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가 시작된 뒤로 아이리버는 매일 세 개 정도의 신제품을 시간을 두고 홈페이지에 하나씩 공개하고 있다. 모두 12개의 탭으로 되어 있지만 아직 2개의 제품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아이리버의 신제품은 오늘 밤 사이로 2개가 더 공개될 것이고, 내일이면 이를 두고 수많은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이미 공개된 아이리버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이 하나 있다. 아이리버라이프다. 며칠 전 +3과 +4 사이에 나타난 라이프는 아이리버가 준비하고 있는 ‘푸시’형 서비스로,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구독 신청했던 컨텐츠를 이용자가 PC에 연결해 둔 아이리버 제품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싱크가 되는 것들은 이용자의 일정과 아이리버가 마련한 신문, 인터넷 소설이나 만화, 마이크로블로그, 그 밖의 궁합이나 감성지수 등에 대한 정보다. 이 서비스를 위해서 아이리버는 아이리버 싱크서버를 운영하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마이크로블로그를 선보일 것이며, 더 많은 싱크 기능을 추가한 아이리버 플러스도 나올 것이다. 지금 공개한 것은 아이리버라이프를 소개하는 예고편일 뿐이라 앞으로 기능이나 더 많은 컨텐츠가 추가될 것이다.
다채로운 기능과 성능을 지닌 아이리버 MP3나 PMP의 활용도를 높여주는 서비스의 취지는 좋은 데,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 아이리버라이프가 무엇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왔느냐는 점이다.
이용자는 제품을 살 때 자기가 원하는 것을 그 제품이 얼마나 해소시켜주는 것인가를 맨 먼저 고려한다. 이를 테면 음악을 들을 때는 음질이나 풍부한 EQ 등을, 동영상을 볼 때는 화질과 재생 형식 등을 먼저 살펴 보고 자신의 욕구를 해소시킬만한 성능과 재주를 가졌는지를 살핀 뒤에야 부가 기능을 둘러보게 된다. 결국 이용자는 자기가 산 제품이 그 욕구를 충족해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기 마련이다. 음악을 듣는 이에게는 MP3, 동영상을 보려는 이에게는 PMP로서 갖는 정체성은 쉽게 바뀌지 않고,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는 게 이용 패턴으로 굳어진다.
이처럼 제품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진 이용자에게 아이리버라이프는 엉뚱한 것을 강요한다. 아이리버 MP3와 PMP가 다른 업체보다 더 많은 재주를 한 몸에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재주를 살리기 위해서 본질을 잊은 듯한 뉘앙스를 남긴다. 하루에 한 번 아이리버라이프를 거치면 아이리버 MP3나 PMP는 다른 장치보다 더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담아서 다닐 수 있지만 그것이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는 장치가 갖는 원래의 의도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어제의 뉴스와 한 줄 블로깅, 소설 같은 것들이 장치에서 즐겨야 하는 음악이나 동영상보다 우선시 여기고, 절실하게 생각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미 본 뉴스, 또는 관심 없는 뉴스, 얼마 갱신되지 않고 당장 소통할 수 없는 한 줄 블로깅, 그럭저럭 비좁은 창에서 소설을 읽는 게 의미가 있을까? 아이리버라이프로 전송된 정보를 음악과 동영상을 보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챙겨보게 될까? 귀로 듣고 눈으로 즐겨 보는 밥과 같은 컨텐츠도 부족하고 이를 즐길 시간마저 모자란 마당에 간식거리만 배달해 준다니 허기를 달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이리버라이프가 이용자에게 밀어넣어야 할 것은 장치를 쓰는 이가 어느 정도는 원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귀로 듣고 눈으로 즐겨볼 수 있는 것 말이다. 잠을 자는 동안 듣기 어려운 라디오 방송을 녹음한 것이나, 지나간 TV 방송을 녹화한 것일 수도 있다. 또는 블로그나 일상에서 알게 된 지인이 보낸 음성이나 영상 메일이 될 수도 있고, 어제의 추천 동영상이나 인기 블로거의 팟캐스트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 추천한 노래 목록과 샘플 음악을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고 오늘 이용자의 감성에 맞게 서버가 짜깁기해 준 음악 선물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이리버라이프는 아이리버를 생활화하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일상적인 일들을 아이리버로 하도록 만드는 데 더 가까운 서비스다. 하지만 아이리버라이프를 통해 전달되는 일상적 정보를 굳이 아이리버가 만든 장치에서 즐겨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다양한 형식을 가진 컨텐츠를 아이리버라이프를 통해 전달받아 즐기는 것이라면 그것이 아이리버를 쓰는 일상으로 흡수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일상적 정보를 아이리버 장치에서 즐겨야 하는 것은 억지스럽게만 느껴진다.
아이리버라이프는 어쩌면 컨텐츠 유통과 저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용자가 원하는 컨텐츠를 좀더 쉽고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스템과 서비스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전혀 쓸모 없는 기술이거나 서비스라고 매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지 아이리버라이프가 아이리버 제품의 특징을 살리면서 이용자들의 일상을 분석하고 깊게 고민했는지 한번 더 봐주길 바랄 뿐이다.
아이리버라이프가 아이리버 제품을 위해 이용자의 라이프를 희생시키지 않는 서비스인지 다시 보라는 이야기다. 이용자가 바라는 것, 이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주지 않는 한 아이리버의 영광은 돌아오지 않는다.
푸쉬라면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망한 그 기술.
모바일로 바꼈다 뿐이지… 흐음
PDA가 한창이던 시절, 모바일로 시도되었다가 역시 망했습니다.
레인콤이 기기 뿐 아니라 콘텐츠와 서비스 연동의 중요성을 깨달았나봅니다.
말씀하신대로 아이리버라이프는 목적성이 없어서 문제지만, 시작이 중요하니 고무적으로 봐야겠고…orz
앞으로 선전을 기대해봅니다. =)
그래도 아이리버쯤 되니까 서비스 연동까지도 생각하게 된게 아닐까 합니다. 저도 선전하기를 기원합지요 ^^
아이리버 라이프… 삼성의 SMS 보다 좀더 발전되고 있어보이는 이름이네요.
그나저나 아이리버가 발표한 그 많은 제품들 정말 다 나올까요??-_-;;
상식적으로 봤을때는 절대 이해가 안간다는;;
상황에 따라서 나오지 않을까요? 유닛2만 해도 벌써 5년째 CES에서만 선보여지고 있는 것이라니까 아마 시장성에 맞춰서 나올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나오면 좋고 안나오면 말고
긍정도 부정도 않는 삶이근영~
음…그래도 아이리버+는 삼성의 SMS보다는 낫지만 아이튠즈를 따라가긴 멀었다고봅니다.
이번 아이리버라이프도 있으면 편하겠지만 그것이 주요목적이 되지는 않고 부가기능정도로 될듯한데..
실제로 나올떄 어떤모습으로 나올지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리버 GSM Phone을보고 실망을 많이 한 아이리버라서말이죠..
부가 기능이라도 장치를 쓰는 목적에만 맞게 서비스가 더해진다면야 금상첨화겠지요 ^^;
GSM폰은 지금 언급할만한 건 없을 듯~
뭔가 아이팟의 아이라이프 연동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아이라이프를 제대로 따라잡으려면 아이리버에서도 데스크탑용 소프트웨어를 뭔가 그럴듯한걸 만들어야 할텐데 말읿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잔뼈가 굵은 애플을 아이리버가 단시간에 따라잡기는 어렵겠지요. 노력하면 비슷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
만약 저 아이리버 라이프가 Apple의 ituens와 같은 형태로 변하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거기에 나머지는 양념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메인 dish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그렇죠. 메인 요리가 맛있는 음식점이 더 유명하고 잘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
개인적인 아이리버를 위한 서비스 구상계획이 있는데 한 번 블로그에 올려볼까요 ^ㅅ^;; 아이튠즈 비슷한 방식이기는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아이튠즈(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사용불가능한 알 수 없는 사연이 있지만)는 정말 괜찮은 방식의 사업아이템이 아닐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리버도 비슷한 노선을 취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시마시마님이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시는지 무척 궁금한데요. 한번 올려보심이.. ^^
아이튠즈와 같은 음원 배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플레이어 업체는 당분간 나타나기 힘들겠지요.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한 비즈니스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튠즈보다 아이리버플러스3을 선호하는지라 아이리버라이프 기대되네요. (그래봤자 제 B20에서는 지원되지 않을 것 같지만..)
아이튠즈는 아이튠즈를 이용하여 가져오지 않은 파일은 태그를 못찾게 해놨더라구요. (하지만 앨범아트는 아이튠즈가 킹왕짱.)
*아, 그리고 다이어리 잘 받았습니다. 잘쓸게요~^^
모든 아이리버 제품에 된다고 하니 B20에도 될 겁니다. 앨범아트는 아이리버에서도 생각이 있겠죠. ^^
(다이어리 잘 도착했다니 다행이네요. 마음에 드셨는지.. ~)
저는 아이리버 라이프가 아이리버의 푸시형이라기 보다는 PC 를 서버로 해서 아이리버 플러스같은 아이리버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아이리버 기기에 동기화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과 약간 다른듯 하네요 ^^;;;
어쨌든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과거 소니가 자사 제품들간의 네트워크화를 추진하다가 낭패를 본 전례가 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은 됩니다.
설명상으로는 개인화 서버는 아닌 듯 했는데, Nights님 말씀을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함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