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퀘스트, 가상 현실을 진짜 현실로 만드는 위험한 VR 헤드셋

프로젝트 산타크루즈. 오큘러스 퀘스트라는 이름을 받기 전 오큘러스가 시제품에 붙인 프로젝트 이름이다. 이 헤드셋은 시제품의 등장 때부터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PC를 필요로 하지 않은 데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바일 헤드셋과 다르게 6 자유도(3축 이동 및 3축 회전)가 가능한 독립형 헤드셋이었으니까.

선 없는 6 자유도의 모바일 헤드셋이 소비자에게 배달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부터. 예상보다 더 반응이 뜨거웠던 터라 오큘러스 퀘스트를 직접 쓰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다. 하지만 일단 머리에 쓰기 시작한 뒤로 앞서 쓰고 있던 오큘러스 리프트를 상자에 넣은 데다, 가상 현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을 보면 퀘스트는 나의 VR 환경을 바꾼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다.

무엇보다 퀘스트는 출시 초기의 기능만 고집하지 않고, 오늘 그리고 내일의 업데이트로 기능을 추가해 진화하고 있는 점이 놀랍다. 아직도 추가해야 할 기능이 더 남은 데다 페이스북 호라이즌처럼 2020년 공개될 킬러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활용 가치가 더 높아지는 퀘스트에 대한 지금까지 경험을 공유한다.

어라, 조금 무겁네…?

그랬다. 사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다가 오큘러스 퀘스트를 썼을 때 첫 느낌은 무거웠다. 머리만 걸치면 그만이던 리프트와 달리 퀘스트는 광대뼈를 누르는 압박이 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기는 했다. PC 없이 처리할 컴퓨팅 부품을 헤드셋 안에 넣은 데다, 외부 카메라와 전원 케이블을 대신할 배터리까지 내장했으니 그만큼 헤드셋이 무거워진 것이다.

오큘러스 퀘스트의 얼굴 커버가 넓어 광대뼈 부분까지 얼굴 절반을 덮는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던가. 처음 썼을 때 헤드셋에 눌려 신음 소리를 내던 광대뼈도 어느 순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무게를 버티고 있다. 더구나 넉넉하게 설계된 페이스 커버 덕분에 비좁은 리프트보다 훨씬 눈 주변을 누르는 압박은 훨씬 줄었다. 별도로 렌즈 어댑터를 쓰지 않고 안경을 쓴 채로 헤드셋을 써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데다 하단부에 눈의 간격을 조절하는 IPD 레버가 있어 초점을 맞출 수 없어 즐기기 힘든 일은 없다.

더불어 탈착도 편해졌다. 헤드셋과 헤드 밴드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보니 안경을 쓴 이용자도 먼저 헤드셋 부분을 쓰고 헤드 밴드만 뒤로 당겨 손쉽게 머리에 쓸 수 있다. 벗을 때도 헤드셋을 들어올리면 쉽게 벗을 수 있다. 덕분에 가상 세계에 쉽게 들어가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퀘스트와 헤드 밴드의 연결 부위가 움직이기 때문에 머리에 쓸 때나 벗을 때 한결 수월하다.

높이 설정 팁

룸스케일 헤드셋을 쓰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설정한다. 오큘러스 퀘스트도 리프트와 마찬가지로 움직일 공간을 설정할 수 있다. 외부 센서 대신 헤드셋에 있는 4개의 카메라로 공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데, 퀘스트를 쓰기 위해선 최소 가로세로 2m의 공간은 만들어야 한다. 아마도 작은 방 정도의 공간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공간 지정에 앞서 오큘러스 퀘스트는 높이도 따로 지정한다. 터치 컨트롤러를 바닥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 그 지점을 바닥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제조사에서 요구한 방법으로 바닥을 지정해도 막상 서면 마치 바닥면의 표시가 실제 바닥보다 좀더 높게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실제 가상 현실에 들어가도 높이가 맞지 않는다. 터치 컨트롤러의 높이만큼 바닥에 뜨는 현상을 완전하게 없애지 못하는 것이다. 나중에 이런 부조화를 없애는 방법을 알았는데, 헤드셋을 쓰고 엎드린 뒤 컨트롤러를 바닥에 대고 설정하면 거의 높이가 맞는다. 혹시 퀘스트를 설정할 때 바닥 높이에 이상을 느꼈다면 이렇게 해보시라.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필수?

오큘러스 퀘스트는 리프트와 달리 퀘스트는 귀에 대는 헤드폰 모듈이 없다. 물론 소리는 들을 수 있다. 그런데 퀘스트 본체 안에 스피커가 있는 게 아니다. 퀘스트 본체와 머리를 감싸는 헤드 밴드 사이 연결 부위에 아주 작은 스피커가 있다. 이 작은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내는 구조다. 다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이외에 음질에 대한 장점을 말하긴 어렵다. 워낙 작은 모듈이다보니 낼 수 있는 하단부의 음량 버튼을 눌러 최대 음량까지 올려도 한계가 있다. 착용자만 들을 수 있는 수준이긴 하나 충분치 않다.

퀘스트와 헤어 밴드 사이 연결 부위에 있는 스피커 모듈. 음량은 충분치 않다.

때문에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써야 한다. 흥미롭게도 퀘스트는 헤드셋 양옆에 이어폰 단자가 있다. 원래 퀘스트 전용 모노 이어폰을 꽂는 용도이나 유선 스테레오 헤드폰을 한 쪽만 꽂아도 문제 없이 출력한다. 문제는 유선 헤드폰을 꽂으면 퀘스트를 쓰고 벗을 때 헤드폰을 나중에 쓰고 먼저 벗는 등 번거롭다는 점이다. 이어폰은 그나마 덜 하지만 헤드폰보다 편하지 않다. 더구나 헤드폰 선도 걸리적대므로 결코 편하지 않다.

블루투스로 헤드폰을 연결하면 그나마 선으로 인한 불편함은 좀 줄어들 수 있는데, 블루투스 오디오 출력을 지원하지 않는다. 개발자 모드에서 블루투스 스택을 바꾸면 무선 헤드폰을 쓸 수 있긴 하나 일반 이용자를 위한 방법은 아니다. 어쨌거나 블루투스를 통해 무선 이어버드를 쓰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오큘러스가 블루투스 이어폰 연결 기능을 언제 제공할 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자유로운 듯 아닌 퀘스트 홈

대부분의 가상 현실 헤드셋은 머리에 썼을 때 메뉴 화면을 띄우는 반면, 오큘러스는 리프트에서 홈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홈은 하나의 응용 프로그램과 같아서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 위에 메뉴를 표시하는 구조이고 이용자가 직접 꾸밀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실 퀘스트가 6 자유도 헤드셋이라는 특성 때문에 리프트 홈처럼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홈 인터페이스를 바랐는데 그 바람의 반만 적용됐다.

지금까지 3가지의 퀘스트용 가상 공간이 공개됐는데, 이러한 공간은 계속 추가될 듯하나 텔레포트 기능이 없어 공간 전체를 마음대로 돌아다니긴 어렵다.

퀘스트 홈은 컨트롤러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텔레포트 기능이 없어 공간 전체를 돌아다니거나 이동하기 힘들다. 다만 이용자가 영역으로 지정한 범위 안에서 공간을 움직일 수 있기는 하다. 전체 공간을 돌아다니려면 그만큼 지정 공간이 넓어야 하는데, 실제 넓은 거실에서 즐기는 이들이면 해볼만하다. 완전한 자유는 아니지만,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다. 나의 집처럼 꾸밀 수 있는 기능도 아직 갖추지 않았고, 테마에 따라 주변 풍경 및 실내 분위기만 바꿀 수 있다.

퀘스트 홈의 메뉴 구조는 그리 복잡하진 않다. 아래 쪽 데크의 항목을 선택하면 앱 화면이나 스토어 화면, 설정 메뉴가 중앙에 뜨고 세부 메뉴는 테크 아래에 표시되는 구조다. 터치 컨트롤러로 메뉴를 몇 번 누르다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단순하다.

퀘스트 홈 조작 환경. 터치 컨트롤러로 다루는 데 어려움이 없는 구조다.

그런데 이 항목의 메뉴를 누르다보면 앱 실행이나 기능 설정보다 페이스북과 연계된 기능이 눈에 띈다. 이는 리프트나 고에도 들어 있는데 페이스북 친구들 가운데 오큘러스 플랫폼과 계정을 연동한 이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거나 가상 현실 이벤트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퀘스트에서 캡쳐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할 수 있는데, 마치 가상 현실에서 기존 소셜 미디어와 소통하며 나오는 반응이나 결과를 살펴보는 듯하다. 소셜 미디어와 연동은 오큘러스 퀘스트가 단순히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 아닌, 소셜 미디어 기반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시대의 장치로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향상된 디스플레이를 위한 효율적 처리

확실히 리프트를 보다가 퀘스트를 보면 시원하고 쾌적하다. 디스플레이 픽셀이 늘어난 차이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리프트가 1,080×1,200 픽셀을 가진 두 개의 OLED를 쓴 반면 퀘스트는 1,440×1,600 픽셀의 OLED 디스플레이다. 퀘스트 OLED는 다이아몬드 펜타일 구조지만, 늘어난 픽셀만큼 같은 장면에서 선명도는 높아진 것이다. 무엇보다 그래픽에서 픽셀과 픽셀 사이 검정색의 틈이 보이는 스크린도어 효과가 상당히 줄고 멀리 있는 글자도 비교적 또렷하게 보인다. 리프트에서 화면을 앞으로 당겨야 제대로 보이던 글자를 이동 없이 퀘스트에서 읽을 수 있다.

유튜브에 있는 4K, 8K 고화질 영상을 볼 때 리프트보다 화질이 확실히 좋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늘어난 픽셀과 줄어든 스크린 도어 효과는 영상을 보는 맛을 살린다. 앞서 적은 픽셀의 디스플레이의 리프트는 가상 현실 안에 만든 초대형 스크린에 유튜브나 넷플릭스, 페이스북 채널의 4K급 고화질 영상을 띄워도 또렷하지 않아 답답했다. 반면 픽셀과 픽셀 사이 간격이 좀더 조밀해진 퀘스트에서 동일한 고화질 영상을 보면 이전에 비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만큼 훨씬 선명하고 더 많은 색이 살아난다.

다만 늘어난 픽셀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약간의 트릭을 쓰고 있다. 퀘스트는 중앙부와 주변부의 렌더링 품질이 다르다. 디스플레이 중앙부는 선명한 반면 주변부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는 중앙부와 주변부 렌더링 품질을 달리해 픽스트 포비티드 렌더링으로 인한 현상인데, 사실 눈만 돌려서 주변부를 보는 일이 없으면 화질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다만 기본적으로 풀 렌더링을 하기 때문에 캡쳐한 이미지에서 화질 저하는 나타나지 않는다.

퀘스트에서 캡쳐한 리프트 홈의 모습들. 더 강력한 그래픽 환경 덕분에 퀘스트의 숨은 능력이 살아난다.

퀘스트의 화면 재생률은 72Hz. 90Hz를 가진 리프트보다 낮다. 디스플레이 프로세서의 한계와 배터리 등 여러 제약 사항으로 인해 더 높이진 않은 듯하다. 물론 개발자 모드에서 강제적으로 90Hz로 높이는 이들도 있지만, 일반 이용자에게 허용되는 옵션은 없다. 그렇더라도 화면 떨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아니면 화면의 부자연스러움을 곧바로 체감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퀘스트 자체로는 디스플레이 성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지 못한다. 리프트보다 퀘스트가 더 많은 픽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큘러스 링크로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가진 PC에 연결했을 때 그 장점이 더 크게 나타나서다. 오큘러스 퀘스트가 무선의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아직 PC 수준의 컴퓨팅 파워를 갖고 있지 못한 약점도 함께 드러낸 셈인데, 그렇기 때문에 두 컴퓨팅 플랫폼에서 공유할 수 있는 하드웨어로써 퀘스트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가볍고 안정적인 터치 컨트롤러

확실히 퀘스트의 터치 컨트롤러가 리프트의 컨트롤러보다 여러 면에서 개선됐다. 사실 퀘스트의 터치 컨트롤러의 위치 센서 부분이 퀘스트가 인지할 수 있도록 위로 돌출된 부분이 불안하긴 했지만, 손에 잡는 안정감과 무게는 훨씬 좋아졌다. 리프트의 터치 컨트롤러가 손잡이 부분만 잡을 때 미끄러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퀘스트는 그런 현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벼워서 오랫동안 콘텐츠를 즐길 때 무게 부담도 거의 사라졌다.

한 가지 걱정했던 점이라면 퀘스트 컨트롤러가 추적 범위 안에서 얼마나 잘 반응할 것인가 여부였다. 터치 컨트롤러는 돌출된 둥근 링 주위에 적외선 LED가 숨겨져 있고 이를 퀘스트가 감지해 방향과 위치를 잡는 방식이라 위치나 방향에 따라 컨트롤러가 사라질 수 있었다. 실제로 초기에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컨트롤러가 너무 미세하게 떨리기도 했고, 헤드셋에 가까워지거나 주변에 크리스마트 트리용 LED처럼 유사한 빛이 있으면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행히 이 문제들은 모두 해결된 상태다. 이전처럼 컨트롤러가 사라지거나 다른 방향에서 나타나는 일도 거의 사라졌고, 지연 없이 반응하고 있다.

퀘스트용 터치 컨트롤러. 손으로 편하게 잡을 수 있고 크기에 비해 가볍다.

다만 양손을 빠르게 교차할 때 좌우 컨트롤러가 부딪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는 리프트 때도 있는 일이지만, 퀘스트 터치 컨트롤러에서 좀더 잦아진 듯하다. 아무래도 위로 돌출된 센서 부분의 길이를 가상 공간에서는 인지하지 못해 생기는 일이다. 때문에 이미 컨트롤러는 여러 생채기가 난 상태이고, 컨트롤러를 새로 장만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듯 싶다.

흥미로운 점은 리프트용 터치에서 가능했던 가위바위보를 퀘스트 터치 컨트롤러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프트처럼 중지부터 약지까지 세 손가락은 한꺼번에 접을 수 있으나 엄지와 검지를 컨트롤러에 대거나 떼는 것을 인식할지 궁금했는데, 퀘스트 터치 컨트롤러도 자연스럽게 가능했다. 유일한 문제는 가위바위보를 해볼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 뿐.

가상 현실에 내 손이…?

출시 이후 퀘스트에 들어갈 여러 기능이 발표됐는데, 손 추적 기능도 그 중 하나다. 손 추적은 터치 컨트롤러 대신 이용자의 손을 퀘스트의 카메라로 실시간 추적해 메뉴를 조작하거나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다. 오큘러스는 11월 중 오큘러스 링크 베타를 먼저 시작한 뒤 12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손 추적 기능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실제 퀘스트의 설정에서 실험 기능에 있는 핸드 트래킹 기능을 활성화하면 퀘스트 홈에 핸드 트래킹 메뉴가 뜨는데, 이를 누르면 곧바로 이용자의 손을 홈 화면에 띄운다. 실시간으로 손의 방향이나 손가락 마디마디 모양을 추적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기는 하다. 오큘러스는 앞으로 이를 활용한 기능을 더 많이 준비하고 있으므로 손 추적 기능의 활용을 기대해도 좋다.

외부 카메라로 손을 추적하고 손가락 마디마디의 움직임을 가상 현실 안에 실루엣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인터페이스는 손으로 조작하는 데 최적화된 상태는 아니다.

단지 지금은 거의 쓸모가 없다. 일단 손 추적은 오류 없이 잘하는 반면, 공간 안에 띄워 놓은 홈 메뉴를 조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일부 호환 앱을 제외하고는 터치 컨트롤러를 써야만 한다. 무엇보다 홈 인터페이스를 손의 움직임에 맞춰 직접 터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지 않아 직관성이 떨어진다. 분명 가상 공간에 실제 손을 띄우는 것은 놀라운 반면 쓰임새를 찾기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아마도 2020년 출시되는 페이스북 호라이즌이 나와야 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살짝 거슬리는 팬 소음

오큘러스 퀘스트도 수많은 모바일 부품을 탑재하고 있고 매우 복잡한 처리를 해야 하는 만큼 프로세서의 발열은 불가피하다. 이 열을 서둘러 분산시키기 위해서 방열팬이 작동하고 그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지 않는 동안 방열팬 소리를 듣기 어렵지만, 손 추적 기능이나 게임을 실행할 때 팬 소음이 날 수 있다. 팬이 빠르게 돌며 내는 소리라 조용한 곳에서 그 소리를 완전히 감추긴 어렵다. 물론 참을 만한 수준이고, PC 팬 소음에 비하면 조용하다. 또한 퀘스트를 쓰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상태라면 소음으로 인한 불편은 전혀 없다.

콘텐츠 약점 덮고 생태계의 중심에 선 헤드셋

사실 퀘스트의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장점은 자유도에 있고, 가장 큰 단점은 자유가 부족한 점이다. 자유가 있다는 점은 이용자가 PC나 다른 컴퓨팅 장치 없이 오큘러스 링크를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고, 실제 공간을 움직이는 것처럼 가상 공간도 움직일 수 있는 점이다. 선을 없앤 통합형 가상 현실 헤드셋의 장점을 퀘스트는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퀘스트용 콘텐츠는 아직 넉넉한 편은 아니다. 인기 타이틀은 퀘스트로 꾸준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몇 년 동안 콘텐츠를 구축해온 PC 분야보다 적다. 그나마 앞서 기어 VR에서 쓰고 있던 오큘러스 모바일 플랫폼의 콘텐츠가 일부 통합되면서 조금씩 숨통을 트는 중이다. 대부분 3 자유도를 기반으로 실행되는 콘텐츠여서 6 자유도의 특징을 가진 퀘스트에 맞는 것은 아니긴 해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볼 수는 있다.

퀘스트에서 즐길 6 자유도 콘텐츠는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기대할 만한 콘텐츠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물론 퀘스트를 위해선 6 자유도 콘텐츠를 더 채워야 한다. <스타트렉 : 브릿지 크루>나 <애리조나 선샤인> 같은 리프트용 콘텐츠가 퀘스트 스토어에 등장하고 베이더 임모탈, 댄스 센트럴 등 리프트와 퀘스트 콘텐츠가 동시에 공개되는 등 노력은 눈에 보인다. 단지 콘텐츠를 채워가는 속도를 보면 이용자의 인내심을 길러야 할 시간이 짧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만약 오큘러스 링크로 스팀 VR이나 리프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만들지 않았다면 콘텐츠에 대한 약점이 제품 출시 반년이 넘은 지금 이 순간 문제로 지적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 눈에 걸리는 부분은 퀘스트 콘텐츠에 소셜 미디어 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 퀘스트 홈이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해 소셜 미디어와 가까워진 기능을 넣었다고 했지만, 내 아바타를 만들어 여러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써드파티 앱이 없다. 리프트나 스팀 VR 등 다른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레크룸(REC Room)이나 알트스페이스(Alt Space), 포커스타스 VR(Poker Stars VR) 등 수많은 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앱이 없다. 따라서 링크를 쓰지 않고 퀘스트만 쓰는 이용자는 페이스북 호라이즌이 나오기 전까지 앱 위주의 경험만 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콘텐츠 환경에 제약이 있기는 해도 더 나아질 가능성 많은 퀘스트을 비판하기는 이르다. 이미 퀘스트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오큘러스 링크 같은 기능을 더했고, 이전에 약속했던 손 추적 같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을 뿐만 아니라, 오큘러스 퀘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페이스북 호라이즌 같은 서비스의 등장도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할 페이스북 호라이즌. 수많은 아바타가 가상 현실 공간에서 만나는 소셜 서비스로 최대의 기대작 중 하나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몇몇 앱을 즐겼던 초기보다 퀘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비록 자주 즐기는 콘텐츠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기존 리프트 때에 비하면 매일 퀘스트를 통해 가상 현실에 들어가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퀘스트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서비스가 등장하면 얼마나 더 오래 가상 현실 공간에 머무르게 될지 예상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오큘러스 퀘스트를 쓸수록 진짜 현실과 가상 현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역전될 것이라는 생각의 씨앗이 이미 싹 틔운 상태다. 지금까지 오큘러스는 퀘스트를 둘러싼 생태계를 멈추지 않고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떡밥을 계속 던지고 있다. 문제는 그 떡밥들이 오큘러스 퀘스트의 믿음을 높이고, 가상 현실의 시간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큘러스 퀘스트는 진짜 위험한 VR 헤드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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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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