표시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날씨 정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여기에 가속도계나 GPS 등 여러 센서를 내장해 운동 활동을 모니터링하거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기능도 갖고 있었다.

2013년 9월에 공개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워치였던 갤럭시 워치.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당초 스마트폰을 위한 운영체제라는 점에서 스마트워치에 꼭 맞는 옷이라 할 수는 없었다. 스마트워치에 맞는 기능과 UI를 넣을 수 없던 데다, 스마트워치의 프로세서와 센서, 배터리 등 최적화 작업도 어려웠던 것이다. 안드로이드가 스마트워치에 최적화된 운영체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에 기반한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결국 구글도 이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스마트워치용으로 변형한 안드로이드 웨어(Android Wear)를 발표한 것은 2014년 5월부터다. 안드로이드 웨어는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에 맞춰 스마트워치 환경에 맞는 UI와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운영체제다. 이 운영체제가 발표되면서 LG전자와 에이수스, 샤오미 등 IT 제조사뿐 아니라 파슬, 태크호이어, 몽블랑 등 패션 브랜드까지 새로운 파트너로 참여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웨어는 생각보다 큰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웨어를 발표할 무렵 삼성전자가 이탈한 데다, 구글의 강력한 통제로 인해 제조사가 UI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없었고, 전력과 메모리 관리에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여기에 건강 관련 기능들의 준비도 늦어져 이용자의 선택에서 점점 멀어졌다.

구글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워치용 프로세서 최적화에 긴밀하게 협조하는 한편, 안드로이드 웨어의 인식 개선을 위해 2018년 웨어OS(Wear OS)로 이름도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웨어 OS를 강력하게 통제하려는 관리 정책을 바꾸지 않았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제외하면 배터리와 기능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시장은 웨어 OS가 아닌 타이젠이나 리눅스 기반 독자 운영체제를 갖춘 다른 스마트워치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으나 안드로이드는 획기적인 변화를 주저하면서 시장을 확장하는 데 실패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잃어가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현재 스마트워치 OS 시장의 판도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워치 OS의 점유율을 올리지 못하는 동안 스마트워치 시장은 그야말로 다양한 운영체제의 제품들이 각자의 영역을 차지하는 상황이 됐다. 먼저 삼성은 2014년 기어 라이브를 끝으로 타이젠(Tizen)으로 이동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리눅스 재단, 리모 재단, 인텔이 공동 개발한 운영체제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스마트워치만이 아니라 TV, 냉장고 등 삼성 스마트 가전 제품에 도입하면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활용했다. 한 때 인도 저가 시장을 겨냥한 타이젠 스마트폰도 출시했으나 얼마 못 가 실패했고, 스마트워치와 스마트 가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타이젠이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분기 기준 10% 안팎이다.

워치OS는 2014년 애플 워치와 함께 공개됐다. 현재 단일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부터 스마트워치 같은 장치에 맞춰 설계된 운영체제여서 안드로이드나 타이젠보다 이용자에게 직관적이고 부드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리 음성 비서와 애플 페이, 통화 기능 및 워치 전용 응용 프로그램을 확장할 수 있다. 지난 해 4분기 기준 애플 워치 점유율로 볼 때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4분기 스마트워치 선적량 비율. 상위 출시 제품군 가운데 안드로이드 계열은 없다.(이미지 출처 |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화웨이는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삼성과 2위 자리를 다투는 스마트워치 제조사다. 원래 안드로이드 웨어와 웨어 OS 스마트워치를 만들었지만, 미국 제재 이후 독자 운영체제를 담은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있다. 운영체제 이름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로 보인다. 확장성은 제한되어 있으나 매우 긴 배터리 시간을 갖고 있다. 화웨이 워치의 점유율은 지난 4분기 기준 8% 안팎이다.

구글에 인수되기 전 핏빗도 자체 운영체제인 핏빗 OS를 기반으로 스마트워치와 밴드를 만들었다. 쓰임새가 많은 수백 개의 앱을 설치할 수 있었고,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 등 인공지능 비서를 탑재하고 건강 관리를 위한 기능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해 4분기 기준 핏빗 점유율은 7% 남짓이었다.

이처럼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및 웨어 OS가 아닌 스마트워치 운영체제는 다양화되어 있다. 지난 4분기 기준 상위 4개 제조사의 스마트워치가 차지한 비율은 55%로 절반 이상이다. 안드로이드 및 웨어 OS는 31%의 기타 제품군 안에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에서도 가민, 후아미처럼 독자 운영체제를 갖춘 제품군이 있는 상황이어서 웨어OS 플랫폼이 차지한 비중은 훨씬 적은 상황이다. 시장 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웨어OS의 시장 점유율은 고작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형 스마트워치 플랫폼으로 거듭나려 하다

이처럼 10여년 넘게 공들여 온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지배력을 잃어 온 구글에게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던 것은 더 이상 부인하기는 어려운 사실이고 극복해야 할 현실적 과제다. 특히 2018년 이후 웨어 OS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구글이 스마트워치 시장에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듯한 신호가 곳곳에서 나온 터라 이용자들도 웨어 OS에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특히 구글은 스마트워치가 모바일 컴퓨팅의 다음 진화에서 핵심이라고 믿는다는 구글에게 지금의 시장 데이터는 너무나 비관적이다.

때문에 스마트워치 분야에서 약자의 이미지를 굳혀 가던 구글에게 반전의 메시지는 꼭 필요했고, 의미심장한 발표를 한 것이 이번 구글 I/O 21이었다. 당초 구글 I/O 21을 전망하는 수많은 보고서에서 구글 웨어 OS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구글 I/O 21 행사가 가까워지면서 웨어 OS에 대한 적지 않은 업데이트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나왔다.

실제 구글 I/O 21의 스마트워치 관련 발표는 제법 놀랄만한 것들이었다. 먼저 삼성전자가 구글과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타이젠 대신 구글과 함께 만든 스마트워치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타이젠으로 지난 해 4분기 10%의 점유율을 갖고 있던 삼성전자가 그 점유율을 그대로 구글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삼성과 협력을 통해 30% 더 빠르고, 배터리가 오래가며, 개발자를 지원하는 웨어 플랫폼을 선언한 구글.(이미지 출처 | 구글 I/O 캡쳐)

그런데 눈 여겨 볼 점은 구글 I/O 21에서 스마트워치 운영체제에 대해 ‘웨어 OS’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글은 삼성과 오랜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웨어 OS와 타이젠을 결합하기로 했지만, 그것을 웨어 OS가 아닌 ‘웨어(Wear)’로 불렀다. 사실상 웨어 OS의 뼈대 위에 타이젠의 일부 기능과 프레임워크라는 살을 붙이는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의도적으로 ‘웨어’를 강조했다. 웨어라는 이름을 끝까지 유지할 것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기존 구글 브랜드의 웨어 OS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했다.

무엇보다 웨어 플랫폼은 제조사나 개발자가 타이젠과 유사한 위젯 개념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웨어 OS의 형편 없던 UI를 버리고 위젯과 메뉴 구조를 좀더 역동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만들어 제조사와 개발자가 원하는 유형의 스마트워치 앱이나 서비스를 넣을 수 있도록 여유를 뒀다. 여기에 구글 지도와 어시스턴트, 유튜브 뮤직 같은 서비스도 모두 새로운 웨어 플랫폼 환경에 최적화해 넣는다.

구글과 삼성이 만든 그림 속 용의 눈에 마지막 점을 찍은 것이 핏빗이다. 핏빗은 지난 해 구글이 인수한 스마트밴드 스타트업으로 최근 인수에 대해 주요 국가의 승인을 마무리 지은 뒤 처음 구글 I/O에 공식 등장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핏빗은 새로운 웨어 플랫폼에 핏빗 피트니스 앱을 제공한다. 핏빗은 지난 수년 동안 스마트밴드와 워치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건강 관리 기능을 강화해왔는데, 이를 새로운 웨어 플랫폼 기반 스마트워치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웨어 플랫폼용 앱을 통해 보편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구글과 삼성, 그리고 핏빗이 버린 것

구글 I/O 21에서 뭉친 삼성전자, 구글, 핏빗 동맹은 어느 한쪽이 우위를 갖고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각 기업이 서로 가진 확실한 단점을 버리기 위해서 뭉쳤다고 보는 쪽이 더 그럴 듯한 해석이다. 삼구핏 동맹의 시너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들의 단점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자.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번 구글 I/O 21에서 뜻하지 않은 큰 뉴스의 주인공이다. 삼성전자의 웨어 플랫폼 참여는 차기 스마트워치의 운영체제를 바꾼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8년 여 동안 가꿔온 타이젠을 앞으로 스마트워치에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스마트TV나 모니터, 냉장고는 여전히 타이젠을 활용하므로 타이젠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많은 활용도를 갖춘 시장을 포기하면서 구글 웨어 플랫폼에 참여했다.

구글이나 핏빗보다 더 큰 점유율을 갖고 있던 삼성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타이젠 자체의 한계보다 삼성전자의 생태계 운영에 더 큰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타이젠 자체는 스마트워치 운영체제로써 큰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기보다, 타이젠을 위한 개발 환경과 향후 미치게 될 보안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생태계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스마트 가전과 달리 앱 생태계의 확대와 이에 따른 대비를 해야 하는 측에서 보면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특히 판매량이 많은 데 비해 타이젠 스마트워치를 위한 고품질 앱과 기능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시계 화면이나 스트라바, 스포티파이 등 몇몇 잘 알려진 워치 앱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태계 특성상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 같은 AI 음성 비서 및 음악이나 지도, 결제, 뉴스, 메시징 등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서비스와 기술을 융합이 어렵고, 개발자들도 불친절한 타이젠용 앱 개발 도구에 불만이 커 제품 판매량에 비해 앱 생태계를 늘리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판매량을 늘려도 개발자의 참여가 늘지 않는 한 생태계 유지는 한계가 클 수밖에 없던 것이다.

구글
구글 I/O 21에서 삼성전자와 웨어 플랫폼을 공동으로 만들기로 발표한 것은 삼성의 참여를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제스처기도 하지만, 사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웨어OS의 수준을 보면 크게 할 말은 없는 상황이다. 분명 소프트웨어 개발 철학이나 환경 구축은 다른 IT 기업과 비교해 뒤쳐지는 것이 없음에도 안드로이드 웨어부터 웨어 OS에 이르기까지 해당 제품이 주는 신뢰가 없던 것은 전적으로 구글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구글 I/O 21의 웨어 플랫폼 이전 웨어 OS 탑재 장치들은 늘 성능의 문제를 지적받았다. 특히 배터리 소모가 심하고, 충분한 성능을 끌어내지 못하는 점은 웨어OS의 제품이 공통적으로 가졌던 단점이었다. 소프트웨어 최적화의 최고 능력치를 가진 구글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스마트워치 배터리 관련 특허 등 여러 문제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번 발표에서 시간대 및 상황별 심박 센서 조정으로 배터리 시간을 늘린 것도 핏빗이 2014년 획득한 웨어러블 심박 센서 특허(US8945017B2)를 적용했음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웨어 플랫폼 이전에 웨어 OS의 성능에도 불구하고 패션 업계나 일부 IT 제조사가 웨어 OS를 채택한 것은 제조사에 개방된 쓸만한 운영체제가 거의 없던 환경적 요인도 작용했다. 덕분에 다양한 웨어 OS 워치는 등장했지만, 문제는 시장을 이끄는 대표적인 제조사가 없다는 점이다. 비록 핏빗을 인수했으나 핏빗이 가진 특허와 데이터에 비해 그 이전의 점유율은 핏빗 자체 운영체제에 기반한 것이었으므로 당장 영향을 발휘하기도 힘든 데다, 인수 승인 기간 동안 핏빗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할 수 없던 터라 웨어OS 점유율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참여하고 구글이 인수한 핏빗으로 단번에 안정적인 장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핏빗
구글 인수에 따른 승인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구글 자회사가 된 핏빗의 행보가 공개된 것은 이번 구글 I/O 21이 처음이다. 핏빗은 구글의 자회사면서 여전히 구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조금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구글에서 직접 발표하지 않고 핏빗이 스마트워치 계획이나 핏빗 앱의 공개 등 앞으로의 일을 직접 설명했던 것이다.

EU와 호주 등 조건부 승인에 따라 구글은 핏빗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광고 목적으로 활용할 수 없고, 핏빗 웹 API를 제공받는 서드 파티 업체에 대한 접근 및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연결성을 방해하는 행위가 제한되어 있다. 이는 핏빗이 구글의 직접 지원을 받기 어렵고 구글도 핏빗 사업에 직접 관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핏빗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글이 수많은 관련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는 전망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그만큼 핏빗의 역할은 인수 이후 더 중요해졌다. 그 이전까지 자체 제품 및 앱 생태계를 구축했던 핏빗도 구글 인수와 웨어 플랫폼에서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웨어 플랫폼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체 생태계의 일부와 이별을 고하는 동시에 하드웨어 사업을 강화할 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강화할 지 모호함을 벗어 던져야 하는 숙제가 있던 것이다. 핏빗은 차기 웨어 플랫폼 기반 스마트워치의 출시를 예고하는 동시에 웨어 플랫폼을 위한 핏빗 앱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구핏 웨어 플랫폼의 향후 전망

앞서 설명에서 보았다 시피 이번 웨어 플랫폼의 주축을 이룬 삼구핏 동맹은 무려 3개의 스마트워치 생태계가 합친 놀라운 시도다. 대부분은 삼성과 구글을 협력을 주목했지만, 구글이 인수한 핏빗이 앞서 독립된 하나의 생태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개의 플랫폼이 하나의 통합 스마트워치 플랫폼으로 등장하게 된다. 구글도 이 점을 중시해 웨어 플랫폼 소개 초반 통합된 플랫폼(Unified Platform)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세 가지 스마트워치 생태계의 핵심 기업들이 하나로 합친 것에 대한 시너지를 살펴볼 차례다. 세 플랫폼이 연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이점은 특허 동맹이다. 스마트워치 안에는 수많은 웨어러블 특허가 적용되어 있는데, 각 운영체제 및 하드웨어로 분산되어 있다. 구글은 물론 자회사인 핏빗, 파트너십을 강화한 삼성 모두 웨어러블 관련 특허를 다수 갖고 있고, 이를 자사의 운영체제와 하드웨어에 심어 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핏빗의 웨어러블 관련 특허만 무려 5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러한 특허 중 일부를 서로 견제하는 데 쓸 필요 없이 운영체제에 반영해 공유할 수 있다.

더불어 플랫폼이라는 특성에서 세 기업의 역할 분담이 확실해 진다. 구글과 삼성, 핏빗이 플랫폼 생태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욱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 구글, 핏빗의 현재 문제점을 먼저 살펴본 것은 그 반대의 이점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먼저 삼성은 가장 품이 많이 들었던 스마트워치에서 타이젠을 제외함으로써 개발 자원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 가전 및 일부 컴퓨팅 주변 장치는 계속 타이젠을 이용하지만, 개발 생태계의 지원까지 줄여 더욱 하드웨어에 집중할 수 있다. 웨어 플랫폼의 확대와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자원을 옮기고 통신에 기반한 제품의 설계와 제조, 판매에 강한 그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웨어 플랫폼에 참여할 것으로 예정된 앱들. 타이젠이나 핏빗 생태계에 없는 앱도 포함됐다.

구글은 개방형으로 바뀐 웨어 플랫폼에 기반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 사업자로써 임무를 맡는다. 물론 구글도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지만, 대립하거나 경쟁에 뛰어드는 것보다 웨어 플랫폼의 안착에 필요한 운영체제와 구글 서비스 최적화, 개발자 지원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I 음성 비서, 유튜브 뮤직, 지도와 관련된 기능 최적화를 선보였고, 개발자에게 필요한 개발 방법까지 곧바로 구글 I/O에서 공유한 것은 거대 앱 생태계의 확대를 바라는 개발자와 독자 기능을 넣길 원하는 제조사에게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핏빗은 자체 웨어 스마트워치를 내놓기로 했지만, 그보다 웨어 플랫폼용 핏빗 앱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웨어 플랫폼 스마트워치를 쓰더라도 핏빗 앱이 연동되어 있으면 기존의 이용자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핏빗 스마트워치보다 훨씬 광범위한 웨어 스마트워치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필요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용자가 굳이 핏빗 앱이 아닌 구글 헬스나 삼성 헬스를 선택할 수도 있긴 하나, 아마도 다른 선택을 안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처럼 세 기업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은 그만큼 초기 플랫폼에서 역할을 확실히 나눈다는 의미다. 하드웨어의 삼성, 플랫폼의 구글, 데이터 분석 및 서비스의 핏빗으로 말이다. 생태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이 역할적 구도는 깨질 테지만, 적어도 생태계의 조기 구축을 위해 각각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만은 틀림 없다.

어쨌거나 스마트워치가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컴퓨팅 장치라는 점과 이를 위한 범용 플랫폼의 필요했던 시점이었기에 웨어 플랫폼의 등장은 반길 만하다. 물론 때맞춰 등장한 생태계라고 해도 무조건 크게 성장하고 넓게 확장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안정적인 생태계보다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향한 구글과 삼성, 핏빗의 결정이 실패한 도전으로 끝날 지, 성공한 도박으로 기록될 지 전망은 이르긴 하다. 그렇더라도 잔잔하기만 했던 스마트워치라는 바다를 크게 출렁이게 만들 일임은 틀림 없어 보인다.

다만 구글 I/O에서 발표한 웨어 플랫폼은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아마도 여름과 가을 사이 이를 넣은 상용 스마트워치가 등장하면 그 때쯤 제대로 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웨어 플랫폼에 대한 평가는 그때 다시 해야 할 부분이다.

참조 문서
1. Google I/O Keynote – Google I/O
2. What’s new for Wear – Google Blog
3. Global Smartwatch Shipments Rise 1.5% in 2020; Price Trends Going Premium – Counterpoint Research
4. Wearable heart rate monitor by Fitbit – Google Patents Search
5. Patents Assigned to Fitbit, Inc. – Justia Patants
6. Mergers: Commission clears acquisition of Fitbit by Google, subject to conditions – European Commission press release

덧붙임 #

1. 이 글은 KISA 리포트 2021.06에 기고한 것으로 편집본은 KISA 리포트 자료실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편집본과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2. 스킨 오류로 이 곳에 공개된 모든 글의 작성일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1년 6월 10일에 공개되었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 Comments

  1. popcol
    2021년 6월 11일
    Reply

    평소에 잘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읽을 때마다 제 식견이 더 늘어나고 있네요.

    • chitsol
      2021년 7월 6일
      Reply

      답변이 늦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2. 123
    2021년 8월 19일
    Reply

    초기 안드로이드 때처럼 삼성이 구글 OS 키워주고 지금 스마트폰처럼 훗날엔 스마트워치도 중국업체한테 추격당하는 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건 저만 그런건가요.. 시간은 구글편일거같은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