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PC, 그 순수성과 정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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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PC 아시아본부가 우리나라에 들어선답니다. 어제 오전에는 프레스센터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저녁에는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VIP 발표회를 통해 그 소식을 전했지요.


OLPC는 저개발국가의 어린이에게 PC를 보급하자는 프로젝트입니다. 하나의 가정도 아니고 하나의 학교도 아닌,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1대의 PC를 보급해 선진국과 벌어진 IT 빈부 격차를 줄이고, PC를 통해 학습의 동기를 높이자는 게 이들이 활동하는 취지입니다.


지금까지는 남미와 아프리카의 40개 국가에서 활동을 해왔고, 160만 대 가량을 보급했으며, 40만대를 더 만들어 운송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않은 터라, 우리나라에 아시아 본부를 두고 아시아 지역의 저개발국가에 PC 보급을 하겠다는 것이 어제 행사를 연 이유였지요.


값은 싸더라도 아이들의 교육에 보탬이 될만한 PC를 만드는데 수많은 도움이 있었습니다. 네그로폰테 교수와 MIT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수많은 대학생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해 OLPC로 배우는 데 필요한 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OLPC를 쓰게 될 나라에 맞게 언어를 고치기도 했습니다. 또한 OLPC 운동 초기에는 OLPC를 1대 사면 1대는 기부하는 형식으로 일반인들의 참여도 이끌었지요. 


이런 모습들은 OLPC 운동의 순수성을 잘 보여주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순수성 한편으로 이번 아시아 본부의 설립은 정치성도 숨길 수 없는 OLPC의 또다른 모습인 듯 싶습니다.


오는 11월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의’라는 비중있는 정치적 행사가 열립니다. 세계 경제 강국들의 대표자들이 이곳에 모이고, 세계의 시선이 한국으로 집중되는 행사가 이곳에서 OLPC 운동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는 어찌보면 당연한 홍보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단지 여기서 해석을 끝내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다는 것은 그만큼 OLPC 운동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겠다는 뜻입니다. G20 정상회의에서 OLPC 운동과 더불어 아시아 본부가 한국에 있다고 알리는 것 자체가 OLPC 운동의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나라로 우리나라를 지목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물론 OLPC 운동을 무시해도 되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 원조에는 인색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것이 겹쳐지만, 정부도 대외 이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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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보로 같은 것들이 OLPC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을까?
솔직히 지금 이 시점이 아니라면 오히려 OLPC 재단의 아시아 본부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순수한 의도에서 바라보고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OLPC가 우리나라의 저소득계층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어쨌든 좋은 일을 한다고 말을 했겠죠. 하지만 이번 아시아 본부 설립은 정치성으로 그 순수성을 덮은 잘못된 움직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IT 선진국으로서 가져야 할 성숙한 시민 문화를 먼저 이야기했다면, 또는 한국 시민 사회, 빠르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OLPC 운동의 모델을 제시했다면 OLPC 운동에 대해 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정치적인 해석을 먼저해야 하는 것 자체가 실망을 안겨주네요.


저개발국가 아이들마다 1대의 PC를 쥐어주는 순수한 운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상황이 정말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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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14 Comments

  1. 2010년 10월 2일
    Reply

    좋게 말하자면 OLPC 쪽에서 영리하게 대응한거겠죠.
    최소한 실효성이 없는 이상적인 정책만을 위한 조직은 아니니 말이죠.

    어쩌면 실리가 없는 G20을 향해 몸부림을 치는 대한민국이 이상한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고 보니.. 말보로가 원래 빨간색 아니었나요?

    • 칫솔
      2010년 10월 2일
      Reply

      영리해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거죠. 그렇게 되면 비즈니스일 뿐이니까요.

  2. jaylee
    2010년 10월 2일
    Reply

    OLPC는 어떠한 정치적, 지역적, 사회적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전략적으로 특정국가의 행사를 이용하지도 이용 당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국내 년간 기부액이 총 3천억원 그중의 60%는 기업에서 기부되는 한국에서 개인의 순수성으로만은 OLPC 지원규모에 한계가 있으며… 대정부, 대기업, 대부호의 노블리스오블리제에 프로모션하는것은 사회사업의 기본입니다. 이런 홍보수단이 순수성을 해친다면 프로젝트자체가 순수성이 없는거겠지만 비영리라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순수성을 대변할 수 있는게 있나요?

    • 칫솔
      2010년 10월 2일
      Reply

      대표님께서 글의 논점을 잘못 보시고 계시는군요. 제가 언제 이용당한다고 했습니까? OLPC 재단측에서 지금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는 논지로 쓴 것입니다.
      더불어 한국의 기업 기부 상황만을 여기다 대입하실 이유도 없으실텐데요. 여기에 세우려는 건 아시아 본부가 아닙니까? 아시아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본부에서 한국 기업의 상황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아시아 지역 전체가 참여하는 기부 활동이 중요합니까?
      냉정하게 보십시오. 저도 OLPC 운동이 한 개인의 순수성만으로 유지하기 힘든 걸 알지만, 순수성이 우선하지 않고는 오해와 나아가 비판을 받기도 쉽습니다. 그 순수성을 살리는 것은 힘이 들더라도 지금의 잘 사는 아시아의 대중들, 그들을 설득하는 게 먼저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저처럼 바라보는 시각도 줄어들 것입니다.
      저는 사업가가 아니라서 사회사업이라는 표현보다, OLPC 운동이라는 표현이 더 좋군요.

  3. jaylee
    2010년 10월 3일
    Reply

    OLPC Asia의 역할과 추진방향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에서 우러난 조언으로 듣겠습니다. 다만 OLPC Asia는 아시아 지역의 “운동본부”도 아니고 “기부금유치창구”도 아닙니다. 따라서 대중을 상대로 운동을 펼칠 계획도 없고 종교단체도 아닌데 순수성을 거론할 이유도 없습니다. OLPC의 유일한 비젼인 One Laptop Per Child (어린아이 한명당 한개의 컴퓨터를)를 위해 나아갈 뿐입니다.

    • 칫솔
      2010년 10월 3일
      Reply

      네, 걱정스러운 마음에서 쓴 글인 것은 맞습니다.
      아참, 제가 OLPC 아시아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요. 대중과 거리를 두는 사회사업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이점은 바로 잡도록 하지요.
      더불어 순수하게 보시는 종교를 저는 반대의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표님과의 시각차는 그 정도로만 해두지요. ^^
      아시아지역에 많은 아이들이 PC를 가질 수 있도록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4. 2010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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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보로 맞은편의 칫솔 닷컴이 순수성을 해치네요.. 히히..농담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 칫솔
      2010년 10월 3일
      Reply

      크억.. 저는 원래 순수하고는 거리가 먼놈입니다. ㅎㅎㅎ

  5.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가 주도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100달러 노트북으로 잘 알려져 있죠. 네그로폰테 교수는 한국에도 여러 번 다녀가며 OLPC를 홍보한 덕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100달러 노트북을 알고 있습니다.100달러 노트북 프로그램의 정확한 명칭은 OLPC(어린이 한 명에게 한 대의 노트북을, One Laptop Per Child)입니다. 노트북의 가격을 100달러로 줄이고 이 저렴한 노트북을 빈민국의 어린이들에게 …

  6. 2010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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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PC재단에서 한국의 현재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라… 그렇다면 순수성이 훼손된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G20회의때 홍보를 노리는 점, 한국이 대외이미지 상승을 노리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 순수성 훼손이라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영리하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은 것도 아니구요. 처음 의도와 달리 어떤 영리를 추구한것도 아니고 또는 타 조직에 해가 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OLPC가 “한국은 아시아의 롤모델이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도 했죠. 현재 한국의 상황이 언급한 복합적 요소로 봤을 때 아시아 본부를 설립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것이겠죠.

    순수성을 어떤 차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른 시각차라고 생각되네요.
    다만 칫솔님처럼 대중을 상대로 운동을 할 필요성은 있다고 봅니다. 대중에게서 많은 실질적인 지원이 없더라도 인식의 변화는 그 보다 더 큰것이라 생각되니까요.

    • 칫솔
      2010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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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한국이 아시아의 롤모델이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는 발언이나 그 밖의 정치적인 발언만 자제했다면 아마도 OLPC에 대한 종전의 이미지가 크게 바뀌지도 않았을 것이고, 굳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지 않았겠지요. 순수성을 어느 차원에서 바라보느냐의 문제긴 하지만, 이건 그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의 문제였을 수도 있습니다.
      긴 의견 고맙습니다. ^^

  7. 2010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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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까지만해도 한국어로된 OLPC홈페이지도 없었고, 한국기업들과 정부는 관심도 없었죠. 제가 메일보냈더니 한국어로 번역해주시면 한국어 홈페이지 만드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답변까지 받았었죠. 불과 몇년전일인데 말이죠.
    그저 본부가 설치되는 허울좋은 모습보다 S/W와 H/W그리고 보급방식에 대한 중추적인 역할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 칫솔
      2010년 10월 12일
      Reply

      저도 그러기를 바라는데, 추진하는 분들은 생각이 많이 다른가 봅니다. ^^

  8. 최근 한국에 아시아 OLPC지부가 설립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이 G20등의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다고 OLPC의 목적이 변하지는 않을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기업과 정부가 OLPC에 투자하는것은 많은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쪽으로 관심이 많던관계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뽑으라면 IT인으로서 사회공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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