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7의 저장 공간에 대한 재해석

넥서스7과 저장 공간 문제
넥서스7은 지금까지 써본 7인치 패드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이다. 테그라3를 중심으로 구성한 하드웨어와 젤리빈의 조화는 앞서 나왔던 다른 안드로이드 패드보다 쾌적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덕분에 다룰 맛이 난다. 하지만 전체적인 처리 속도와 인터페이스의 반응과 별개로 답답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저장 공간의 문제다. 넉넉한 편이라고 할 수 없는 넥서스7의 적은 저장 공간은 직접적인 불편과 막연한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요인이다.

16GB 모델도 있지만 199달러(세금 제외, 원화 환산 22만 원) 모델의 저장공간은 8GB다. 8GB 중 실제 쓸 수 있는 여유 공간은 채 6GB가 되지 않는다. 6GB는 단순 계산으로 MP3 1500곡(4MB 기준) 정도를 담아 다닐 수 있는 정도다. 그리 넉넉한 용량은 아니기에 이에 만족할 이는 없겠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스트리밍 플레이에 능한 이용자라면 이처럼 적은 공간에 연연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 재생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나 여전히 다운로드 플레이(컨텐츠를 하드웨어에 내려 받아 재생)를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이 용량은 분명 턱없이 부족하다. 매번 공간을 확인하고 컨텐츠를 관리하는 귀찮음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앱을 설치한 뒤 1.4GB짜리 동영상 한 편을 넣자 남은 공간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이 적은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넥서스7의 문제를 보완할 하드웨어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실패했다. 기본적인 저장 공간을 제외하고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본체에 SD 카드 슬롯을 넣는 것이지만, 구글은 이러한 확장에 암묵적으로 반대의 견해를 하드웨어에 반영해 오고 있는 터라 대부분의 넥서스 레퍼런스에는 확장 슬롯이 없고 넥서스7 역시 마찬가지다.

USB를 통한 메모리 확장은 막혀 있다.
넥서스7의 저장 공간을 하드웨어적으로 늘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USB OTG(on the go)를 이용한 외부 메모리 인식이었다. 마치 USB 메모리를 PC에 꽂듯이 OTG를 이용하면, 비록 내부 확장은 막혔어도 USB 외부 동글을 이용해 메모리를 이용, 용량 확장의 고민은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소식을 종합해본 결과 이 방법 역시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다. 키보드, 마우스, 조이스틱과 같은 컨트롤러는 인식하지만, 메모리 종류까지 인식하는 기능을 넣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상적인 방법으로 물리적인 저장 공간의 확장은 불가능하게 됐다. 넥서스7을 언락한 뒤 USB 메모리를 인식하는 앱을 설치하면 OTG로 물린 USB 메모리를 인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남아 있지만, 이는 비정상적 방법이라는 점이 걸린다. 결국 메모리의 확장성을 포기하려면 더 많은 용량(그래봐야 16GB)을 가진 넥서스7을 사는 것이지만, 그것도 한계는 금세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용량 문제는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구글이 하드웨어의 확장을 극단적으로 막는 것은 결국 이를 이용하는 습관을 바꾸라는 강요와 같다. 특히 다운로드 플레이에 익숙한 우리나라 이용자들에게 이러한 원칙은 더욱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이에 대한 관용도가 좀더 높아진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될 것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통합된 구글 플레이의 편의성은 우리나라에서 경험하기 힘들지만, 각 서비스별 대안이 있고 이미 많은 이들이 그 대안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장치에서 경험했던 터라 나름 가능성은 있다.

넥서스7과 저장 공간 문제
8GB 모델은 금세 사용 가능 공간의 부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족한 저장공간은 불안하다. 이용자에게 심리적인 불안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고, 무료로 수십GB의 공간을 빌려 쓸 수 있지만, 결국 하드웨어에 내장된 저장공간이 넉넉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넥서스7 역시 8GB 모델보다 50달러 더 비싼 16GB 모델을 더 많이 찾는 현상은 생각해 볼 일이다. 구글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잘 갖춰진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음에도 넉넉한 공간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적은 용량에 안심하기 힘든 이용자의 심리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16GB 넥서스7의 품귀를 두고 넥서스7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8GB 모델의 재고가 남아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구글이 생산자인 에이수스에 어떤 용량의 모델을 더 많이 주문했던지 간에-어쨌거나 연말까지는 400만대를 생산할 예정- 웃돈을 주고라도 16GB 모델을 사려는 이가 있다는 것은 저장 공간에 대한 이용자들의 저항이 예상보다 세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하드웨어 부담을 줄이려는 구글의 의도와 다른 이용자들의 선택을 다르게 봐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필자는 넥서스7을 쓰면서 생긴 용량의 문제를 온갖 방법을 동원해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다른 이용자들이 모두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는 50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고 더 많은 용량을 가진 넥서스7을 사는 것이 용량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이는 시간과 노력, 비용에 비해 더 싼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넥서스7과 저장 공간 문제
게임 같은 대용량 앱을 몇 개 설치해도 저장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급격히 줄어든다.
때문에 구글은 아마도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을 달가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클라우드 중심적 하드웨어로 재편시키려는 구글의 의도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구글이 알아야 할 것은 그것은 필자의 평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이 그렇게 평가하고 선택하고 움직였으며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구글이 처음이 아니었다. MS도 윈도폰7을 발표할 때 클라우드 중심적인 하드웨어를 설계했다가 많은 비판을 받았고, 결국 후속 제품에서 용량에 대한 자유도를 높이는 것으로 절충하지 않았는가. 구글이 확장 슬롯을 없앴던 MS의 처사와 비슷한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저장 공간 최소화에 대한 정책을 중대하게 바라봐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덧붙임 #

1. 북미 시장에서 흥미로운 제품의 초반 돌풍은 언제나 있던 일이다. 킨들 파이어도 400만 대는 넘게 팔렸는데, 그런 제품의 진짜 가치는 반년 뒤에 나타난다. 꾸준히 팔리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만 보면 된다. 지금은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

2. 16GB 모델의 품귀를 인기로 보이는 건 착시일지도 모른다. 이는 구글이 시장의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적정한 물량 공급을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어서다. 구글이 8GB와 16GB의 주문 수량을 공개하지 않는 한 이 분위기를 마케팅에 우려 먹는 상황은 계속이어질 것이다.

3.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넥서스7은 MHL을 지원하지 않는다. 사실 MHL(Mobile High Definetion Link)은 넣으나 안 넣으나 용량 문제에 비하면 크게 동요할 만한 것은 아니다. MHL은 USB 단자를 통해 HDMI로 연결된 TV로 영상을 출력하는 것으로 핵심기능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MHL이 없으면 넥서스7의 컨텐츠를 TV에서 재생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넥서스Q를 만든 것인가…?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6 Comments

  1. 2012년 8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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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 일색이었는데 아쉬운 점도 있었군요.

    • 칫솔
      2012년 8월 4일
      Reply

      아쉬운 점 많습니다. 실제 써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불만이 나오니까요~ ^^

  2. 2012년 8월 3일
    Reply

    용량이 조금 걸리긴 하더니 저렴한 가격의 한계가 아닐지… 역시 두번째가 정답인가요? ^^

    • 칫솔
      2012년 8월 4일
      Reply

      가격적 한계가 있다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

  3. open
    2012년 8월 3일
    Reply

    간만에 제대로된 리뷰(?)를 보고 갑니다.

    네이버 삼성 체험단 리뷰는 체험단 배너 보이자 마자 바로 닫아버리는데,
    적어도 리뷰라고 말하려면 단점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칫솔
      2012년 8월 4일
      Reply

      고맙습니다. ^^

  4. 2012년 8월 3일
    Reply

    칫솔님 방가방가..

    저 이거 살까 말까 진짜 고민중인 물건이에요. 젤 첨 봤을땐 우와 이건 사야돼 싶더니..
    요즘들어선 굳이 필요할까? 그런 생각도 좀 들고…

    주된 용도는 굉장히 많은 양의 pdf 논문을 안에 넣고 보는거에요. 괜찮을까요?
    게임은 별로 안하고 동영상은 자주 보게 될것 같아요.

    일단은 종이가 이젠 감당이 안돼서 살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효율적일까? 싶기도 하고…
    한번 보고 샀으면 좋겠는데 분위기보니 온라인 구매라면서요?? 그것도 좀 그렇고…
    아이패드는 참 좋아보이긴 하던데 넘 비싼데다 이것도 굳이 필요할까? 요런 의문이 자꾸 들어요.

    안드로이드 써본적이 없어서 구글플레이라는 것도 얼마전에 안 1인..ㅋㅋㅋㅋ

    결론은 태블릿을 써본적이 없으니 감도 안와요.

    조언 좀.. 굽신굽신.. ㅠㅠ

    • 칫솔
      2012년 8월 4일
      Reply

      오랜만입니다. 용짱님.

      정말 딴짓 안하고 pdf만 넣어 다닐 거면 비추는 아닙니다. 일단 들고 다니기 편하고 pdf를 보는 데 별 문제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pdf 용량이 크면 역시 추천은 안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앱을 하나도 깔지 않은 상태에서 여유 공간이 6GB 밖에 안되니까요. 그리고 기본 pdf 뷰어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데요. ezpdf 같은 것을 쓰시면 화면 해상도에 맞춰 렌더링도 깔끔하게 됩니다. 다른 pdf 뷰어 중에 이 해상도에서 깔끔하게 렌더링을 해주는 것은 별로 없더군요.

  5. 2012년 8월 4일
    Reply

    아 저는 사면 당연히 16기가를 살 계획이었어요. 6기가 그걸 어디다 쓰겠어요? ㅋㅋㅋ 칫솔님 말을 들어보니 클라우드로 해결하자 머 그런 생각이라는건 인제 알겠는데… 근데 걔는 3g도 안되잖아요??

    아무튼 제가 듣기론 안드로이드는 파일 넣는 것도 그냥 usb 쓰듯이 컴터에 연결하고 쭈욱 땡기면 복사가 된다면서요?? 이게 참 맘에 들더라구요. 문디같은 애플은 그게 안되잖아요. 탈옥하면 된다고 하긴 하던데 기계붙잡고 그런 쓸데 없는 짓거리 하고 싶진 않고…

    사실 아이폰도 첨엔 와 오락도 하고 별걸 다했지만 어느순간 다 시들해지고 딱히 잘 안쓰게 되더라구요. 태브릿도 똑같을 것 같아서 고민이 살짝 되는 그런 상황 ㅠㅠ. 칫솔님은 괜춘하다고 하시니 또 급 땡기지만.. 왠지 사놓으면 쩌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떠나질 않네요. 아무튼 결론은 물건은 좋다 이거죠?? 아 용도에 대해서 좀더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나에게 정말 이게 필요한가??? 두둥….

    • 칫솔
      2012년 8월 6일
      Reply

      3G는 안되지만, 와이브로나 태더링 등으로 네트워크 문제는 해결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 돈이 약간 더 드는 문제는 좀 있지만요. 휴대용 pdf 리더로 쓰실 계획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6. 2012년 8월 6일
    Reply

    국내출시되면 이북 용도로 사고 싶었는데,
    199달러 짜리는 8GB 밖에 안되면서 확장도 안되다니..
    계획을 수정해야 겠는데요… ㅜㅜ

    • 칫솔
      2012년 8월 6일
      Reply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16GB로 들여오지 않을까 싶은데…~

  7. 2012년 8월 6일
    Reply

      Drop Box를 통해 만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세상!  아침에 일어나 집에 있는 컴퓨터로 작성한 보고서를, 지하철을 타고 오는 길에 태블릿PC를 통해 열어 아이디어 Tip들을 보강하고, 회사에 도착한 후 별도의 USB도 e-메일도 사용하지 않고 바탕화면 폴더에서 바로 연결하여 마무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세상! 이를 실현시켜 주는 어플리케이션이 바로 이번에 제가 소개할 Dropbox입니다. 드롭박스(Drop Box)는 문자 그대로 박스…

  8. 2012년 8월 6일
    Reply

    USB OTG + 메모리카드 리더 통합 케이스만 나오면 그럭저럭 쓸만 할 듯.

    메모리 지원을 위해 롬을 갈아엎는다던가 하는 작업은 필요할 것 같지만 말이죠..

    • 칫솔
      2012년 8월 6일
      Reply

      롬을 갈아 엎을 필요는 없고 언락/루팅한 뒤 구글 플레이에서 앱 하나만 설치해주면 된다는군요~

  9. 2012년 8월 8일
    Reply

    넥서스7이 출시되었습니다. 가격은 8GB모델이 199달러, 16GB모델이 249달러로 책정되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퍼포먼스는 사용자들이 더 많아지고 나서 제대로 밝혀지겠지만 일단 제품의 사양만으로는 굉장히 매력적인 제품이고 비슷한 위치의 킨들파이어가 잔뜩 긴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만한 제품입니다. 게다가 킨들파이어 보다 사양이 더 좋으니 199달러라는 가격이 소비자에게는 좋지만 언제까지 이 가격을 고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제품입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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