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기어VR’, 진화하는 자기 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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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왔다. 순서로 따지면 네 번째다. 이쯤되면 시리즈나 다름 없는 제품으로 봐도 될 듯 싶지만 어쨌거나 이번에도 시리즈 숫자는 붙이지 않았다. 갤럭시 노트4, 갤럭시 S6, 갤럭시 노트5에 이어 갤럭시 노트7과 함께 공개된 기어VR 시리즈의 최신작, 뉴 기어VR이 기어VR 시리즈를 잇고 있다.

기어VR은 갤럭시 S 시리즈나 노트 시리즈 같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가상 현실을 즐기기 위해 만든 주변 장치였고, 뉴 기어VR도 그 점엔 변함 없다. 스마트폰을 VR용으로 활용하는 점에서 수많은 카드보드 VR과 비교될 때도 많지만, 오큘러스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이용하는 점과 기어 VR 자체에 근접 센서, 가속도 센서를 넣어 기어VR을 가까이 쓸때만 작동하거나 각 방향에 따른 정확한 포지셔닝이 되는 점에서 하드웨어적인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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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기어VR도 앞서 나온 기어VR과 하드웨어적인 기본 구성은 변함 없다. 솔직히 하드웨어의 특성만 따지면 자기 복제나 다름 없다. 플래그십 갤럭시 스마트폰을 꽂아 오큘러스 플랫폼의 컨텐츠를 실행하는 보조 도구로써 구성은 이전과 단 하나도 다른 게 없다. 다만 새로운 시리즈이기에 앞서 나왔던 세 가지 기어 VR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점을 고쳐 진화는 했다.

나는 뉴 기어VR에서 달라진 여러 가지 기능 중에서 USB OTG(On-The-Go)를 가장 반긴다. USB OTG는 USB 메모리 같은 장치를 OTG 케이블이나 젠더로 스마트폰 USB 단자에 꽂으면 곧바로 인식하는 기능으로 스마트폰에 대용량 VR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외부 메모리에 넣어서 즐길 수 있다. 사실 이 기능을 절실히 바랐던 이유는 메모리 확장을 할 수 없던 갤럭시 노트5 탓이었지만, 당시 출시했던 기어 VR에서 이 바람을 이뤄주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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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기어VR에서 USB OTG를 쓰려면 반드시 USB 타입C용 OTG 케이블이나 젠더를 써야 한다. 혹시나 싶어 마이크로 USB 타입의 OTG 케이블에 타입C 변환 젠더를 끼워서 꽂아보니 연결된 메모리를 읽어들일 낌새가 전혀 없다. 어쨌거나 뉴 기어VR에 USB 타입C용 OTG 케이블과 메모리를 꽂으니 갤럭시 노트7이든 노트5든 외장 저장 공간으로 잘 알아채고 삼성 VR 앱의 사이드로드 메뉴에서 영상도 별 어려움 없이 불러들인다. 이 기능 하나가 갤럭시 노트5를 VR로 쓸 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답답함을 풀어준 셈이다.

새로운 기어VR은 갤럭시 스마트폰을 꽂는 이전 VR과 성격만 같아도 부품의 변화도 보인다. 무엇보다 렌즈 구경이 42mm(종전 38mm)로 더 커지고 시야각을 4도 정도 넓혀 101도까지 올렸다. 커진 렌즈와 넓어진 시야각은 미미하긴 해도 공간의 몰입감을 좀더 높이는 효과를 낸다. 물론 디스플레이의 해상도, 컨텐츠의 질이 크게 변한 건 아니므로 변화의 수준이 미미하게 보일 수 있다. 그래도 좀더 넓게 보이는 효과와 함께 지나치게 선명했던 화소가 조금 줄어들어 이질감을 줄이고, 조금이나마 속을 덜 느끼하게 만드는 건 렌즈의 변화 덕분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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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뉴 기어VR을 갤럭시 노트7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플래그십 제품과 함께 쓸 수 있도록 만든 점은 마음에 든다. 물론 그 이전에 나왔던 기어VR이 앞으로 나올 제품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은 여전히 불만이지만, 적어도 이 제품이 갤럭시 노트7를 포함해 USB 타입 C를 채택한 갤럭시 스마트폰만 쓰는 제품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마이크로 USB와 USB 타입 C용 젠더를 바꾸면 갤럭시 S7 이전 플래그십이나 제품 크기만 변하지 않는다면 갤럭시 노트7 이후의 제품과 호환 가능성 있다. 과거와 미래의 호환성을 모두 갖춘 셈이다.

그런데 젠더를 교체할 수 있는 지금의 방식을 보니 왠지 USB 단자가 없는 젠더를 하나 더 내놓을 것 같은 느낌이 온다. USB 단자가 없는 젠더가 있어야 구글 카드보드용 컨텐츠나 앞으로 나올 데이드림용 VR 플랫폼용으로도 쓸 수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금 기어 VR은 USB 단자에 꽂으면 곧바로 오큘러스 홈을 띄우도록 만든 터라 데이드림을 실행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USB 단자에 꽂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제거한 젠더만 있으면 좀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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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어 VR에 견주었을 때 겉에서 찾을 수 있는 차이점은 두 가지 정도다. 홈을 파 놓았던 트랙 패드는 다시 밋밋한 트랙 패드로 바꿨다. 상하좌우 일직선으로 파 놓았던 홈이 오히려 조작성을 해치는 문제가 있었는데, 뉴 기어VR에서 이를 바로 잡았다. 더불어 돌아가기 버튼과 별개로 홈 버튼을 추가했다. 실행 중인 컨텐츠에서 빠져 나올 때 돌아가기보다 홈버튼을 누르면 좀더 편하게 빠져 나올 수 있도록 조정했다.

이제 잡다한 이야기를 생략하고 이쯤에서 정리하자. 뉴 기어VR의 생김새나 이용 방법은 전작들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형태와 조작성 등 전작을 복제한 제품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기 복제한 제품이 진화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어 VR은 생김새나 방식만 유지하는 자기 복제와 함께 아주 조금씩 진화를 거듭해 뉴 기어VR까지 왔다. 그래도 이번 뉴 기어VR은 자기 복제 위에서 이뤄진 진화가 이전보다 가장 많았다. 과거의 제품이나 미래에 선보일 제품에서 쓸 수 있는 가능성, 더 밝고 커진 렌즈의 몰입 효과 강화 등이 그렇다. 물론 기어VR의 자기 복제는 여기서 끝날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지만, 이 정도의 진화가 거듭되는 자기 복제라면 앞으로도 지켜볼 만하지 않을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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