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를 듣고 난 뒤 잠을 청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맥북 에어에 대한 찬양가를 부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지난해보다 소문은 풍성했는데, 그나마 가장 맛있게 먹을 만한 음식이라고는 맥북 에어 뿐이었는지라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과 평가를 내렸을지 너무나 궁금하던 차였다.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여기저기 기웃거렸을 때 맥북 에어에 대한 이야기로 이미 도배질 된 블로고스피어를 봤을 때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맥북 프로는 어제 하루 동안 나라 안팎의 블로고스피어를 장악한 키워드였다고 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니 말이다.
MWSF 최고의 ‘떡밥’ 몫을 해낸 맥북 에어의 모양이나 재주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또 설명을 이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제품도 없는 데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애플 직원도 없는 터라 새롭게 말할 만한 정보란 게 없어서다. 단지 어제 하루 짬이 날 때마다 맥북 에어의 정보를 모아 요리조리 고민해보니 맥북 에어가 왠지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할 듯한 인상을 남긴 것만 같아 몇자 적어볼까 한다.
맥북 에어는 일반적인 서브 노트북과 좀 다르다. 무선(wireless)이라는 지향해야 할 환경을 염두에 두고 만든 노트북이라는 점 때문이다(‘에어’라는 이름을 지은 게 애플의 누군지 모르지만, 맥북의 특징을 하나로 잘 압축한 그 이름을 지은 애플 직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때문에 맥북 에어는 유선으로 연결되는 모든 것들을 최소화했다. USB 단자도 1개 뿐이고, 애플의 상징처럼 여겨왔던 파이어 와이어도 빠졌다. 광학드라이브도 없고, 랜 단자도 깨끗하게 지웠다. 선의 종말을 고하듯, 종전 관습을 깨겠다는 과감한 결단으로 깨끗한 노트북 패션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노트북에 연결되는 선의 수를 줄이는 대신 맥북 에어는 무선 랜(802.11n)과 블루투스(2.1+EDR)로 모든 것을 대체한다. 무선 랜으로 인터넷과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때로는 리모트 디스크로 네트워크에 공유된 PC의 광학 드라이브와 연동해 CD와 DVD를 읽어들인다. 부족한 재주는 블루투스로 작동하는 장치들을 페어링 해 확장하고, 무선으로 작동할 수 없는 장치는 USB를 쓰거나 옵션으로 파는 장치(광학드라이브, 랜, 모뎀 등)도 쓸 수 있다.
아마도 무선 랜과 블루투스를 잘 아는 이들은 맥북 에어가 어떤 그림을 그리려 하는지 잘 이해할 것이다. 또한 이 둘을 아는 이들은 어렵지 않게 맥북 에어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맥북 에어의 고민과 약점은 여기에서 나타난다. 맥북 에어를 어디서 쓰든 간에 그곳은 무선 랜 같은 무선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변 장치의 무선 환경은 둘째치더라도 무선 랜이 없다면 맥북 에어는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옵션 장치를 따로 사지 않는다면 인터넷과 네트워크, 거기에 광학 드라이브조차 쓸 수 없으니까 말이다. 무선 랜을 쓸 때와 안쓸 때를 구분지어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움을 만든다.
블루투스를 장치 확장을 위한 옵션 정도로 치더라도 일반적인 노트북을 쓸 때보다 좀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꺼려지게 만든다. 하나 뿐인 USB가 일시적으로 장치를 붙였다 떼는 용도로 넣은 것이라면 늘 쓰는 주변 장치는 블루투스로 붙이는 게 바람직하다. 애석한 것은 블루투스 장치를 쓸 때 연결 과정을 익혀야 하고 좀더 비싸게 장치들을 사야 한다는 점과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없는 주변 장치도 아직 많다는 점이다. 블루투스가 있는 PC나 노트북에 접속해 FTP로 간단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선만 연결하면 그만이던 스테레오 헤드폰이나 마우스를 쓰기 위해 뭔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도 맥북 에어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때문에 맥북 에어는 무선 랜을 쓰는 기본 지식과 블루투스로 장치를 확장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에게 잘빠진 몸매와 반짝이는 키보드, 트랙패드를 통한 멀티 터치가 주는 재미 이외에 기능에 대해 직관적으로 어필할 만한 것이 없다. 좀더 컴팩트하게 만들어 이동성을 강조한 서브 노트북의 개념에는 충실했으나 맥북 에어는 일반 이용자가 제품을 보고 자기가 쓸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 없는지 바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들이 부족한 것이다. 진열된 맥북 에어를 둘러보는 일반 이용자에게 “USB 단자, 랜, 광학 드라이브를 모두 따로 사서 붙일 수 있다”는 매장 직원의 설명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더 많은 지출을 감수할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인 것은 분명하다.
맥북 에어는 분명 뛰어난 무선 기술을 갖춘 부족함 없는 노트북이다. 기술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에어는 꽤 많은 이점을 가져다 주지만, 평범한 일반인의 시각에서 맥북 에어는 이용자가 꾸축한 컴퓨팅 환경에서 여러 조건을 따지게 만드는 어려운 제품이다(물론 그 어려움에는 값도 포함된다). 비록 무선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온 맥북 에어라 하더라도 이용자의 환경과 습관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진정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이를 확인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맥북 에어가 테크놀로지에 대한 다소 지나친 욕심의 산물이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미 반쯤 엎지른 물인 듯 싶다.
덧붙임 #
왜 애플이 도킹 시스템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사실 도킹은 맥북 에어의 기능적인 문제를 가장 쉽게 절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양보할 수 없을 만큼 애플은 무선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 속에서 도킹마저 배제하는 가장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니 맥북 에어용 도킹 시스템을 만드는 액세서리 업체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둘지도 모를 일이다. 맥북 에어가 많이 팔린다는 가정 아래서 말이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첫발이죠,,ㅎㅎ
네. 준비된 이들에게는 확실한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
무선.. 충전은 어떻게 하는거죠? IEEE도 빠졌는게 아쉽다..
충전은 아직까지 유선이랍니다. ^^
너무 얇아서 그런지 이상하게 비호감이더군요.
특히 키보드 색깔은 너무 에러 @_@;;
3,490,000원이라는 가격도 무서워요 -_-;;
개인적으로 광학드라이브 등 갖출건 다 갖추고 액정 크기가 작은 맥북을 원했는데 아쉽군요.
잡스옹께서 타협점을 찾는다면 메이비군님이 바라는 걸 만들겠지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좀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 흐흐 저는 이런거에 아는게 없어서 ㅋ
ㅎㅎ 넵~ 다음에는 nob님이 읽기 편하신 걸로 준비토록 합지요. ^^
맥에서 무선랜 쓰기가 쉽습니다. 우상단의 에어포트 아이콘을 클릭만 하면 접속할 수 있는 AP리스트가 바로 뜨니까요. 애플은 맥북 에어 이전부터 와이어레스에 대한 대비를 많이 해 왔습니다. 다만 이 정도로 와이어레스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은 없었군요. 아이맥 정도가 고작인데 이 정도는 아니었지요.
나인테일님의 말씀은 일리가 있습니다. 애플이 이전부터 준비해온 것은 매우 중요하지요. 단지 애플이 준비한 것과 별개로 일반인들이 실제로 구축한 환경이 다르고 이용 행태 역시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번 맥북 에어를 쓰는 이에게 무선 랜을 잡는 것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
축하드립니다. 되실분이 전부 되신 것 같네요..^^ 아참 이번 올블 시사회나 시상식에 참가하실 건가요?
넵! oooooo님도 축하드립니다. 참석할 지 여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
가격을 본 후 저에겐 이미 딴 세상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애플에서 저가형노트북은 절대 안나올려나…
100만 원 미만 제품을 기다리고 계신건가요? ^^
IT제품을 액세서리로 사용하는 상류층을 위한 제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어는 부의 상류층만이 아니라 지식이나 기술의 상류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
맥북은 저가형 노트북 아닌가요? 처음 나왔을 때는 그 사양대비 거의 최저가였던 것 같은데…
다만, 저가형 서브 노트북이 없다는 것이 아쉽군요.
많은 분들이 저가형 서브 노트북을 바라시나 봅니다. ^^
많은 블로거 들이 맥북 에어의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얇은 노트북에 지나지 않는다.” “포트가 너무 적다.” “유선 포트가 없이 무선에만 너무 치우쳤다.” “디자인만 예쁘지 별로 새로운것이 ..
수상한사람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아니 전혀 새로울것도 없을지 모르나) 제시라고 보입니다.
사실 유선 기가비트???? 물론 앞으로 쓸모가 있을지모르나, 아직은 별 소용성이 없는게 사실입니다.
100Mbps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유선 전체가 기가비트로 바뀔때는 필요하겠습니다만, 그때가 될때즈음에는 무선도 기가비트 시대가 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충분히 무선의 시대를 향해 지금 가고 있습니다.
전 디자인 기능성 보다 이번 맥북에어 발표는 기점이 키워드라고 보입니다.
에어가 자주 쓰지 않는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했고, 그렇기 때문에 무선이 중심이 된 새로운 유행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그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층의 범위와 한계가 의외로 좁을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린 것입니다. 때문에 초기에 에어의 의미를 받아들인 대상들이 그 뜻을 살리는 이용 환경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
말씀하신대로 저 같은 일반인과는 상관없는 물건인것 같네요
가격을 봐도 그렇고, OS도 그렇고…ㅋ
글 잘 읽고 갑니다.
직관적인 제품은 아니기에 일반인에게는 좀 어려운 제품 같긴 합니다. ^^; 고맙습니다~
아 칫솔님 타블렛 혹시 보내셨나요? 보내셨는데 제가 못받은건가 해서요 ; ㅎㅎ
허걱 보냈는데요. 월요일에~ 아직 받지 못하셨나요?
헉 이런 ; 왜 도착을안했지 ㅠ 운송장번호 같은거 있으세요?
송장을 회사에 두고 온 모양입니다. 내일 확인해서 ooo님 블로그에 댓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어제 있었던 MacWorld Keynote에서 발표된 맥북 에어.. The Air가 결국엔 MacBook Air로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또 한번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만.. 하루가 지났으니 좀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
맥월드 2008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단연 맥북 에어(MacBook Air)일 것입니다. 저에게 맞는 용도가 아님을 뻔히 알면서도 욕심이 나고, 그 마음을 이겨보기 위해서 단점을 꼬집어보아야 ..
저느 이번 에어를 보면서 참 많은걸 생각했습니다..
과연 이 에어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지..^^
개척의 의미보다는 도전이라는 실험의 의미가 더 강할 것 같습니다. 서브 노트북 하나로 시장 전체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 변화를 서서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해요~
우선 트랙백 감사합니다.^^ 맥북 에어는 맛뵈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다음 키노트 때는 잡스가 또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맛뵈기라는 말씀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제 누가 먼저 맛을 보고 맛있다, 맛없다를 말하는 지 잘 지켜봐야겠지요. ^^;
댓글 고맙습니다~
Engadget이 조사한 설문 조사(Poll: Did you pre-order a MacBook Air?)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저가 아직 구매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MacBook Air(이하 MBA)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이라는 컨..
어쩌다 애플 제품을 변호해야 하는지.. 그만큼 이번 맥북에어는 약점이 있어 보인다.. 이런 저런 약점들을 내 경험에 비추어 변호해 본다.. 내가 생각하는 맥북에어는 서브 노트북이다.. 1. 가..
음 맥과 리눅스에 많은 매력을 느끼지만 윈도우즈를 벗어 나지 못하는 소심한 윈도우즈 유져 입니다.
일단 블루투스는 조금 빠른 감이 있는것 같구요..
무선랜은 많이 갖춰져 있지 안나요?
맥북 에어는 무선 랜 환경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환경에서 운용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무선 랜 상황에서 다른 PC의 광학 드라이브를 쓰기 위한 절차를 익혀야 하는 것은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이지요. 어떤 이는 이를 쉽게 할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은 이런 것 하나가 복잡한 절차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무선 랜이 없다면 이를 새로 구축해야만 하는 것도 일일테고요.
결국 맥북 에어는 부의 레벨보다 이러한 운용 환경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 레벨이 높은 이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
가볍다. 끝. 저손은 내손. 출장일정중 잠깐 맥월드에 가보니 맥은 스타였습니다. 굴비처럼 주렁 주렁 매달아놓은 맥북에어를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사진을 찍어댑니다. 저런 유사한 모습..
음… 역시 통찰력
도움 많이 받고 감
나야말로 도움 많이 받고 있삼~ UX 관련 글 많이 올려 줘어~
맥월드에서 맥북에어의 잘빠진 모습을 보고 아직은 여전히 제품디자인이 제품의 구매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UX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우울한 이야기 이지..
Michael Jordan 이 MBA 를 들고 나오는 일러스트레이션 (from engadget)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engadget 에 있었다니 -_-;;;; 나이가 들어가면서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중 하나는 “A 와 B 라는 이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