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귀 틀어 막고 HD 월드를 밀어붙이다


노트북 배터리 사고, PS3 출시 문제 등 갖은 잡음과 비난을 함께 들었던 소니가 ‘너는 떠들어라, 난 내 할 일을 하겠다’는 듯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 있다. 2005년부터 2007년 회계년도까지 중기 전략으로 내세운 ‘HD 월드’다. 아마 지난 9일 브라비아 X에 관한 여러 기사를 통해서나 그 이전의 소니 기사를 본 사람들은 대략적으로 알 것인데, 이 전략을 공식 발표한 것은 2005년 9월이었다.


소니 HD 월드 전략은 간단하다. 가정에서 쓰는 모든 하드웨어와 컨텐츠를 HD(high definition)라는 개념으로 묶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HD가 아니다. 소니는 지금 풀 HD를 고집하고 있다. 일반적인 HD는 세로 650픽셀 이상을 말한다. 풀 HD는 세로 1080 픽셀이다. HD 월드 전략을 펴면서 지금 소니가 펴고 있는 것이 풀 1080 로고를 붙이는 일이고, HD를 위한 하드웨어와 컨텐츠를 소니 것으로 채우고픈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소니는 TV뿐 아니라 PC, 노트북,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블루레이 플레이어, 레코더, 콘솔, 프로젝터 등 많은 형태의 하드웨어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또한 영화와 음악 컨텐츠도 갖고 있다. 이용자들이 이런 하드웨어를 갖고 HD 컨텐츠를 생산하면서 또한 자사의 HD 컨텐츠를 소비하도록 이끄는 게 HD 월드다. HD 캠코더로 찍은 사진을 PC에서 HD 편집을 한 뒤 HD 플레이어로 HDTV에서 본다. 게임도 HD, 영화도 거실에서 HD로 보고 즐기는 것이다.

지난 해 발표 때만해도 HD 월드에 대한 평가는 다소 냉소적이었다. HD로 가는 흐름은 거부할 수 없지만, 그 시기는 논란이었던 것이다. HD 방송이 시작되었음에도 가정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 TV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냥 HDTV를 사려고 마음 먹은 이는 많아도 풀 HDTV를 산다고 생각한 이는 얼마 없었다. HD 캠코더로 촬영하는 극소수의 마니아가 있었고, 블루레이는 구경도 하기 어려웠다. 즐길만한 컨텐츠도 물론 없었고. 이처럼 더디기만한 HD 시장에서 소니만이 유일한 가속 페달을 밟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HD 월드는 구체적인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풀 HD 장치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1080P 브라비아 X LCD TV와 블루레이 레코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겸한 플레이스테이션 3, HD 편집과 재생을 하는 바이오 AR 노트북, 풀 HD로 영상을 담는 HDR 캠코더 등이 나왔다. (HD 프로젝터는 나온 것 같은데 모델을 찾아봐야겠다.) 물론 블루레이 타이틀도 출시했고, 플레이스테이션 3 출시와 더불어 풀 HD 게임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 모든 장치들은 컴포넌트와 컴포지트 대신 1:1 대응이 되는 HDMI로 연결된다. 제작과 생산, 재생에 필요한 모든 장치가 각 부문에 자리를 잡게 되니 어느 새 단순했던 밑그림에 색이 칠해져 그림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HD 월드가 풀 HD 시대를 앞당기는 데 어쩌면 큰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블루레이를 앞세운 것은 단순히 차세대 광학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HD 월드 전략의 컨텐츠 공급과 재생용 미디어에 있어서 블루레이가 열쇠였기 때문이었다. 풀 HD를 손실 없이 담기 위해서 대용량 광학 기술이 꼭 필요했던 소니로서는 블루레이의 대중화를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 블루레이 플레이어 겸용으로 쓸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3에 그 첨병을 맡기고, 이를 원하지 않는 이를 위해 블루레이 레코더,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도 준비해두었다.


2007년까지 HD 월드를 완성하기 위해 소니는 매우 빨리 달렸다. 1년 만에 이 같은 풀 HD 라인업을 구축해 낸 것은 일본 기업답지 않은 속도 마저 느껴진다. 풍부한 하드웨어와 컨텐츠를 갖고 있기에 해낼 수 있었지만, 대중 속으로 흡입될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추는 것이 남은 1년여의 숙제일 것이다.


* 아.. 보편성은 잘 알겠지만, 값이다. ^^
** HD 월드를 다 꾸미려면 얼마정도 들까? 브라비아 X 550만원 + 바이오 AR 460만원… 이거 두 가지만 해도 천만원이 넘네?
*** 나머지들이 찌질해보여도 100만원 이하로 살 수 있는 건 PS 3 밖에 없다. -.ㅡa
**** 역시 로또에 맞아야 할까? ㅋㅋㅋ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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