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재미, 그 논쟁의 정점에 서는 Wii

Wii가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로 불티나게 판매되는 한편으로 발전적이지 않은 시스템 탓에 게임 기술의 발전을 답보시킨다는 이야기들이 간간히 오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가 공식 세션에서 대놓고 Wii에 대한 이 같은 불평을 넘어선 악평을 쏟아낸 것은 처음 본 것 같네요.


어제 크리스 헤커(chris hecker)라는 맥시스의 개발자가 GDC 2007의 한 토론회에서 “The Wii is a piece of SHIT!”이라고 했다는군요. 이런~ -.ㅡ;; 아래 두 개의 관련 원문을 링크합니다.



아.. 파이어폭스 인사이드에도 관련 글이 있네요.



쭉 한번 읽어보면 알겠지만, Wii의 약한 컴퓨팅 파워가 개발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솔직하게 말한 모양입니다.


사실 어느 개발자의 불평 정도로 여기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개발자들의 욕심과 게임 비즈니스 욕구가 맞부딪치는 정점에 콘솔이나 PC 같은 게임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개발자들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빠르고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성능을 가진 플랫폼을 원하는 반면, 게임 비즈니스에서는 게이머에게 재미를 주는 게임이 돌아가도록 플랫폼을 구성합니다. XBOX 360이나 플레이테이션 3가 전작보다 더욱 강력한 성능을 얹어 어느 정도 개발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이라면 Wii는 게이머가 즐기는 게임이 돌아갈 정도로만 만든 플랫폼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Wii가 차세대 게임기와 같은 반열에 있다고들 얘기하지만, 성능만 두고 보면 차세대 게임기라는 게 무색하기는 합니다. 헤커의 비아냥처럼 Wii는 게임큐브 두 대를 덕 테이프로 붙여 놓은 수준 밖에 안되는, 그래픽이나 더 많은 폴리곤이 없는 쓰레기 뭉치에 불과한 게임기 정도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헤커 자신은 CPU가 좀더 똑똑하고 흥미롭게, 그리고 인공지능을 가진 머신을 만드는 데 쓰이기를 원하지만 Wii는 이러한 자신의 바람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게임은 재미가 목적이므로 예술을 고려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젤다 제작자 에이지 아오누마의 지적처럼 어쩌면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이 요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게이머에게 어떤 재미를 주느냐가 중요할테고, 지금 인기를 누리는 Wii를 보면 그런 지적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닌텐도가 부분적으로 초점을 맞춘 것은 잘했을지는 모르나 그들 역시 철저한 비즈니스적 입장으로 고만고만한 성능의 Wii를 만든 것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받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즉,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통한 신선한 재미를 주는 반면, 비즈니스를 위해 포기한 시스템 성능만큼 기술적 발전을 기대키 어렵다는 얘기처럼요.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자적 측면에서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게임을 만드는 일련의 개발 활동 역시 수익을 위한 측면을 고려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닌텐도처럼 기술이나 표현이 어느 정도 제한된 시스템에서는 개발자의 역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기보다 그 시스템에서 돌아가도록 만들어주는 하청업자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아오누마의 말에 예술적인 게임을 만들지 않을 거면 그냥 재밌는 장난감이나 만들겠다고 응수하는 헤커의 말은 그런 점에서 공감이 갑니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픈 개발자들이 그 욕망을 해소함으로써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한 단계 발전해 갈 수 있지만, Wii라는 플랫폼은 돈은 벌어줄지언정 개발자가 이뤄야 할 발전은 일정한 레벨로 차단한다고 볼 수밖에 없겠지요. Wii는 개발자들에게 독이 든 사과와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플랫폼이냐, 개발자냐… 
개발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까지도 확대할 수도 있지만 게이머에게는 다 소용없는 얘기일겁니다. 오직 자기에게 즐거운 게임을 어디에서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할테니까요.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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