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장비에 있어선 빠삭했던 화웨이였건만 스마트폰 부문에선 정반대의 처지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을 내놨을 때만 해도 이러한 상황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단말기 유통 환경의 재정비에 들어선 단통법 시대에서 화웨이의 진출로 다양성을 보강하고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마저 와르르 무너진 터다. 화웨이가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제품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X3를 출시했지만, 한국형 제품이라는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공 들여 제품을 내놓은 화웨이로선 당황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일이든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고 위로할 수 있어도, 첫 단추는 잘못 꿴 모양새다.
시작부터 화웨이가 이처럼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한 이도 거의 없었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가능성만 이야기될 뿐, 냉정한 분석은 따르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오겠다는 화웨이를 말릴 이유는 없지만, 잘못 부풀려진 기대감과 한국 전략의 문제는 더 늦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많은 매체들이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출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본 것도 바로 ‘중국 스마트폰은 값이 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통법 이후 비싼 스마트폰 대신 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스마트폰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화웨이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지금은 30만원대로 값을 내렸지만, X3를 50만원대에 알뜰폰용으로 풀었을 때 모든 이들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받게 된 것이다.
화웨이는 저가 제품 브랜드를 과감히 버리고 고급 스마트폰 브랜로 인식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화웨이는 경쟁 상대로 삼성과 애플을 지목하고 샤오미를 포함해 저가를 내놓는 제조사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선을 긋는다. 이를 위해 고급 스마트폰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다. EPL 아스널, 이탈리아 AC밀란,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등 명문 축구팀을 후원하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해마다 유럽 내의 인지도를 50%씩 끌어올리고 있다.
이처럼 화웨이는 다른 지역에서 고급 스마트폰이라는 글로벌 전략을 수행하면서도 한국에선 제품 현지화 전략만 택했다. 현지화 전략을 무조건 나쁘게 몰아칠 건 아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낯선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인식과 먼 가격의 낯선 제품으로 얻은 비참한 결과만 얻게 된 셈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을 팔지 않음에도 중국의 판매량 증가를 발판삼아 국내 인지도를 높인 샤오미보다 더 떨어지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판매와 유통에서 협력할 수 있는 국내 파트너를 찾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도 현지화 방식을 유지하는 동안 화웨이를 고급 스마트폰이라고 생각나게 만들지는 않을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와 좀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할 기회를 놓친 건 안타까운 부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메이트 7이다. 화웨이가 플래그십 제품으로 선보인 어센드 메이트7은 화웨이 모바일 디자인 부서의 김준서 부사장이 디자인을 책임진 제품이다. 노키아와 삼성을 거쳐 화웨이의 디자인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그는 한손에 쥐었을 때도 좀더 편하게 다룰 수 있는 대화면 스마트폰을 고민한 끝에 메이트7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한국인의 손을 거쳐 완성된 제품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려는 것보다 화웨이의 프리미엄 제품들과 유사한 고급 제품들을 접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일화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는 없었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큰 규모라 하긴 어렵지만 이곳을 화웨이의 전략 시장으로 유지하려면 좀더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화웨이 X3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도 그것을 풀고 제대로 단추를 끼우려면 제품이든 브랜드든 그것을 쓰는 이용자들과 좀더 친해질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과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 의도한 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내 맘 같지 않네?” 라는 개그 프로의 유행어라고 던지며 잠시 웃고 지나갈 수 있을 테지만, 이 말을 두세번 반복하게 될 땐 결코 웃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국 시장에 화웨이의 이미지를 심을 전략의 수립이 더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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