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벽 앞까지 인도한 넥서스 플레이어

넥서스 플레이어 리뷰, nexus player review

지금 이야기하려는 넥서스 플레이어를 설치할 때의 마음은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다. 새로운 TV 플랫폼에 대한 기대가 작은 것보다 x86 기반 하드웨어에서 이제 막 출시한 롤리팝의 적응력과 손맛 까다롭기로 정평난 TV의 이용자 환경에 얼마나 적응했을 지 시작 전부터 의문부호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때문이었다. 일찍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구글 TV가 ‘쪼올딱’ 망한 이후 TV 플랫폼에 대한 이런 저런 도전을 하다 다시 구글 TV와 같은 플랫폼화된 형태를 띈 안드로이드TV의 첫 상업 제품이 넥서스 플레이어라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더 신경쓰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 리뷰는 좀 복잡하다. 넥서스 플레이어에 대한 리뷰이기도 하고 안드로이드TV에 대한 고찰도 될 수 있어서다.

사실 이런 걱정들 중 대부분은 넥서스 플레이어를 설치하고 실제로 써보기 시작한 직후부터 거의 모두 훌훌 털어냈다. 둥근 무를 조금 두껍게 썰어 놓은 듯한 납작하면서 둥근 넥서스 플레이어를 TV에 붙이고 구글에 접속한 뒤 리모컨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은 그냥 기우에 불과한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찾아온 최대의 걱정은 넥서스 플레이어를 설치한 뒤 한참 동안 구글에 접속하지 못해 이 장치를 활성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유기의 무선 신호를 재깍 낚아채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 방법은 공장도 초기화. 넥서스 플레이어의 바닥에 있는 둥근 버튼을 길고 짧게 눌러가며 캐시와 데이터를 날린 뒤에야 구글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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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있는 넥서스 플레이어의 전원 버튼은 거의 누를 일이 없다.

안드로이드TV에서 구글의 연결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구글의 연결이 결코 옵션이 아니라서다. 구글 플레이 무비, 음악, 게임, 유투브가 넥서스 플레이어의 기본 근육이다. 물론 여기에 더 살을 붙일 수 있다. 안드로이드에서 작동하는 미디어 앱과 게임 중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위해서 제공된 앱으로 말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버튼 한번으로 이를 설치하면 넥서스 플레이어의 더 늘어난다. 하지만 컨텐츠 앱 중 눈길이 가는 게 별로 없다. TED 정도만 관심갈 뿐, AOL이나 허핑턴포스트, 레드불TV 등의 미디어 앱은 내 취향을 저격하는 것들이 아니다. 그래도 이런 것이라도 깔아두지 않고는 안드로이드TV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넥서스 플레이어에 얹은 안드로이드 TV의 이용자 인터페이스는 메뉴 구조가 아니다. 이용자가 볼만한 추천 컨텐츠를 올려두었고 이용자가 선택할 앱과 설정에 들어갈 수 있는 큰 덩어리만 있을 뿐이다. 소파에 몸을 묻은 채 리모컨의 방향 버튼 만으로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구조를 단순화하고 메뉴를 없앤 것이다. 그런데 추천 컨텐츠에 유투브 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설치한 앱으로부터 받아온 정보가 제법 많다. 크기는 조금 다르지만 모두 같은 형태로 보이는 데다 이 컨텐츠 중 하나를 누르면 해당 앱의 실행과 동시에 재생이 된다. 이는 앱 실행 후 재생이라는 단계를 줄이고 모든 미디어 앱의 이용 경험을 비슷하게 유지한다. 유투브와 TED의 추천 컨텐츠 중 무엇을 누르더라도 앱 실행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컨텐츠에 대해 빠르게 접근하고 앱을 찾아 실행하는 복잡성을 줄어 더 편하게 느껴진다. 특정 앱을 통해서 봐야만 했던 컨텐츠에서 막연하게 느껴지던 보이지 않는 경계를 잘 없앤 것이다.

넥서스 플레이어 리뷰, nexus player review

하지만 컨텐츠의 형태가 비슷한 영상을 제외하고 게임과 같은 형태의 앱은 이용자가 직접 실행하는 단계를 피할 수 없다. 물론 그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플레이 스토어에서 게임을 설치하고 메인 화면에 있는 실행 카드를 누르면 그만이니까. 대부분 넥서스 플레이어의 리모컨이나 블루투스 조이패드를 연결해 즐기는 데 무리는 없다. 그냥 안드로이드 게임을 커다란 TV에서 즐긴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는 재미가 쏠쏠하다. 레이싱 게임이나 액션 게임도 무난하게 실행하고 즐길 수 있다. 그저 문제가 하나 있을 뿐이다. 얼마 전에 지적한 대로 넥서스 플레이어의 내장 저장 공간이 고작 8GB 밖에 되지 않아 대용량 게임을 여러 개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용량을 추가할 수 있는 SD 카드 슬롯도 없거니와 USB OTG(on the go)로는 앱을 설치할 수 없는 까닭에 용량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그래도 넥서스 플레이어의 활용 가치를 구글 서비스와 앱에 종속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 넥서스 플레이어가 롤리팝 기반의 안드로이드 TV 플랫폼을 얹기는 했지만, 이용자가 직접 앱을 설치하고 쓸 수 있는 통로를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안드로이드 apk를 추출해 넥서스 플레이어에 설치하고 쓸 수 있다. 아직 안드로이드TV 용으로 만들지 않은 미디어 플레이어나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없는 유투브 컨텐츠를 보기위한 VPN 앱도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터치 중심의 앱들은 리모컨으로 다룰 수 없는 탓에 블루투스 마우스 같은 또 다른 컨트롤러를 연결해야만 한다. 더불어 유투브와 구글 플레이를 빼고 아직 국내 환경에 맞는 컨텐츠 앱이 없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앱을 설치하는 것보다 크롬캐스트처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안드로이드TV는 크롬캐스트에서 쓰는 구글 캐스트를 내장하고 있는 데, 실제로 모바일용 티빙 앱에서 보던 영상을 넥서스 플레이어에서 잘 재생한다. 인터넷으로 직접 영상을 끌어와 재생하는 만큼 화질은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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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플레이어의 플레이 스토어. 리모컨으로 다루기 편한 구조다

넥서스 플레이어의 전반적인 움직임은 좋은 편이지만, 의외로 버벅일 때가 있다. 네트워크 속도에 영향을 받을 때다. 안드로이드TV가 컨텐츠를 미리 쌓아놓는 게 아니라 시시각각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가져오는 까닭에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면 넥서스 플레이어도 함께 느려진다. 검색은 음성 또는 화면 키보드로 할 수 있다. 음성과 키보드 모두 한국어 입력은 불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쪽에서 영어로 검색해도 어느 정도는 이쪽 사정에 맞는 컨텐츠를 찾아 낸다.

이처럼 이런 저런 용도로 넥서스 플레이어를 쓸 수는 있다. 구글 TV보다 훨씬 손쉽게 다룰 수 있고 확장성도 높이 평가한다. 처음 제품을 쓸 때 가졌던 고민은 상당히 덜어낸 것도 칭찬해주고 싶다. 컨텐츠, TV의 이용자 경험도 모두 담았다. 그렇다고 이 제품이 누구에게나 쓸모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컨텐츠 경로가 너무 제한되어 있다. 지금 넥서스 플레이어와 안드로이드TV에서 유투브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넥서스 플레이어를 테스트하는 순간 한국 방송사들의 컨텐츠를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조치가 시행되면서 넥서스 플레이어의 이용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 그 예다.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결합한 다른 상품이면 몰라도, 오직 자사가 가진 역량을 전파하는 것에 집중한 넥서스 플레이어가 보여준 가능성은 딱 여기까지인 것이다. 결국 넥서스 플레이어도 부술 수 없는 벽 앞까지만 안내한 제품일 뿐이다. 나머지 가능성을 찾는 건 이 플랫폼에 올라타는 이들의 몫일 지도 모를 일이다.

 

* 넥서스 플레이어 제원(Nexus Player Spec)

[#M_ 자세히 보기.. | 닫기.. | 프로세서 | 1.8GHz 쿼드 코어 인텔 아톰 프로세서
그래픽 처리장치 | 이미지내이션 PowerVR 6 그래픽스
램 | 1GB
저장 공간 | 8GB(실제 가용 공간 5.8GB)
단자 | 18W DC power, HDMI 출력(1920×1080@60Hz), Micro-USB 2.0
무선 네트워크 | 802.11ac 2×2 (MIMO), Bluetooth 4.1
무게 | 235g
크기 | 120mm x 120mm x 20mm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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