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이 좀 늦었습니다. 지금 뉴욕은 오전 9시를 향해 가네요. 그제 하루 종일 세션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행사가 그제 저녁에 있었습니다. 스카이라이트 스튜디오에서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모인 기자단과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1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HP가 2008년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핵심 장치 두 가지를 발표했습니다. 하나는 앞서 밝혔던 블랙잭 스타일의 PDA 폰을 포함한 5가지 휴대 단말기와 33가지의 모바일 솔루션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해 9월에 인수했던 부두 컴퓨터와 함께 만든 럭셔리 게이밍 PC 블랙버드 002였습니다.
PDA 폰은 익히 알려졌으니 좀더 나중에 소개하기로 하고, 부두 블랙버드 002를 먼저 말해야겠네요. 아 그 전에 HP가 앞으로 변화할 PC와 노트북의 브랜드 차별화를 잠깐 소개를 하겠습니다. 어제 오전에 HP는 종전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파빌리온과 대중적 브랜드인 컴팩에 이어 그 상위 개념의 럭셔리 브랜드를 런칭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저녁에 하겠다면서 기대하라더니, 그것이 부두DNA(voodoo DNA)라는 브랜드였던 것이지요.
원래 부두 PC가 나온 건 지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날 발표를 통해 HP가 지금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간다고 밝힌 것입니다. 델도 이와 유사한 XPS 브랜드가 있지만, 럭셔리 브랜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까지는 아니고 델의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볼 정도밖에는 안됩니다. HP가 애써 XPS를 의식해 마케팅을 한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XPS에 대해서는 아무런 인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종전에 나온 부두 PC는 대략 5천~2만 달러에 팔고 있었습니다. PC 한 대에 2천만 원에 가까운 값에 판다고 하니 금칠이라도 했냐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요. 맞습니다. 그건 금칠한 것이고 아주 특별한 관리 서비스가 따라 붙습니다. BMW나 벤츠를 샀을 때 따라붙는 서비스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지난 해 부두 PC가 HP와 합병을 하면서 HP의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1년 동안 종전 제품과 다른 양산형 고성능 모델을 준비해왔습니다. 그것이 블랙버드 002인 것이죠. 부두 PC를 만들던 수두 형제의 디자인과 HP의 엔지니어링을 합쳐 탄생한 블랙버드 002는 종전 부두 PC에 비하면 저가(?)입니다. 2천500~7천 달러까지 있으니까요.
블랙버드 002의 특징은 최고 성능을 내는 부품만 짜맞춘 것이 아니라 열관리와 소음, 이용자의 커스터마이징에 초점을 맞춰 놓았습니다. 고성능을 낼 수 있는 CPU와 그래픽카드, 램, 하드디스크는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부품을 쓰던지 열을 빠르게 순환시킬 수 있도록 내외부 구조를 바꾼 게 다릅니다.
케이스는 모두 알루미늄 재질을 썼습니다. 안쪽이 보이도록 만든 부분만 빼고는 알루미늄입니다. 알루미늄의 전도율이 좋도록 정면에는 들쭉날쑥하게 홈을 만들었고요. 지상에서 약간 떠 있는 형태입니다. 전원 공급 장치를 위쪽이 아닌 아래쪽에 두고 그 아래 공기 통로를 만들어 열이 머물지 않도록 한 것이지요. CPU 쿨러는 팬 방식 대신 수냉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수냉 시스템의 전열제로는 냉각액을 쓰는 데 어떤 건지는 말하지 않네요. 열이 생기는 주변 부품에도 히트파이프를 붙여놨습니다. CPU가 그래픽카드로부터 생기는 열에 영향 받지 않도록 차단막을 두었고요. 하드디스크 착탈 시스템은 HP 홈서버에서 가져온 것이라 나사없이 간단하게 4개를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기본 1TB 하드디스크가 들어 있습니다). 모든 부품은 나사 없이 꽂고 뺄 수 있답니다. 그 밖의 단자는.. 없는 게 없고요. 아.. 광학 드라이브는 슬롯 로딩 DVD 드라이브 두 개에다가 덮개를 열면 HD DVD 디스크를 읽는 드라이브가 나오도록 만들었네요.
결과적으로는 좀 무식한 디자인입니다. -.ㅡㅋ 집에 두면 거의 워크스테이션으로 착각할 크기지요. 하지만 내부 설계나 성능은 준워크스테이션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발표가 끝나자마다 막아놓았던 전시장으로 달려가 (모니터 빼고) 2천500달러 짜리 부두 PC를 즐겨 보았습니다. 30인치 LCD 모니터에 띄워 놓은 2142 배틀필드의 해상도와 옵션부터 살폈는데요. 2560×1600이라는 높은 표시 크기에 텍스쳐 옵션은 최고 바로 전 단계에 해 놨더군요. 아무리 SLI라도 이러한 상태에서 끊어지지 않고 게임을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날 전시장에 나온 블랙버트 002에서 즐길 때는 거의 끊어지거나 느린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그만큼 하드웨어 최적화가 잘 이뤄졌다는 말이기도 한데, 문제는 이 시스템의 부품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두 PC는 형제가 운영하는 기업으로 그 형과 인터뷰를 해보니 오버클러킹은 할 수 있지만, 데모 장비들은 오버클럭킹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라 하더군요. 그런데 이 정도 성능이 나온다면 아주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위한 시스템이라 성능과 안정성에 대한 불만은 확실히 줄어들 것 같은데 대부분은 이것이 한국에서 얼마나 팔릴까를 걱정이 많았습니다. 저도 대중적으로는 많이 안팔릴 거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차라리 더 비싸게 부르고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한다면 고성능 PC를 바라는 고급 소비자에게는 먹히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습니다만, 사실 고개가 갸웃거리는 건 사실입니다. 저 역시 그만한 가격과 서비스에 움직일 수 있는 우리나라 PC 이용자가 어느 정도나 될지 궁금하니까요.
아마도 우리나라에 출시되면 좀 시끄러울 것 같긴 하네요. 정말 우리나라에서 팔릴까요? 팔린다면 어떤 층이 구매를 할 수 있는지, 또는 구매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뭔지 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살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 의견 부탁드려요.
덧. 댓글에 대한 답변은 한국에 돌아가 쓰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HP에서 가정용 서버를 내놓은 줄 알았습니다 -ㅅ-
역시 미국이라서 그런지 아기자기함보다는 힘이 느껴지게 만들었더라고요~
게임 시스템 무지 탐나는군요. HP와 DELL의 대결이 참…^^ 기사 잘봤습니다! 추천받아서 처음 방문해봤는데 저도 관심이 많은 BD/HD DVD쪽 기사도 좋은 글들이 많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종종 들러주세요. ^^
헉…저정도 크기면 정말 서버네요…
이제 HP도 Dell처럼 고급화를 하려는 움직임..흥미롭군요..!!
내부도 맥프로처럼 아름다울까요?ㅎㅎ;;;;
어쩌면… 보는 이에 따라서는 감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
2142를 저런 해상도로 할 수가 있군요.
그 전에 정말로 부품들이 궁금합니다.[..]
저도 궁금한데, 말을 안해주네요. 다시 물어봐야겠어요. ^^
가정에서 쓸려면 크기보다는 소음이 중요하겠지요
맞습니다.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팬을 거의 쓰지 않았답니다. ^^
헉.. 이때 뉴욕에 가셨었나요? 으헝 ㅋㅋ
ㅎㅎ 넵. 좋은 기회가 있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