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주 TNM의 품앗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덕분에 귀한 책 한 권을 받았습니다. ‘블로그 히어로즈’라는 책입니다.
2. 사실 블로거 히어로즈를 받기에 앞서 다른 지인이 갖고 있던 이 책을 잠시나마 빌려 읽었더랬습니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먼저 목차부터 펼치고는 이 책에 나오는 블로거부터 살펴봤지요. 무려 30명이나 됩디다. 이들 가운데 흥미롭게도 기즈모도의 브라이언 램과 인개짓의 피터 로하스가 있더군요. 아마 두 블로그를 함께 구독하는 우리나라 블로거들에게는 제법 구미가 당길 구성입니다. 경쟁 관계의 가젯 블로그를 운영하는 두 블로거가 나란히 한 권의 책에 등장해 자기들의 블로그 철학을 말하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이 관계를 생각하고 먼저 읽으니 재미있기는 합니다.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서로를 경쟁자로 인정하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더 발전하고픈 의지가 읽히더군요. 흥미로운 것은 두 블로거의 의식이 ‘열정’이라는 단어로 연대해 있다는 사실이겠지요. 열정을 쏟아 블로깅을 하고 있는 블로거들에게는 쉽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
3. 그제 저녁에 여유롭게 목차를 다시 펼쳤습니다. 아르스 테크니카의 켄 피셔와 조이스틱의 크리스 그랜트 등이 눈에 띄더군요. 롱테일의 크리스 앤더슨도 있고요. 허나 목차를 펴고 맨 처음 읽은 것은 올 어바웃 마이크로소프트의 매리 조 폴리였습니다.
사실 그나 그의 블로그를 몰랐습니다. 책을 펼쳐 읽기 전까지는 말이죠. 유명해서 읽은 게 아니라 특정 기업을 주제로 삼았다는 그 자체가 흥미로웠을 뿐입니다. 그런데 매리 조 폴리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냥 동질감이랄까, 그런게 느껴지더군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그의 발자취나 블로그를 바라보는 시각, 사고 같은 것들이 다르지 않다는 게 신기합니다.
(다만 비교적 안정된 경제적 기반 위에서 블로깅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좀 부럽긴 합니다만.. -.ㅡㅋ)
4. (이미 상당부분 소개해 버린 듯 합니다만 ^^)사실 이 글을 쓰는 것은 블로거 히어로즈라는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블로거 히어로즈에 나온 30명의 블로거의 철학과 시작 동기, 운영 노하우 등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말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년 넘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머릿 속을 떠도는 수많은 생각들을 한번쯤 정리해야겠다는 찰나, 지난 주에 디지털 타임즈의 이형근 기자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인터뷰에서 받았던 질문에 돌려준 대답을 곰곰히 떠올려 보니 이 책에 나온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던 듯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 인터뷰 전문을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M_인터뷰 전문~|다 읽으셨으면 닫아주세용~|1. 간단한 자기소개.
1991년부터 PC/게임 잡지 필자를 시작해 1999년부터 잡지 기자와 출판 기획자로 활동했습니다. 2008년 1월 PC사랑 편집장 일을 그만두고 반 블로거, 반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만35세 미혼남이에요. 현재 모 인터넷 업체의 비상근 근무자로 일하면서 일주일의 절반은 일반적인 기획/마케팅 업무를, 나머지는 블로깅을 하는 데 쓰고 있고요.
2. 블로그는 언제부터 운영하게 되었는지? 간단한 블로그 소개 (주소 등)
2005년부터 블로거 운영에 대해 기획하고 2006년 1월부터 운영 시작했죠. 처음 무버블 타임이라는 외국 블로거 툴로 시작했다가 2007년 3월 우리나라 블로그 툴인 태터툴즈로 옮겨 지금까지 쓰고 있어요. 현재 PC와 노트북, 주변 장치와 여러 디지털 장치를 혼재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 때때로 지멋대로 글을 올릴 때도 있고요. 일주일에 최소 4건 정도의 글을 올립니다. url은.. 음..
본점 : https://www.chitsol.com
야후 분점 : kr.blog.yahoo.com/chois4u
티스토리 : chitsol.tistory.com
3. 하루방문자와 최대 방문자 수는?
현재 하루 방문자수는 레퍼러 기준으로 3,500~4,000 수준. 가장 많이 찾았을 때가 25,000명 정도였던 것 같네요. 하드웨어 위주다 보니 인기는 별로. 최대 방문객은 오히려 야후 분점이 더 많습니다.
4. 기자에서 전업 블로거가 되었는데 어떤 계기로 했나?
아직 전업 블로거는 아니고, 위에서 말한 대로 반업 정도겠죠.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고 chitsol.com이라는 블로그에 좀더 매진할 수 있어 좋습니다. 블로그를 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먼저 한 달에 한번씩 산고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필자 생활을 포함해 거의 17년 가까이 일해 왔던 잡지 생활에 대한 염증, 둘 째 미디어 트렌드가 인쇄 매체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 셋 째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나만의 색깔로 홀로서기를 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 등이죠.
5. 기자로 기사를 쓸 때와 블로거는 어떤 점이 다른지?
기사나 글이나 팩트에 기인하는 것은 같죠. 다만 그 가공 형태가 다르다고 할까? 어떤 객관적인 사실보다 주관적 경험, 편향성을 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차이가 있겠죠. 의도적으로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기사를 쓰는 것보다 주관대로 쓰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일 듯. 그래서 블로그가 더 재밌는 것이겠죠.
6. 블로그 이름은 어떻게 정했나?
억지로 만든 거에요. ‘초이’라는 애칭을 꼭 넣고 싶었고, IT 전문 블로거임을 표방하면서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그런 이름을 만든 것이니까요. CHoi’s IT SOLace를 줄여 칫솔이라 합니다.
7. 포스팅 관련 정보는 어디서 얻나?
앞서 말한 대로 직접 경험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IT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고, 수많은 행사를 경험하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것을 글을 쓰는 재료로 활용하죠. 드물지만 외국에서 얻는 정보를 활용할 때도 있고요.
블로그에 제품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데 이런 제품은 일부 빌리기도 하고 필요하면 삽니다. 돈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고, 투자를 한다는 개념이죠. 간혹 마케팅을 참여하면서 받는 제품도 있고,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는 것도 있고, 사전에 제품을 테스트할 때도 있고요. 몇몇 친분이 있는 업체로부터 보도자료를 받고 있지만, 참고 자료로 삼을 뿐 포스트에 반영하지 않아요. 블로그는 뉴스 미디어가 아닌데다 그 제품을 경험하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8. 국내 블로그 문화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했으면 하는 점.
블로그의 독창성과 블로그를 통한 관계 맺음에 좀더 노력했으면 싶어요. 하루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긁어모아서 하는 포스팅보다도, 한번에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트래픽 대박을 기대하기보다도, 사회적 이슈에 따라 몰려다니기보다도 블로거의 개성이 살아나는 블로그나 전문성을 갖춘 열정이 묻어나는 블로그를 만들어갔으면 어떨까 해요. 글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들여 자료를 모으고 취재하고 분석하는 열정이 없으면 어려우니까요. 더불어 자기 뜻에 어긋난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난하는 블로깅보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긍정적인 점 또는 대안을 이야기할 수 블로깅을 하기를 바랍니다.
9.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를 통해서 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바람이나 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앞으로 1년 안에 독립적인 전업 블로거가 되기를 바라죠. 정말 안정된 환경에서 원하는 블로깅을 하는 게 꿈입니다. 음. 블로그는 죽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고요. 다만 블로그로 먹고 사는 걱정은 앞으로 5년, 길게 보면 10년만 하고 그 뒤에는 또 다른 열정을 갖고 다른 일을 하기를 원합니다. 블로그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다면. 물론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면 식지 않을 듯 합니다만.
10. 인터뷰에 들어갔으면 하는 말은?
혹자는 미디어가 아니라고 하는 데 그것은 보는 입장이나 운영하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더불어 블로그는 열정이 없으면 쉽게 질리고 지치는 외로운 미디어죠. 블로그 한다고 누가 발벗고 도와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허나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면 누군가는 도와줍니다. 그게 매력이기도 하고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뒤 글을 올려도 봐주는 이 없고, 댓글이 달리지 않은 허망한 나날이 계속 될지라도 꾸준하게 열심히 하면서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물론 무조건 열심히만 해서는 안됩니다. 블로그에 컨텐츠를 올리는 것 말고도 유통하는 법도 알아야 하고, 관계를 맺는 법도 터득해가야 하거든요. 글을 읽는 이가 점점 늘고 댓글이 하나씩 달리고 그 답변을 해주다보면 흥미를 갖게 되겠죠. 그렇게 조금씩 흥미를 붙여가면서 블로깅을 했으면 좋겠네요. 누군가와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는 의지를 갖고 묵묵히 블로깅을 했으면 합니다.
5. 이 인터뷰 전문을 공개할까 말까 좀 망설였습니다. 지금까지 블로깅을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블로깅을 하자’는 것이 하나의 원칙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디지털 타임즈를 포함, 두 번 정도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통해 저를 팔고 난 뒤 그 원칙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매리 조 폴리도 지적한 것이지만, 솔직한 블로깅을 하려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불가피하니까요. 독자에게 솔직한 글을 쓰자는 말을 많이 하고는 있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 말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무려 2년 동안이나. 물론 인터뷰 전문 하나 걸어두고 “이제 솔직해졌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그저 솔직해지기 위한 발걸음을 한발짝 뗐다는 정도로 여기려 합니다.
6.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 것은 제게는 실험입니다. 좀더 솔직해지자는 의도와 함께 제가 생각하는 블로그에 대한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던진 떡밥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대됩니다. 얼마나 많이 낚일지. ^^
7. 인터뷰 전문을 통해 어떤 결과를 알고 싶어하는 것처럼 어쩌면 블로그를 시작한 것 자체가 실험이었을 겁니다. 아니, 실험이었죠. 블로그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지, 회사를 박차고 나와 블로그로 먹고 살 수 있는지 블로그를 하면서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직접 실험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더라고요. 물론 아직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언제 그 결과를 얻을지도 알 수 없고요. 중요한 것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하고 있는 실험 그 자체에 재미를 붙여 왔다는 점일 겁니다. 지금도 그 실험을 계속 할 수 있기에 블로그를 하는 게 흥미롭고, 덕분에 제게 블로그는 재미를 주는 끝없는 ‘실험’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어쩌면… 이 실험의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닐지…
잠에 취해 비몽사몽, 주절주절, 우왕좌왕, 오락가락 두서 없이 적은 글입니다. 대충 읽어주시길~ ^^
선배 살 찌셨네요 ^^
저 직장잡았습니다. ^^ 시간이 되시면 그때 사주셨던 파스타 집에 가보고 싶은데..
어때요?
오랜 만에 묻는 안부치고는 정곡을 콕 찌르는구먼. 취직 축하해~
그 파스타집… 언제 시간 한번 내보자고. 아마 여름은 보내야하지 않을까? ^^
인터뷰 내용 잘 읽었습니다. 사실은 저번에 CityLife 라는 잡지에서 소개글을 읽고 사진을 봤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 드립니다. ^L^
아.. 그 기사 읽으셨군요. 에고고. ^^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블로그와 메일을 통해 몇번 대화를 나누었는데 오늘 칫솔님 모습을 처음 뵈었네요^^
기자에서 전업블로거를 목표로 하신다니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멋진 결과를 내셔서, 한국에서도 하면 된다는 것을 증명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고.. 하테나님을 만나는 실험을 아직 못했습니다. ㅜ.ㅜ 프로젝션에 띄워서 화상 통화 한번 하겠다는 말만 하고 시도를 못했네요. 조만간에 꼭 시도하겠습니다. ㅋㅋ
정말 블로그로만 먹고 살 수 있는 진정한 전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세요. ^^ (그나저나 ANM과 제휴는 어떨까 고민 중입니다.)
“블로그는 나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일까?” 나 자신도 늘 생각하는 주제이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는 모든 블로거들도 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무더운 날씨 속에서 거리를 거닐며 다시 떠올린 “블로그는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인터넷 세상은 10대를 비롯해 20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향유 물 인 듯 보이지만, 최근 가장 주목받는 블로고스피어에는 뜻밖에 30대와 40대가 많지 않나 생각된다. 10대들은 학업에 열중..
자 블로그용사 출동해.. (아 쪽팔려)
혹시 ‘바이오 용사’라고 아는지… ^^;
칫솔님 너무 멋져요 >ㅅ<
고마워용~ ^^
칫솔님 어떤분이실까 항상 궁금해 했었는데 이렇게나마 뵙게 되네요..일단 제기준으로 통통하시다는거는 동의못합니다..^^;; 전업블로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전반에 대한 오피니언, 칼럼리스트등이 대접 받는 사회가 되어야 겠지요..칫솔님이 성공적인 전업 블로거가 되시는 그날을 같이 기원해봅니다..
저도 rightfe님이 궁금하답니다. ^^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뵙기를… 전업 블로거로 나가면서 바꿔야 할 인식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
헙 동안에 미남이시다(죽어 주셔야 겠습니다 ㅋㅋ)
역시 전문 블로거는 먼가 다르구나!! 라는 느낌이 마구 드네요 ㅠ.ㅠ
그래도 조금 아쉬운건 파워블로거, 유명 블로거는 대개 기술분야에서는 드물다는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헉.. 결혼은 해보고 죽고 싶습니다. ㅜ.ㅜ 앞으로는 기술 분야에서 전문 블로거들이 많이 나와줄 거라 믿습니다. 기술을 좀더 쉽고 재미있게 다뤄주는 분들이 점점 많이 보이고 있거든요. ^^
헉. 나이 공개. 진짜 동안이시네요! 칫솔님의 도전과 열정이 느껴집니다.
흐흐 태현님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팍팍~ ^^
반업?!이어도 도전.그 자체가 멋지십니다^^
반업에 반업을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먹고 살기 힘들어요. 요즘 잘 지내시죠? ^^
어랏, 이건..ㅎㅎ 리플 분위기 왜이렇게 좋은건가요 ㅋㅋ
자, 저 동안사진 만들어준 찍사에게 뭐 베이글 한입이라도 쏘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
칫솔님의 열정을 보고 있으면 충분한 에너지를 느낀답니다 ^^
ㅎㅎ 베이글 하나 쏘겠습니다. 치즈 발라서!
고맙습니다. ^^
오히려 이런 직업일까 하는 직업이 미래에는 웬만한 작가 이상의 파워를 가질 수도 있겠죠
네.. 그런 날을 모두 함께 만들어가야 하겠죠.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