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에 초소형 레이저 프린터 CLP-300 ‘레이’를 봤을 때 의외로 생각했던 게 두 가지였다. 당시 나온 모든 컬러 레이저 프린터를 통틀어 가장 작았다는 점, 그리고 아주 독특한 인쇄 엔진을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크기가 작아 집 안에 두고 쓰기에는 안성맞춤인데다, 전에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토너 이송 시스템과 토너 형태여서 눈길을 끌었다. 싱글이 아닌 멀티 패스 방식이라 컬러 인쇄 속도는 다른 제품에 비해 좀 느렸지만, 집에서 가끔 컬러 문서를 가끔 뽑는 이들에게는 나쁜 선택은 아니었고 삼성전자를 우리나라 A4 컬러레이저 부문의 1위 업체로 끌어올리는 데 큰 공을 세운 효자 상품이다. 물론 레이 마케팅의 효과도 컸지만.
그 돌풍을 이어가기 위한 무기로 내세운 것이 CLP-315K다. 지난 4월에 나온 제품이다. 역시 애칭은 ‘레이’. 개인적으로는 레이 2로 갈 줄 알았는데, 레이라는 애칭을 좀더 끌고 가기로 했단다. 그런데 지난해 보았던 CLP-300과 느낌이 확 달라졌다. 좀 무거워졌다고 할까. 이전의 레이가 깔끔하고 귀여운 스타일이었다면, 이번에는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흰색에 가까워 밝았던 종전 모델에 비해 검은색 본체라 그럴 것이다. 아니다. 색깔만 바뀐 게 아니라 모양이 반듯해졌다. 앞쪽을 둥글게 다듬었던 CLP-300의 모습을 완전히 없애고 옆쪽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냈다. 덩치는 ‘쪼오끔~’ 작아졌지만, 그리 티나지 않는다.
(참고로 밝은 분위기를 원한다면 CLP-310K를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멀티 패스 방식은 각 드럼이 한바퀴 돌 때마다 한 가지 색의 토너를 전사벨트로 옮기는 방식이다. 컬러 인쇄 속도가 느린 대신 흑백 인쇄 속도는 빠르다.)
프린터를 PC와 연결한 뒤 드라이버를 깔았다. 군더더기 없는 설치를 끝내고 스펜서랩의 테스트 스위트와 파워포인트, MS워드 등 인쇄 샘플을 뽑았다. 일단 인쇄 속도. 예열되지 않은 상황에서 컬러 인쇄를 걸었을 때 1장 뽑는 데 1분 30여초, 예열된 상태에서는 30초 안팎 걸린다. 대기에서 예열까지 1분 정도 더 쓴다. 레이저 프린터의 드럼이 예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예열 시간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좀 길다는 느낌이다. 첫장 인쇄 이후 1분 동안 컬러 문서를 4장 정도를 뽑았으니 이것은 제원과 다르지 않다. 절약 인쇄를 해도 인쇄 속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흑백도 마찬가지고.
컬러 문서 품질을 볼 때 600dpi라는 높은 해상도에도 불구하고 CLP-315K가 보급형이라는 점에서 고급 품질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글자부터 뽑았다. 명조체로 인쇄한 글자가 좀 뚱뚱하고 투박하다. 글자를 확대해보니 좀 울퉁불퉁. 날카로운 맛은 없다. 사실 종전 CLP-300으로 인쇄했을 때도 세밀한 마무리가 모자른 게 마음에 걸린 터라 이번에는 좀 나아졌으려니 했는데, 그 기대를 채우진 못했다. 물론 글을 알아볼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좀더 품격있는 글자를 표현하는 능력을 바랐던 것인데, 기대가 컸나 보다.
인쇄 소음은 아주 큰 편은 아니다. 다만 잔소음이 좀 있다. 이를 테면 토너 이송을 위한 드럼이 한번씩 움직일때마다 ‘툭툭툭툭’하는 소리가 들린다. 소음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는데, 처음 프린터를 설치하자마자 많은 양을 인쇄하면 용지를 내보내는 쪽에서 기괴한 소음을 낸다. 아마도 몸을 덜 푼 탓에 시끄러운 마찰음을 내는 게 아닐까 싶다. 한참 인쇄하다보면 소음은 사라진다.
CLP-315K는 여전히 소량 컬러 문서를 뽑는 집이나 소호를 겨냥한, 18만 원 안팎의 싼 값으로 유혹하는 컬러 레이저 프린터다. 하지만 너무 값에 기댄 나머지 품질과 일부 편의성에서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데 부족함이 있다. 다음에는 그 부족함을 채운 또 다른 레이를 만나고 싶다.
전 예전 모델 쓰고 있는데 신형이 나왔나 봐요. 그냥 값싸게 쓰기에는 큰 불편 없는 것 같은데…
사실 값 대비 성능으로 따지면… 음… 큰 불만을 갖기는 좀 어려울수도… ^^
HP잉크 너무 비싸서 바꿀 생각을 하고 잇습니었다
어떤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으로 바꿀 생각인가요?
좀 값싼 레이저 프린터. 크기는 별로 중점에 두진 않아요
값으로만 따지면 나쁘진 않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