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기어는 불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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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기어를 두고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며 사서도 안되는 제품”이라는 NY타임즈 데이빗 포그의 주장을 처음에는 그럴 수 있는 평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너무 강한 어조로 말하긴 했지만, 어차피 좋고 나쁨을 이야기할 때 극단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이해가 쉬운 것은 분명한 데다, 그런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NY타임즈처럼 사서도 안될 만큼 쓸모 없는 제품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갤럭시 기어를 두고 어떤 제품들을 벤치마킹하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이들의 지적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기능적으로 불편한 부분도 있고 고쳐야 할 점도 분명 있다. 그것은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갤럭시 기어의 컨셉을 바꿔야 한다거나 이것이 불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혁신적이라거나 세상을 뒤바꿀 제품이라거나 하는 그런 주장을 펼 생각도 없다.


다만 갤럭시 기어에 대한 뚜렷한 목적성을 기대하거나 어떤 선입견을 배제한 채 이러한 장치가 어떤 가치가 있을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이 제품이 기대와 달랐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성급한 결론보다 갤럭시 기어를 직접 써본 측면에서 어떤 특징과 가능성을 지녔는지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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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갤럭시 기어에서 고쳐야 할 몇몇 고쳐야 할 자잘한 뼈대에 대해선 앞서 두 글(갤럭시 기어의 UI에서 반드시 바꿨으면 하는 것, 갤럭시 기어, 다시 써야 할 시나리오)에서 지적했지만, 그 이야기를 할 때도 갤럭시 기어가 불필요하다는 전제는 깔지 않았다. 솔직히 갤럭시 기어가 단독으로 작동하는 기능이 약하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고 나도 단독으로 쓸 수 있는 쪽이 앞으로 더 보강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3와 연동해서 쓰는 갤럭시 기어는 분명 다른 가치를 느끼게 하는 물건이고 그것 역시 큰 뼈대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갤럭시 기어를 차고  다니면서 달라진 점은 스마트폰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아주 사소한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또는 스마트폰에서 놓친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불필요하게 스마트폰을 들어야 했던 시간들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이 도착했는지 거의 놓치지 않는 강력한 알림 기능이 있어서다. 물론 모든 종류의 알림이 다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중요한 알람은 거의 놓치는 일이 없다. 어떤 종류의 알림인지 미리 확인함으로써 언제 어떤 도구로 처리할 지 이용자가 그 이후의 행동을 정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열어 볼 수도 있고, 중요하지 않다면 나중에 노트북으로 천천히 열어볼 수도 있을 테다. 일정 알림을 끄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 물론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에서 진동이나 울림을 듣지 못해 놓치는 전화도 거의 사라졌는데 갤럭시 기어는 연동되어 있는 스마트폰의 알림을 받기 위한 게 아니라, 그 알림 이후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그 환경을 다시 만든다.


물론 갤럭시 기어의 알림은 그리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통화 정보나 문자는 그나마 내용을 보여주지만, SNS나 메일은 도착된 사실만 알려준다. 이것을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능력을 이용하는 알림 기능을 더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GPS가 없는 갤럭시 기어 대신 스마트폰의 GPS를 활용, 특정 지역에 도달했을 때 이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대중 교통 수단의 도착 시간을 갤럭시 기어에서 알려준다든지, 길 안내 앱을 실행하고 운전 중일 때 위험한 지역과 가까워질 경우 진동으로 알려주는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갤럭시 기어의 움직임을 파악해 골프 스윙을 분석하거나, 스마트폰의 골프 앱을 이용해 골프 코스의 거리를 갤럭시 기어에 표시하는 등 오히려 갤럭시 기어에 더 많은 부품과 기능을 넣어 무겁게 만드는 것보다 상황에 따라 스마트폰이 알아서 기어로부터 입력한 정보를 처리하고 기어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더 새로워질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처럼 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과 연동하는 갤럭시 기어의 알림은 앱 생태계와 더불어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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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두 손을 자유롭게 하는 것도 좀더 연구해야 할 부분이나 가능성은 많다. 주머니나 가방 안에 넣어 놓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 것도 그럴 듯한 이야기지만 좀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찾고 그에 맞는 기능을 담아야 한다. 이를 테면 운전할 때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용자는 운전 중에도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 스마트폰에 들어오는 정보를 대부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화도 자유롭다. 굳이 갤럭시 기어를 귀에 댈 필요도 없다. CNN의 짐 크레이그는 운전 중 갤럭시 기어를 귀에 갖다 대고 통화하는 상황을 비꼬며 매우 비판적으로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결국 그가 갤럭시 기어를 써보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었는데, 실제 운전 중 스피커 폰으로 자연스럽게 통화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S보이스로 간단한 문자는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다. 물론 앞서 지적한 대로 S보이스의 기능, 운전 중 조작 가능한 음성 모드의 부족은 아쉽지만,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다.


대부분은 갤럭시 기어에 어떤 기대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제대로 써보지 않고는 무엇을 위한 장치인지 말하긴 어려운 것은 맞다. 그만큼 갤럭시 기어는 낯설고 아직 딱 맞아 떨어지는 정의를 찾긴 힘들다. 시계도 아니고 웨어러블 장치라고 부르기에는 독립적인 기능이 부족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것이 불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갤럭시 기어가 스마트폰의 대체제가 될지 예측은 어려워도 이용자가 좀더 쉽게 정보를 얻고 처리하는 다른 길을 보여주려 한 것은 분명하다. 예전에는 전적으로 스마트폰에 의존해야 했던 일을 이제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더 쉽고 편한 방법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서다. 스마트폰과 함께 써야 하는 앱세서리인 갤럭시 기어의 불편한 점은 고치면 그만이나 처음부터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틀렸다고 말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 입출력 인터페이스의 대체 가능성이 바로 갤럭시 기어의 강점이다. 그러니 계속 다듬어라. 갤럭시 기어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벌써 알고 있다.


덧붙임 #


가치 없는 제품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겠지만, 그렇다고 갤럭시 기어의 구매를 독려할 생각은 없다. 만듦새, 가격, 기능, 성능 등 모두 잘 따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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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tsol Written by:

11 Comments

  1. 2013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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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이거 보면서 그럼 축구하면서도 엄마 전화 받을 수 있냐고 묻더군요.
    음. 사양을 보니 연결 가능 거리가 10미터 정도로 나와있어 당장은 힘들것같다고 했는데
    이 부분만 어느 정도 개선되면 의외의 시장(노는 아이들 ㅎ)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칫솔
      2013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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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 자체에서 통신이 가능하게 되면 그럴 수도 있을 텐데… 축구를 차는 동안은 엄마 전화를 받지 않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

  2. 2013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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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아직 초창기 모델이니 여러가지 비판이 쏟아질 수 있겠지요. 그런 과정을 거쳐 갤럭시 기어도 분명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맹목적인 비난보다는 칫솔_초이님처럼 건전한 비판을 하는 자세가 더욱 돋보이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칫솔
      2013년 10월 25일
      Reply

      사실 요즘 갤럭시 기어를 쓰면서 스마트폰의 역할 변화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제품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잘 설계해야 하느냐는 숙제도 한 가득 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3. 엉뚱
    2013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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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웃긴것이.. 10여년 전에도 검토가 되었고, 프로토 샘플까지 만들어 놓고서..
    왜 애플이나 구글이 함 해본다니까.. 부랴부랴 만느는 거냐 이거죠….

    • 칫솔
      2013년 11월 2일
      Reply

      글쎄요. 떠밀려서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그 이전의 경험이 없는 건 아니고 또한 서로 참고될만한 제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

    • min
      2014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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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메인 전략이 fast follower, 즉 새로운 개척자가 첫시도를 통해 겪은 장단점을 보고 보완한뒤 빠르게 따라가는 방식인데요 그래서 다른 브랜드들이 먼저 론칭하고난뒤 시장반응을 보고나서 진출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이제 삼성도 규모면이나 기술면에서 선구자로 나설만한 위치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엉뚱님 말씀도 공감이되요 🙂

  4. 글쎄요
    2014년 2월 22일
    Reply

    갤기어를 구입한 지인 몇몇 분은 실망하더군요. 지불한 값에 비해서는 못하다는 얘기…. 요즘은 중고나라에서 값싸게 매물로 구할 수 있는데… 역시나 호갱이 된것 같다고 하더라는…

  5. 123sdfgv
    2014년 2월 23일
    Reply

    이번 갤럭시 기어2 기대되네요 ㅎㅎ 갤럭시브랜드 말고 다른 휴대폰도 연동되면 좋은데..

  6. 2014년 2월 23일
    Reply

    갤기어의 진가는 null에서 발동되죠……….

  7. min
    2014년 2월 23일
    Reply

    아이패드때도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었는데 기존에 수요가 확립되지않은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때 생기는 과정이 아닐까해요 칫솔님 글들 다 객관적인 측면에서 장단점이나 방향같은것들을 잘 써주셔서 재밌게 보고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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