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NX가 설득하지 못한 것


엊그제 갤럭시NX가 베일을 벗었다. 하지만 기자 간담회 이후에 나온 반응은 기대와 찬사 대신 걱정과 실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는 비단 갤럭시 카메라의 시장 반응 때문이 아니다. 갤럭시 카메라의 부진을 만회할 만한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갤럭시NX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지어 제품 발표회가 끝난 직후 “삼성이 정말 카메라 사업의 의지가 있는가?”라는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왔다.


이러한 반응의 표면적 이유는 가격이다. 갤럭시 NX의 판매가는 180만 원. 결코 만만하게 여길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180만 원이라는 가격이 아니다. 조건만 맞으면 받아들이지 못할 가격은 아니다. 문제는 받아들일만한 가격이냐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물론 삼성 측은 충분한 값어치를 지녔다는 쪽이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제품을 발표한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 한명섭 사업부장은 너무 비싼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갤럭시NX는 스마트한 기능과 성능을 감안하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어쩌면 그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이날 현장에 있던 이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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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갤럭시NX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생각에서 만든 이와 쓰는 이 사이의 거리감이 그만큼 멀다는 것이다. 이용자는 갤럭시NX를 카메라로 보려는 데 삼성은 카메라 기능을 가진 스마트 장치로 이야기한다. 이것은 결코 같은 관점일 수 없다. 이용자는 사진을 찍는 카메라의 본질 쪽을 더 중요시하는 반면, 삼성은 사진을 좀더 활용하기 좋은 스마트 장치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터라 확실히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제품 발표회에서 삼성이 가장 강조한 것은 카메라의 기능보다 ‘스마트’한 기능이었다. 사진을 찍는 카메라라면 당연히 기대되는 ‘개선된 사진 품질’에 대해선 눈여겨볼 발표 내용이 거의 없던 것과 대조적이다. APS-C 센서와 DRimeIV DSP, 쿼드코어 AP에 4.8인치 대형 화면 등 하드웨어의 구성은 매우 훌륭하다. 또한 버튼을 간소화하고 터치스크린으로 조작 환경을 조작환경을 간소화한 것도 좋은 변화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이용자가 원하는 품질을 얻을 수 있느냐는 의문을 풀어줄만한 명확한 부분이 없었다. 삼성이 이미지 품질에 대해 나름 자신감을 갖고 있어 생략된 부분일 지도 모르지만, 사진 품질이 좋은 컴팩트나 미러리스 카메라 가운데 최신 삼성 카메라를 곧바로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걸 감안하면 맨 먼저 해소해야 할 의구심은 신기능이 아니라 더 좋은 품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카메라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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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갤럭시 카메라 이후 ‘스마트 카메라’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하게 굳히려는 삼성의 의도는 나쁜 게 아니다. 제품의 전략적 측면에서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단지 카메라가 갖고 있어야 할 저 밑바닥의 기본기에 대한 확신부터 심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노련한 전문 사진가가 연출해 찍은 사진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서도 손쉬운 조작으로 최선의 품질을 얻을 수 있는 기초적인 능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여기에 사진을 찍는 이용자의 감성을 더할 수 있는 재료마저 부족한 것도 갤럭시NX에서 채워넣지 못했다.


지금 니콘, 캐논을 제치고 컴팩트와 미러리스 시장에서 소니가 호기롭게 제품을 파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이용자들이 100만 원에 가까운 컴팩트와 미러리스, 300만 원에 이르는 풀프레임 컴팩트를 선택하는 것은 품질과 감성이다. 이 제품들은 스마트가 없으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원하는 그 사진을 찍을 수 있기에 비싼 가격을 마다 않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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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 만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확신을 주는 카메라라면 180만 원은 분명 아까울 게 하나 없다. 아까워 할 이유가 없고 여기에 스마트 기능을 더했다면 금상첨화인 게다. 바꿔 말하면 처음부터 스마트한 장치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걸 기대한 게 아니라 정말 좋은 품질의 사진을 찍는 카메라에 스마트 기능을 담은 걸 원한 것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사진에 좀더 가깝게, 하드웨어 성능에 기대는 게 아닌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는 사진 품질을 담을 때 비로소 갤럭시NX가 아깝지 않은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180만원 어치의 사진 품질, 그것을 보여줘야 아깝지 않은 것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4 Comments

  1. 2013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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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아무래도 미러리스에 스마트폰을 더한 것이니 가격도 그냥 간단히 더한 것 같습니다. 문제라면 180만원이면 거의 아마추어-준프로용 DSLR 수준의 가격(제가 5년전 니콘 D300을 바디만 150만원 정도에 줬던 기억이 납니다)인데, 칫솔님이 말씀하신대로 과연 갤럭시NX가 그 정도의 카메라로서의 성능적 가치도 지니고 있냐는 것이겠죠. 화질뿐만 아니라, 기계적 성능도 말입니다. (저 정도 가격의 DSLR은 기계적 성능도 매우 뛰어나니까요.) 겨우 스마트폰 기능을 탑재한 것 정도로 이런 제품을 살 만한 잠재적 고객들(아마추어 사진가들)의 감성을 움직이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저 정도의 프리미엄을 얹을 정도의 가치인 것 같아보이지도 않구요.

    언제나 삼성을 보면 아쉬운 게 이러한 컨셉은 잘 잡으면서 세세한 부분에서 삽질을 하는 것입니다. 갤럭시 카메라 때도 그러했고…

    • 칫솔
      2013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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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여기에 들어간 부품들이야 어느 것 하나 밀릴 구석은 없겠습니다만, 그것이 180만원짜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그렇지 않은지 크게 따져보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말씀처럼 컨셉, 기획력은 좋은 데 제품의 핵심을 찾지 못한 부분에선 반성 좀 했으면 좋겠더군요. 저 개인적으로도 NX300, NX1000, 갤럭시 카메라까지 쓰면서 어느 정도 삼성 카메라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갤럭시NX에 걸었던 기대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꺾인 것 같아 많이 아쉽네요.

  2. 2013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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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질과 감성.
    NX10이 처음 나왔을때도 이 부분에서 미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졌었는데 나중에는 관심조차 줄어들게 되더군요. 저런 컨셉의 카메라는 소비자 타겟도 애매한거 같아요. 전통적으로 카메라 좋아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을 만한 제품도 아니고… 막연히 스마트한 느낌을 떠올려 보면 QX100이 더 경쟁력 있을것 같기도 하구요.

    • 칫솔
      2013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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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X100은 아니고 기회가 닿아 QX10을 지금 쓰고 있는데, 참 재밌는 카메라더군요. 물론 약점도 상당히 많지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중요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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